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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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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524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1.21 21:45
조회
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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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8쪽

3. 저주받은 수녀 (3)

DUMMY

짧은 거리였기에 순식간에 좁혀 들어갈 수 있었지만 여성이 옆으로 굴러 피하는 바람에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말았다.


“쳇!!!”


죽이지 않고 붙잡는다는 선택이 도망칠 틈을 내어주었다.

나는 귀찮다는 듯, 혀끝을 차며 여성에게 눈길을 돌리는 동시에 몸을 비틀어 발목을 붙잡았다.


“크윽!”


급하게 잡다보니 힘이 많이 들어간 탓인지, 여성이 신음을 흘리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상관하지 않고 발목을 잡아 끈 다음에, 양 손으로 두 손을 붙잡아 두었다.


“으으윽!!”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서 미안해, 너랑 싸울 생각은 없어. 대화를 하고 싶을 뿐이니 얌전히 있어줄래?”


여성의 발목에 내 손자국과 동시에 피멍이 들기 시작했고, 양 손목에도 푸르스름하게 멍 자국이 자리 잡혀 있었다.


“사악한 마물을 거느리는 네 녀석의 말에 현혹되리라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말이 안 통하네.”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굳은 결의가 느껴졌다.

말을 듣느니 차라리 죽여라는 기백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난감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다시 여성의 고통에 찬 신음이 튀어 나왔다.


“으윽!!!”


이상한 힘을 쓰는 것과 다르게 몸은 인간처럼 연약한 모양인지, 내가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부러질 것만 같았다.


‘좀 더 힘을 빼야겠다.’


기절을 시켜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말로 설득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기절 시키는 방법을 몰랐다.

그때 축 늘어져 있던 쿠키가 정신을 차리고 날 확인하더니 곧장 달려오려 했으나, 나는 쓰러져 있는 칼가진쿠 쪽을 바라보며 다른 리자드맨들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명령을 내렸다.


비틀거리며 힘겹게 걸음을 내딛는 쿠키였지만 칼가진쿠보다는 상황이 좋아보였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둘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나는 다시 여성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떻게 해야 진정시킬 수 있지?’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내 입은 반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 말을 좀 들어봐,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마물을 부리는 모습을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네 녀석들의 간악한 술수에는 더 이상 넘어가지 않는다.”


아예 고개까지 돌려 보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양 손을 붙잡아 두고 있던 손을 풀었다.

이제는 단 둘만 남아있는 상황이었고, 어차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저 여성이 원하는 대로 해보라는 의미였다.


자신만만한 태도였지만 한 가지 불확실한 요소가 마음에 걸렸다.


내 몸 안이 어떤 상황인지는 모른다.

치유가 되었을 수도 있고 내상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성을 풀어주었다.


나는 또 다시 도박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만약 내상을 입은 채 그대로였다면 여성을 붙잡기 위해 격한 움직임을 보였을 때, 분명 이상신호라던가 피를 토해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러한 징조는 보이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한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트롤의 피를 마신 것으로 인해 재생력을 가지게 된 것이라면 내상이 치유 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단, 지금도 유효하다면 말이다.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말로 안 되면 행동으로 믿음을 심어주는 수밖에.”


여성을 향해 두 팔을 뻗어 보이며 원하는 대로 해보라는 제스처를 보내었다.


이걸 도발로 받아 들였는지는 몰라도, 이를 바득, 갈며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짓던 여성은 손뼉을 치며 두 손을 포갠 뒤 두 눈을 감았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팔짱을 낀 채 서있었다.


저 여자의 힘이 완전히 소진하기 전까지 내가 서있을 수 있다면 나의 승리.

힘이 다하기 전에 내가 쓰러지면 나의 패배이다.


“광야에 축복을 내리신 여신 아리아의 이름을 외치니, 비옥한 대지 위 천명을 받은 12천사와 어둠에 맞설 광명을 내려주시고 홀로 어둠에 맞서 영광스런 승리를 거머쥔 성녀 유하여제의······”


“!!!”


여성이 눈을 감고 기도를 시작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입가를 타고 상당한 양의 피가 쿨럭,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그다음 코, 눈, 귀 순으로 피가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쿨럭!! 커헉, 컥!!”


후두두둑······.


상당한 출혈이 땅바닥을 적시기 시작했고 나는 급히 입을 틀어막는 동시에 눈앞의 존재에게 시선을 고정 시켰다.


누가 보더라도 무방비한 모습이었다.

