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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식량 - 좀비인류 멸망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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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작품등록일 :
2023.05.23 13:14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922
추천수 :
34
글자수 :
93,615

작성
23.05.23 13:23
조회
76
추천
5
글자
11쪽

<1-2> 빽또라이와 석아람

DUMMY

*

203X년 5월 22일.


“제도의 푸른 하늘에~ 청백적의 기를 높여라~ 소리 높이높이 외쳐라~ 만세! 수원 만세!”


중국 텐진 공항에 내린 수원 블루스타즈의 일천 여명 서포터즈들은 도시 반대편 외곽의 경기장까지 데려다 줄 단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대형 깃발을 흔들며 응원가를 불러댔다.


그들과 똑같은 푸른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석아람의 기분은 완전히 바닥을 치고 있었다.

아빠와 엄마, 남동생은 상기된 표정으로 주먹을 날려가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심지어 아빠는 자기 키 보다 큰 깃발까지 흔들면서.


얼마나 기다렸던 가족 여행인데. 유럽의 구 도시 오래된 돌길을 걷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남태평양의 푸른 파도에 몸을 담글 수 있을 줄 알았다. 

작년부터 계획했던 가족 여행은 1안이 유럽이었고 일정이 안 맞을 경우 하와이였으니까.


그런데 수원이 삼 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했고 휴가 기간에 딱 맞추어 텐진 원정경기가 잡힌 거다.

그래도 설마 가족 여행이 이곳으로 바뀌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다수결은 절대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람이는 조금 섭섭하더라도 가족들이 다수결로 결정한 거니 따르기 바란다.”


다수결을 이용한 독재자다. 아빠는.


“누나. 수원이 이기겠지? 이길 거야. 올해 스쿼드가 빵빵하잖아. 리그 성적도 좋고!”


분위기 전혀 못 타는 녀석이다. 동생은.


“아람아! 대신 빽 사줄게~ 너 샤넬 봐뒀던 거. 그거 면세점에서 사줄게~”


그래도 유일한 내 편이라 믿었는데. 배신자다. 엄마는.


*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서포터즈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그럴수록 아람은 다른 이유로 뜨거워졌다.

짜증과 분함으로.


“와! 아저씨, 따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저 김지식입니다”

“와하하~ 우리 딸 엄청 미인이지? 잘 보여, 인마!”

“넵! 충썽! 알레 수원~!”


아빠는 서포터즈들 사이에서도 소문난 열혈 지지자다.

거의 모든 서포터즈들이 아빠를 보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아빤 또 그 많은 사람들을 모두 알고 인사를 받아 준다.


“저 녀석 어때? 십 년 전 중학생 때부터 서포터즈 활동하는 녀석인데 예의도 바르고 꽤 쓸만해.”

“됐거든요!”


짜증. 만땅. 오버히트.


“어? 아저씨! 따님, 진짜 소문보다 훨씬 미인이세요! 저 김상식이라고 합니다!”

“짜식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앞으로 잘 하란 말이다. 으하하~”

“저야 항상 최선을 다하죠!”


뭔가 싶다.

방금 자기가 김지식이라고 해 놓고선 오 분도 안 되어 김상식이라니?

게다가 처음 본 것처럼 또 인사?


“놀랐지? 쟤들 쌍둥이거든! 와하하~ 지식이는 법대, 상식이는 공대. 어때? 어떤 놈이 더 맘에 드냐?”


“아빠! 무식이고 잡식이고 그만 좀 해!”


즐거워야 할 여행이 짜증스런 일정이 되어 버린 것도 속상한데 진짜 속상한 일은 수원이 꼭 승리해야 한다는 거다.


만약 지기라도 해 봐.

오늘 저녁부터 귀국하는 그 날 까지 가족들 분위기 똥빛 카레처럼 변할 게 틀림없으니까.


*

그 순간 갑자기 버스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버스 안의 모든 사람들이 한쪽 창문으로 몰려들었다.

버스가 휘청 넘어갈 듯이.


창가 좌석에 있던 아람이 고개를 돌리자 바로 옆 차선에 나란히 달리고 있는 수원 선수단 버스가 보였다.


