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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식량 - 좀비인류 멸망의 날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래몽래인
작품등록일 :
2023.05.23 13:14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927
추천수 :
34
글자수 :
93,615

작성
23.05.24 00:32
조회
42
추천
1
글자
10쪽

<1-6> 감염 확산

DUMMY

*

'콰당!'


학생과 중년, 둘이 한 덩이가 되어 쇼윈도에 부딪힌 뒤 나뒹굴었다.


"꺄아악---!"


그 쪽 좌석에 있던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으걱!


중년 사내가 학생의 얼굴을 물어 뜯었다.

얼굴 살점이 크게 뜯겨나가며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다.


옆에서 나타난 피 범벅의 젊은 여자가 함께 달려들어 학생의 팔과 목을 물었다.


"우아악!"


'촤륵--'


마지막 비명과 함께 솟구친 피가 유리창에 뿌려졌다.

동맥이 끊어진 것이리라.


"으아아악---!"


동시에 이디아 안에서도 비명이 터졌다.

사람들이 윈도우에서 물러났다.


학생이 절명한 듯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자 괴물은 통유리 창 안쪽 매장을 노려 보았다.


동공 없는 충혈 된 눈동자가 매장 안의 사람들을 훑었다.


"크아아아---"


괴성과 함께 세 놈의 괴물이 동시에 유리창 쪽으로 달려들었다.


'쿵!'


놈들은 유리가 막고 있단 걸 모르는 듯 거침없이 온몸으로 부딪혀 왔지만 강화 유리로 된 윈도우가 깨질 리는 없었다.


그런데도 충돌과 함께 나가 떨어졌던 놈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또 다시 유리를 향해 부딪혀 왔다.


-쿵! 쿵! 쿵!


마치 몸으로 강화 유리를 깨버리겠다는 듯이.

그렇게 부딪히고도 유리가 가로막고 있다는 걸 여전히 모르는 듯이.


“츄린! 슈웨이! 닫아! 문 잠궈!”


남창기가 오더 코너에서 달려 나가며 알바들 한테 소리 질렀다.


공포에 질려 굳어 있던 알바들도 함께 문으로 달려갔다.


피 범벅이 된 또 다른 괴물 하나가 문을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 퍼억!


남창기가 달려가 놈의 가슴팍을 후려 찼다.

놈이 나가 떨어지자 얼른 잠금장치를 걸었다.


“저기! 테이블 가져 와! 그쪽 장식장도!”


출입구가 열리지 않도록 가구들로 바리게이트를 만들었다.


놀란 손님들도 핸드폰으로 뉴스와 유투브를 찾아 보고 여기저기 전화를 거느라 정신이 없었다.


TV에서는 계속 위험하다고 외출을 삼가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었다.


남창기가 매장 뒤쪽 창고로 통하는 후문까지 단단히 잠그고 돌아왔을 때 손님들 간에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가야 한다고! 중요한 약속이 있다니까!”

“나도 건너편 극장에 가족이 있다고!”


손님들 중에 몇 명이 밖으로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문 쪽에 괴물 몇 놈이 붙어 서성이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저 꼴을 보고 나갈 생각이 듭니까? 잠시만 기다려 봐요. 경찰이 곧 상황을 통제할 겁니다.”

“당신이 내 가족 책임 질 거야? 죽으면 어떡할 건데?”

“문을 열었다가 여기 있는 사람이 위험에 빠지면 손님이 책임 질 겁니까?”

“아, 그건 그 사람들 문제고! 난 나가야 한다고!”

“안 됩니다! 이곳 점주로서 손님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저는!”


남창기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다른 손님들도 남창기의 의견에 동조해 주었다.


사실 그런 남창기의 마음 속은 매장 안의 그 누구보다도 더 바짝바짝 타 들어 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먼저 문을 열고 뛰쳐나가고 싶었다.


