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843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2.07 21:45
조회
556
추천
8
글자
11쪽

6. 세계수의 영역, 비호국(庇護國) (2)

DUMMY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을 때, 시야가 점점 붉게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


“왜 그래?! 갑자기 몸이라도 안 좋아 진거야?”


갑자기 내가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니 우롱토끼가 걱정스레 물어왔지만 나는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황급히 그녀를 밀쳐보였다.


“꺄악···!”


최대한 내게서 멀리 떨어뜨리기 위한 행동이었기에 힘 조절이 잘 안되었고, 무방비한 채 있던 우롱토끼는 영문도 모른 채 몇 차례 구른 뒤 팔꿈치를 문지르며 일어났다.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내가 한 행동에 대한 의문과 의아함을 담아 그녀가 다소 큰 목소리로 외쳤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도망쳐 빨리!”


“아니, 뭐가 문제인건데?!”


내게 다가오려는 우롱토끼를 팔을 뻗어 막았다.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우롱토끼는 일단 걸음을 멈추었다.

갑작스런 일에 이게 무슨 일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롱토끼는 자신이 뭔가 해줄 것은 없는지 고심해하며 내게서 눈을 때지 않고 있었다.


“끄으으윽···!”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무런 징조도 없이 변질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천천히 시야가 물들어가는 것을 보아 정신융합과 나머지 기운들로 쳐놓은 막은 그대로였지만 조그만 균열로 새어나오는 모양이었다.


균열이 생겨난 원인에 대해서 알아야만 지금의 변질화를 막을 수 있었다.


‘난감하네! 진짜 뭐가 문제지···!’


두통은 머리를 더욱 조여들며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방심하는 순간 정신융합이 붕괴되면서 가속화가 진행될 것이다.


일부러 변질화를 진행시킨 것도 아니었다.

음식을 섭취해서 자극한 것도 아니었다.


정보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상처가 전부 아문 상태이다.

그 날 만신창이가 되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온전한 몸으로 변질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때처럼 날뛰게 되면 날 막을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설마 그때처럼 또 변하려는 거야?!”


멀리서 우롱토끼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직 도망치지 않고 뭘 하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극심한 두통에 흘러나오는 신음 말고는 튀어나오지 않았다.

시야는 이제 거의 붉게 물들어버렸다.

내 육체 또한 이제는 제어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우롱토끼를 향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게 될 것이다.


“끄으윽···!!”


그때, 심상치 않은 의문이 내 머릿속을 강렬히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의 변질화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날뛰지 않았지만, 지금은 멀쩡한 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서, 설마···!’


지금까지 변질화는 생존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식욕에 대한 집착이다.


나는 변질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식사는 일절 하지 않았다.

수분 섭취정도만 간간히 할 뿐,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은 것이다.


다음으로 눈앞의 모든 존재를 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


그 날, 스스로 변질화를 부추긴 다음 내 육체는 위협을 가하는 적을 향해 살의를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살의를 보이고 덤벼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여야할 것은 내가 3일 동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 무엇보다 변질화에 대한 성질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는 척도였다.


즉 지금의 변질화는 극심한 굶주림에 의한 발현이다.


변질화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갈증을 증폭시켜 갈망하게 만든다.


내가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모르는 사항이다.

게다가 그 날 전투로 인해 소모된 에너지는 극심할 것이 분명하다.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시키지 않기 위해 변질화가 택한 차선책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위 사실을 모르는 우롱토끼는 지난 3일 동안 날 간병하며 미음이라도 먹였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확보한 채 나는 눈을 떴고,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변질화가 가속화하여 정신융합과 추가로 쳐둔 막을 뚫는 현 시점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변질화를 막는 방법은 단 하나,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나는 우롱토끼를 향해 다급하게 말을 던졌다.


“뭐라도 머, 먹을 걸 내게 줘···!”


“어?! 먹을 거···? 먹을 거 말이지!? 어, 어, 잠시만 기다려···!”


우롱토끼는 내 갑작스런 요구에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확실히 접수했다는 듯 오솔길을 벗어나 빠르게 숲으로 뛰어 들었다.


“조금만 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도 육체의 제어를 완전히 빼앗기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달려들 것이 틀림없었다.

특히 왕도가 근처에 있는 만큼, 굶주린 짐승의 모습으로 그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힐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끔찍한 광경들이 떠올랐다.

꿈처럼 장면 하나 하나가 빠르게 스쳐지나갔고, 곧 일어날 일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우롱토끼가 먹을 것을 가지고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벌기위해 기운을 집중시키는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행동을 취했다.


툭!


투둑! 투둑!


“···!?”


주위로 무언가가 날아오며 시선을 끌었다.

이게 뭔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흘러내리는 과즙과 달콤새콤한 향까지, 처음 보는 과일이었지만 분명 우롱토끼가 내게 던져준 것이 틀림없었다.


투두둑!


우롱토끼가 던져오는 과일의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빨갛게 익은 사과와 비슷한 과일이 있었고, 먹어도 될까싶은 해괴망측한 과일도 있었다.


내 주위로 과일이 조금씩, 그리고 계속해서 날아왔다.

나는 더 늦기 전에 팔을 뻗어 손에 잡힌 과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변질화와 두통에 의해 맛을 음미할 새도 없이, 대충 해치운 뒤 다음 과일을 집어 들어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우롱토끼의 활약으로 주위는 과일들이 수북이 쌓여있었고, 덕분에 정말 쉴 틈 없이 과일을 섭취할 수 있었다.


한동안 계속 먹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으니 변질화가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고 이내 원래의 시야로 돌아왔다.


“···효, 효과가 있다!”


나는 씹고 있던 과일을 뱉으며 배를 채우는 것을 멈췄다.

