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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식량 - 좀비인류 멸망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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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작품등록일 :
2023.05.23 13:14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926
추천수 :
34
글자수 :
93,615

작성
23.05.25 12:42
조회
45
추천
2
글자
9쪽

<1-8> 제3 긴급안전지구

DUMMY

*

- 으직!


백설기는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정확하게 경찰복의 목덜미를 물고 쓰러뜨렸다.

쓰러진 경찰복의 목을 놓지 않았다.

머리를 흔들어 놈의 목뼈를 분질러 버렸다.

그리곤 곧바로 차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또 다른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하디 순하고 물러 빠져 백설기란 이름이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백설기는 맹수가 되어주었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백설기가 놈들을 막아준 덕에 남창기는 리나를 매고 아내 손을 잡고 매장으로 달아 날 시간을 벌었다.


매장 앞 쪽에도 한 놈이 비틀비틀 남창기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달려가며 한 손에 든 봉을 들어 올렸다.


- 휘익~


순간 하얀 그림자 하나가 곁을 스쳐갔다.

어느새 달려 온 백설기였다.


- 콱!


놈의 머리통을 물어 뜯으며 쓰러뜨렸다.

그리고는 놈을 옆으로 질질 끌고 갔다.

이 위험한 존재를 남창기와 아내에서 최대한 떼어 놓으려는 듯.


백설기는 가족이었다.

위험한 때 가장 믿을 만한 존재, 정말 피를 나눈 것 보다 더 절절한 가족이었다.


“열어! 문 열어!”


겨우 이디야에 도착한 남창기가 유리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그런데.....

아무도 문을 열지 않는다.


모두들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남창기와 가족들을 바라 보고만 있을 뿐이다.

신신당부 했던, 믿었던 알바들은 사람들 뒤쪽에 숨어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다.


분노로 이가 갈렸다.


진짜 괴물은 유리문 밖에 떠돌고 있는 놈들이 아니라

저 안에 있는, 자신이 지켜주려고 애썼던, 하지만 지금은 자신을 배신한 바로 그들이었다.


절대 이 문은 열리지 않을 거란 걸 깨달았다.

목숨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가족'이라면 몰라도...

'가족 같은 사이'는 아무런 소용 없다는 걸.


“개새끼들아! 문 열라고! 어서---!”


- 쾅! 쾅! 쾅!


남창기가 유리문을 두드리며 피를 토하듯 절규했다.



*

‘투르르르르’


한국형 전투 헬기 K-207 다섯기가 편대를 이루어 한강을 따라 이동 중이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도 불길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서울 수도권에서는 최초 발병이 단 두 곳에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몇 시간 만에 감염자는 수십 만 명으로 늘어났다.


감염 속도가 빠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런 사태에 대비한 군경 병력이 턱 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확산을 막기가 어려웠다.


병력 부족은 비단 서울과 대한민국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20년 전 대 재앙을 겪고 난 뒤 전 세계가 군비 감축에 들어갔다.

전 지구적인 운동으로 냉전, 내전이 사라지고 평화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각국 내에서도 경쟁 보다는 조화, 생산 보다는 분배 쪽으로 삶의 축이 움직였다.


국가 간 경쟁이 사라지자 당연히 군비는 축소되었다.

사회가 안정화 되자 경찰 병력 역시 최소화 되었다


그런데 감염자, 괴물들이 일거에 확산되자 사태를 통제하기에 군경 병력이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감염은 군경을 가리지 않았기에 피해는 폭발적이었다.


단 몇 시간 만에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있었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던 옛날 북의 왕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데....


*

헬기 편대는 한강에 인접한 흑석동의 ‘수도권 제3 긴급안전지구’ 를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뒤쪽으로 산을 끼고 조성된 중앙대학교 캠퍼스인 안전지구에는 정문은 물론이고 긴급 설치한 안전벽 중요 위치마다 병력들이 각종 화기를 설치하고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중앙 운동장에 착륙한 헬기에서 전투요원의 호위를 받으며 강경훈 박사가 내렸다.


