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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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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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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1.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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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 좀비가 되었다. (3)

DUMMY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

날 표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문구라고 생각해도 좋을 만큼 별 다른 특징 없이 평범하게 살아왔다.


평범한 가정환경과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를 졸업한 뒤, 남들과 같은 평범한 회사에 입사했지만, 직장생활에 회의감을 가지고 사퇴한 뒤 부모님께 물려받은 작은 서점으로 크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그런 생활을 보낸 25살 독신.


솔직히 말해 고난 한번 안 겪어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푼 마음으로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한 사회 초년생에게 세상은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사회는 도전의 연속이다.

그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시 실패는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이내 내 몸을 덮는 그늘이 되어 좌절을 선사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잘 버티지 못하는 부류였었다.


그렇게 서점을 물려받으며 자연스레 책을 읽게 되었다.

물론 시간을 때우기 위해 억지로 읽는 것도 있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있다 보면 심장이 죄여오는 느낌을 받았기에 다른 무언가로부터 정신을 돌려야만 했다.


그때 처음으로 판타지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얼마나 재밌게 읽은 것인지.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계속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날 읽은 책은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후로 책은 내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신작을 사고 돌아오는 와중에 교통사고를 당했었지······.”


밖의 상황을 알 수가 없으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놈의 동굴이 얼마나 큰지.

힘을 조절하는 법을 터득하고 익숙해진 경지에 이른 지금에 이르러서 나름 속력을 내며 앞을 향해 달려 나갔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동굴이 아무리 넓어도 이게 가능한가 싶은 마음에 과거회상을 하며 달려보았지만 역시 헛수고였다.


“이게 말이 돼? 몇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는데 출구는커녕 길이 계속 이어진다고? 대충 계산 해봐도 마라톤 풀코스는 완주한 것 같은데······.”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드래곤의 힘에 빨리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래도 칼과 정신이 완전히 융합된 이후에는 힘을 컨트롤하는 것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 달리기 시작했고 달라진 내 몸의 변화에 상당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단 남들이 전력질주로 달리는 속도로 아무리 달려도 숨이 차지 않았다.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지기 보단 오히려 점점 가벼워지는 바람에 일부러 중간에 속력을 줄였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완전히 전력을 다해 달려보지는 않았다.


이유는 단순히 다소 무서웠기 때문인데, 사실 내가 달리고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스웠지만 전력을 내면 과연 그 속도에 감당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점을 시작으로 한번 해보자는 마음대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마인드가 뇌리에 박혀 호기심은 잠시 접어두었다.


“그나저나 아무 생각 없이 달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하단 말이야.”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동굴이 넓어도 이정도로 넓은 것이 가능한가?

미로처럼 얽혀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일방통행으로 쭉 이어진 터널처럼 수십 킬로미터에 다다르는 길이의 동굴이 존재할 수 있을까?


물론 드래곤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보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힘들지는 않았지만 바닥에 대자로 누우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등으로 차가운 바닥의 기운이 느껴지며 서늘한 느낌을 선사했으며 그렇게 한동안 천장을 주시하며 생각하기를 멈추고 있을 때.


무언가 내 두 눈에 정체불명의 아지랑이들이 대기 중에 물결치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보랏빛을 품은 아지랑이였는데 한번 눈에 띄자 통로 가득 아지랑이들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원래부터 있었던 건가? 왜 지금까지 몰랐지.”


상체를 일으켜 대충 아지랑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잡을 수 있을 리 없었지만 어릴 적 구름을 만져보고 싶단 꿈을 꾼 적 있지 않은가?

그런 순수한 의미로써 손을 뻗어 아지랑이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지금 손에 잡힌 건가?”


단순히 통과할 줄만 알았던 아지랑이가 내 주먹 안에 갇혀있었다.

이내 이 세계는 내가 알던 곳과 다르다는 것을 다시 자각하며 아지랑이로 부터 눈을 돌린 순간, 또 다시 내 두 눈을 의심할 만한 광경이 포착되었다.


아까 잡은 아지랑이의 위치에 허공이 찢어진 듯 공간이 벌어져있었다.

원래의 나였으면 충분히 놀랄만한 광경이었지만 칼의 힘과 정신을 이어받은 현재의 내 정신은 한층 강해져있었고 호기심과 탐구심만이 불타올랐다.


생각해보면 드래곤이 있다면 판타지, 판타지하면 마법과 검이 공존하는 세계이다.

눈앞의 찢겨진 것은 추측하건데 마법에 의한 영역이 내 손에 의해 일부 뜯겨진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하마터면 영영 세상 밖으로 못 나갈 뻔 했잖아.”


찢겨진 틈으로 얼굴을 가까이 대니 미세한 바람이 불어오는 게 느껴졌다.

이 너머에 출구가 있다는 확신을 가진 나는 몸이 통과할 수 있도록 틈을 양손으로 벌린 뒤 빠져나왔다.


