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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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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525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1.22 21:45
조회
1,310
추천
14
글자
9쪽

4. 우롱토끼

DUMMY

- 의문의 여성과 대립하던 그 시각, 수인족의 영토. 무린 대초원 북동쪽 접경 지역.


“하아~암······.아 피곤해.”


높이 솟아오른 언덕 위, 상당한 크기의 목조성채에서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던 한 여성이 간드러지는 하품을 하며 적막을 깨부쉈다.


“그러다 또 넘어진다.”


“괜찮거든요~”


의자를 뒤로 젖히며 위태롭게 앉아있는 여성에게 무뚝뚝한 목소리로 경고를 준 남성의 시선은 탁자 위에 놓여있는 예리한 검신 위로 고정한 채였다.


그도 딱히 할 일은 없어보였다.


“칠난제를 소집하기에 당장 큰일이라도 벌어졌나 싶더니······.혹시 모를 무린 대초원 감시라니. 왕께서는 무슨 생각이신 걸까? 아 맥 빠진다~”


입술을 삐죽 내밀며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는 여성은 뒤집어쓰고 있던 빨간 후드를 뒤로 젖히며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쫑긋!


팔을 위로 뻗음과 동시에 머리 위로 두개의 긴 귀가 탄력 넘치게 하늘위로 솟았다.


분홍 속살과 새하얗게 난 뽀송뽀송한 털들이 마치 토끼 귀를 연상시키게 했다.


“아으으으~ 사건이라면 빨리 터지던가, 아니면 복귀 시켜주든가~ 어?! 어어어...!!!”


기분 좋게 기지개를 펴던 여성은 한껏 젖혀진 의자와 함께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다.

쿵! 소리와 함께 반대편에 앉아있던 남성은 작게 고개를 흔들어 보이며 검을 집어넣으며 한마디 붙였다.


“또 넘어진다고 했지?”


“심심한 걸 어떻게 하라구~”


한 손으론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여성이 툭 쏘아 내뱉었다.

남성은 그런 그녀의 대답에 한동안 지그시 바라보며 이내 대꾸할 마음이 사라진 것인지.

대초원으로 고개를 돌린 뒤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여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하이 톤으로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속으로 담아내는 거 보였거든?! 말해! 말해! 말하라구!!”


“······.”


“말하라구!! 말하기 전까지 멈출 생각 없으니까 말해!!”


“······.”


이 정도로 옆에서 조잘거리며 귀찮게 굴면 시선이라도 돌리기 마련인데, 눈을 감은 남성은 요지부동의 자세를 유지하며 무시하기 일 수였다.


그때 누군가 급히 올라오는 건지, 부산스런 기운이 두 사람에게 빠르게 다가옴을 감지했다.


“이 기운은 클로버네.”


평소보다 다급한 기운에 빨간 후드의 여성은 남성의 어깨에서 손을 때며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귀기이리’님 ‘우롱토끼’님, ‘귀재수리’님의 전언입니다!”


문 밖에서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사춘기를 거치기 전의 소년과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감고 있던 남성은 귀재수리라는 말에 두 눈을 뜨며 여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남성의 행동에 여성은 문 밖의 존재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자세히 들어 볼 테니 들어와.”


“예!”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며 검은 털의 토끼 한마리가 깡충 뛰어 들어왔다.

크기는 일반적인 토끼와 별 다른 차이는 없었지만 특이한 점은 몸 전체가 까만 털로 뒤덮여 있는 것과 오른쪽 눈은 클로버 문양이 하얀 털로 이루어져 있었다.


“귀재수리는 지금 다른 접경 지역에 있을 텐데, 무슨 일이래?”


귀여운 모습의 검은 토끼는 헥헥거리며 잠시 숨을 돌린 뒤, 속사포로 내뱉기 시작했다.


“적막수왕님께 보낸 전서구와 같은 내용입니다만, 아무래도 이쪽 접경 지역으로 카지락스타의 접근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이야? 진짜지? 다른 쪽이 아니라 이쪽이 틀림없는 거지?!”


“예? 아, 예 그, 그렇습니다.”


토끼 귀를 가진 여성의 이름은 ‘우롱토끼’

왕의 밑으로 난 7명의 위대한 전사 중 한명이지만, 엄청난 호기심과 예측을 불허한 돌발 행동으로 항상 주위에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자신의 상관을 바라보는 클로버의 두 눈이 반달모양으로 변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그녀가 일으킨 사건현장을 수습했던 최측근이다.

현재 반응으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추측하는 것은, 클로버에게 있어 누워서 토끼풀을 뜯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혹시나 이쪽으로 드래곤이 올지도 모르니 최상의 예우를 갖추란 적막수왕님의 명령을 잊으신 게 틀림없어!’


주위를 방방 뛰어다니며 신나하는 우롱토끼와는 반대로, 검은 토끼 클로버는 안절부절 못한 채 귀기이리를 바라보았다.


이 순간 유일한 희망은 칠난제 중에서도 서열 2위의 강자이자 차분하면서도 상황을 주시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평가를 받는 귀기이리 뿐 이었다.


실제로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적막수왕은 둘을 붙여서 보낸 것이다.