선수들도 서포터즈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백다운 선수~~ 생일 축하 합니다아~~~”


흥분한 아빠가 먼저 선창을 하자 모든 서포터즈들이 따라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5월 22일, 오늘이 백다운 선수의 생일인가 보다.


백다운. 요즘 핫한 선수다.

수원 유스팀 출신으로 대학 대신 수원으로 바로 입단한 선수였다.

잠깐 2군에 있다 금세 1군에 합류했고 교체 멤버로 기용되더니 지난해 말 부터 선발로 꽤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는 리그와 아챔에서 공격 포인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선수.

지금 석아람이 입고 있는 유니폼의 마킹이 바로 백다운이었다.

아빠가 사준 유니폼에 아빠가 마킹한 선수.


*

서포터즈 버스를 발견한 백다운이 먼저 창문에 붙어 빽빽 고함을 질렀다.

백다운과 선수단 버스를 본 서포터즈들도 창문 쪽으로 달려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기분이 업 된 백다운은 아예 좌석 위에 올라가 서포터즈들을 향해 요즘 핫한 허리춤을 흔들어 댔다.

서포터즈들이 배를 잡고 쓰러지는 게 보였다.


순간, 그녀를 보았다.

차분하게, 어쩌면 약간 냉소적이기까지 한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여인.


틀림없이 수원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 서포터즈일 테고, 최근 가장 화끈한 공격력을 보이고 있는 신예 백다운이 비장의 허리춤까지 선보였다.

그런데 그녀는 전혀 미동도 않고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다니!


환호는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비웃음이나 비아냥의 눈빛도 아니었다.

그냥 이 세상 모든 일에 초월한 마치 세상 너머에나 존재하는 것 같은 무의식의 투명한 눈빛, 이라고 느껴졌다.


그런데 말도 안 되게 그녀의 그런 눈빛이 백다운의 심장에 콕 꽂혔다.


“아놔! 완전 내 스타일....”


- 빡!


두 손을 유리창에 대고 금방이라도 창문을 깨고 나갈듯이 내 스타일을 외치는 백다운의 뒤통수에 강력한 한 방이 날아왔다.

염기운 감독이었다.


“새꺄! 선수면 선수답게 품위 좀 지켜!”

“아, 완전 인생 여인을 봤다니까요! 저기요, 저기!”

“우리 땐 너 같은 놈을 뭐라 불렀는지 아냐? 금사빠, 급사빠, 급쾌속사빠!”

“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좀 빠르기는 하죠. 공 잡았다 하면 어느새 골대 앞!”


아닌 게 아니라 빠르기로 치면 백다운이 K리그 탑이다. 

문제는 너무 빨라 공보다 앞질러 가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지난 번 1차전에도 너무 빨리 달려 결정적 기회를 놓친 바 있다.


“지랄이 백 년 만에 대풍년이다. 빽또라이 아니랄까 봐. 중요한 경기니까 긴장 바짝 하라고! 분위기 못 타고 이 지랄이면 벤치서도 빼버릴 거니까!”


“뜨허! 뭔 말씀입니까? 벤치라니요! 오늘 5월 22일! 제 생일! 근데 선발 아니고 벤치요?”


“뭐? 경기가 장난이냐? 아챔이 니 놈 생일 파티냐고! 너 또 1차전처럼 개판 치기만 해봐! 생일날을 제삿날로 만들어 줄 테니까!”


염감독의 말에 백다운은 슬쩍 자리에 앉으며 구시렁댄다


“헐. 가족 같은 팀웍 어쩌구 하시더만 생일도 안 챙겨주는 게 무슨 가족...”

“뭐라? 너 이 새끼 지금 뭐라 그랬어!


들으라고 한 혼잣말을 염감독이 못들을 리가.

곧바로 백다운 얼굴로 선발 명단 파일을 집어던져 버린다.


코치 산토스가 흥분한 감독을 잡고 말린다.


“빽토라이 저러는 커 한투번입니카? 참으십시요. 릴렉스~릴렉스~”


그 새 백다운은 콧잔등에 명중한 파일을 훔쳐 본다. 벤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다.

