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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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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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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164

작성
19.01.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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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장악(掌握)의 악마

DUMMY

“미안, 설마 멀미가 심할 줄은 생각도 못했네.”


“괘, 괜찮아요, 조금만 쉬면······.”


무린을 빠져나와 대초원에 진입한 우리들은 한 가지 봉변에 의해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발목까지 올라온 들풀과 넓게 탁 트인 평원의 한 곳에 놓인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끌어안은 채 힘겨워하는 세라는 다시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우, 우읍!!”


‘으아······.’


황급히 고개를 돌려 하늘을 올려보았다.

이토록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청량한 기운이 몸속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았다.


‘저건, 독수리인가? 엄청 크네.’


“우욱!!”


물론 사운드에선 큰 오점이 있었지만, 쿠키마저 등을 돌린 채 땅바닥에 코를 박고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아, 하아······.”


겨우 진정이 된 세라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슬쩍 고개를 돌려 상태를 확인하니 입가를 쓱, 하고 닦는 모션이 눈에 들어왔다.

저절로 내 표정이 살짝 찡그러졌지만 금세 수습하고선 닦을 천을 건네주었다.


“죄송해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어요.”


“사과까지 할 행동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최대한 게워놓은 이물질에 시선을 두지 않기 위해 애를 썼지만, 인간의 호기심이란 나도 모르게 그 현장을 두 눈 속에 담아낼 수밖에 없었다.


‘참담할 것을 알면서도 확인하려 드는 것은 역시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겠지.’


천을 건네준 뒤 등을 돌린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오늘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개봉했도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어느 새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세라가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토사물은 이미 흙으로 덮여진 상태로 뒷수습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엄청 빨라!’


방금까지 힘겨워했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정심을 되찾은 세라는 내 표정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진정은 되었다고 해도 조금 쉬었다 다시 출발하는 걸로 하자.”


“예, 죄송해요.”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 나는 쿠키의 곁으로 다가가 품속에 파고들 듯 드러누웠다.

세라도 적당히 자리를 찾아 조금 떨어진 곳에 편하게 앉았다.


눈을 감으면 그대로 잠들 정도로 포근한 날씨였지만, 나와 세라는 정적 속에 사로잡힌 채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지속되어 쉬고 있지만 쉬고 있지 않는 것처럼 조금 불편한 시간이 흘러갔다.


유일하게 쿠키만이 햇볕의 포근함을 만끽하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


“······.”


침묵은 정확히 3분간 지속되었다.

마음속으로 초를 세고 있었기에 틀림없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혼자서 잡생각에 빠져있을 때, 정적을 깨부수며 세라가 입을 열었다.


“드래곤의 힘을 이어받은 인간이라니, 어떻게 된 거에요?”


세라의 표정에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나는 질문에 잠깐 생각을 가지고 대답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해 주었다.


“나도 몰라, 눈 떠보니 드래곤의 앞이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 밖에는······.”


다른 세계에서 넘어왔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 부분만 뺀다면 사실상 틀린 것은 아니니까.


“여신의 계시는 또 무슨 말이에요?”


이참에 궁금한 점은 다 물어볼 기세인가?

하지만 최대한 만족할 만한 대답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도 알고 있는 사실은 많지 않았다.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대답해 주었다.


“여신의 계시라는 것도 내게 힘을 준 카지락스타가 아리아에게 계시를 받았다는 것만 들었어. 자세한 얘기는 세계수에게 이름을 부여받은 자신의 딸을 찾으면 알게 될 거란 얘기 외엔, 시간이 조금 촉박했거든.”


내 말을 끝까지 듣고 난 세라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보이진 않았다.

다만, ‘세계수에게 이름을 부여받은 딸’이란 말에는 눈썹이 움찔거리는 것을 포착했다.

찰나의 변화였지만 나는 놓치지 않았다.


“더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


“너무 파고드는 것 같지만, 정체가 뭐죠? 어디 출신이에요?”


무슨 의도가 있어서 물어보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저 내가 특별한 케이스의 인간이기에 궁금해서 물어보는 느낌이 강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드래곤의 힘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나였어도 물어보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주제였다.


