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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식량 - 좀비인류 멸망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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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작품등록일 :
2023.05.23 13:14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917
추천수 :
34
글자수 :
93,615

작성
23.05.29 12:14
조회
35
추천
2
글자
9쪽

<1-12> 북한 사람 이상열

DUMMY

*

리나를 위해 괴물 앞에 먹이가 된 남창기의 절절한 부정이, 리나 대신 괴물에게 목을 내놓은 유정의 모정이 백다운의 가슴으로 차고도 넘칠 만큼 흘러 들어왔다.


리나가 남 같지 않았다. 어린 피붙이 동생이라 여겨졌다.

가족. 가족이니까 살리고 싶었다.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을 그리워해 온 긴긴 밤과, 사랑하는 이를 만나 가족을 이루고 싶다는 절절한 낮들, 그것들을 모두 합한 것 보다 더 큰 질량과 무게로...... 


.......리나를 살리고 싶었다.


*

리나를 안은 백다운은 이면도로를 빠져 나왔다.

호텔은 좌측으로 가야 한다.


‘호텔까지는 반킬로 정도. 나 혼자서 리나를 안고 저기까지 가는 건......’


혼자서 호텔까지 안전하게 가는 건 불가항력.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머신건 사내들.


그들은 반대쪽 길로 저 만큼 멀어지고 있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가 목적지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급해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휴일을 맞아 취미로 사냥이라도 나온 듯, 재미있는 일인칭 좀비 게임을 즐기는 듯, 천천히 걸어가면서 튀어나오는 괴물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어이~ 도와주세요! 여기요!”


그들 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려가며 소리쳐 불렀지만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제 갈 길만 가고 있었다.


어쨌거나 지금 상황에선 믿을 건 그들 밖에 없었다. 그들이 가진 머신건 밖에 없었다. 그들을 만나 도와 달라고 설득해야만 했다.


그들과 일이 백 미터도 안되는 거리지만 그것 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난사하는 총에 맞아 쓰러졌던 놈들 중에서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놈들이 일어나 백다운의 앞을 막았다.

건물 안에서, 이면 도로에서 점점 많은 놈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게다가 한 손에는 리나를 안고 있기에 남은 한 손 만으로 그 놈들을 상대해야 했다.


“제발 좀 도와줘요--! ”


눈 앞의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며 고함을 질렀다.

백다운의 고함을 못 들을 리 없는 거리지만 머신건들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은 절대 도울 생각이 없음을,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백다운이 그들에게 가야만 했다.


백다운이 버려진 승용차 사이를 빠져 나갈 때였다.

승용차 아래서 손 하나가 툭 튀어나와 백다운의 발을 걸었다.

이상열한테 총을 맞고 쓰러졌던 괴물들 중 하나였다.


- 쿵-!


백다운이 엎어지며 승용차 백미러에 머리를 부딪혔다..

쓰러지는 순간에 리나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옆으로 쓰러지면서 품에 꼭 안은 리나는 안전하게 보호했지만 그만 옆머리를 보도블럭에 찧고 말았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

발을 건 괴물은 두 다리가 없었다.

물론 다리가 붙어 있긴 하지만 이상열의 총탄에 으스러진 상태였다.

놈은 두 팔을 이용해 백다운을 향해 기어오기 시작했다.

근처의 다른 놈들도 백다운을 발견하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백다운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가까이 기어온 놈이 손을 뻗었다.

백다운이 정신을 잃으면서도 꼭 껴안고 있는 리나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


순간 뒤쪽에서 빠르게 달려온 바이크가 앞바퀴로 놈의 손목을 우지끈 밟고 지나갔다.

유명한이었다.


놈의 손목을 아작 내고 지나 간 명한은 급히 멈춰 바이크를 버리고 달려왔다.


- 퍽!’


수박 터지는 소리가 났다.

덜렁거리는 손을 들고 여전히 리나를 잡아 채려는 놈의 머리통을 싸커킥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놈이 나가떨어지자 쓰러진 백다운의 품 안긴 리나의 손목을 잡아 보았다.

맥박이 있었다. 숨결도 느껴졌다.

리나를 백다운의 품에서 빼내려 했지만 어찌나 단단히 리나를 움켜 안고 있는지 쉽게 빼낼 수가 없었다.

백다운의 손목부터 잡고 비틀어 풀어낸 다음에야 겨우 리나를 안아 올렸다.


어느새 괴물들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급히 돌아서서 바이크로 가려는 순간 누군가 뒷덜미를 턱 잡았다.

명한은 몸을 돌려 세우며 한 손으로 그 놈을 밀쳐내고 연속 동작으로 돌려차기를 먹였다.


- 뻐억--!


둔중한 타격감과 함께 상대가 나가 떨어졌다.


그런데?

괴물이 아니었다.

방금 아이를 안고 있던 바로 그 사내, 백다운이었다.


“어? 죽은 거 아니었네?”


백다운이 일어나며 얻어맞은 콧잔등을 손으로 쓸었다. 손바닥에 흥건히 피가 묻어 나왔다.


“으악! 피! 이거 물린 거 아니지? 코피! 코피 난 거지? 너한테 맞아서 이런 거지!”

“괴물한테 물렸으면 그렇게 말도 못합니다!”

“어? 너도 한국 사람이야? 오늘 뭔 날이야? 중국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전부 한국 사람이네!”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거든요! 사방이 괴물이에요!”

“짜샤! 그래서 다행인 줄 알어! 사방에 괴물 아니었으면 넌 나한테 맞아 죽었어!”


