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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최면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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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tkdals0527
작품등록일 :
2019.01.26 16:27
최근연재일 :
2019.02.14 15:45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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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85,279

작성
19.02.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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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1. 이상자들의 교회

DUMMY

<17화>

그날 이후로 시온은 그 방에서 살게 되었다.

신기한 것은.

아무런 관계없는 이들이 시온의 간병을 해준다는 것이다. 친절했다. 특히 사랑이는 귀여웠다. 사랑이가 시온에게 안길 때. 시온은 가장 행복했다. 물론 아직도 소망이의 눈초리가 싸늘했다. 시온만 보면 매서운 눈빛으로 째려봤다. 8살짜리 여자아이의 눈빛은 거침없었다.


소망이를 제외하고, 여기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시온을 탐탁치 않아하는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이제 제가 먹을 수 있어요.”


시온이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시온의 동상도 어느 정도 나앗고, 그의 손톱에는 새 손톱이 자라고 있었다.


“아니야. 아직 환잔데. 누나가 먹여줄게. 자. 어서.”


시온의 침대 옆에 앉아 있는 갈색 머리 여성이 말했다. 한은희. 30세의 나이지만 훨씬 젊어 보인다. 살갑게 예쁜 누나다.


“아니에요. 누나 제가······.”


시온과 은희 사이에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


“그래요. 얘가 애도 아니고 왜 먹여줍니까. 지가 먹으라고 해요.”


까칠한 말투에 뿔테 안경의 남자. 배격수. 안경너머로 보이는 진한 눈매와 높은 콧대를 가졌다. 결벽증을 앓고 있는 그는 은희누나를 좋아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 몰라. 몰라. 시온아. 빨리 아 해.”


은희는 시온을 아이 취급하며 먹였다. 그녀는 격수의 질투를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


“혼자 먹을 수 있는데······.”


시온이 우물거리면서 말을 하였다.


“자. 여기 물도 마실래?”


그녀가 시온에게 유리컵의 빨대를 갖다 대며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온은 이것도 괜찮다고 느꼈다. 편했다.


“죄송해요. 계속 챙겨주시고······.”


물을 삼킨 시온이 말했다.


“하. 자기 처지를 알긴 아나 보지? 일도 안하면서 매일 먹기만 하는 주제에······.”


격수가 말했다. 그는 은희가 시온과 가깝게 있는 것에 화가 난 것이다.


“격수야.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약속한 것 잊었어?”


은희가 격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약속.

시온도 이곳에 살면서 알게 되었다. 이들 모두는 어느 한 목사님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이 교회에서 함께 살고 있다.

약속은 목사님과의 약속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 목사님의 유언처럼 남긴 말이 그들을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 것이다. 목사님은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격수는 은희누나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시온에게 침 대신 말을 뱉고 갔을 뿐이다.


“밥버러지 자식. 네 밥값 다 하려면 힘들 거다.”


그는 시온을 향해 말을 뱉으며 방을 나갔다.


그가 이렇게까지 화내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저씨는 격수에게 시온이 화장실 가는 것을 돕도록 하였다. 때문에 매번 시온을 휠체어로 옮겨 화장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게다가. 짝사랑하는 그녀가 시온에게 밥을 먹여 주기 까지 하였다.

그에겐 최대의 치욕이었다.


“시온아. 네가 이해 해줘. 격수가 요즘 돈 때문에 예민해서 그래.”


은희누나가 말했다.


“그럼요. 이해해요. 저를 화장실에 데려다주고, 1시간을 씻는 것도 다 알아요.”


시온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그건 어떻게 알았대?”


은희누나가 웃으며 물었다.


“사랑이가 알려줬어요. 근데 격수형은 왜 돈 때문에 예민해요?”


시온이 물었다.

시온의 물음에 은희는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를 꺼냈다.


“밖에 교회 봤지. 우리 6명이 살기에는 조금 큰 교회야.”


은희누나가 말했다.


“봤어요.”


시온은 격수형이 끌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방 밖을 나갔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였다.

방 밖은 깔끔한 교회였다. 가정집과 같은 아늑한 방과 전혀 대조됐다. 방 밖의 공간은 학교 교실 하나 정도였다. 더구나 방이 네 개는 되었다. 그저 자그마한 교회라고만 생각했다.


“알다시피. 우리는 도망쳐왔거나, 가족이 없거나, 버림받은 사람들이야. 돈이 있을 리 없지. 다들 마찬가지고······.”


