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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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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509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1.3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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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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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9쪽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2)

DUMMY

“쿠키, 멈춰봐.”


날은 어느 새 어두워져 일반적으로 이동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것은 세라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그녀가 시도 때도 없이 멀미에 의한 구토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멀미만 아니었어도 벌써 수인족의 영토에 도착했을 텐데, 역시 계획한대로 딱 맞춰 진행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죄송해요, 우읍!!!”


쿠키의 등에서 능숙하게 뛰어 내릴 만큼 그녀의 멀미증세는 심각했다.

이것으로 벌써 몇 번째인지, 양 손으로 세는 것이 불가능 할 지경에 이르렀다.


“비울 것도 없을 텐데 여러모로 대단하네.”


지치지 않는 육체임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쌓이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진절머리가 났다.

걱정도 한 순간이지, 저렇게 해소를 하고난 뒤의 그녀는 언제 고통스러웠냐는 듯 멀쩡한 얼굴로 태연히 쿠키의 등에 올라탄다.


새로운 힘에 의해 어두워진 주위에도 불구하고 대낮처럼 보였지만 그건 그것대로 곤욕이었다.

한 여자가 헛구역질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애써 무시한 채, 등에서 내려왔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슬슬 세라의 체력이 한계에 가까워 졌을 것이다.


“오늘은 여기서 노숙하고 아침이 밝으면 다시 움직이자!”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나는 불을 지피기 위해 주변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뒤, 주변에 듬성듬성 난 억새풀과 죽은 묘목의 가지들을 주워 돌아왔다.


세라는 내가 정리해 놓은 곳을 중심으로 짐 가방에서 모포와 저녁 준비를 대강 마친 뒤, 쿠키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


“조용하네요.”


“그러게, 몬스터라도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여태 조용하고.”


주워온 풀과 나뭇가지들을 놓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이곳 사정을 모르는 만큼 더 이상 할 말은 없었다.


세라도 의구심을 가지고 물어본 것은 아닌지 불을 피우기 쉽게 옆에서 거들어 주기 시작했다.


구덩이를 조금 판 뒤 죽은 묘목의 나뭇가지를 쌓고 그 틈으로 억새풀을 집어넣었다.

대강 준비를 끝마치니 세라가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서 검붉은 색의 울퉁불퉁한 광석이 튀어나왔다.


내가 관심을 가지기도 전에 세라는 작은 나이프를 꺼내들고선 광석을 살짝 깎아내렸다.

별 다른 힘도 기술도 필요 없었다.

나이프로 쓱 긁어내니 매끈해진 표면을 따라 미세한 입자들이 억새풀 위로 쌓여졌고 곧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비슷한 물건을 떠올리니 바로 부싯돌이 떠올랐다.


이곳 세계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일지 몰라도 내겐 신기한 광경으로 다가왔다.

또 한 번 경험을 쌓았다는 의미도 컸으며, 지난 날 혼자서 불을 피우기 위해 별 짓을 다했던 나날을 떠올리면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였다.


“엄청 편리하잖아, 이거 이름이 뭐야?”


“마나스톤이에요. 불, 물, 바람, 땅 4가지 원소를 담아낸 마법 도구로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만큼 생활에 필요한 힘만 담겨있는 편이죠.”


세라가 설명을 하는 동안 나는 흥미롭다는 듯, 손에 들린 마법도구를 바라보았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대부분 하나의 마나스톤에는 한가지의 원소가 새겨지는데 이건 불의 원소가 담긴 마법도구예요.’라는 부연 설명을 끝으로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불씨는 그 짧은 시간동안 어느새 타올라 있었고 나는 장작을 추가로 올려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세요?”


“열심히 달렸으니 뭐라도 먹여야지, 먼저 먹고 있어 금방 돌아올 테니까.”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쿠키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세라는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며 자리에서 일어나 보였지만 내가 극구 사양했다.

인간의 몸으로 이 이상 무리하기보단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에서였다.


나와 처음 대면했을 때, 스스로 저주라고 말하던 힘을 무리하게 사용했으며 제대로 회복되기도 전에 멀미를 안고 여기까지 왔다.

피곤하지 않은 척 할 뿐이지 억지로 버티고 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


“알겠어요.”


미안해하며 마지못해 자리에 앉은 세라를 확인한 뒤, 나는 홀로 어둠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첫인상이 좀 그랬을 뿐이고 사실은 엄청 착하단 말이지.’


죽자 살자 달려들었던 그날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면 전혀 딴판이었다.

조금 무뚝뚝한 면도 보이긴 하지만 말과 행동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주위의 평판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섣부른 판단일지도 몰랐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쿠키는 몬스터만 잡아줘도 알아서 잘 먹을 테고. 흠, 동물이라도 한 마리 잡아서 돌아가자.”


실은 멀미에 의해서 하루 종일 속을 비운 세라를 위해 제대로 된 고기라도 먹여줄 심산이었다.