바로 이 시간, 학원이 끝난 딸 리나를 데리고 아내 안유정이 매장으로 오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몇 번이고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틀림없이 출발했을 시간인데.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이 곳으로 오고 있을 게 틀림 없는데...


남창기의 속은 가뭄에 마른 논 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

리나와 반려견인 백설기를 태우고 운전 중인 안유정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제 겨우 일곱 살이 된 리나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리나 동생 대신 입양한 다섯살배기 대형 믹스견 백설기도 창 밖을 보며 컹컹 짖어대고 있었다.


텐진 시내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아니 전쟁이라면 상황이라도 이해가 되겠지만 이건 너무나 현실감이 없었다.

마치 공포 영화 속으로 뛰어 들어 온 것 같았다.


사람이 사람을 물어 뜯는 광경을 실제 상황으로 본다는 건 어떤 사람이라도 상상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니까.


*

남창기가 있는 이디야를 중심에 놓고 보면 유정이 오고 있는 반대쪽에서 수원 블루스타즈의 선수단 버스가 달려오고 있었다.


버스가 향하는 곳은 중심가 사거리를 끼고 이디야 텐진점과 대각선 쪽에 있는 45층 짜리 텐진타워호텔이었다.

그곳이 수원 블루스타즈 선수단 숙소였다.


시내로 진입 한 뒤에도 버스 안의 사람들 모두 아무 말도 없었다,

무슨 말을 하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석아람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맘 속으로 제발 가족들이 살아있기를, 다시 만나게 되기를 간절히 빌고 있었다.


호텔까지 10여 분 정도의 거리가 남았을 때 쯤 염기운 감독이 일어나 마이크를 잡았다.


"방금 한국의 구단 측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일단 이 버스는 예정대로 선수단 숙소인 텐진 타워 호텔로 이동할 것입니다. 현재 타워 호텔은 자체 경비를 가동, 안전한 상태임을 확인했습니다."


누군가가 아람이 묻고 싶은 질문을 대신했다.


"가족들과 함께 왔는데 흩어져 버렸어요! 함께 못 온 사람들은 어떡해요?"


침통한 표정으로 염감독이 대답했다.


"일단 구단에서도 대사관을 통해 중국 정부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습니다. 동시에 텐진 경기장에 원정 팬들이 많았던 까닭에 그곳으로 군부대를 투입해 낙오된 한국인들을 시급히 구출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아마 아까 고속화 도로에서 본 병력이 경기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병력이 아닐까 합니다. 군부대가 나선 만큼 곧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염감독이 잠깐 말을 멈추었다. 무언가 갈등 하는 것처럼.


들릴 듯 말 듯 한숨을 잠깐 내쉬고는 결심한 듯 단호하게 말을 이어 갔다.


"여러분께 말씀 드릴 게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지금 이 사태가 이 곳, 텐진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바로 옆에 있던 백다운이 손을 들고 물었다.


"어? 그럼 중국 전체가 이렇습니까?"

"아니다."

"아~ 다행이다. 난 또 중국이 다 뒤집어진 줄로 알았네요. 여러분, 들으셨죠? 텐진만 벗어나면 안전하게...."


순간 염감독이 마이크로 백다운 머리통을 콩 찍었다.

왜 그러나하고 올려다 보는 백다운을 노려보는 염감독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살짝 마이크를 입에서 떼고 백다운한테만 들리게 말했다


"제발 입 쳐 싸물어라. 버스 내릴 때 까지 입 열기만 해봐! 차 밖에 던져 버릴 테니까!"


다시 마이크를 잡은 염감독은 참담한 소식을 전했다


"오늘 우리가 보고 겪은 이 사태가 여기 텐진, 그리고 중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에?"

"전 세계에서?"


차 안에 빼곡히 끼어 앉아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질문을 쏟아 댔다.

너무 많은 질문이 한꺼번에 쏟아지자 염감독은 대답을 못하고 마이크를 내렸다.


"잠칸만! 잠칸만 조용! 조요옹!!!"


