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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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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520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1.16 21:35
조회
1,896
추천
27
글자
7쪽

2. 변질화 (2)

DUMMY

물에 흠뻑 젖은 누더기 천은 무게에 의해 밑으로 축 처졌고 안 그래도 헐렁했던 옷은 자꾸 어깨선을 탈출하는 바람에 한 손으로 붙잡고 있어야 했다.


나머지 남은 손으로 대충 물기를 짜며 물 밖으로 나왔다.


“카지락스타님. 몸을 닦을 천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응, 고마워 리코.”


여정을 떠나기 전 간략한 자기소개를 통해 이름은 외워두고 있었다.

내게 흰 천을 건넨 리자드맨의 이름은 칼가리코.

칼가진쿠의 여동생이며 강철로 만든 봉을 무기로 사용한다.

상당한 실력을 가진 오빠의 동생답게 칼가족 내에서도 뛰어난 무위를 자랑한다고 의기양양하게 자신을 피력했던 기억이 난다.


“카지락스타님 의복을 준비했습니다.”


칼가진쿠가 다른 리자드맨에게 무언가를 건네받으며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싫은 티를 숨기지 않았다.

칼가진쿠의 손에 들린 것은 의복이 아닌 무구였다.


“움직일 때도 불편하고 무엇보다 갑갑해서 싫다니까.”


“······.”


애초에 몸집이 작아진 탓에 저런 것들을 착용 해봐도 사이즈 자체가 맞지 않았다.

리자드맨은 성체가 된 이후엔 몸을 지켜줄 무장을 착용하지만 그 전까지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생활을 한다고 한다.

때문에 몬스터들만 득실거리는 무린에 내가 입을 옷은커녕 사이즈가 맞는 갑옷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까지 이 누더기 옷을 입은 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고 이 더럽고 누추한 누더기를 계속 입고 싶을까.


“칼가본코, 모닥불을 좀 더 지피도록.”


“알겠습니다.”


칼가진쿠는 애써 꺼낸 무장을 정리하며 다른 리자드맨에게 명령했다.

나는 준비된 식사를 할 겸 옷을 말리기 위해 모닥불 근처로 바짝 다가갔다.

칼가진쿠의 명령을 받은 나머지 리자드맨들은 분주하게 움직여 모닥불의 화력을 키우고 내게 큼지막한 고기를 쌓아놓은 나무 접시를 대령했다.


소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온 듯 엄청난 양의 고기들이 눈과 코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따로 양념은 하지 않았지만 흘러내리는 육즙과 고기 본연의 향기로움에 점점 매료되어 간다.

나는 별 말없이 큼지막하게 썰어놓은 고기를 손으로 잡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씹는 맛과 부드러운 육질은 소고기와 같았고 통째로 뜯어 먹는 탓인지 고기 뭉텅이를 씹을수록 육즙이 입 안 가득 흘러 넘쳤다.

기가 막힌 맛에 홀려버린 것인지, 오른쪽 뚫린 뺨으로 기름기가 흘러내려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런 간도 하지 않았지만 입 안 가득 채우는 육즙만으로 내 미각을 속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각양각생의 양념과 조미료가 어우러진 고기를 넘기는 것 같았다.


‘뭐지? 멈출 수가 없어.’


허겁지겁 먹는 내 모습에 동요를 느끼면서도 두 손 가득 들린 고기에 여전히 시선을 고정한 채 삼켰다.

생각해보니 카지락스타에 의해 이쪽 세계로 넘어오고 나서 뭘 먹은 기억이 없었다.

배고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먹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배고프진 않지만 멈출 수 없어!’


점점 먹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채, 피에 굶주린 늑대처럼 온 신경이 고기 한 점에 고도의 집중이 가해짐을 느꼈다.


“카지락스타님···?”


내 먹는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칼가진쿠가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먹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내 시야가 점점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안 돼!’


이 현상은 절대 잊을 수 없었다.

변질화가 진행 중일 때 가장 먼저 시야가 붉게 물들어간다.


그것은 신호탄인 동시에 내겐 경고의 의미가 담겨있다.

지금 억제하지 않으면 정신을 잃고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를 일이다.


“카지락스타님 괜찮으십니까?”


바로 옆까지 다가온 칼가진쿠에도 불구하고 무시한 채 고기만을 뜯고 있는 나.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칼가진쿠가 양해를 구한 뒤 내 어깨에 손을 올리자, 내 두 눈의 시뻘건 안광이 칼가진쿠에게 향했다.