강박사는 평생 인간의 뇌를 연구해 왔다. 같은 분야를 연구하던 아내와 일찌감치 결혼하였으나 불행히도 아무리 애를 써도 자녀를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 삼 년 전 불의의 사고로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는 늘 혼자였다.

부천시 외곽에 있는 개인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동료들은 그런 그를 뇌만 파 먹고 사냐고 놀렸지만 아내를 잃은 지금 그에게 진정한 친구는 인간의 뇌 밖에 없었다.


삼십분 전만 해도 그는 개인 연구실에서 사태가 벌어진 줄도 모르고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헬기 편대가 도착하고 총성이 귓전을 때리자 겨우 고개를 들었고, 곧이어 들이닥친 전투 병력들에 의해 구출되었다.

구출?

그게 맞는 표현인지도 모를 일이다. 

강박사는 그 때 까지도 위험을 느끼지도 고립을 깨닫지도 못했으니까.


착륙장 근처에 있던 이세계 대령과 정혜신 박사가 헬기에서 내리는 강박사를 맞아주었다.


“강박사님!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정혜신 박사가 강박사의 손을 잡으며 반겼다.


“이게 다 무신 일이고? 나는 혼잣몸이라 개안은데 정박사 가족은?”


정혜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들은 데려왔는데 딸이 지금 중국에 가 있어요. 남자친구와 함께 있을 텐데.....”

“유라가? 맞데이, 자전거 여행 간다꼬 그랬재?”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에요.”

“글나? 우짜지? 킬 났네!”


이세계 대령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만 빨리 연구동으로 가주셔야겠습니다.”


강박사가 고개를 들어 이세계 대령을 올려다 봤다.

정혜신이 얼른 그를 소개했다.


“아, 이 쪽은 이세계 대령님이세요. 이 곳 안전지구 경비병력 총 책임자이시구요.”

“아, 그런기요? 반갑심데이. 근데 이기 다 무신 일입니꺼?”

“바로 그걸 여쭙고 싶어서 박사님을 모셔온 것입니다.”

“으엥? 내 보고 대답하라꼬? 내가 뭘 안다꼬?”


세 사람은 곧바로 캠퍼스 내의 의대 건물, 연구동으로 향했다.


거기엔 강박사가 아내 다음으로 사랑한 ‘뇌’를 가진 사람이 강경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의 뇌였으나 괴물의 뇌로 변해 버린 감염자가 말이다.


*

결국 선수단을 태운 버스는 호텔로 직행 하기로 했다.

막혀버린 이디야 출입문 앞에서는 남창기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달려드는 괴물들과 목숨 걸고 싸우고 있었다.


백설기가 몇 사람 몫을 하고 있었지만 그대로 두면 모두 희생될 것이 뻔했다.

그 광경을 본 백다운의 또라이 기질이 다시 치솟았다.


“세우세요! 저 모습 보고는 그냥 갈 수 없습니다! 저 혼자라도 내리겠습니다!”


백다운이 운전기사의 핸들을 잡고 버텼다.



기사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수 밖에 없었다.


- 끼익!


“저두 함께 내리겠어요! 아이가 피를 흘리고 있잖아요. 저 의사예요. 다친 사람을 두고 갈 순 없어요!”


염감독이 고함을 버럭 질렀다.


“안 된다고 했다! 운전석에서 어서 떨어져!”

“꼴통짓 하면 내버리고 간다면서요? 저 지금 꼴통짓 하고 있습니다! 내려 주십시오!”


백다운도 내리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불 받은 선우황이 끼어들었다.


“아! 이 또라이 새끼!"


선우황은 백다운의 옷깃을 잡고 문 쪽으로 쳐박았다,

그리고 동시에 문 열림 버턴을 눌러 버렸다.


- 콰다당!


버스 문에 등을 대고 있던 백다운이 문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그 위에다 대고 선우황이 욕설을 퍼부었다.


“됐냐? 뒈지고 싶어 안달이니까 얼른 가서 뒈져버려, 이 새꺄!”