백다운의 인상이 잔뜩 찌그러진다.


“아놔. 생일인데.... 감독님 진짜 너무하시네!!!”


*

십 년 전 신축 된 텐진 경기장은 대재앙의 날, 지구에 착륙한 외계비행체를 한 축으로 랜드마크화 하여 설계, 완공 되었다.


이제 그 누구도 이십 년 전의 그 날을 대재앙의 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날의 재앙이 결국 전 지구적인 평화를 이끌어 냈기에 십 년 전 국제연합은 5월 22일을 대 평화의 날로 선포했고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국경일로 선포하였다.


오늘 경기도 전 지구적인 휴일을 맞아 전석이 매진이다.

물론 빽또라이 백다운한테는 그 어떤 휴일보다 본인의 생일이 더 우선이지만.


"빽또라이 저 놈 입에 재갈이라도 물려! 생일날 때려 죽이고 싶지 않게!"


염감독의 고함이 생일빵처럼 날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염감독 말처럼 5월 22일, 생일날이 지옥의 첫 날이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생일은 원래 그런 상상 따위는 하지 않는 날이니까.


*

“여기는 중국에서도 텐진 종합경기장! 오늘 대재앙의 날, 아니 대 평화의 날 20주년을 맞아 이곳에서는 대한민국의 수원 블루스타즈와 중국 텐진 청룽의 203X-203Y시즌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8강 결정전 제2차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중계진 앵커가 흥분된 목소리로 중계를 시작했다.

텐진 경기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는 만원이었다.

양측 골대 뒤의 서포터즈들도 대형 깃발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 서로의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 삐이이익~


시작 휘슬과 동시에 시작된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


“오늘 경기는 전 세계 88개국에서 라이브로 시청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축구 지도의 중심축 하나로 성장한 아시아 리그, 거기다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 부럽지 않을 명경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십년 째 명해설자로 이름 높은 안정한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과 청룽의 경기는 동아시아 축구 최강자끼리의 격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클럽팀으로 본다면 한국의 K리그가 한 수 위인 것은 확실하지만 중국 또한 십수년 째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2차 축구굴기를 지향하며 자국 리그를 높은 수준으로 상승 시켰으니까요. 국대 경기에서도 중국이 공한증을 극복하는 단계까지 따라왔던 바 있습니다. 다만 최근 우리나라가 남북 통일 단계에 접어들면서 단일팀을 구성하게 되면서는 다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이 최근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4강에 진입한데 비해 중국은 조별 예선 통과도 쉽지 않으니까요.”

“국대에서는 확실히 차이는 있습니다만 클럽끼리의 경기에서는 서로가 훌륭한 라이벌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중국은 용병의 전력이 강한 쪽이니까요. 어쨌든 오늘 경기는 수원이 꼭 이겨주기를 바랍니다. 저도 현역 시절 수원에서 뛴 바 있으니까요. 하하하”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일진일퇴, 공을 두고 선수들이 부딪힐 때 마다 한 명씩 쓰러지는 격렬한 상황이 이어졌다.

양팀 모두 아슬아슬한 기회들이 찾아왔지만 타이트한 수비에 막혀 결과는 없었다.


이대로 전반을 마치는가 하는 추가 시간에 수원이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은 청룽의 공격수가 행운의 골을 넣었다.


청룽 선수들은 경기장 한쪽 끝에 우뚝 서 있는 비행물체로 달려가 합장을 하는 세러머니를 펼쳤다.


“청룽의 전통적 세러머니죠. 대재앙에서 대평화의 상징이 된 비행체에 합장 하는 것. 오늘이 20주년이니 더욱 의미가 색다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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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1> 머리에서 가슴으로 +2 23.05.27 36 1 10쪽
10 <1-10> 삶의 끝, 사랑의 끝. 23.05.26 2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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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3> 종말의 서막 +4 23.05.23 70 4 10쪽
» <1-2> 빽또라이와 석아람 +2 23.05.23 77 5 11쪽
1 <1-1> [프를로그] 외계에서 온 비행체 +6 23.05.23 14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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