“으윽!!!”


집중이 흐트러진 덕분에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원래의 시야로 돌아오고 난 뒤, 짧은 두통이 격하게 몰려와 절로 신음이 흘러 나왔고 깜짝 놀란 리자드맨들이 내게 달려왔다.

나는 괜찮다는 의미에서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칼가진쿠. 조금 이르긴 하지만 여기서 하룻밤 보내는 걸로 하자. 그리고 잠시 생각하고 싶은 게 있으니 알아서 쉬고 있어.”


“······알겠습니다.”


칼가진쿠에게서 복잡 미묘한 기류를 포착했지만 무시한 채 고개를 돌렸다.

식사를 마친 리자드맨들과 쿠람들은 칼가진쿠의 명령에 의해 사냥을 나섰다.

혼자 있고 싶은 내 의중을 파악할 만큼 칼가진쿠는 정말 유능한 인재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칼가족의 대표로 있을 수 있는 것이겠지.

몬스터라고 지능이 인간보다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내 고정관념이 새로 쓰였다.


“어째서 변질화가 일어난 거지? 칼이 내 정신과 융합하는 것만으로는 완전히 억제하는 게 불가능 한 건가?”


혼자 남게 된 나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방금 전의 이상 현상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변질의 징조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을 때였어.”


고기를 씹고 삼키는 순간부터 충동적으로 먹기 시작했고 제어할 수 없게 되었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만으로 칼의 정신융합을 뛰어넘어 발현하게 되는 것일까?


“내 몸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우선 평상시에 낭비되는 기운은 방파제 역할로 돌려야겠네.”


칼가진쿠와 다른 몬스터들이 날 칼로 생각하는 이유가 내 몸에서 흐르는 드래곤의 기운 때문이다.

그 기운을 사용하여 정신융합에 또 다른 막을 형성하였다.

이제 이 기운을 스스로 풀지 않는 이상, 드래곤의 기운을 뿜는 존재가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보여 질 것이다.


다음은 외부요인에 대한 대비였다.


우선 식사는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아사하기 직전에는 최소한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실험해보기로 결정했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오랜 굶주림으로 변질화의 진행이 증폭되는 결과를 초래하여서는 안 된다.

여러 실험을 통해서 천천히 알아보는 것이 중요했다.


첫 번째 실험은 오랜 시간동안 식사를 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알아보는 것과 활동하는 것에 제약이 없을 정도의 식사량은 어느 정도인지.

마지막으로 육식이 아닌 채식으로 변경해 보기로 했다.


“설마 음식을 섭취하는 걸로 변질화가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 모아 얼굴을 파묻고 일렁이는 불길을 바라봤다.

빨간 두 눈이 모닥불의 불빛을 받아 영롱한 색을 발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칼가진쿠 일행을 기다리며 한동안 그 자세 그대로 멍하게 정신을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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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19.01.29 868 13 8쪽
16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만왕 19.01.28 897 12 9쪽
15 5. 장악(掌握)의 악마 VS 우롱토끼 19.01.26 955 14 9쪽
14 5. 장악(掌握)의 악마 +1 19.01.25 1,032 14 11쪽
13 4. 우롱토끼 (3) +1 19.01.24 1,175 14 19쪽
12 4. 우롱토끼 (2) 19.01.23 1,125 13 9쪽
11 4. 우롱토끼 19.01.22 1,310 14 9쪽
10 3. 저주받은 수녀 (3) +3 19.01.21 1,373 21 8쪽
9 3. 저주받은 수녀 (2) 19.01.19 1,435 17 12쪽
8 3. 저주받은 수녀 19.01.18 1,517 20 9쪽
7 2. 변질화 (3) 19.01.17 1,698 21 10쪽
» 2. 변질화 (2) 19.01.16 1,897 27 7쪽
5 2. 변질화 19.01.15 2,300 28 8쪽
4 1. 좀비가 되었다. (4) 19.01.14 3,287 37 14쪽
3 1. 좀비가 되었다. (3) +1 19.01.13 4,223 44 11쪽
2 1. 좀비가 되었다. (2) +7 19.01.12 5,610 62 7쪽
1 1. 좀비가 되었다. +5 19.01.12 7,957 7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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