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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식량 - 좀비인류 멸망의 날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래몽래인
작품등록일 :
2023.05.23 13:14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931
추천수 :
34
글자수 :
93,615

작성
23.06.02 11:26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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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16> 괴물들의 역습

DUMMY

*


- 뻑!


들고 있던 각목으로 골프채 휘두르듯 놈의 머리통을 후려 갈겼다.

놈의 머리통이 휙 돌아가며 목뼈가 와작 부러지는 소리나 났다.


- 퍽!


이번에는 건들거리는 머리통을 위에서 내리 찍었다.

두개골이 으스러졌다.


“죽어! 죽어! 이 괴물 새꺄---!”


- 퍽! 퍽! 퍽!


이성을 놓쳐버린 백다운은 빽또라이라는 별명조차 부족할 정도로 광분 했다.

놈의 두개골이 산산조각 으깨지고 박살 난 수박처럼 뇌수가 흘러 내릴 때까지 미친 듯이 후려 갈겼다.


“내 친구 익규! 현민 선배! 명원선배! 수로 선배! 으아아아~~!!!”


한 대 한 대 내리칠 때 마다 죽어간 동료들의 이름을 외쳤다.

울음인지 고함인지 모를 괴성과 함께였다.


놈의 머리통은 아예 형체가 없어졌다.

부서진 뼈조각과 흥건하게 짓이겨진 뇌수가 바닥을 적셨다.


“그만해! 그만 하라고!”


김대희가 백다운의 허리를 잡고 쓰러뜨리며 만류했다.

백다운이 주저앉은 채 눈물을 콸콸 쏟으며 괴물을 가리켰다.


“선배! 이 새끼! 이 새끼들이라고! 우리 동료들을 죽인 게.....! 씨팔!”


“백다운. 진정해라. 이 사람도 불과 몇 분 전에는 사람이었어. 그것도 우리 스텝이던...”


그 말에 백다운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짓이겨 놓은 괴물의 시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미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뭉개진 괴물의 사체.

머리통이 사라져버린 그가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은 틀림없는 수원의 것이었다.


그제야 한 사람의 얼굴이 머리를 스쳐갔다.

백문호.

선수들의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재활을 도와주던 트레이너였다.

같은 백씨라고 백다운을 더 아껴주었던 분.

언제나 환한 미소에 아재 농담을 장착하고 밤늦은 시간까지라도 선수들을 위해 애쓰시던 바로 그 분.


백다운의 온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갔다. 들고 있던 각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서, 선생님!”


방금까지 저주를 퍼부으며 후려 갈겼던 그 사체를 끌어안고 울었다.

그의 울음엔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조금 전의 분노, 그리고 울분.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까지.


“으아아아----!”


백다운의 절규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비단 백다운 만의 절규가 아니었다.

그 복도에 아직도 살아있는 모든 생존자들, 목 놓아 울고 싶은 그들을 대신한 애 끓는 절규였다.



*

석아람은 임시 병동으로 사용되는 연회용 대형홀 옆에 붙어 있는 직원용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다.

크지 않은 휴게실에는 보조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안쪽의 침대 위에는 리나가 잠들어 있었는데 아직도 핏물로 얼룩져 있는 백설기가 리나 옆자리에 올라 앉아 고개를 묻고 함께 잠들어 있었다.


이 시각, 아직도 임시 병동을 지키고 있는 공혜경이 두어 시간 후에 돌아오면 석아람이 교대할 예정이었기에 잠깐이나마 눈을 붙여야 했다.

하지만 피곤한 몸과 달리 정신은 슬픔과 두려움 때문에 점점 선명해졌다.

오늘 밤은 단 한숨도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갑을 열어 사진을 꺼냈다. 사진 안에서는 네 가족이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빠가 가족사진 한 장씩 정도는 품고 다니자면서 몇 달 전 온 가족이 모두 데려가 찍었던 사진이었다.

그 땐 시간 없다고 짜증도 부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사진 한 장이 너무나 소중했다.


‘다행이야. 이 사진이라도 남아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 흠칫 놀랐다.