백다운이 벌떡 일어나며 대답했다. 선우황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심 기뻐하면서.


“땡큐! 어쨌거나 고마워 선배!”


그 틈에 석아람도 차에서 내리려 했다.

백다운이 놀라 석아람을 내리지 못하게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왜 이래? 나도 내리겠다고!”

“됐어! 감독님이 그랬지? 우리 모두 감독님 책임권이라고. 근데 널 태운 건 나거든. 즉, 너의 안전은 내 책임권이라고!”


석아람이 차로 밀려 들어가자 버스 문이 닫혔다.

백다운이 활짝 웃으며 문을 두어번 두드리면서 외쳤다.


“출발! 좀 있다 호텔서 봐요! 존나 빠른 백다운이 열라 빠르게 돌아 갈테니까! 어쩜 버스보다 먼저 도착할지도 몰라요. 하하하”


버스 안에서 염감독이 안타까운 신음을 흘렸다.


“아.... 저 또라이.... 정말....”


옆에 있던 선우황이 불을 질렀다.


“내버려둬요. 저 새끼 저러다 뒈지게!”

“뭐? 뒈져? 그게 한 팀 동료한테 할 말이냐!‘

“한 팀? 우리가 지금 축구합니까? 저는 경기장이면 몰라도 여기서는 동료들 다 죽이려는 저런 놈 한 팀이라 생각 안합니다!”


-빠악-!’


분노한 염감독의 주먹이 선우황의 죽통으로 날아갔다.


“니 놈은 피치 위에서도 니 플레이만 했지 동료 생각 안 했어!”


코치와 선수들이 염감독을 뜯어 말렸다.


“감독님. 저도 내려주세요. 아이를 돌봐야 해요. 의사라구요!”


석아람의 말에 숨을 돌린 염감독이 조용히 대답했다.


“정말 의사라면 자네가 필요한 곳은 여기 말고도 많을 거야. 일단 호텔로 간다.”


버스가 다시 출발할 때 백다운은 이미 이디야 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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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2> 정의를 위해 상관을 쏘다 23.06.09 26 0 9쪽
20 <2-1> 지옥 탈출, 목적지는 희망인가 또 다른 지옥인가 23.06.08 20 0 10쪽
19 <1-19> 대한민국 군인의 책무 23.06.07 26 0 9쪽
18 <1-18> 산 자를 위해 죽는 자들 23.06.06 22 0 10쪽
17 <1-17> 진화한 괴물, 놈들의 중심체는? +2 23.06.05 24 1 9쪽
16 <1-16> 괴물들의 역습 23.06.02 23 0 10쪽
15 <1-15> 죽어 가는 동료, 무너지는 팀 23.06.01 35 0 9쪽
14 <1-14> 괴물들이 진격하는 악몽의 밤 23.05.31 32 0 9쪽
13 <1-13> 아비의 눈물, 딸의 눈물. 23.05.30 31 1 9쪽
12 <1-12> 북한 사람 이상열 23.05.29 36 2 9쪽
11 <1-11> 머리에서 가슴으로 +2 23.05.27 36 1 10쪽
10 <1-10> 삶의 끝, 사랑의 끝. 23.05.26 29 1 9쪽
9 <1-9> 인간이 변한 괴물, 인간 그대로의 괴물 23.05.25 32 1 9쪽
» <1-8> 제3 긴급안전지구 +2 23.05.25 46 2 9쪽
7 <1-7> 가족, 그리고 가족 같은.... 23.05.24 42 1 9쪽
6 <1-6> 감염 확산 23.05.24 42 1 10쪽
5 <1-5> 탈출 +2 23.05.23 53 3 10쪽
4 <1-4> 괴물, 감염자들 +2 23.05.23 53 3 10쪽
3 <1-3> 종말의 서막 +4 23.05.23 70 4 10쪽
2 <1-2> 빽또라이와 석아람 +2 23.05.23 77 5 11쪽
1 <1-1> [프를로그] 외계에서 온 비행체 +6 23.05.23 14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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