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l**********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최면술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dltkdals0527
작품등록일 :
2019.01.26 16:27
최근연재일 :
2019.02.14 15:4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650
추천수 :
1
글자수 :
85,279

작성
19.02.08 09:32
조회
104
추천
0
글자
13쪽

<Prologue> - 14화

DUMMY

퍽! 퍽! 퍽!


남자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박영학을 내리쳤다.


그가 치는 곳은 얼굴과 몸 할 것 없었다.


박영학은 맞는 순간에도 입을 스스로 막고 있었다.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시온은 차마 이 장면을 볼 수 없었다.


박영학은 터져 나오는 신음 소리마저 삼키며 괴로워했다.


이를 지켜보던 여자가 말했다.


“뭐야. 반응이 없어. 입은 왜 막는 거야.”


시온은 서늘한 말에 소름끼치며 놀랐다. 그것은 사람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앞에서 기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없다는 목소리였다.


아. 이게 뭐야. 기껏 가장 원망하는 사람으로 보이도록 했더니만. 지 입을 지가 막네. 지루해.”


여자는 짜증 가득하게 말했다.



“아! 네가 있었지.”


여자는 자신의 옆에 의자에 묶여 있는 시온을 바라봤다.


“그래. 그래. 넌 반응이 재밌었지. 그치?”


여자는 어깨를 들썩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시온을 바라봤다.

그녀가 미소 지었을 때, 입가에 두꺼운 화장이 주름졌다. 그녀의 눈은 사람을 장난감처럼 바라보았다.


미쳐버린 모든 상황이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더욱이 상황에 중심에 있는 네 명은 재정신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온은 두렵지 않았다. 그의 팔에 닭살이 돋았지만, 그의 머리는 상황을 탈출할 방법만을 찾고 있었다. 겁 없는 시온의 눈빛이 여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온에겐 방도가 없었다.

꿈쩍하지 않는 밧줄과 의자. 여자에겐 종도 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여자가 종을 사용하였다. 어둠 속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여자의 명령을 따르는 남자들. 무엇보다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미친 사람들이 그의 앞에 서 있다.

시온에겐 희망이 없었다.



여자는 다시 촛대를 들어올려, 불을 껐다.

연기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쇠뭉치를 든 남자에게 향했다.


남자의 발밑에는 박영학이 누워있었다.


그의 몸 주위는 핏방울이 사방에 흩어져있었다.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자동차에 밟힌 동물처럼 처참했다. 그의 관자놀이는 쇠뭉치로 인하여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의 양손은 입을 막은 채.


여자의 촛대에 연기가 남자에게 다다랐다.


방금까지 박영학을 원수처럼 패던 남자가 변하였다.


이번엔 시온을 바라보는 것이다.

남자의 눈은 시온을 향하게 되었다.


시온과 여자는 함께 있었지만, 그의 눈은 틀림없이 시온을 향했다.


뚝뚝.


빨간 피가 떨어지는 쇠뭉치를 들고 남자가 시온에게 걸어갔다.


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처참한 박영학.

시온은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곧 자신이 저렇게 될 것이라 예상된 것이다.



- 띠리링.

처참한 현장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벨소리가 울렸다.

어두워 보이지 않았지만, 시온의 뒤쪽에 옷과 함께 버려진 핸드폰이 있었다. 핸드폰은 어둠 속에서 밝히 빛나며 벨소리를 울렸다.


벨소리는 여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여자는 촛대를 사용하여 쇠뭉치를 든 남자를 멈춰 세웠다.


여자는 시온의 뒤로 걸어가 핸드폰을 주웠다.

- 세은이 누나.


세은이 누나한테서 온 전화다.

- 띠리링.


처참한 현장의 정적에서 벨소리만이 울렸다. 여자는 재미있는 생각이 들어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는 붉은 종을 들었다.


탁! 탁!


온 몸에 가시가 돋아나는 소리가 울렸다. 이내 여자는 명령하였다.


그러나 그 대상은 시온이 아닌 쇠뭉치를 든 남자였다.


“시온이의 입을 막아.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게.”


남자는 시온에게 다가가 시온의 입을 손으로 꽉 막았다.


“이거 진짜 편리하네. 말만하면 되는 거야?”


여자가 혼자 말하였다.


남자의 피 묻은 손이 시온의 코 아래를 꽉 쥐었다. 시온은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남자의 거친 손가락은 시온의 입을 사정없이 눌렀다.


시온이 말 못하게 된 것을 확인한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세은이 누나의 목소리다.


“너 누군데 우리 자기 폰에 전화하는 거야!”


여자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 누구세요? 이거 시온이 핸드폰 맞나요?”


세은이 당황하며 조심스레 물어봤다.


“읍! 읍!”

시온은 입이 막힌 상태에서도 목청껏 외쳤다.


“맞다. 우리 시온이 오빠 핸드폰 맞아. 오빠는 지금 씻으러 갔고. 그러니까 앞으로 울 오빠한테 꼬리치지 마. 이 X아!”


여자는 혼자 버럭 화를 냈다.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가 한 행동은 방금까지 박영학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유치했다.