은희누나의 말을 들은 시온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목사님이 돌아가시고, 더 이상 교회가 아니었다.

이들에게는 돈이 없었던 것이다. 은희가 말을 이었다.


“목사님이 사라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의 주인은 우리를 내쫓으려했지.”


“왜요?”


“조금 복잡한데. 쉽게 말하면 전세 계약이 끝난 거지, 목사님이 행방불명되고, 전세계약이 가족에게 상속이 돼. 목사님의 사모님과 자녀는 이미 병으로 세상에 없었어. 그래서 상속이 목사님의 유일한 가족인 형이 받게 됐어. 이게 문제의 시작이었어. 때마침 전세 계약은 끝났고. 그 형이란 사람이 상속받고 교회 보증금을 가지고 가셨어······.”


은희는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몇 명이 일을 하고 있으니, 버텨보자고 했지. 매달 임대료를 내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이야.”


은희누나의 목소리는 침울했다. 막막한 그녀의 심정이 들어났다. 시온은 어떤 말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자신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하더라. 어쩔 수 없어. 우리가 교회를 잃기 싫으면 돈을 더 내는 수밖에······.”


시온은 작은 의문이 들었다. 그냥. 교회를 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물어 볼 수는 없었다. 그녀의 속상한 표정을 봤기 때문이다.

그런 시온의 생각을 은희가 안 것일까. 그녀가 입을 열었다.


“교회를 떠나면 되지. 근데 우리 모두는 전부 버려졌었어. 우리는 그분에게 도움을 받았고. 지금은 행방불명 됐지만······. 적어도 이곳을 지키고 싶어. 내가 갈 곳 없었을 때, 받아주고 반겨줬던 것처럼. 그분이 다시 왔을 때, 반겨주고 싶어.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이고. 그래서 우리는 이 교회를 잃지 않을 거야.”


시온은 은희의 말을 이해했다. 그러나 공감하진 못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 장소의 가치는 대체 무엇인건가. 다만 지금 돈이 없어서 힘들다는 것은 확실히 이해하였다.



* * *



밤.

여지없이 평화로운 날이었다.

그러나 이 날은 조금 달랐다.


“여기 잡아.”


격수가 말했다.


“매번 감사해요.”


시온이 대답했다.

격수는 침대의 누워있는 시온을 부둥켜안았다. 이내 그를 들어올려, 휠체어에 앉혔다.


은희누나가 없으면 딱히 시온에게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군말 없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도와준다.


그 날도 그랬다. 시온이 휠체어에 앉아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방을 나왔다. 격수는 휠체어를 밀었다.


방 밖은 예배당이 있었다. 불은 일부로 꺼둔 듯하였다. 어두운 교회. 나무 십자가가 회당을 바라본다. 그곳에 긴 의자들이 나란히 있었다.


시온이 나온 방에 옆에는 다른 방들이 있었다. 어둠 속, 방의 불빛이 빛줄기로 비춰졌다. 휠체어를 타고 지나치는 방들. 문에 달린 작은 유리너머로 대략 방이 보였다. 책이 많은 방. 침실. 텔레비전이 켜져 있는 방까지.


시온이 타고 있는 휠체어가 어느 방을 지나갈 때의 일이다. 그 방안에는 사람은 없으나, 텔레비전은 켜져 있었다. 사람 없이 혼자 울리는 티비 소리가 들렸다.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자극적인 소리였다. 시온의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는 드라마가 한창이었다. 시온의 시선이 텔레비전에 머물렀다.


싸늘했다.

휠체어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시온이 뒤를 바라보며, 격수를 불렀다.


“격수 형?”


우두커니 서 있는 격수의 모습. 어둠 속에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형, 왜 그러세요?”


그는 창백했다. 어두워서 선명히 보이진 않지만, 파르르 떨리는 그의 입술이 보였다.



쨍그랑!

드라마 속에서 다시 한 번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배우들의 대사는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을 때. 격수의 온 몸은 소름이 돋아났다. 동시에 그는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손을 짚었다.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낮아졌다.


시온은 고개를 최대한 돌려 격수를 바라보았다.

휠체어 뒤에 무릎을 꿇은 격수가 있었다. 곧이어 그는 바닥을 더듬었다. 그의 옷소매로 바닥을 닦는 것이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 무엇보다 시온을 싸늘하게 만든 것이 있다. 분위기다. 그는 장난치는 것 같지도 않았고, 결코 무언가를 찾는 것 같지도 않았다. 비참한 그의 모습이 시온을 놀라게 하였다.


