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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517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1.23 21:45
조회
1,124
추천
13
글자
9쪽

4. 우롱토끼 (2)

DUMMY

타닥!


“으음······.”


영롱하게 타오르는 모닥불의 장작 타는 소리에 슬며시 여성의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정신이 들자 하늘에 수놓은 아름다운 별들이 얼마나 시간이 흘러갔는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고 급히 상체를 일으켰지만 다시 누울 수밖에 없었다.


“으윽···!!”


조그만 움직임에도 강렬한 통증이 수반되어 머릿속이 새하얘질 지경이었다.


여성은 일단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모닥불의 열기가 닿는 곳까지 자신의 몸이 눕혀있었고, 여러 가죽을 겹쳐놓은 것인지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한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쓰러지기 전까지의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리자드맨들과 전격을 내뿜는 마수, 그리고 인간의 모습을 한 정체불명의 존재와의 전투.

특히 정체불명의 존재는 뇌리에 깊게 박혔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밤하늘을 빛내는 별들을 빻아서 모은 가루를 뿌린 듯 은은하게 발광하던 은백색의 단발머리와 피보다 진했던 진홍색 눈동자, 소년인지 소녀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 외모였지만 하는 행동은 남자와 같았고 목소리는 앳된 소녀에 가까웠었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자신보다 어려 보였지만, 그래봤자 큰 차이는 없어 보였고 마물을 거느리는 만큼 절대 인간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어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생각하는 것과 달리 얼굴에는 이미 죽음을 앞둔 사람의 체념이 섞여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정체불명의 존재와 그가 부리던 마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이 탈출을 하기 가장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꼼짝달싹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로프로 팔 다리가 묶여있는 것도, 커다란 돌로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도망을 칠 수 없었다.


‘지금 몸 상태로는 도망쳤다하여도 곧바로 붙잡히고 말겠죠.’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일까.

그녀는 잠자코 누운 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와 흐르는 물줄기의 청량한 소리, 그리고 이따금 바람이 불 때면 나뭇잎들이 서로 뒤엉켜 파도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좀 더,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느새 맺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또르르 흐르는 눈물에 스스로도 놀란 모양이었지만 닦아내지 않았다.


그저 눈물이 흐르는 대로 놔둔 채 흐느꼈다.

눈물 속엔 걷잡을 수 없는 여러 감정들이 녹아있었다.


“어? 깨어났네?!···우, 울어?!”


“······.”


언제 왔는지, 한손에 가죽 배낭을 가지고 나타난 존재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선 당황해 했지만 이내 조용히 그녀가 눈물이 그치기까지 아무 말 없이 있어주었다.

바람이 불어오며 다시 나뭇잎들이 파도소리를 만들어내었다.


그녀의 우는 소리를 숨겨주기 위해서, 울음이 멈추기 전까지 숲속의 파도는 한동안 계속 찰랑거렸다.


---


“어때? 조금 진정된 거 같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에게 새하얀 천을 건네었지만 여성은 애써 못 들은 척 무시로 일관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녀석은 아니야.”


그녀의 가슴팍에 천을 올려두며 말했다.

여성은 여전히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밤하늘을 올려만 보고 있을 뿐, 별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새벽의 찬 공기가 몸을 차갑게 만들었지만 모닥불에 장작을 넣으며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계속해서 신경을 썼다.


나는 정신을 잃은 여성을 업고 돌아온 뒤, 쿠키를 제외한 나머지 리자드맨들과 쿠람을 돌려보내게 했다.

나는 괜찮을지 몰라도 칼가진쿠는 여성의 이상한 능력에 큰 피해를 보았다.


내 부름에 부족의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동행해 주었다.


나는 별거 아닌 듯 내뱉은 말 한마디였지만 부족에게 있어 칼가진쿠는 특별한 존재이다.

그런 그가 목숨을 잃게 된다면, 날 따르는 존재들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는 짓이다.


비록 그들은 몬스터이고 내가 진짜 드래곤은 아니었지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쿠키도 무리의 우두머리이자 여성의 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이상하리만치 완강히 거부하는 몸짓을 보낸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남게 되었다.


다행이 내상을 그리 크게 입지는 않은 모양인지, 여성의 짐을 찾으러 갈 때도 동행하는 모습을 보일만큼 대단한 치유능력을 보여주었다.


체력과 남은 내상의 치유를 위해 트롤의 고기를 잔뜩 섭취한 쿠키는 내 옆에서 조용히 잠을 청하고 있었기에 나와 의문의 여성만이 별 하늘아래 맨 정신을 붙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째서 살려둔 거죠···?”


한동안 지속되는 정적을 부시며 여성이 입을 열었다.

나는 ‘드디어!’라는 반응을 속으로만 내비치며 입으로는 담담하게 질문에 대답해 보였다.


“말했잖아,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는 나쁜 녀석은 아니라고.”


“아직도······.”