그러나 그녀의 유치한 짓은 시온에게는 다른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자신이 마음을 내어준 사람과의 이별. 크리스마스에 세은이 누나와의 약속이 있었다. 여자의 행동으로 인해, 세은이 누나와의 사이가 틀어질 것만 같았다.

시온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인데도, 세은과의 관계를 생각했다. 무엇보다 시온이 싫은 것은 그녀를 잃는 것이었다.


“세은? 어디서 본 것 같은 이름인데.”


여자가 꺼지는 통화내역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내 고개를 든 여자는 시온의 눈을 보았다. 근심이 가득한 시온의 눈은 여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하하하. 그 눈 뭐야? 여자 한 명 때문에 걱정하는 거야 지금? 붉은 종을 갖고 있으면서도?”


여자는 시온을 비웃었다. 지저분한 웃음.


시온은 알아차렸다.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든 들리지 않는다.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시온이 탈출하기 위하여 그녀를 어떻게든 이용해야만 했다.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그녀를 움직이는 방법.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집중했다.

그의 눈앞에 많은 장면들이 쏜 살같이 지나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온의 영향력. 이미 온 몸이 망신창이다. 심지어 팔다리가 묶여 행위에는 한계가 있다. 기껏해야 의자를 조금 들썩이는 정도. 쇠뭉치를 든 남성과 조금 떨어진 사내들은 여자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 오히려 다행이다. 눈앞에 두 남녀를 처리한다고 해도 저리 많은 사내들을 처리할 수 있다고 보장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행위는 말. 현재 말이 통하는 상대는 여자 뿐. 그러나 여자는 시온의 말을 들어줄 상대가 아니다.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을 알아야한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았을 때, 그녀는 자신의 재미. 쾌락을 위해서만 행동하고 말하였다. 재미로 유혹한다? 아니다. 그녀의 재미가 무엇인지 감도 안 잡힌다.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아줌마라는 단어에 반응했었다. 외모에 대한 상당한 집착. 이를 이용한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생각들이 지나갔다. 시온의 주위를 맴돌던 많은 문장들이 기차처럼 달려가 하나의 점에 모였다.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시간은 채 3초도 지나지 않았다.


“제가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드릴까요?”


시온이 말했다.


“이제 재미없어. 너도 이만 죽어야겠어.”


여자가 갑자기 싫증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붉은 종. 또 다른 능력이 있어요.”


시온의 말에 여자는 솔깃했다.


“거짓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어.”


“저는 소심하고, 멍청해요. 그런데 그런 제가 어떻게 이재현 회장과 마주할 수 있었겠어요?”


시온이 최대한 진실 되게, 그러나 여자의 흥미를 끌을 수 있도록 말했다.


“바로 종의 두 번째 능력이에요. 그것을 모르고 저를 죽인다면 평생 그 능력을 알 수 없을 거예요.”


여자가 새침하게 물었다.


“그래. 그게 뭔데?”


“그건 바로 종을······.”


시온이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어지러운 듯 목소리를 줄였다. 시온의 머리가 휘청 이더니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속삭였다.


속삭임이 여자의 귀에 닿지 않았다. 여자는 말을 하다 마는 시온이 짜증이 나서 시온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뭐? 크게 말해!”


여자가 고개를 기울이고 시온에게 머리를 갔다 댔다.


이때 시온은 최대한 고개를 뒤로 젖히며, 온 힘을 다하여 여자의 머리를 박았다.


팍!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악! 야 이 X끼야 뭐하는 거야!”


여자가 머리를 부여잡을 때, 붉은 종이 바닥에 떨어졌다.


시온은 온 몸을 기울여 스스로 의자를 넘어트렸다.


쿵!


다시 온몸을 꿈틀거리며 붉은 종을 향해 기어갔다.


어깨와 옆구리, 발. 의자 모든 것을 사용하여 최대한 빠르게 종을 향해 접근했다.

코앞에 종이 있다.


그러나 손은 묶여 닿지 않는다. 입. 입으로.


시온이 입으로 붉은 종을 물었다. 바닥의 먼지와 돌이 입술에 묻었으나 중요치 않다.


여자는 머리를 부여잡고 엄청난 욕을 해대고 있었다.


‘이제 눈만 마주치면 돼.’


종을 이로 꽉 깨물었다.


깨물고 있는 상태로 여자를 불렀다.


“아줌!······.”



시온이 말을 다 하기도 전.

누군가 시온의 뒤통수에 서서 얼굴을 구두로 밟았다.


팍.


구두는 시온의 얼굴을 자비 없이 눌렀다.


시온은 바닥에 옆으로 눕혀있는 상태에서 볼이 짓눌렸다.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눈동자를 최대한 굴려보지만, 그의 넥타이만 보일 뿐이다.


밟히더라도 시온은 입에 물린 종을 절대 놓지 않았다.


이를 악물며, 어떻게든 자신을 밟은 남자를 보려했다.


그러나 남자는 시온의 얼굴에 손을 향했다.


그가 입에 물고 있는 종을 빼앗았다.


시온의 발악은 너무 쉽게 끝나버렸다.

