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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식량 - 좀비인류 멸망의 날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래몽래인
작품등록일 :
2023.05.23 13:14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919
추천수 :
34
글자수 :
93,615

작성
23.06.08 19:00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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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1> 지옥 탈출, 목적지는 희망인가 또 다른 지옥인가

DUMMY

*

"항명이냐!"


장재원의 얼굴도 분노로 벌개져 있었다.

미간에 지렁이가 기어가는 자국을 드러내며 상체를 디밀어 이세계를 바짝 노려보았다. 기선 제압이라도 하려는 듯.


“잘 들어, 이 새끼야! 지금은 전시 상황이다! 저 괴물들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투력의 손실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해! 그게 바로! 유능한 지휘관의 책무다!”


대답을 들은 이세계의 표정이 오히려 담담해졌다.


“그러니까, 민간인은 단 한 명도 수송선에 오르지 못했군요.”

“당연하지 않나! 지금은 민간인 백 명보다 전투원 한 명이 더 중요하니까!”

“그렇다면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여기 제3 구역에서도 동일 상황이 닥치면 똑 같은 명령을 내리겠습니까?”

“물론이다!”


단호한 대답에 이세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가슴 속 깊디깊은 곳에 꾹꾹 묻어 두었던 어린 날의 한 순간, 그 예리한 상처가 다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오래 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참사가 생각나는군요.”

“뭐?”

“가만히 있으라.... 그대로 있으라.... 했던....”

“대체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이세계 대령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의 버튼을 끌렀다.

이세계의 총구는 정확히 장재원의 미간을 향했다.


- 타앙-!’


총알은 정확하게 장재원의 미간에 박혔다.


장재원의 뒤에 있던 장교들이 놀라 이세계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이세계는 전혀 저항할 의사가 없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목에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203X년 5월 X일. 새벽 04시 45분. 본인, 대령 이세계는 본 안전구역 민간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소장 장재원을 사살했다.”


손에 든 총을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이는 군법상 항명죄. 상관 살해죄에 해당한다. 귀관들은 현행범으로 나를 체포하여 군법회의에 회부하기 바란다.”

.

*

구단 버스는 지하 주차장에 그대로 서 있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돌려 생각하면 지금의 열 명 외엔 그 누구도 탈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백다운을 비롯한 열 명의 생존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유명한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염기운 감독이 대답했다.


“서울”


이상열도 동시에 대답했다.


“평양”


유명한이 깔끔하게 정리했다.


“평양 찍고 서울로 가겠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항공이나 수상 교통이 남아있을 리 없는 상황에서 버스로 서울까지 가려면 평양을 거쳐 가는 수밖에.


눈 감고 있던 백다운이 눈을 떠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평양.... 서울.....’


거기에 간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이미 감염자로, 괴물로 가득 찬 지옥이 되었는데....

아직 인간의 모습을 지킨 채

이곳을 벗어난다 한 들....


그 곳은 지옥이 아닐 것인가?


이 지옥의 끝을 넘어서면....

더 큰 지옥을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버스는 불 타는 도시를 뒤로 하고 고속화 도로에 올라 탔다.

버스가 향하는 동쪽, 저 멀리 희부윰하니 새벽이 찾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버스가 향하는 곳은

새벽 같은 희망보다는

절망에 더 가까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희망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더라고. 내가 틈을 만들고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거더라고. 그렇게 살아왔잖아, 난. 희망을 만들어 왔잖아. 할 수 있어! 나, 빽또라이거든!


백다운은 다시 눈을 감았다.


*

오월의 바람이 들판을 흔들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지평선이 맞닿은 저 멀리 끝자락에는 그린듯한 하얀 뭉게구름이 떠 있었다.


드넓은 대륙의 대평원을 가르마처럼 지르고 나간 고속화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그랬다.


평화로운 일상.


가끔 길 옆 들판 저편으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버스 안에서 보았을 때는 더 없이 자연스러웠다.


저들이 괴물이란 것이, 이 평화로운 광경이 실제로는 살육의 현장이 되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고속화 도로 위에도 버려진 차들과 사고로 나뒹구는 차량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시내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았다.


