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514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1.12 22:08
조회
5,609
추천
62
글자
7쪽

1. 좀비가 되었다. (2)

DUMMY

얼마동안은 조심스럽게 걷는 방법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조금만 힘을 준채 땅을 내딛으면 두부를 으깨듯 바닥이 깨져버리는 바람에 속도를 낼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더 이상 당황해하지는 않았다.


내 지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며 살아남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생각보다 나는 정교하게 꿈을 꾸는 스타일인가? 힘을 컨트롤하는 게 쉽지가 않네.’


꿈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대로 벌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이 육체에 흐르는 힘은 제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영화 속의 히어로가 된 것 같은 착각.

현실에서 초능력이 생긴다면 이런 기분일까 생각했다


‘물론 꿈이지만.’


실없이 미소 지으며 천천히 앞으로 계속 걸었다.

그러다 잠시 쉬어가자는 의미에서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훔치며 뒤로 돌아보았다.

내 시야에는 밝게 보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칠흑과 같은 어둠임에 틀림없었다.


“너무 천천히 걸어서 그런가, 여기까지밖에 못 왔네.”


한숨을 푹 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배는 고프지 않았고 목도 마르지 않았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이 상황도 꿈이라고 생각 들기는 마찬가지지만 꿈속에서 나는 또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짐승처럼 낮게 울던 목소리와 붉게 물든 시야.

그건 대체 뭐였을까?

꿈속에서 꿈을 꾸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의문을 느끼면서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냥 달려 나가볼까?”


넘치는 힘을 제어하고자 이대로 살금살금 도둑마냥 숨죽이고 걸을 생각을 하니 점점 속에서 근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꿈속이면 조심스레 움직일 필요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니 아까까지의 조심스럽게 행동했던 자신이 미련하게 느껴졌다.

꿈속이라곤 하지만 형식상 발목을 돌리며 근육을 풀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땅을 부술 정도의 각력이라면 순간가속은 상당할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준비하시고~”


혼자 중얼거리며 다리에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콰드드득!!!


거친 파열음이 마치 땅이 울부짖는 것처럼 동굴 내부를 울려대기 시작했다.

내 신체가 마치 거친 엔진 음을 내는 스포츠카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있는 힘껏 대지를 박차기 위해 호기롭게 땅! 이라고 외친 그 순간, 또 다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리는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질 뻔 했다.


- 다행스럽게 내 육신을 제대로 계승받은 것 같아 한시름 놓았소.


“사라진 거 아니었어요? 갑자기 말 걸지 말아주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짧게 너털웃음을 내며 남성은 말을 이었다.


- 미안하네, 그럴 생각은 없었다는 것만 알아주시게. 자네가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지지 않도록 마지막 절차만이 남아있네.


“이번에는 또 뭐죠?”


내 몸이 멋대로 움직였던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남성은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부정한 뒤에 곧바로 차분하게 알려주었다.


-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자네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지표가 될 이야기일세.


나는 남성의 말에 상당히 긴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자리에 다시 앉아 경청했다.


그렇게 조용하게 반박도 하지 않으며 남성이 하는 말을 계속 들었으며 내 표정은 점점 일그러짐을 느꼈다.

그것이 상당히 복잡 미묘해서 어떤 감정에 의해 지어진 것인지 쉽사리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남성이 한 말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내 머릿속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드래곤이었고, 신 아리아의 계시로 인해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나를 이세계로 불러들였으며 다가올 예언에 대비하여 다른 차원에 몸을 담고 있는 존재의 육체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세계에 소환된 내 육체는 거의 죽음에 가까운 상태였으며, 원인 불명의 이변까지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설명하며 드래곤은 알 수 없다는 듯 의문형으로 내게 말했지만 그것을 들은 나는 좀비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이 대형 트럭에 치이기 직전이었던 것과 다른 세계로 넘어온 뒤 보인 붉게 물든 시야.

그리고 낮게 울린 그르렁 소리, 고통을 못 느끼는 신체.

막연히 꿈이라고 단정 짓고 있던 내 무른 생각이 현실에 맞춰지고 있었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의식이 단절되기 전 마지막으로 바란 내 소망.

흩어진 기억의 조각이 하나로 뭉치며 떠올랐다.


죽고 싶지 않다.


드래곤은 차원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내 몸에 이변이 생겼다고 했다.

그것은 죽고 싶지 않다는 내 바람이 시공간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변질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 결과 죽음을 발버둥 치며 저항하는 모습이 마치 좀비와 흡사하게 내 몸이 변화의 과정을 거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래곤은 이후에도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변질된 내 정신을 올바르게 유지하기 위해서 칼이 붙잡아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 자네에겐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자네의 변질된 정신을 이렇게 올바르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것이 실상이네. 앞으로 자네와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것이 마지막일 테지.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상당히 무미건조한 어조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한쪽 시야가 점점 빨갛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 변질된 정신과 융합하여 변이를 막을 생각이네.