“악마라고 하게? 미안하지만 너랑 같은 인간이야, 멀쩡한 인간에게 ‘너와 같은 악마의 말은 듣지 않겠다!’라는 말은 심하지 않아? 그리고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도 않았겠지.”


미리 준비해둔 장작을 불 속에 던져 넣으며 그녀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무표정인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녀에겐 말 못할 사연이 있어보였다.


“몬스터와 마물들은 평범한 인간들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럼 내가 평범한 인간은 아닌 모양이지, 그러는 너도 요상한 힘쓰잖아? 평범한 인간은 아닌 거 같은데?”


내 말에 그녀는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호감도가 한층 더 떨어진 것 같았다.


‘이미 바닥을 치고 있었는데, 그보다 깊은 심연 속으로 가라앉은 것 같아······.’


마음속으로 울분을 토해내며 나뭇가지를 불 속으로 던졌다.


“각자 사정이란 게 있잖아, 이런 말을 하는 게 옳은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카지락스타라는 드래곤의 정신을 이어받은 인간이라서 녀석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고, 몬스터들은 내가 그 드래곤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날 따르고 있는 거뿐이야.”


그제야 여성은 내게 시선을 보내었다.

그 눈동자에는 너무 놀란 나머지 믿기 어려운 감정이 뒤섞여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처음에 비해 많이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기에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쿠키의 털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믿기 어려울 수 있어, 나도 아직 실감 나지 않으니까.”


“···아뇨, 드래곤의 이름까지 언급되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니까요···”


힘없이 내뱉는 그녀의 표정은 해탈해보였다.

나는 그녀의 사연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지만 섣불리 물어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

그래도 무린에 오게 된 경위는 궁금했다.


“그나저나 무린까지 혼자 온 거야?”


“무린, 이라고 했나요?”


“응? 어.”


그녀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별 다른 말없이 긍정했고 여성은 한 쪽 팔로 상체를 지탱하며 살짝 일어나 보였다.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말렸지만 여성은 상관없다는 듯이 내게 되물어 보았다.


“···요정계의 숲이 아닌가요?”


“···여긴 무린이야, 표정을 보아하니 잘못 찾아 온 거 같네.”


덩달아 나도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아, 하는 그녀의 한숨소리에 해줄 말은 마땅히 없었기 때문에 조용히 있었다.


“여기서 ‘세계수’까지는 얼마나 걸리죠?”


길 잃은 어린 양을 바라보던 나는 그녀의 입에서 세계수란 단어가 나오자, 이번에는 내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되물어보았다.


“방금 세계수라고 했지? 나도 세계수로 가는 길이었는데.”


“세계수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봤습니다.”


원하는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그 외의 답변은 주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었다.

쌀쌀맞은 태도였지만 어렵지 않은 답변이기에 곧바로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걸어서 가면 몇 달을 걸어도 도착하지 못 할 거야, 지리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나랑 동행 하는 게 어때? 쿠키 타고 가면 금방 도착할 수 있어.”


목적지도 같고 같은 인간이기에 나도 모르게 들뜬 마음으로 동행을 권했지만, 이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녀는 차가운 눈초리로 자신이 왜 너랑 같이 길을 나서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고, 나는 머쓱해진 마음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생각은 없었다.


나는 머리카락을 베베 꼬며 다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어때?”


“같이 갈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내심 기대했지만 역시 들려오는 대답은 거절이었다.

처음에 비해 나에 대한 평가도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이번 것은 별개의 문제로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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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2) 19.01.30 843 13 9쪽
17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19.01.29 868 13 8쪽
16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만왕 19.01.28 897 12 9쪽
15 5. 장악(掌握)의 악마 VS 우롱토끼 19.01.26 954 14 9쪽
14 5. 장악(掌握)의 악마 +1 19.01.25 1,032 14 11쪽
13 4. 우롱토끼 (3) +1 19.01.24 1,175 14 19쪽
» 4. 우롱토끼 (2) 19.01.23 1,125 13 9쪽
11 4. 우롱토끼 19.01.22 1,310 14 9쪽
10 3. 저주받은 수녀 (3) +3 19.01.21 1,373 21 8쪽
9 3. 저주받은 수녀 (2) 19.01.19 1,434 17 12쪽
8 3. 저주받은 수녀 19.01.18 1,517 20 9쪽
7 2. 변질화 (3) 19.01.17 1,698 21 10쪽
6 2. 변질화 (2) 19.01.16 1,896 27 7쪽
5 2. 변질화 19.01.15 2,300 28 8쪽
4 1. 좀비가 되었다. (4) 19.01.14 3,287 37 14쪽
3 1. 좀비가 되었다. (3) +1 19.01.13 4,223 44 11쪽
2 1. 좀비가 되었다. (2) +7 19.01.12 5,610 62 7쪽
1 1. 좀비가 되었다. +5 19.01.12 7,957 7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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