긴급 사고 처리가 자동화 되어 있는 고속화 도로였기에 감염이 발생한 초반에는 사고 차량들을 자동화 시스템이 길 옆으로 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 되겠어요. 아무래도 병원으로 이동해야 할 것 같아요.”


산토스의 상태를 살펴보던 공혜경이 말했다.


한 두 군데 상처를 입지 않은 사람이 없었지만 산토스의 허벅지 상처는 심각했다.


괴물들과 싸우던 와중에 날카로운 금속에 깊이 찔렸는데 많이 찢어진 상태였다.


버스에 구비 된 비상 의료 키트로 지혈한 뒤 갈라진 부위를 꿰매긴 했지만 검붉은 상처 주변으로 살이 곪고 있었다.


“산토스의 상처가 덧나는 걸 막으려면 몇 가지 약품이 필요해요. 리나의 머리 상처도 이대로 두면 덧날 수 있어요. 큰 병원으로 가서 몇 가지 의약품을 확보해야 할 것 같아요. 가능하면 의료장비가 구비 된 수술실에서 치료할 수 있다면 좋구요.”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큰 병원이라니요? 도심지로 들어 가잔 말입니까? 그건 죽으러 가는 겁니다. 그냥 이대로 서울까지 가는 게 가장 안전하단 거 모릅니까?”


선우황이 절대 안된다며 반대했다.

듣고 있던 백다운이 쏘아붙였다.


“선배! 그만 좀 합시다! 이대로 두면 산토스 코치와 리나가 위험 하다잖아요.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뭐든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뭐? 넌 닥쳐 새꺄! 너 새끼 때문에 죽을 뻔한 게 한 두 번이냐? 그리고!”


선우황이 힐끗 석아람을 한 번 돌아본 뒤 말했다.


“너 동료들한테 신경이나 썼어? 맨날 저 계집애 살린다고 떠들어나 대고! 동료들 다 죽었는데 이제 와서 의리 있는 척 하지 말라고 새꺄!”


괜히 가만있던 석아람한테 불똥이 튀었다.

뭐라고 대답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얼굴만 붉어졌다.


“뭐? 그러는 선배는 뭐했는데? 자기 몸 하나 지키려고...”


또라이 백다운이 선우황한테 달려들 기세로 벌떡 일어났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대희가 얼른 일어나 백다운을 주저 앉혔다.


정작 선우황의 말에 가장 빡친 것은 백다운이 아니라 김대희였다.

김대희가 일어나 선우황 앞으로 걸어가더니 앉아 있는 선우황의 멱살을 끌어 잡았다.


“선우! 말조심해라. 백다운이 너 보다는 훨씬 더 동료들 생각해! 빽또라이 저 새낀....... 살아 온 방식이 그래서 표현할 줄 모르는 것 뿐이다. 너 같이 이기적인 놈하고는 차원이 달라!”

“지랄들 하네. 넌 뭔데? 백다운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데? 저 또라이 대가리 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했나?”


가만 두면 금방이라도 둘 사이에 주먹이 오고 갈 상황이었다. 역시 둘을 정리한 건 염기운 감독이었다.


“그만들 해라. 싸우려면 이 버스 안에서 하지 말고 밖에 나가! 저기 싸우자고 달려드는 것들 수도 없이 많으니까.”


어쨌거나 수원이란 팀에서는 레전드인 염감독한테는 아무리 날카로운 선우황이라도 함부로 찍소리 하지 못했다.


“가는 길이 멀다. 당연히 식수와 식량도 보충해야 한다. 일단 도시로 들어간다.”


염기운 감독의 말에 운전대를 잡고 있던 유명한은 핸들을 꺾어 도시로 빠져 들어가는 톨게이트를 향해 버스를 돌렸다.


톨게이트 위에는 ‘희망의 도시 랴오닝성 안산시’ 환영 간판이 반짝이고 있었다.


*

서울 흑석동의 안전지구 내 상황실 아랫층 강의실에서는 약식 군사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피의자는 전시 상황 항명 및 상관 살해 죄의 이세계 대령이었다.


그의 앞에는 세 사람의 장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각각 3구역, 7구역, 12구역에서 한 명씩 차출되어 판결을 내릴 임무를 맡았다.


