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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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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526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1.29 21:45
조회
868
추천
13
글자
8쪽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DUMMY

한편, 귀기이리와 오만꽃뱀은 소동이 벌어진 곳에서 조금 떨어진 채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침묵 속에서 귀기이리가 당장에라도 베어버릴 듯 차가운 어조로 먼저 입을 열었다.


“네 녀석이 배신을 하고도 살아 돌아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귀기이리가 검을 뽑아들며 철제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빛나는 안광은 뽑아든 검보다도 예리하게 오만꽃뱀을 꿰뚫은 채, 검을 겨누었다.

일촉즉발의 순간임에도 오만꽃뱀은 잠자코 있었다.

오히려 코웃음을 치더니 한쪽 눈을 감으며 기교 섞인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배신이라니,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무슨 생각이냐 오만꽃뱀.”


“당연히 적막수왕에 대한 복수지, 하지만 지금의 내 힘으로는 적막수왕을 쓰러뜨리지도 못해.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오만꽃뱀의 발밑으로 거대한 손이 대지를 가르고 튀어나왔다.

땅 위로 솟아난 거대한 손은 건틀렛을 착용하고 있었고, 그 크기만 해도 드래곤을 움켜쥘 수 있을 만큼 거대했다.

팔뚝 부분이 아직 땅에 묻혀있는 것을 보아 완전히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스산한 기운이 거대한 손 전체에서 피어올랐고, 그 위에서 오만한 표정과 함께 비소를 흘리며 귀기이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내 이상을 이룰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이루고 말겠어.”


“오만꽃뱀···!”


철제가면 뒤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막수왕 반더람에 충정을 맹세한 칠난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주인을 섬기기로 작정한 것인가.


그것도 모자라 적막수왕의 목숨까지 취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귀기이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배신감에 몸이 떨려왔다.


“적막수왕이 아닌 누구를 섬긴다는 것이냐!”


“아쉽지만 말해주고 싶어도 지금의 너는 알아듣지 못해. 하지만 그 분께서는 수인족 전체를 통틀어 오직 나만을 선택해주셨어,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힘과 능력을 주시면서···”


거대한 손 위에서 황홀한 표정을 지은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오만꽃뱀.

마치 누군가의 손을 붙잡기 위해 천천히 손가락을 놀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네 녀석의 연극에 놀아났다는 것이냐!”


“내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이 이해가지 않는 게 당연해, 하지만 상관없어, 이해를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니까. 아쉽지만 이만 작별의 시간이야.”


“어딜 도망가겠다는 것이냐!!!”


“아 참, 깜빡하고 있었는데 혹시라도 꽁무니 쫓아오다간 둘의 신변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도 모른다? 뭐, 선택은 당신 몫이긴 하지만 그래도 셋이서 발버둥은 쳐봐야하지 않겠어?”


오만꽃뱀은 그대로 거대한 손과 함께 땅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예상치도 못한 동료의 배신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지만 귀기이리는 우롱토끼와 만왕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 나갔다.


정신이 팔려있었다곤 하지만 우롱토끼의 기운이 눈에 띄게 약해져 있음을 방금 감지할 수 있었다.

귀기이리의 발은 더욱 박차를 가해가기 시작했다.


‘이 기운은 클로버군.’


자신이 있는 곳에서 더욱 떨어진 뒤쪽에, 희미하게 우롱토끼의 기운과 클로버가 포착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대강 상황을 파악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다.

오만꽃뱀이 그저 허세로 말한 모양은 아닌 모양이다.


거대한 기운을 흉흉하게 쏘아내는 존재와 그 근처에 만왕의 기운을 확인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왕 혼자서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마치 드래곤과 같이 방대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버텨주었으면 했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진 녀석이라면 자신이 왔다고 해도 전황은 바뀌지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귀기이리는 간절한 마음을 품으며 달려 나갔다.


---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며 검은 토끼 클로버가 우롱토끼의 가슴팍에서 내려왔다.

다소 무리를 감행한 탓에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에 가까웠지만 개의치 않고 우롱토끼의 상태부터 살폈다.


“우롱토끼님! 정신 차려주세요!”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우롱토끼를 깨워보려 했지만 겨우 숨만 내쉬는 상태일 뿐, 눈을 뜨지는 않았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도 외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었다.