“혹시 모르니까. 원래대로 돌려놓는 게 좋겠지?”


허리를 숙이면 통과가 가능할 정도로 넓혀진 틈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손을 가져다대고선 아지랑이를 펴 바르듯 손을 놀려 보았지만 메워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파괴하는 건 가능했을지 몰라도 이것이 마법이기 때문일까.

그쪽 지식에 전무한 나로선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음을 깨달으며 손을 털고 찢겨진 틈을 그대로 둔 채,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는 생각보다 어둡지는 않네.”


하얗고 은은하게 발광하는 암석들 때문에 동굴은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풍경을 여유롭게 둘러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별 다른 것은 없네, 그 흔한 곤충도 없고.”


동굴을 거닐고 있는 내 발자국 소리만이 귀를 자극시킬 뿐.

별 다른 것이 없으니 다시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살점이 뜯겨져나간 내 볼에 손을 가져다대고 어금니를 쓰다듬었다.


‘볼에 손을 대도 어금니가 만져지는데 평상시와 똑같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이 몸은 내 것인데 마치 나와 굉장히 닮은 타인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묘한 느낌.


그렇다고 불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는 조금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은 들었지만 분명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 원인이겠지.


“오,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네.”


밖은 아직 어두워지기 전인지 밝은 빛이 동굴 내부로 스며들고 있었다.

조금 속력을 가해 금방 동굴의 밖으로 나온 나는 기지개를 켜며 짧게 신음을 흘렸다.


따스한 햇빛 과 녹음이 우거진 숲이 날 반겨주었다.

푸른 잎사귀의 무수한 틈새로 비춰지는 빛의 줄기가 매우 장관이었으며 풀 냄새가 그윽하게 내 후각을 자극시키니 그대로 크게 숨을 들이켰다.


“공기 하나는 예술이네! 야호!!!”


답답했던 동굴 속에서 공기 좋은 세상 밖으로 나오니 큰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나의 이 외침에 숲의 나무들과 땅이 크게 진동하였으며 무수한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


앞으로는 이 힘에 완벽하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항상 의식한 채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뇌리에 박혔다.


“함부로 큰 소리도 내지 못하겠네.”


멋쩍은 마음에 괜히 머리카락을 쓸어내린 뒤 눈을 감고 최대한 힘을 가지기 전의 몸 상태를 떠올리며 최대한 억제시켰다.


이것이 스스로 터득한 힘의 컨트롤 방법이었다.


“일단 위험한 상황도 생각해서 이 정도까지만 제어하고······.”


고개를 내려 발목까지 내려오는 누더기의 천을 양 손으로 집은 뒤 인상을 찌푸렸다.

정체불명의 얼룩과 좋지 못한 냄새까지 풀풀 풍기며 군데군데 구멍까지 나있었다.


진짜 최대한 몸은 가려야하니 이거라도 걸치고 있어야지, 해서 어쩔 수 없이 입고 있는 게 아니었으면 당장 벗어 던져버렸을 것이다.


“차라리 박스가 훨씬 나을지도.”


짧은 한숨을 쉰 뒤, 나는 냇가를 찾기 위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다행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은 호수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목도 축일 겸 대충 몸을 씻기로 하였다.


그런데, 호수에 비친 내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이번에는 좀 당황스러운데.”


그 증거로 내 입은 의지와 상관없이 어색한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호수를 거울삼아 더욱 자세하게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지만 역시 생전의 내 모습과는 다른 얼굴이 비춰질 뿐이었다.


하얀 걸 넘어 은은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은발의 머리카락은 어깨 위까지 자라있었지만 지금까지 자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눈동자는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뜯겨진 내 볼을 보아선 분명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확실한데 다른 사람을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불현듯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누더기 천은 내 허벅지까지 내려오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발목에 이르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평소의 내가 바라보던 시선의 높낮이가 틀린 것 같기도 했으며 내 두 손은 희고 가는 것이 마치 여성의 손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호수에 비친 내 얼굴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쉽게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중성적이었는데.


다행이 내가 남자라는 증거는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 이렇게 모습이 바뀐 거지?”


포커스가 내 자신으로 맞춰지자 목소리도 중성적이게 바뀌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처음으로 당황한 나는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설마, 칼이 내 정신과 융합한 탓에 이런 모습으로 변화해 버린 것인가?!”


어째서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된 것인지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호수의 반대편 너머의 소음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몸의 이곳저곳을 손으로 더듬어보며 달라진 내 자신을 확인하기 바빴던 나는 다수의 존재가 접근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깜짝이야!”


“!!!”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성인 남성보다도 큰 도마뱀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는데, 서로 짧은 아이컨택과 나의 놀란 괴성에 도마뱀은 상당히 놀란 기색으로 고개를 숙이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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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5. 장악(掌握)의 악마 +1 19.01.25 1,032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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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4. 우롱토끼 (2) 19.01.23 1,125 13 9쪽
11 4. 우롱토끼 19.01.22 1,311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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