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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식량 - 좀비인류 멸망의 날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래몽래인
작품등록일 :
2023.05.23 13:14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920
추천수 :
34
글자수 :
93,615

작성
23.05.27 11:44
조회
35
추천
1
글자
10쪽

<1-11> 머리에서 가슴으로

DUMMY

*


“고조 대골빡만 쏘란 말여! 꼴통을 빠개 놔야 쉐끼들이 뒈지는기레!”


이상열은 괴물들을 향해 머신건을 난사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들이 지나간 길 뒤에는 머리통이 박살 난 괴물들의 몸뚱아리만 뒹굴고 있었다.


*

백다운과 남창기가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속도보다 뒤쪽의 놈들이 다가오는 게 훨씬 빨랐다.

앞의 놈들을 상대하기도 급급한지라 뒤 쪽 놈들이 벌써 다가온 걸 몰랐다.


한 놈이 유정의 등 뒤에서 달려들었다.


"아앗!"


유정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안고 있던 리나도 길 위로 나동그라졌다.


비명 소리에 놀란 남창기와 백다운이 뒤를 돌아보았다.

괴물 하나가 유정을 지나 리나를 향했다.


“안 돼! 나! 나를 먹어! 나를!!!”


유정이 미친 듯이 기어 가 기어코 괴물의 발을 잡아 챘다.

그 바람에 쓰러진 괴물이 손을 뻗어보았지만 리나에게 닿지 않았다.

괴물은 곧바로 발을 잡고 있는 유정을 덮쳤다.

뒤따라 온 놈들도 유정에게 달려들었다.


그제서야 뒤를 돌아본 남창기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유정아! 아아아! 안 돼! 이 새끼들아!”


-퍽! 퍼억!


남창기가 유정을 물어뜯고 있는 놈들의 머리통을 미친듯이 휘갈겼다.

놈들이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유정은 이미 온몸을 물어 뜯겨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아.....!”


그 광경을 흘깃 본 백다운이 신음을 토했다.

달려가 도와주고 싶었지만 앞쪽의 괴물들을 누군가는 막고 있어야 했다.


- 투투투투투---


총성이 울렸다.

전방의 대로 쪽에서 네 명이 사내가 이면 도로를 향해 머신건을 난사했다.

이상열과 부하들이었다.


그들을 본 백다운은 총탄을 피해 바짝 땅에 엎드렸다.

자신에게 달려들던 괴물들의 머리가, 몸통이 총탄에 찢어지며 하나 둘 씩 쓰러졌다.


“여기요! 도와 주십쇼! 뒤에도 많습니다!”


자신들을 도우러 온 것으로 안 백다운이 엎딘 채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하지만 앞쪽의 괴물들이 모두 쓰러지고 나자 총을 가진 사내들은 그대로 골목을 지나쳐 버렸다.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투투투투투---’


사람들은 지나가 버렸지만 총성은 계속 이어졌다.

대로변에도 많은 괴물들이 있는 것이리라.


벌떡 일어난 백다운은 곧바로 남창기 쪽을 향해 달려갔다.

대부분의 괴물들은 총을 맞고 쓰러졌지만 죽은 놈은 몇 놈 되지 않았다.

팔다리가 으스러진 놈들은 기어서, 온전한 놈들은 걸어서 남창기한테 달려들었다.


남창기는 그들과 싸울 생각도 못하고 유정을 안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백다운은 길 위에 널부러져 있는 리나부터 안아 들었다.


“빨리 가서 리나 치료부터 받아야 합니다! 가야 해요!”


남창기가 이를 악 다물고 오열을 멈췄다.


“아내 분이..... 힘드신 건 압니다만 딸이라도 살려야죠!”

“가요! 부디 내 딸 리나를 부탁해요!”

“왜 이러십니까! 아내 분은 안됐지만 딸이 있는데! 함께 가셔야죠!”


백다운의 말에 남창기가 일어나며 고함치듯 대답했다.


“그러니까! 내 딸은 살려야겠다고요! 내가 여길 막을 거라고! 놈들이 날 물어 뜯어 죽일 때까지 리나가 달아날 시간을 벌 거란 말이오!”


남창기의 고함에 백다운은 대답을 잇지 못했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남창기가 백다운을 왈칵 밀었다.


“가요! 얼른 가라고! 제발 내 딸만은 살려 달라고! 제발......”