클로버는 일부러 무린 대초원의 한복판으로 이동했다.

경계를 할 만큼의 강한 몬스터들은 나오지 않지만 그것은 온전한 힘을 가지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상 어디를 가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면 위험하기 마련인데, 그것이 무린이라는 몬스터들의 땅이라면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위험은 몇 배로 늘어난다.


“도움을 청해야해······.”


현 상황에서 가장 빨리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방법은 귀재수리의 수리부엉이를 부르는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부를 수 없었다.

이곳까지 이동한 탓에 바닥까지 보일 정도로 힘을 쓴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은 움직일 수 있었다.


작은 토끼의 몸이었지만 클로버는 땅을 파기 시작했다.

우롱토끼를 숨기기 위해서는 안전한 토끼굴이 이상적 이였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적당히 몸을 숨길 수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클로버는 힘든 기색 없이 파내려가기 시작했다.


무리를 한 상태에서 더욱 무리하고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안전하게 숨길 수 있도록 오로지 작업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우롱토끼를 눕힐 수 있을 정도의 땅을 급하게 파낸 클로버는 잠시 동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후우~ 좋아, 이제 우롱토끼님을 눕히자.”


대충 숨만 돌린 뒤 우롱토끼는 곧바로 움직였다.

우롱토끼의 위로 폴짝 뛰어오른 클로버는 정체불명의 적으로 부터 도망칠 때 보여준 행동 그대로 몇 번 폴짝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땅을 파낸 곳 위로 우롱토끼와 클로버가 불쑥 나타났다.


“바, 방금 이동으로 남은 힘이 바닥나 버렸어···”


힘에 겨운 것인지 우롱토끼의 위에 축 늘어져버리는 클로버.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지친 몸을 일으켜 폴짝 뛰어내렸다.

그 뒤 우롱토끼를 숨기기 위해 파냈던 흙을 도로 우롱토끼의 위로 덮고 이곳저곳에서 적당한 풀을 모아와, 가리는 것으로 위장을 완성시켰다.


다소 조잡하고 엉성했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는 클로버.


작업을 끝낸 뒤에도 클로버는 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다른 칠난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우롱토끼의 능력을 생각했을 때 이렇게까지 당했다는 것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었기에 벌어진 것이다.


클로버는 우롱토끼를 등지고 달려 나갔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 이곳으로 도망친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또 다른 압도적인 힘을 가진 드래곤 카지락스타라는 존재가 이곳으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


드래곤이 작은 토끼의 요청에 도움을 들어줄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지만 부딪혀보지 않는 이상 희박한 확률 속에 일어날 기적은 찾아오지 않는다.

클로버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심정으로 드래곤 카지락스타가 있는 방향으로 힘차게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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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2) 19.01.30 843 13 9쪽
»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19.01.29 869 13 8쪽
16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만왕 19.01.28 897 12 9쪽
15 5. 장악(掌握)의 악마 VS 우롱토끼 19.01.26 955 14 9쪽
14 5. 장악(掌握)의 악마 +1 19.01.25 1,032 14 11쪽
13 4. 우롱토끼 (3) +1 19.01.24 1,175 14 19쪽
12 4. 우롱토끼 (2) 19.01.23 1,125 13 9쪽
11 4. 우롱토끼 19.01.22 1,311 14 9쪽
10 3. 저주받은 수녀 (3) +3 19.01.21 1,374 21 8쪽
9 3. 저주받은 수녀 (2) 19.01.19 1,435 17 12쪽
8 3. 저주받은 수녀 19.01.18 1,518 20 9쪽
7 2. 변질화 (3) 19.01.17 1,699 21 10쪽
6 2. 변질화 (2) 19.01.16 1,897 27 7쪽
5 2. 변질화 19.01.15 2,300 28 8쪽
4 1. 좀비가 되었다. (4) 19.01.14 3,287 37 14쪽
3 1. 좀비가 되었다. (3) +1 19.01.13 4,223 44 11쪽
2 1. 좀비가 되었다. (2) +7 19.01.12 5,610 62 7쪽
1 1. 좀비가 되었다. +5 19.01.12 7,957 7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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