이제부턴 나의 육신과 정신은 온전히 자네의 것이 되는 것일세.

세계의 운명을 단 한명의 인간 손에 맡길 수밖에 없는 무능한 세계이지만 부탁하네.


“잠깐만요, 저보고 이제 어떻게 하라는 건데요?!”


- 요정계에 있는 나의 딸과 세계수를 찾아가시게. 세계수로부터 이름을 부여받은 실버 드래곤이니 어렵지는 않을 것이네.


“요정계? 전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하지만 드래곤의 대답은 이후에 들을 수 없었다.

한쪽 눈의 시야가 빨갛게 물들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비상식적인 육체의 힘은 드래곤의 것이었고 그에 따른 어둠을 꿰뚫어보는 시야.

좀비처럼 고통을 못 느끼는 신체이지만 온전히 내 정신을 붙들고 있을 수 있는 것은 드래곤의 정신이 내 안에서 융합된 덕분일 것이다.


“후······.이제는 인간도 아니고 좀비도 아니고······.”


한동안 동굴의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칼이 급하게 서두른 이유도 완전히 변질되어 버리면 드래곤인 그라 할지라도 손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던 칼이 날 이곳으로 오게 하였다고 해도 애초에 죽을 목숨이었으니 생명의 은인이 되는 건가.’


새롭게 부여받은 목숨이다.

과정이야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칼의 유언대로 이번 생은 사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거창하게 세계의 운명이라던가, 오글거려서 내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겠지만 우선 칼의 딸을 찾아가보자.


“요정계에 있는 자신의 딸을 찾아가라고 했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 작성자
    Lv.10 qszAXaa1..
    작성일
    19.01.24 22:03
    No. 1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훔치며
    좀비인데 땀이나나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이호비
    작성일
    19.01.24 23:01
    No. 2

    글의 중간부분에서도 나오지만 정확히는 주인공이 차원을 넘어오기 직전 교통사교를 당해 정신을 잃어가는 도중 죽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소망이 차원을 넘는 와중 이변이 생겨버리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작품 속 드래곤이 있는 세계에서도 좀비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드래곤도 주인공에게 말하기를 좀비가 되었다가 아닌 이변이 생겼다고만 말하며, 이는 드래곤이라는 존재조차 처음 보는 케이스라는 것이죠.

    주인공은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와 특성이 좀비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
    흔히 알고 있는 좀비의 특성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주인공의 몸에 깃든 것입니다.

    정확히는 주인공이 알고 있는 선에서의 좀비라는 이미지가 딱 이정도구나 라고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 풀어가는 것도 하나의 열쇠로써, 이야기를 진행시킴에 따라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

    제 글을 읽어주시고 소중한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__)≫ 꾸벅
    답변이 도움 되셨으면 좋겠고, 제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감사합니다. ^^7 충성충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n1******..
    작성일
    19.02.05 01:17
    No. 3

    파이팅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은색의왕
    작성일
    19.02.06 00:12
    No. 4

    멍 때리듯→멍하니
    멍 때리다란 말 자체가 없어용...그냥 요새 만들어진 신조어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은색의왕
    작성일
    19.02.06 00:15
    No. 5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생겨버린 것이다←문장이 이상함.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이호비
    작성일
    19.02.06 01:50
    No. 6

    피드백 감사합니다. 수정 완료했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소설보러
    작성일
    19.03.05 16:10
    No. 7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2) 19.01.30 843 13 9쪽
17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19.01.29 868 13 8쪽
16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만왕 19.01.28 897 12 9쪽
15 5. 장악(掌握)의 악마 VS 우롱토끼 19.01.26 954 14 9쪽
14 5. 장악(掌握)의 악마 +1 19.01.25 1,032 14 11쪽
13 4. 우롱토끼 (3) +1 19.01.24 1,175 14 19쪽
12 4. 우롱토끼 (2) 19.01.23 1,124 13 9쪽
11 4. 우롱토끼 19.01.22 1,310 14 9쪽
10 3. 저주받은 수녀 (3) +3 19.01.21 1,373 21 8쪽
9 3. 저주받은 수녀 (2) 19.01.19 1,434 17 12쪽
8 3. 저주받은 수녀 19.01.18 1,517 20 9쪽
7 2. 변질화 (3) 19.01.17 1,698 21 10쪽
6 2. 변질화 (2) 19.01.16 1,896 27 7쪽
5 2. 변질화 19.01.15 2,299 28 8쪽
4 1. 좀비가 되었다. (4) 19.01.14 3,287 37 14쪽
3 1. 좀비가 되었다. (3) +1 19.01.13 4,223 44 11쪽
» 1. 좀비가 되었다. (2) +7 19.01.12 5,610 62 7쪽
1 1. 좀비가 되었다. +5 19.01.12 7,957 7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