당황한 백다운은 뭐라 대답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남창기가 쇠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백다운한테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부탁해요. 리나를 살려줘요. 아빠와 엄마가 정말 정말 사랑했다고 오래도록 얘기해 주십시오!”


엎디어 있는 유정이 그르르 짐승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흘깃 아내를 한 번 내려다 본 남창기는 입술을 깨물었다.


곧바로 다가오는 괴물들을 향해 고함 치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퍽! 뻐억!


남창기가 휘두르는 쇠파이프에 한 놈 두 놈씩 머리통이 박살 나며 쓰러졌다.

하지만 길 저편에서 열 놈, 스무 놈이 다가오고 있었다.


백다운도 눈물이 핑 돌았다.

품에 안고 있는 리나의 몸이 따뜻했다.

정신을 잃었지만 쌕쌕거리는 숨소리도 따뜻했다.

이 아이만은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내려와 가슴으로 전해졌다.


발길을 돌렸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살아야 했다.

이 아이를 살려야 했다.


아빠와 엄마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아빠와 엄마가 아이를 위해 죽어 간 걸 들려 줄 수 있는 사람은 백다운 자신 밖에 없으므로.


아빠와 엄마란 존재 없이 스무 해를 살아 온 고아 백다운에게 가족이 어떤 건지 머리로는 수도 없이 생각 보았지만 가슴으로 느껴 본 건 이 순간이 처음이었다.


이면 도로를 빠져나오는 백다운 뒤로 남창기의 고함과 비명이 들려왔다.

아내와 함께 죽음을 맞는하는 소리이기도 했고

사랑하는 딸을 살리는 소리이기도 했다.


"끄아아아악---!"


백다운은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

분노도 슬픔도 공포도 아닌

그냥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 그것이었다.



*

한국 나이로 스무 살이 된 백다운은 201X 5월 22일 태어났다.


난산이었다.

엄마는 백다운이 세상에 나온 그 순간 숨을 놓고 말았다.

사흘 뒤 백다운의 아빠도 급성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를 잃은 충격과 슬픔 때문이었다.


백다운은 나라가 키운 셈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에서 초중고를 마쳤다.


대 재앙의 날이 있던 해에 국정농단의 아픔과 촛불 혁명의 희망을 통해 새로운 비전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대한민국은 사회적으로 대 변혁을 겪었다. 


과거의 적폐를 타파하고 오로지 국민의 안정을 위하는 대통령과, 대 재앙의 날이 준 교훈을 통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국가 정책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약자를 바라보는 인식도 훨씬 온도가 상승했다.


부모 없이 성장해야 했던 백다운은 그 덕을 많이 본 경우였다.


그렇다고 해도 태어나자 마자 고아가 된 어린아이가 마냥 밝은 수는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키도 작고 몸도 약했다.

남들은 다 있는 부모가 없다는 자괴감에 성격도 어딘가 주눅이 들어 있었다.

말 수도 적고 행동 반경도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만 지키는, 한 마디로 존재감 없는 아이였다.

축구를 좋아하긴 했지만 친구들과 공을 찰 때도 소극적인 성격과 작은 체격 때문에 언제나 후보였다.


그런 백다운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1년 만에 키가 13cm가 자랐다.

학년 초에 맨 앞자리였던 게 그 해 가을엔 맨 뒷자리로 옮겨갔다.

체격 뿐만 아니라 체력도 부쩍 강해졌다. 특히 달리기는 독보적이었다.


부모 없는 아이, 백다운의 그늘을 이해해주고 아껴 준 선생님이 체육 과목의 이종룡 선생님이셨다.

중학교 3년 내내 이종룡 선생님은 백다운을 자식처럼 따스한 애정으로 돌보아 주었다.


땅꼬마였던 그가 훌쩍 자라고 운동에서도 재능을 보이자 선생님은 육상부를 권유했다.

백다운이 육상부 대신 맘 속에 두고 있던 축구부에 들고 싶다고 하자 축구부 감독님 앞에서 선발 테스트를 받을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백다운의 가능성을 캐치한 감독님은 단 한번도 선례가 없던 '특별선발후보' 라는 조건으로 축구부원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이종룡 선생님의 애정으로, 그리고 활발할 수 밖에 없는 축구부 생활로 언제나 가라앉아 있던 백다운의 성격도 점점 밝아졌다.