“나도 몰라, 기억을 잃었거든.”


하지만 이번만큼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발설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내린 결론이었다.

영혼을 나눈 사이도 아니고, 이 이상 본인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는 부분에 대해 판단을 흐려 섣불리 입을 놀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군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는 수긍했다.


“나도 물어봐도 될까?”


“예, 제 궁금증에 대해서도 선뜻 대답해 주셨으니 당연하죠.”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녀의 능력이었다.

단순히 손뼉을 치거나 손가락을 튕기는 행위만으로 칼가진쿠와 쿠키를 가볍게 제압했다.

그것이 마법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또 다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편하게 물어보라고 본인이 그렇게 말을 했으니 나는 사양 않고 질문을 던졌다.


“네가 사용하는 능력은 대체 뭐야? 마법은 아닌 것 같고, 내가 생각하고 있던 거랑은 조금 틀려서 말이야.”


“이건······.”


내 질문에 세라는 반 쯤 감은 눈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무언가 회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살짝 곤란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신의 손에 눈을 떼지 않고 대답해 주었다.


“칼이 생각하기엔 제가 마나를 이용한 마법을 부린다고 생각하나요?”


“응?”


그녀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의 짧은 되물음에 세라는 예상했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이었다.


“칼은 기억을 잃었다고 했죠?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마법이 어떤 형태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계를 이루는 3대 물질에 대해서는 알고 계신가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뭔가 이쪽 세계의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 같았기에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조용히 고개만 저어보였다.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어지는 ‘마나’는 소질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누구나 사용이 가능한 반면, 신성력은 여신께 선택받은 자만이 부릴 수 있는 특별한 힘으로 분류되죠. 그것은 마족들이 힘의 원천으로 삼는 마기 또한 마찬가지예요.”


오랜만에 수업을 받는 학생처럼 그녀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며 들었다.

모범학생의 타오르는 학구열에 탄력을 받은 그녀는 강의를 멈추지 않았다.


“이 3가지의 물질에 의해 세계가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죠, 세계수는 마나 호수에 내포된 고농도의 마나를 양식으로 삼아 요정들을 탄생시키는데, 이렇게 태어난 요정들은 마나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독자적인 능력과 힘을 사용해요. 이처럼 마나의 성질은 사용하는 자에 따라 변화무쌍한 만큼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죠.”


잠시 숨을 고른 뒤 세라는 다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신성력과 마기는 접근성이 용이한 것도,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에 따라서는 흔히 말하는 ‘기적’을 불러일으킬 수가 있죠.”


“기적이라고 한다면?”


내 물음에 어렵지 않다는 듯 곧바로 대답해 주었다.


“말 그대로의 기적을 말하는 거예요. 마나로는 생명을 창조할 수 없죠, 마나의 힘으로는 고작 명령을 받는 골렘을 만드는 것 밖에 할 수 없지만, 이 힘들은 골렘에 감정을 넣는 것쯤은 손쉽게 행할 수가 있다는 것.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마나에 대한 각종 연구도 있는 모양이지만······.”


“마나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거야?”


“훌륭한 힘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신의 권능에 비빌만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죠. 신성력도 그나마 신께서 허락한 범위 내에 힘을 빌려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들에겐 기적과 같은 결과를 불러일으키니까요,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는 게 가능하다면 기적이 아니고 뭐겠어요? 아, 물론 골렘에 감정을 부여하는 것은 인간이 사용가능한 신성력의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아요.”


세라가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말이 많아지고 대화가 진행되어가니 어느 정도는 경계심이 허물어 진 모양이다.


“하지만 이 힘들엔 공통적인 단점이 하나 있어요. 그건 사람들을 손쉽게 물들여버린다는 점이에요. 손쉽게 구원을 행할 수 있다면 마기는 사람을 한순간에 타락시켜 버리죠.”


거기까지 말한 세라가 양 팔을 내게 뻗어보였다.