“격수 형······. 뭐 하세요? 갑자기······.”


어울리지 않았다. 키가 180은 되는 격수 형이 비굴한 자세로 바닥을 기고 있었다. 바닥을 청소라도 하는 것처럼 소매로 반질반질 닦고 있다.


“형······. 왜 그러는 거예요.”


시온은 결코 크게 물어볼 수 없었다. 무언가 꺼림직 하였기 때문이다. 그때.

세 번째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쨍그랑!


“아아악!”


격수는 자신의 귀를 막으며 비명을 토해냈다.


그는 몸을 최대한 움츠린 자세로 양쪽 귀를 막았다. 키 큰 형이 한 순간 작아졌다. 그의 눈에선 참을 수 없는 눈물들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두려움.

공포, 불안.

그가 구역질하는 소리들이 알려주었다.


“으······. 아악!”


시온이 채 입을 열기도 전에 격수의 비명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나왔다. 당황하며 나오는 여학생, 뛰쳐나온 은희누나, 손을 꼭 붙잡은 소망이와 사랑이까지 나왔다.

은희누나가 격수에게 가장 먼저 뛰어왔다.


“격수야, 왜 그래? 정신 차려!”


그녀가 움츠려들은 격수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녀의 눈은 이미 충분히 흔들렸지만, 목소리는 침착했다. 격수를 안심시키기 위한 배려였다.


그러나 격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녀가 와도 보이지 않았다. 양손으로 얼굴이 찌그러질 것 같이 귀를 막았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처참히 흘러내리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어······.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격수가 울면서 처음으로 말했다.

말도 아니었다. 무참히 짓밟힌 어린아이가 내는 신음소리였다. 은희는 그런 격수를 점점 격하게 흔들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의 귀에 들리는 것은 오직.

엄마의 목소리.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엄마의 싸늘한 눈빛이다. 이것은 격수를 더욱 비참하게, 처참하게 만들었다.




그때 뒤늦게 한 남자가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왔다. 검은 옷에 큰 아저씨. 아저씨는 은희를 잠시 비켜 세웠다.

이내 격수의 상태를 보았다. 곧 주위를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았다.


텔레비전. 그 안에서 나오는 소리.


“당장 티비 꺼!”


아저씨가 소리쳤다. 언제나 차가울 것 같던 목소리가 흔들렸다. 여학생은 빠르게 달려가 티비를 껐다.

아저씨는 다시 격수를 바라봤다.


“엄마······. 가지 마세요······. 제발 저를 버리지 마세요······.”


격수의 울음소리는 지켜보는 이에게 느껴질 만큼 간절했다. 곧이어 아저씨가 침착한 눈빛으로 격수 귀에 손을 가까이했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튕기기 시작하였다.


탁. 탁. 탁.


천천히. 뚜렷하게 나오는 소리는 점점 격수를 진정시켰다. 곧이어 격수가 스르륵 고개를 들었다.

붉어진 눈은 아저씨와 마주칠 수 있었다.

아저씨는 한쪽 무릎을 굽혀 앉았다. 이내 격수의 눈을 바라보았다. 격수의 눈은 어느 정도 정신이 들어보였다. 그러나 아직 두려움에 떠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아저씨는 오른 손에 회중시계의 뚜껑을 열며, 격수의 눈앞에 가져다 댔다.


은색의 회중시계는 정직하게 움직였다.


틱. 틱.


그 초침에 격수가 눈이 갔을 때.

아저씨는 왼손으로 그의 눈을 슬며시 가렸다. 회중시계의 뚜껑을 닫으며 다시 격수의 귀에 손가락을 갔다 대었다.

손가락을 튕겼다.


탁.


“잠들어라.”


아저씨의 말 한마디였다. 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동시에 나온 목소리.

나지막한 목소리.

격수는 쓰러졌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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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p2. 나태 19.02.14 91 0 10쪽
19 Ep2. 나태 19.02.13 56 0 10쪽
18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2 67 0 10쪽
»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1 79 0 12쪽
16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0 87 0 12쪽
15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09 108 0 11쪽
14 <Prologue> - 14화 19.02.08 104 0 13쪽
13 <Prologue> - 13화 19.02.07 111 0 12쪽
12 <Prologue> - 12화 19.02.06 123 0 10쪽
11 <Prologue> - 11화 19.02.05 115 0 8쪽
10 <Prologue> - 10화 19.02.04 111 0 9쪽
9 <Prologue> - 9화 19.02.03 12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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