“웃어라. 가짜 웃음이라도 웃으면 엔돌핀이 생성된다고 한다. 네가 세상을 밝게 보면 밝은 세상이 다운이 너의 안을 채워줄 거다.”


이종룡 선생님의 조언이었다. 

백다운은 일부러라도 밝아지려고 했다.

친구들과도 더 가깝게 지내고 말 한 마디라도 더 하려고 노력했다.


백다운이 변하자 친구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재밌는 아이, 웃기는 아이, 심지어  ‘또라이’, 나아가 ‘빽또라이’라는 별명도 그 때  생겨 났다.


중학교 3학년 때 백다운은 축구부의 주역이 되어 전국 대회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이끌어 냈다.

그 덕에 수원 블루스타즈의 유스팀인 매탄고로 진학했다.

17세 이하 국가대표가 되어 처음으로 태극기를 가슴에 달 수 있었다.


매탄고 졸업을 앞두고 여러 대학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바로 프로팀, 수원 블루스타즈를 선택했다.


그가 프로를 선택 한 가장 큰 이유는 혼자라는 것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 동안 가족을 대신했던 보육 기관에서도 나와 독립해야만 했다. 그건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스스로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외롭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는 약해지고 싶지 않았다.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그 목표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룰 수 있었다.

명실상부 K 리그 최고의 명문인 수원이란 팀에서 그의 존재 가치를 확실히 드러냈다.

고졸 선수로는 몸 값을 훨씬 넘은 활약을 함으로써 그를 연호 하는 팬들도 많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클럽 하우스가 또 다른 집이, 선배와 동료들이 따뚯한 가족이 되어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아팠던 유년, 부모 없이 살아온 시간, 남들이 다 가진 아빠와 엄마라는 존재의 부재는 한 사람의 내면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었다.

그의 가슴 속 기억의 저장고 가장 깊고 은밀한 곳에 묻어두고 꾹꾹 눌러두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가끔씩 혼자 일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견디기 벅찬 외로움이 올라왔다.


사랑,

결혼.

가족을 이루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결핍에서 비롯된 갈망. 

빽또라이 백다운이 남들이 보기에 심각한 금사빠가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오늘......

가족이 뭔지, 진짜 가족이 어떤 것인지 절절히 깨달았다.

리나를 살리기 위해 죽어간 남창기와 안유정를 보면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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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1> 지옥 탈출, 목적지는 희망인가 또 다른 지옥인가 23.06.08 20 0 10쪽
19 <1-19> 대한민국 군인의 책무 23.06.07 25 0 9쪽
18 <1-18> 산 자를 위해 죽는 자들 23.06.06 21 0 10쪽
17 <1-17> 진화한 괴물, 놈들의 중심체는? +2 23.06.05 24 1 9쪽
16 <1-16> 괴물들의 역습 23.06.02 23 0 10쪽
15 <1-15> 죽어 가는 동료, 무너지는 팀 23.06.01 35 0 9쪽
14 <1-14> 괴물들이 진격하는 악몽의 밤 23.05.31 31 0 9쪽
13 <1-13> 아비의 눈물, 딸의 눈물. 23.05.30 31 1 9쪽
12 <1-12> 북한 사람 이상열 23.05.29 36 2 9쪽
» <1-11> 머리에서 가슴으로 +2 23.05.27 36 1 10쪽
10 <1-10> 삶의 끝, 사랑의 끝. 23.05.26 29 1 9쪽
9 <1-9> 인간이 변한 괴물, 인간 그대로의 괴물 23.05.25 32 1 9쪽
8 <1-8> 제3 긴급안전지구 +2 23.05.25 45 2 9쪽
7 <1-7> 가족, 그리고 가족 같은.... 23.05.24 42 1 9쪽
6 <1-6> 감염 확산 23.05.24 42 1 10쪽
5 <1-5> 탈출 +2 23.05.23 52 3 10쪽
4 <1-4> 괴물, 감염자들 +2 23.05.23 53 3 10쪽
3 <1-3> 종말의 서막 +4 23.05.23 70 4 10쪽
2 <1-2> 빽또라이와 석아람 +2 23.05.23 76 5 11쪽
1 <1-1> [프를로그] 외계에서 온 비행체 +6 23.05.23 14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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