혹시나 이 이상 과도하게 섭취했다가 다시 변질화가 일어나면 낭패였기 때문이었다.


투둑 툭! 투둑!!


증세가 가라앉고 나서도 내 옆으로 과일이 날아왔다.

나는 보이지 않는 우롱토끼를 향해 큰 목소리로 이제 괜찮다고 외친 뒤,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괜찮은 거야···? 후우~”


우롱토끼는 정말 열심히 뛰어다닌 건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혹시 몰라 양 손에 과일도 버리지 않은 채 계속 들고 있는 모습에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꼈다.


“고마워 우롱토끼가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


“대체 무슨 일이었는데?! 나 진짜 깜짝 놀랐잖아.”


“그게···너무 배고프면 죽을 듯이 머리가 아파오거든···”


“뭐······?”


우롱토끼에게 변질화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는 사실대로 알려줄 수 없었다.

더 이상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우롱토끼의 어색했던 말투도 고생해서 겨우 원래대로 돌려놓았는데, 자신을 포함해서 동료를 구해준 은인이 불치병 비스무리하게 앓고 있다고 하면 뭔 짓을 벌일지 대강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그냥 배고파서라고?”


“···3일 동안 정신 잃고 있었다고 했잖아. 제대로 뭘 먹었어야 말이지···”


“···하아, 난 또 그때처럼 미쳐 날뛰는 줄 알고 얼마나 가슴 졸인 줄 알아?”


그제야 우롱토끼가 손에 쥐고 있던 과일을 놓으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나는 다시 한 번 더 사과와 감사를 하며 바닥에 널브러진 과일을 쳐다보았다.


“···근데, 나보고 왜 도망치라고 한 거야?”


“내가 도망치라고 했다고?”


과일 장사를 해도 좋을 만큼 수북이 쌓인 과일을 보며 몇 개만 들고 갈까 고민하던 내게 우롱토끼가 궁금증을 잔뜩 떠올리며 물어왔다.


“날 밀치면서 도망가라고 했잖아, 그거 왜 그런 거야?”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듯 했다.

저 집요함의 레벨을 봤을 때, 대답해주기 전까지는 계속 꼬치꼬치 물어볼 심산이 틀림없었다.

나는 농담 섞인 어조로 대충 대답해주기하며 현 상황을 벗어나고자 했다.


“드래곤은 배고프면 가릴 것 없이 잡아먹으니까 도망치라고 한 건데··· 이 정도는 기본 상식이니까 앞으로 새겨놓도록 해.”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 어쨌든 빨리 가자 곧 있으면 도착하니까 왕도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게 좋겠어, 드래곤이 고작 이런 과일로 만족한다고 생각도 안 들고···”


역시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변질화에 대한 의심도 하지 않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진짜 배고파서 생난리를 친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내 주변으로 먹다버린 과일부터 시작해서 흘러내린 과즙과 부스러기까지 참으로 웅장하게 펼쳐져 있었다.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참 게걸스럽게도 먹었다는 감상밖에 할 수 없었다.


‘우롱토끼가 드래곤을 만나는 것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었지 아마?’


나로 인해서 다른 드래곤들의 인식이 상당히 저평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우롱토끼가 평소 드래곤을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왔는지는 몰라도 지금도 이렇게 편하게 대하는 걸로 봐선 장엄하거나 근엄한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보였기 때문이다.


딱히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긴 했지만, 어쨌든 이로써 한 가지 또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너무 굶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상기하며, 최소 일주일에 한번은 정상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배불리 먹어도 변질화가 진행되어 눈앞의 모든 존재를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을 행하니 적절히 끊어주는 게 포인트였다.


‘에너지의 보충은 전투와 다른 요인에 의해서 좀 더 필요로 할 수 있으니 그땐 상황을 봐가면서 별도로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에는 구애받지 않는 것 같으니까 되도록 고기 위주로 식사를 하자!’


일주일에 한 번, 입에 기름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금세 행복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다음 식사 날까지 어떤 고기를 맛볼까하는 행복한 생각을 하며 걷고 있으니 어느 새 왕도에 도달했다.


우롱토끼는 왕도에 도착했음을 알림과 동시에 옆으로 살짝 자리를 비켜주며 먼저 들어갈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환영해, 적막수왕이 다스리는 비호국(庇護國)의 왕도에 온 것을!”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채의 문이 열리며 보인 광경은 멍하니 넋을 잃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2) 19.01.30 847 13 9쪽
17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19.01.29 872 13 8쪽
16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만왕 19.01.28 900 11 9쪽
15 5. 장악(掌握)의 악마 VS 우롱토끼 19.01.26 958 14 9쪽
14 5. 장악(掌握)의 악마 +1 19.01.25 1,037 13 11쪽
13 4. 우롱토끼 (3) +1 19.01.24 1,182 14 19쪽
12 4. 우롱토끼 (2) 19.01.23 1,130 13 9쪽
11 4. 우롱토끼 19.01.22 1,315 14 9쪽
10 3. 저주받은 수녀 (3) +3 19.01.21 1,380 21 8쪽
9 3. 저주받은 수녀 (2) 19.01.19 1,441 17 12쪽
8 3. 저주받은 수녀 19.01.18 1,522 20 9쪽
7 2. 변질화 (3) 19.01.17 1,709 20 10쪽
6 2. 변질화 (2) 19.01.16 1,903 27 7쪽
5 2. 변질화 19.01.15 2,304 29 8쪽
4 1. 좀비가 되었다. (4) 19.01.14 3,296 36 14쪽
3 1. 좀비가 되었다. (3) +1 19.01.13 4,232 43 11쪽
2 1. 좀비가 되었다. (2) +7 19.01.12 5,622 62 7쪽
1 1. 좀비가 되었다. +5 19.01.12 7,977 76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