얼굴엔 여전히 옅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지만 목소리엔 슬픈 감정이 내포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럼 지금까지의 얘기를 토대로 제가 사용했던 이 능력은 어떤 힘을 바탕으로 사용한 것이라 생각하나요?”


이건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없지 않나?

여신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떠올랐다.

뇌리에 깊게 박혀 있는 만큼 나는 확신에 찬 대답을 들려주었지만 세라는 고개를 저었다.


“신성력이지?”


“아니요, 마법, 신성력, 마기, 요정들이 부리는 특별한 힘도 아닌 단순한 저주에 불과해요.”


“저주는 또 무슨 말이야?”


“그것은······.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어요. 그날 밤 악마에게 저는······.”


거기까지 말한 세라는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기에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악마라는 단어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분위기도 바꿀 겸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던졌다.


“그나저나 세라는 어디에서 왔어?”


이쪽 세계에 관해서는 알고 있는 지식은 거의 전무했지만 대략적인 나라의 위치와 국명정도는 숙지하고 있었다.

세라는 인간이니 남쪽의 카말린, 루셈도, 요르나의 세 왕국 또는 동쪽의 분단된 이고시스의 코른과 아밀론 중 한 곳일 것이다.


“저는 요르나 최남단의 작은 마을에서 왔어요. 작은 수도원과 고아원에서 수녀로 활동 했었죠.”


“···했었다? 그만 둔거야?”


“아뇨, 그건 아니지만 단지······. 아, 아니에요, 얼른 출발하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세라가 황급히 보채는 탓에 나도 엉덩이를 털고 쿠키를 깨웠다.

눈을 뜬 쿠키의 등에 올라타며 그녀가 쉽게 오를 수 있게 손을 건네주었다.

내 손을 잡은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오는 것을 느꼈지만 태연하게 모른 척 넘어가며 입을 열었다.


“꽉 붙잡고 있어! 멀미가 난다고 해도 속도는 늦추지 않을 거니까.”


장난스럽게 말하는 내게 그녀도 맞장구를 쳐주었다.


“벌써 멀미는 극복했는걸요? 어서 가기나 하시죠?”


쿠키에게 “들었지? 최고 스피드로 한번 달려보자.”라고 말하자, 곧장 대초원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좀 더 이쪽 세계에 관해서 듣고 싶은 것이 산더미만큼 쌓여 있었지만 뒤로 미루도록 하자.


요정계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린다.

못 다한 이야기는 그때까지 나누면 되는 것이다.


“이 속도면 날이 저물 때쯤 수인족의 영토에 도달할 수 있겠어요!!”


“좋았어! 오늘은 수인족의 영토까지 가는 것으로 정하자!”


물론 세라가 멀미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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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2) 19.01.30 843 13 9쪽
17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19.01.29 868 13 8쪽
16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만왕 19.01.28 897 12 9쪽
15 5. 장악(掌握)의 악마 VS 우롱토끼 19.01.26 954 14 9쪽
» 5. 장악(掌握)의 악마 +1 19.01.25 1,032 14 11쪽
13 4. 우롱토끼 (3) +1 19.01.24 1,175 14 19쪽
12 4. 우롱토끼 (2) 19.01.23 1,124 13 9쪽
11 4. 우롱토끼 19.01.22 1,310 14 9쪽
10 3. 저주받은 수녀 (3) +3 19.01.21 1,373 21 8쪽
9 3. 저주받은 수녀 (2) 19.01.19 1,434 17 12쪽
8 3. 저주받은 수녀 19.01.18 1,517 20 9쪽
7 2. 변질화 (3) 19.01.17 1,698 21 10쪽
6 2. 변질화 (2) 19.01.16 1,896 27 7쪽
5 2. 변질화 19.01.15 2,299 28 8쪽
4 1. 좀비가 되었다. (4) 19.01.14 3,287 37 14쪽
3 1. 좀비가 되었다. (3) +1 19.01.13 4,223 44 11쪽
2 1. 좀비가 되었다. (2) +7 19.01.12 5,609 62 7쪽
1 1. 좀비가 되었다. +5 19.01.12 7,956 7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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