지금이라도 멈추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가지지 않았으며, 이제는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다리의 근육들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한쪽 무릎이 꿇리고 말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여성의 기도는 멈출 줄 몰랐고 근육들이 서로 뒤엉켜 더욱 강하게 옥죄어오는 것을 느끼면서 나머지 무릎마저 꿇을 수밖에 없었다.


“······하시고, 부름에 가르침을 선사하시니 이 땅에 축복이 깃들기 시작하였노라. 이 땅에 위대한 3명의 왕들이······”


‘근육들이 끊어지는 거 같아···!!’


최대한 버티기 위해 몸에 힘을 가하는 만큼 더욱 강하게 옥죄어온다.

이대로 가다간 몸 내부로 폭발이 일어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힘을 조금 개방시켜 보았지만, 내부에 가해지는 힘도 커지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하며 시간은 그렇게 계속 흘러갔다.


나는 계속해서 조금씩 힘을 풀어가며 저항하였고, 여성의 이마에는 맺혀있던 땀방울들이 얼굴 선을 따라 길을 그리며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악마에게 대항할 힘을 내려 주시니, 더 이상 이 땅 위에 고통 받는 이가 존재하지 않게 되네. 깊은 심연으로부터······”


‘언제까지 버텨야 해?!’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과도하게 쏟아지는 피를 보는 것은 썩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과다출혈로 죽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들만큼, 멈출 줄 몰랐지만 힘을 조금씩 개방할수록 쏟아져 나오는 양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계속 힘을 개방하니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꿇렸던 무릎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지만 여성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저항을 하며 그녀의 안색을 확인 하는 순간.

나는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여성의 목을 타고 검은색의 반점들이 얼굴 전체로 퍼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으며 옷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지금 당장 탈진으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입술도 바짝 말라있었고 파랗게 질려있었다.


고통을 참기위해서인지 마주잡은 두 손은 손톱으로 파고들어 피부를 뚫고 들어가기까지 했다.


“뭐 하는 거야?!”


“······.”


나는 여성의 양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깍지를 끼고 있던 손을 풀었다.

별 다른 저항을 보이지 않았다.

정신력으로 버틴 것인지, 손이 풀리자말자 힘없이 쓰러져 가는 몸을 붙잡았다.


‘생각보다 상태가 더 심각해.’


가쁜 숨을 내쉬며 몸의 떨림은 더욱 심해져가고 있었다.

목에서부터 올라오는 검은 반점들이 신경 쓰였지만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기에, 등에 업고선 칼가진쿠들이 있는 곳으로 급히 몸을 움직였다.


등에 업힌 그녀의 체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몸이었지만 귓가를 간질이는 그녀의 미약한 숨은 끓어오르는 용광로의 열기와 같았다.


“무리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결과야 어떻든, 나와 인연이 닿았기에 마주한 사람이다.

한번 죽음을 경험한 이질적인 나였지만, 새 생명을 부여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서 사람이 죽으면 잠자리가 좋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도발한 것도 있고, 참나!’


꺼져가는 촛불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조급해진 나의 발은 점점 빨라져만 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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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38 f4******..
    작성일
    19.01.22 07:12
    No. 1

    아는애를 죽이고 다짜고짜 죽일라카는데 왜 도와주는거죠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이호비
    작성일
    19.01.22 10:41
    No. 2

    주인공과 동행했던 리자드맨들은 정신만 잃고 쓰러졌을 뿐 죽지는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첫 공격을 받고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잠재능력을 이끌어내며 버티는 모습을 보이죠.
    리스크는 있었지만 상대의 힘을 받아냄으로써 어느 정도 힘을 사용하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할 것이라 파악을 하였고, 그렇게 혼신의 힘을 끌어낼 정도의 상대는 아님을 확신하게 되죠.

    게다가 이세계로 넘어오고 처음으로 마주하게 될 인간에 대한 호기심 또한 한 몫 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드래곤과의 정신융합에 의해 바라보는 시각자체가 달리지게 됩니다.
    드래곤의 성향이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죠.

    주인공의 겸손한 성격과 카지락스타라는 드래곤의 거만함과 관용이 서로 작용되어졌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답변이 만족스러우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제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감사합니다. ^^7 충성충성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82 돈복돈
    작성일
    19.05.05 09:38
    No. 3

    지죽일려고덤비는데살려준다초장부터고구마ㅠ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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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4. 우롱토끼 19.01.22 1,310 14 9쪽
» 3. 저주받은 수녀 (3) +3 19.01.21 1,374 2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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