그렇게 사냥감을 모색하기 위해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던 중, 조그마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드넓은 대초원을 훑어보아도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으니 저건 소동물이 틀림없었다.


“우선 동물부터 잡아볼까.”


간단하게 몸 푸는 시늉을 한 뒤에 그대로 달려 나갔다.

어차피 기척을 숨기나 안 숨기나 이 정도의 스피드라면 절대 놓칠 리가 없었다.

다큐에서 본 치타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빨랐다.

물론 실제로 비교해 볼 순 없지만 그걸 꼭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물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치타가 가장 빠른 동물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곳의 동물이 좀 더 뛰어난 육체능력을 가지고 있다한들 내 스피드를 능가하는 녀석은 없으리라 판단했다.


“역시!”


움직임이 포착된 곳을 향해 달려 나가고 얼마 안가 그대로 낚아챘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으며 나는 사냥감을 확인해 보았다.


“토끼잖아, 이곳에도 토끼가 살고 있었네. 근데, 어디가 안 좋아 보이는데.”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토끼 한 마리가 몸 전체를 들썩일 정도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딱 보기에도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몸 전체가 검은 털로 덮여있었고 큰 귀엔 두 줄의 흰 줄무늬와 오른쪽 눈엔 클로버 모양의 흰 반점이 새겨져 있었다.


“흠, 오늘은 그냥 돌아갈까.”


아픈 녀석을 이대로 돌려두기엔 이미 눈에 띈 상태였고, 이대로 다시 사냥을 감행하자니 녀석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지 않았기에 그냥 돌아가기로 선택했다.


어차피 식량은 충분했으며 쿠키는 트롤 고기를 잔뜩 포식한 상태였기에 하루 정도는 굶어도 상관없어 보였다.

그래도 풍족한 게 좋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사냥이었지만 졸지에 자선을 행할 줄이야.


감성이 북 받쳐 오른 것도 아니었다.

그저 힘든 녀석을 눈앞에 두고 무시하기에는 지금의 내가 그러지 못할 뿐이다.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자.


지구에 있을 적의 나였다면 어땠을까.

애초에 나는 섣불리 행동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내가 이곳으로 넘어오게 되며 다 죽어가던 목숨을 칼에게 새로운 삶을 받게 된 뒤로 사상 자체가 크게 뒤틀려버린 게 틀림없었다.


원래 평소하지 않던 행동을 행할 때는 잡다한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기 마련이다.

지구에 있을 당시의 나는 그랬다.

변명인지 자기 합리인지 모를 생각들이 뒤죽박죽 섞여 내 행동에 대한 타당성을 부여한다.

인간이었기에 그랬던 것일까?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조금 달랐다.

지금 하는 행동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도 쑥스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주변 시선에 신경 쓰며 위선을 떠는 사람들.

그런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지금의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맑아져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착 가라앉으며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신비로운 경험 속에서 나는 품에 안긴 토끼를 바라보았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의 생각을 엿본 것 같은 착각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의 나로 돌아온 것 같았다.


혼란스러울 법했지만 이것 또한 드래곤의 정신에 의한 영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인간과 드래곤이 생각하는 영역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평범한 인간의 그릇에 다른 무언가를 담아낸다면 내용물이 뒤섞이고 무언가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불가사의한 현상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온들 이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성을 가진 생명체로서 더욱 성숙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


신비로운 경험을 받은 뒤, 아픈 토끼를 데리고 세라와 쿠키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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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2) 19.01.30 843 13 9쪽
17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19.01.29 868 13 8쪽
16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만왕 19.01.28 897 12 9쪽
15 5. 장악(掌握)의 악마 VS 우롱토끼 19.01.26 954 14 9쪽
14 5. 장악(掌握)의 악마 +1 19.01.25 1,031 14 11쪽
13 4. 우롱토끼 (3) +1 19.01.24 1,175 14 19쪽
12 4. 우롱토끼 (2) 19.01.23 1,124 13 9쪽
11 4. 우롱토끼 19.01.22 1,310 14 9쪽
10 3. 저주받은 수녀 (3) +3 19.01.21 1,373 21 8쪽
9 3. 저주받은 수녀 (2) 19.01.19 1,434 17 12쪽
8 3. 저주받은 수녀 19.01.18 1,517 20 9쪽
7 2. 변질화 (3) 19.01.17 1,698 21 10쪽
6 2. 변질화 (2) 19.01.16 1,896 27 7쪽
5 2. 변질화 19.01.15 2,299 28 8쪽
4 1. 좀비가 되었다. (4) 19.01.14 3,287 37 14쪽
3 1. 좀비가 되었다. (3) +1 19.01.13 4,223 44 11쪽
2 1. 좀비가 되었다. (2) +7 19.01.12 5,609 62 7쪽
1 1. 좀비가 되었다. +5 19.01.12 7,956 7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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