가족들 모두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다짐하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서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도 가족들한테 죄를 짓는 것 같았다.


‘미안해. 다신 나쁜 생각 안 할게. 어서 돌아와 줘. 아빤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잖아. 슈퍼 대디잖아. 슈퍼 대디 열!’


석아람의 아빠 이름이 석준열.

아빤 이 십 년도 더 오래 된 아주 옛날, 아빠가 막 결혼 했을 때 웹툰으로 나왔고 드라마까지 만들어졌던 슈퍼대디열이란 작품을 너무너무 좋아했다.

아람이 어릴 때부터 낡고 낡은 단행본 만화책과 드라마를 보여주며 인류 최고의 작품이라면서, 그리고 아빠도 웹툰 주인공처럼 슈퍼대디 열이라면서 입에 침을 튀기며 자랑했었다.


주인공 김열이 가족을 위해 웃고, 울고, 쓰러졌다 다시 뛸 때 마다 아빠도 소리 질렀다.


‘절대 쓰러지지 마! 일어나, 임마! 열이잖아! 슈퍼대디 열이잖아! 가족을 위해 벌떡 일어나라고!’


그런 아빠였다.

웹툰 주인공보다 훨씬 더 가족을 사랑한, 그런 아빠였다.


‘그런 아빠니까, 슈퍼 대디 열이니까, 틀림없이 돌아올 거야. 엄마와 동생을 데리고 짠하고 내 눈 앞에 나타날 거지? 그렇지? 나 아빠 믿으니까 꼭 돌아와 줘. 정말정말 굳게 믿고 있을게.’


아람은 눈물을 훔치며 다짐하고 다짐했다.

그러다 잠깐 까무룩 선잠에 빠져 들었다.


몇 초 동안 졸았는지, 아니면 몇 시간을 내리 잤는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들려온 비명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일어나! 빨리! 피해야 해!”


아람을 흔들고 있는 건 공혜경이었다.

아람이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혜경은 옆자리의 리나를 안아 들었다.


“괴물들이야! 호텔 안으로 들어왔어! 빨리 일어나!”


아람은 선잠에서 깬 뒤에도 현실을 판단할 수 없었다.

대체 이곳이 어딘지, 왜 여기 잠들어 있는지 금방 생각이 나지 않았다.

축구, 괴물, 탈출의 기억들이 조각조각 떠올랐지만 그것들이 방금 짧은 잠 속에 꾸었던 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차려! 일어나라고!”


공혜경이 다시 고함을 지르자 그제야 이 낯 선 방이 중국의 호텔이라는 것, 어제 겪었던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가족들이 이제 곁에 없다는 것도.


혜경이 리나를 한 팔로 안고 아직도 멍하니 앉아 있는 아람의 손목을 잡고 일으켰다.


“나가야 해! 선수들이 있는 곳으로 피해야....”


공혜경이 문을 여는 순간, 바로 앞에서 서성이던 괴물 하나가 혜경을 돌아보았다.

조금 전까지 공혜경이 돌봐주었던 환자, 30대의 젊은 사내였다.

장기가 파열되고 일곱 군데의 뼈가 부러져 꼼짝 없이 누운 채 생사의 경계를 오락가락 하던 그가 멀쩡하게 일어나 공혜경을 보고 있는 것이다.


공혜경한테 살려 달라고, 제발 구해 달라고 애원하던 그가 지금은 공혜경을 죽이려고 거기 그렇게 서 있었다.


- 크아아~


놀라서 객실 문을 닫는 혜경한테 놈이 달려들었다.

이제껏 보았던 괴물들의 움직임보다 훨씬 빠르게.


- 컹!


놈이 혜경의 옷깃을 잡으려는 순간 뒤에서 낮게 으르렁거리고 있던 백설기가 튕긴 용수철처럼 달려 나가 놈의 다리를 물었다.


- 쿠다당


놈이 객실 문턱 위에 쓰러졌다.

백설기가 그 놈을 물고 제압하는 동안 다른 녀석들이 나타났다.