“이세계 대령! 귀관은 과거 많은 공훈을 세운 바 최연소 대령에 진급하는 등 대한민국 군인의 귀감이었습니다. 그런 분이 상관을 살해하였다면 분명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12구역에서 온 대위가 질문했다.


“안전구역의 책임자는 그 구역의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책무요. 그러나 징재원 소장은 그 책무를 저버리고 전투병만을 이끌고 탈출해왔소.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이곳에서도 똑같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에 그를 쏜 것이오.”


이세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세 명의 장교는 작은 소리로 서로 의견을 나눴다.

이번에는 12구역 소속의 장교가 질문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장재원 소장은 귀관의 상관이었습니다. 일단 본인의 의견을 건의하거나 서로 다른 쟁점에 대해서는 설득부터 할 생각은 없었습니까?”


“장 소장은 이곳의 지휘권부터 넘기라 요구 했소. 만약 지휘권을 넘기고 나면..... 나는 더 이상 결정권이 없어집니다. 현재 이곳은 이미 수용 가능한 인원을 넘는 민간들이 대피해 있는 상황이오. 최악의 경우 장소장은 이곳에 피신해 있는 민간인들을 안전 구역 밖으로 내보낼 수도 있다고 판단했소. 본관은 그들의 생명이 위험해질 거라는 판단 하에 이 일을 결행한 것이오.”


이세계의 자기 변론을 충분히 들었다고 판단한 세 명의 장교가 잠시 동안 의견을 나누었다.


이세계 한테 까지 들릴 정도의 큰소리는 아니었지만 서로 얼굴이 벌개 질 정도로 격론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판결을 시작했다.


“임시 군법회의의 판결을 발표하겠습니다.”


작가의말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신입 형사 이로운.


수사를 위해 '도를 아십니까'에 쳐들어갔는데....
어라? 진짜 도인들이 있다!
온 우주, 시간과 공간을 아우른 다양한 모습의 도인들!


그들의 공동 제자가 되어 무림으로 간다!



https://novel.munpia.com/36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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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3> 총구의 방향이 왜? 23.06.12 29 0 9쪽
21 <2-2> 정의를 위해 상관을 쏘다 23.06.09 26 0 9쪽
» <2-1> 지옥 탈출, 목적지는 희망인가 또 다른 지옥인가 23.06.08 20 0 10쪽
19 <1-19> 대한민국 군인의 책무 23.06.07 25 0 9쪽
18 <1-18> 산 자를 위해 죽는 자들 23.06.06 21 0 10쪽
17 <1-17> 진화한 괴물, 놈들의 중심체는? +2 23.06.05 24 1 9쪽
16 <1-16> 괴물들의 역습 23.06.02 23 0 10쪽
15 <1-15> 죽어 가는 동료, 무너지는 팀 23.06.01 35 0 9쪽
14 <1-14> 괴물들이 진격하는 악몽의 밤 23.05.31 31 0 9쪽
13 <1-13> 아비의 눈물, 딸의 눈물. 23.05.30 31 1 9쪽
12 <1-12> 북한 사람 이상열 23.05.29 36 2 9쪽
11 <1-11> 머리에서 가슴으로 +2 23.05.27 35 1 10쪽
10 <1-10> 삶의 끝, 사랑의 끝. 23.05.26 29 1 9쪽
9 <1-9> 인간이 변한 괴물, 인간 그대로의 괴물 23.05.25 32 1 9쪽
8 <1-8> 제3 긴급안전지구 +2 23.05.25 45 2 9쪽
7 <1-7> 가족, 그리고 가족 같은.... 23.05.24 42 1 9쪽
6 <1-6> 감염 확산 23.05.24 42 1 10쪽
5 <1-5> 탈출 +2 23.05.23 52 3 10쪽
4 <1-4> 괴물, 감염자들 +2 23.05.23 53 3 10쪽
3 <1-3> 종말의 서막 +4 23.05.23 70 4 10쪽
2 <1-2> 빽또라이와 석아람 +2 23.05.23 76 5 11쪽
1 <1-1> [프를로그] 외계에서 온 비행체 +6 23.05.23 14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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