‘도와주세요, 귀기이리님!’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클로버의 눈동자를 마주한 귀기이리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저리 방방 뛰어다니는 우롱토끼의 양 어깻죽지의 옷자락을 잡아, 들어올렸다.


“큭!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놔란 말이야!!”


한창 신나게 뛰어다니던 우롱토끼는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되자 공중에서 붕 뜬 채, 양 팔과 양 다리를 사정없이 휘두르며 귀기이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어린아이면 몰라도 다 큰 처자의 떼쟁이 모습은 귀기이리의 포커페이스를 무너뜨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나마 종의 특성상 성체가 되어도 체구가 작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지 않았기에 제압이 어렵지 않다는 점이었다.


“왕의 명령을 잊지 마라, 우롱토끼.”


“알고 있거든요~ 왕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은 하지 않거든요~ 베에!!!”


고개를 돌려 혓바닥을 내두르는 우롱토끼의 모습에 귀기이리는 짧은 한숨을 내쉰 뒤, 우롱토끼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의자에 다시 앉았다.


“작은 실수가 멸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어리광이라면 지금 받아줄 테니, 드래곤의 앞에서는 자제하도록.”


팔짱을 낀 채, 대초원을 바라보는 귀기이리의 눈동자는 서슬 퍼런 안광이 내비쳤다.

마치 무언가를 회상하는 것 같은 모습에 우롱토끼의 호기심이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검은 토끼 클로버는 조용히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럼 그때 이야기 해줘! 적막수왕, 국량, 귀기이리, 귀재수리. 4명이서 드래곤이랑 싸웠던 무용담!”


“대체 그 소문이 어떻게 퍼진 것인지 몰라도 왕께서 홀로 드래곤과 싸운 것이지. 나와 국량, 귀재수리는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니까.”


“어쨌든, 그럼 왕은 드래곤과 비등하게 맞서 싸웠다는 게 진짜야? 왕이 아무리 강해도 드래곤한테는 안 된다고 말하는데 어떤 말이 진짜야?”


귀기이리의 곁으로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물어보는 그녀의 모습에 귀기이리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뭐야, 왜 웃어?! 또 나 놀리려고 뭔가 생각하고 있는 거지?!”


“너는 왕의 힘이 드래곤의 힘에 비할 바 못된다고 생각하나?”


갑작스런 그의 질문에 우롱토끼는 의문의 표정을 지으며 ‘무슨 질문이 그러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수인족 전체가 멸족 할 수도 있다고 말했잖아. 우리들 수인족의 힘이 약하니까, 드래곤의 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왕께서도 최상의 예우를 갖추어라, 언행을 조심하라면서 쩔쩔매는 거 아니야?”


말을 마치며 수인족이 처한 상황에 짧은 한숨을 내쉬는 걸로 마무리한 우롱토끼였지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기이리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했다, 우리들은 약하지만 반더람은 강하다. 하지만 적막수왕인 그는 드래곤보다 약하지.”


“······? 적막수왕이 반더람님이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귀기이리의 말에 모순을 느낀 우롱토끼의 귀가 살짝 접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귀기이리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덧붙였다.


“비등하게 싸웠었냐고 물었나? 그날의 반더람은 왕이었기에 드래곤에게 졌었다.”


“뭐야······.결국 드래곤한테는 왕이라 해도 무리라는 소리네? 적막수왕님 엄청 강한데. 드래곤은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상상만으로도···으아아아아!!!”


의자를 뒤로 젖히던 우롱토끼가 다시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다.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는 우롱토끼를 바라보던 귀기이리는 다시 초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초원을 타고 스산한 기운을 내포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 강렬한 바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깃대에 달린 깃발이 풀려 날아가 버렸다.

드래곤이 다가올수록 불길한 징조를 경고하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되도록 하지 않으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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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2) 19.01.30 843 13 9쪽
17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19.01.29 868 13 8쪽
16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만왕 19.01.28 897 12 9쪽
15 5. 장악(掌握)의 악마 VS 우롱토끼 19.01.26 955 14 9쪽
14 5. 장악(掌握)의 악마 +1 19.01.25 1,032 14 11쪽
13 4. 우롱토끼 (3) +1 19.01.24 1,175 14 19쪽
12 4. 우롱토끼 (2) 19.01.23 1,125 13 9쪽
» 4. 우롱토끼 19.01.22 1,311 14 9쪽
10 3. 저주받은 수녀 (3) +3 19.01.21 1,374 21 8쪽
9 3. 저주받은 수녀 (2) 19.01.19 1,435 17 12쪽
8 3. 저주받은 수녀 19.01.18 1,518 20 9쪽
7 2. 변질화 (3) 19.01.17 1,699 21 10쪽
6 2. 변질화 (2) 19.01.16 1,897 27 7쪽
5 2. 변질화 19.01.15 2,300 28 8쪽
4 1. 좀비가 되었다. (4) 19.01.14 3,287 37 14쪽
3 1. 좀비가 되었다. (3) +1 19.01.13 4,223 44 11쪽
2 1. 좀비가 되었다. (2) +7 19.01.12 5,610 62 7쪽
1 1. 좀비가 되었다. +5 19.01.12 7,957 7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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