입에 물린 종을 뺏길 때, 그의 손을 보았다. 두툼한 손가락.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무엇보다. 붉은 반지.


붉은 반지가 그의 검지에 끼여져 있었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나 했더니.”


중년 남성의 목소리다. 부드럽고, 깊은 목소리이다. 그는 종을 뺏으며 말했다.


“다 죽어가는 친구 하나 처리를 못 하나.”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머리를 부여잡던 여자가 팔을 빠르게 내리며 곧장 대답하였다. 그녀는 그의 눈조차 마주치지 못 하고, 눈을 내리깔았다. 여자는 당장 시온을 죽일 눈빛으로 움직였다.


“아니. 그만. 이 친구는 살려둔다.”


그가 말했다.


“어째서죠? 아까만 해도 죽이라고 명령 하셨······.”


여자가 따지려고 들자, 남자는 그녀를 가만히 쳐다봤다.


싸늘한 남자의 눈빛.


그의 응시에 여자는 주눅 들어 말을 이어하지 못했다.


그는 붉은 종을 여자에게 던지며 말했다.


“기억을 전부 지우게.”


여자는 더 이상 그의 말에 딴지를 걸지 못했다.


단지 눕혀진 시온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시온은 눈을 꽉 감았다.

그녀의 눈을 보지 않기 위한 행동이다. 최선의 반항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시온의 눈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이내 눈을 억지로 벌려 시온과 눈을 마주했다.


시온의 눈앞에 붉은 종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피처럼 붉은 빛에 손바닥만한 종.


종 덕분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회장의 아들이 되는 건 욕심이었나. 하아.’

세은이 누나와 만날 수도 있었다. 행복했다. 그런 시온의 바람을 들어주는 것처럼 눈앞에 세은이 누나가 보였다. 정말 예쁘고, 착하고, 따뜻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들. 평생을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보고 싶다. 손 잡아보고 싶었는데······.’


탁! 탁!

시끄러운 소리가 귀를 찌르며, 시온의 정신이 빠졌다.

시온의 발악하던 모든 근육들은 힘이 쭉 풀렸다.


여자는 시온의 기억을 지웠다. 종, 능력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모든 기억을 지웠다. 이름조차 기억을 못 하게 되었다. 이내 여자는 핏덩이 채 쓰러진 박영학을 제외하고, 남자들을 전부 데려갔다.



* * *



시온이 팔이 뒤로 묶인 채 어디론가 걸어간다.

그는 속옷 한 장 걸쳐있으며 신발조차 신고 있지 않았다.

새벽녘에 시온의 발걸음은 아스팔트 도로 위를 따라 걸어갔다.


그의 얼굴은 이미 망신창이가 되어 죽기 직전이라 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살기위한 마지막 발버둥.



조금 전.

시온은 의자에 묶여 창고 안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는 몸을 던지며, 의자를 부쉈다. 몸을 구부려 발목에 묶인 밧줄을 이로 찢었었다. 그러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자신을 기억하지 못 하였다.


시온의 걸음은 보이지 않는 빛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다. 추운바람조차 견딜 수 없었다.


휑한 도로 위에는 애석하게도 개미 한 마리도 없었다.


털썩.

시온이 쓰러졌다.


움직일 힘도, 눈을 뜰 힘도 없었다.


차갑다.

거친 아스팔트 바닥은 얼음장 같았다.


그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감기는 눈을 막고자 했다.

일말의 힘.


눈을 감지 않고자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는 절실함은 오래 가지 못 했다.

그런 그의 실눈 앞에 어떤 그림자가 나타났다.




부우웅.

차의 엔진소리. 따뜻한 장소.

앞좌석에 어떤 이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시온은 아직 회복하지 못 하였으나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눈을 감은 시온은 곤히 잠들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드디어 플롤로그가 끝났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지막 최면술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화 수정했습니다. 19.02.04 55 0 -
20 Ep2. 나태 19.02.14 91 0 10쪽
19 Ep2. 나태 19.02.13 57 0 10쪽
18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2 67 0 10쪽
17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1 79 0 12쪽
16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0 87 0 12쪽
15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09 109 0 11쪽
» <Prologue> - 14화 19.02.08 105 0 13쪽
13 <Prologue> - 13화 19.02.07 111 0 12쪽
12 <Prologue> - 12화 19.02.06 124 0 10쪽
11 <Prologue> - 11화 19.02.05 115 0 8쪽
10 <Prologue> - 10화 19.02.04 112 0 9쪽
9 <Prologue> - 9화 19.02.03 126 0 9쪽
8 <Prologue> - 8화 19.02.02 131 0 8쪽
7 <Prologue> - 7화 19.02.01 137 0 11쪽
6 <Prologue> - 6화 19.01.31 152 0 7쪽
5 <Prologue> - 5화 19.01.30 160 0 7쪽
4 <Prologue> - 4화 19.01.29 177 0 8쪽
3 <Prologue> - 3화 19.01.28 176 0 7쪽
2 <Prologue> - 2화 19.01.27 205 0 8쪽
1 <Prologue> - 1화 +1 19.01.26 328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