“나갈 수 없어! 안에 숨어야 해!”


문턱 위에 쓰러진 괴물 때문에 문을 잠글 수도 없었다.

좁은 직원 방안에 숨을 곳이라고는 침대 밑 밖에 없었다.

혜경과 아람은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 숨을 죽였다.

그 때 혜경이 안고 있던 리나가 잠에서 깨어 눈을 떴다. 혜경이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고 했다.


“엄마, 아빠는요?“


리나가 조그만 소리로 울먹이며 물었다.


“쉿! 곧 오실 거니까 이제 소리 내면 안 돼!”


리나가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했다.


백설기가 크르렁거리며 괴물들을 막아섰지만 괴물들은 외면했다.

괴물들은 뿐 백설기가 아무리 무섭게 달려들어도 물어 뜯거나 싸우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폭력성은 오직 인간, 살아있는 인간에게만 반응하는 것이었다.


놈들은 동료가 백설기한테 물어 뜯기는 중에도 상관치 않고 방으로 들어왔다.


- 크르르르....


놈들이 방안을 돌아다녔다.

침대 밑에서는 서성대는 놈들의 다리만 보였다.

대충 세어 봐도 좁은 방에 열 놈이 넘었다.


공포에 짓눌려 죽을 것 같았다.

혜경은 입술을 깨물고 숨을 죽였다.

리나를 안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리나도 두려울 텐데, 공포는 전염되는 거라 내가 떨면 안되는데 하고 생각했지만 혜경의 몸은 사시나무처럼 덜덜덜 떨고 있었다.


서성이던 놈들이 공격할 대상을 찾지 못하자 하나 둘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놈들은 돌아갈, 다른 데로 이동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대로라면 침대 밑에서 꼼짝 없이 갇혀 있어야 할 상황이었다.


*

이상열과 몇 사람의 활약으로 복도 상황이 일단 정리되긴 했지만 또 다른 괴물들이 어디선가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이쪽이야! 여기로 와!”


염기운 감독이었다.

잠궈 놨던 방문을 열고 다급히 손짓을 했다.

생존자 모두가 일단 그 방으로 대피했다.


염감독은 밖에서 그 소란이 벌어지는 중에도 설마 김대의가 선수들을 이끌고 방을 옮겨오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특급 호텔의 훌륭한 방음 수준이 이런 때에는 마이너스였던 셈이다.


“내가 그랬지? 비상시에는 모두 방에서 대기하라고! 왜 함부로 움직인 거냐고!”


염감독은 버럭 화부터 냈지만 곧 사과했다.


“뭐, 달리 방도가 없었던 건 알지만.... 어쨌든 준비되지 않은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건 심사숙고해야 해. 혼자가 아니고 책임 질 사람이 있는 경우는 더더욱.”


“헛소리 그만 두고서리! 그 아이레 디금 어디 있네? 리나, 그 아이! 내레 그 아이 반드시 구해야게서!”


이상열이 더 큰 소리로 염감독을 다그쳤다.


작가의말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신입 형사 이로운.


수사를 위해 '도를 아십니까'에 쳐들어갔는데....
어라? 진짜 도인들이 있다!
온 우주, 시간과 공간을 아우른 다양한 모습의 도인들!


그들의 공동 제자가 되어 무림으로 간다!



https://novel.munpia.com/36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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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17> 진화한 괴물, 놈들의 중심체는? +2 23.06.05 25 1 9쪽
» <1-16> 괴물들의 역습 23.06.02 24 0 10쪽
15 <1-15> 죽어 가는 동료, 무너지는 팀 23.06.01 36 0 9쪽
14 <1-14> 괴물들이 진격하는 악몽의 밤 23.05.31 3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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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2> 북한 사람 이상열 23.05.29 36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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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3> 종말의 서막 +4 23.05.23 70 4 10쪽
2 <1-2> 빽또라이와 석아람 +2 23.05.23 77 5 11쪽
1 <1-1> [프를로그] 외계에서 온 비행체 +6 23.05.23 14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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