코치인 산토스가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대신해서 가장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크럼 한쿡도요? 마이 나라 브라질도요?"


염감독이 차마 전달하기 힘겨운 듯, 쥐어 짜듯이 겨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브라질도.... 그리고 한국도......"


염감독의 대답에 차 안이 조용해졌다.

그만큼 충격이 컸기 때문이었다.


"안돼! 그럴 리 없잖아!"

"그럼 어떻게 합니까? 어디로 돌아가야 합니까?"

"씨파! 대사관! 대사관에선 어떻게 한대?"


곧 여기저기서 참고 있던 울음이, 고함이 터져 나왔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욕설과, 감당할 수 없는 공포와 불안을 담은 비명까지 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버스 안도 밖과 다름 없이 지옥이 되어갔다.


슬픔과 두려움의 지옥.....


*

30분 전, 유정이 학원에서 나오는 리나를 태울 때만 해도 온 세상이 평화로웠다.

언제나 똑같은 일상. 그 무미건조한 ‘일상’이 진짜 행복이란 걸 몰랐다.


리나를 태우고, 시내에 있는 이디아로 출발해 100미터도 가기 전에 사람이 사람을 물어 뜯는 모습을 목격했다.


현실감 없는 광경에 저게 뭔가 싶었다.

일단 차를 멈추고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 쿵!


차 유리창으로 머리를 박으며 달려든 사람이 있었다.


‘크르르--’


아니, 짐승의 소리를 내는 괴물이 거기 있었다.


"꺄악!"


- 끼이이익~ 부아앙~


핸들을 꺾어 놈을 피해 달아났다.

차는 괴물을 뒤에 남겨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곳도 같은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인간이 인간을 물어 뜯는.

말.도. 안.되.는. 상.황.


일상의 행복은 딱 거기 '까지'였다.

일상이 행복이었다는 걸 깨달은 게 딱 거기서 '부터'였듯이.


놀란 유정이 남편한테 전화를 거는 순간에 핸드폰 배터리가 딱 나가버렸다.

머피의 법칙은 꼭 이런 순간에 적용된다.


"제발! 제발! 얼른 충전!"


벌벌 떨면서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손으로 무선충전기에 전화기를 올렸지만 금방 전화가 될 리는 없었다.


흥분한 백설기는 여전히 밖을 보며 컹컹 짖어대고 겁에 질린 리나는 백설기한테 고개를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리나야. 엄마가 있잖아. 울지 마. 금방 아빠한테 갈 거야"


- 삐리릿


유정이 마음을 다잡고 리나를 달래는 그 순간 일부 충전이 된 전화가 울렸다.

남편 남창기였다.


"나 지금 매장으로 가는 길이야. 응! 리나 뒤에 있어. 백설기도. 근데 너무 무서워!"


도로는 아무렇게나 세워진 차량들과 그 곳을 벗어나려는 차량들, 그 사이로 도망치는 사람들과 그들을 노리는 괴물로 변한 인간들 때문에 곡예 운전하듯 빠져나가야 했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 사람들이 괴물이 되었단 말야!"

"여기도 그래. 매장 앞에도 여러 놈들이 돌아다녀!"


- 텅


순간 본네트 위로 남자 하나가 피를 흘리며 뛰어 올랐다.

공격 당한 사람인지 공격하려는 괴물인지 알 수 없었다.


"꺄아악---!"


유정과 리나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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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2> 북한 사람 이상열 23.05.29 36 2 9쪽
11 <1-11> 머리에서 가슴으로 +2 23.05.27 36 1 10쪽
10 <1-10> 삶의 끝, 사랑의 끝. 23.05.26 2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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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7> 가족, 그리고 가족 같은.... 23.05.24 4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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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3> 종말의 서막 +4 23.05.23 70 4 10쪽
2 <1-2> 빽또라이와 석아람 +2 23.05.23 77 5 11쪽
1 <1-1> [프를로그] 외계에서 온 비행체 +6 23.05.23 14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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