유명한이 뒷춤에서 단봉을 꺼내 들었다.


“그게 더 좋을 지도 모르겠네요. 어차피 저놈들한테 죽을 테니까요....”


아닌 게 아니라 백다운과 명한을 보고 몰려드는 괴물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어 딱히 도망칠 수 있는 구멍도 보이지 않았다.


- 투투투투투--


그때, 다시 머신건 총성이 울렸다.

다가오던 괴물들이 총탄에 너덜너덜 짓이겨지며 쓰러졌다.

유명한이 몸을 날려 백다운과 함께 차 뒤로 엎드렸다.


이상열과 세 명의 사내가 방향을 바꾸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엄폐하고 있는 차 위로 손을 흔들며 고함 쳤다.


- 투투투투투--


대답 대신 총탄이 날아왔다.

뭐든 움직이면 일단 쏘고 보는 모양인데 슬슬 부아가 치밀었다.


“야! 이 새끼들아! 사람이라고!”


총탄이 난무하는 가운데 벌떡 일어났다.


“야 이 놈들아! 생 사람 쏴 죽이면 니들이 저기 괴물하고 뭐가 달라!”


유명한이 놀라 백다운의 옷을 잡고 당기며 말했다.


“미쳤어요? 한국말로 떠들어봐야 알아듣지도 못한다니까요!”


그런다고 주저앉을 백다운이 아니었다. 빽또라이니까.

이상열이 사격을 멈추고 부하들한테도 손짓을 했다.


“간나 새끼.... 성깔이레 마음에 드누만.”


주위에 다가오는 놈들을 향해 드르륵드르륵 총을 쏘며 걸어왔다.

먼 데서 볼 때는 화려한 무늬의 하와이언 셔츠를 입었나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문신이었다.

용 한 마리 호랑이 한 마리.


“너이 뭐시긴데 자꾸 고함 지르고 난리.....”


말하던 이상열의 시선이 유명한이 안고 있는 리나한테 멈췄다.


“다, 다솜이! 다솜이 아니간! 다솜아--!!!


이상열은 리나를 보고 다솜이라 부르면서 확인하려고 다가왔다.

놀란 유명한이 뒤로 주춤 물러나고 백다운이 그 앞을 막아 섰다.


“비켜 보래!”


이상열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 컹컹--!


아까부터 보이지 않던 백설기였다.

어느새 달려와 리나한테 다가오는 이상렬을 보고는 격렬하게 짖어 댔다.


“이 개새끼레!”


이상열이 총을 들어 올렸다.


“안돼요... 쏘지 마세요....”


깨어난 리나였다.


“백설기... 그러지 마... 아저씨는 나쁜 괴물... 아니야....”


백설기가 훌쩍 두 발을 들어 유명한을 짚고 안긴 리나의 얼굴을 핥았다.

리나도 힘 없는 손을 들어 백설기를 쓰다듬었다.


“아빠랑 엄마는? 설기야 얼른 아빠 엄마 좀 찾아와.....”


*

한 참의 시간이 흐른 뒤 백다운과 유명한은 이상렬의 도움으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자체 경비 병력 뿐만 아니라 인근 경찰들까지 합류해 안전을 확보하고 있었다.


백다운 일행이 호텔에 들어가고 조금 지나자 장갑차를 앞세운 군 병력이 도심으로 진격해 들어왔다.

군인들은 시가지와 건물 안 까지 샅샅이 뒤지며 괴물들을 사살했다.

병력이 지나간 자리에 하나 둘 씩 숨어 있던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만세를 불렀다.


하지만 많지 않은 병력으로 도심 전체를 통제할 수는 없었다.

도시의 가장 번화가를 중심으로 놓고 원형의 안전 구역이 만들어졌다.


밤이 깊어지면서 전기가 나간 도심은 어둠에 덮혔지만 안전 구역 안 몇 군데 대형 건물은 자체 비상 전력으로 불을 밝힐 수 있었다.

다행히 호텔도 안전 구역 중심부였고 자체 전력도 충분했다.


*

백다운이 호텔로 들어가자 염감독을 비롯한 동료들이 진심으로 무사 귀환을 환영해 주었다.

선우황만 한 걸음 물러나 외면하고 있었다.


호텔 안에는 투숙객 외에도 인근에서 도피해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부상을 입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사망자는 하나도 없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선수단의 건강을 담담한 주치의 공혜경도 호텔 내에 임시로 마련된 병동에서 현지 의료진과 함께 부상자를 치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염기운 감독과 함께 리나를 안은 백다운이 내려오자 힘든 와중에도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다행이야. 못 돌아 올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데.”

“제가 누굽니까? 수원의 신형 엔진 백다운 아닙니까? 그냥 다 때려잡으면서....”

“됐고! 그 아이부터 빨리 진찰 받게 해”


염감독이 백다운의 주접을 끊으며 말했다.

리나를 뉘이자 공혜경이 몇 가지 전자장비를 연결했다.

모니터에서 리나의 상태를 알려주는 몇 개의 그래프와 숫자로 표현된 결과치가 출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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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3> 총구의 방향이 왜? 23.06.12 29 0 9쪽
21 <2-2> 정의를 위해 상관을 쏘다 23.06.09 26 0 9쪽
20 <2-1> 지옥 탈출, 목적지는 희망인가 또 다른 지옥인가 23.06.08 19 0 10쪽
19 <1-19> 대한민국 군인의 책무 23.06.07 25 0 9쪽
18 <1-18> 산 자를 위해 죽는 자들 23.06.06 21 0 10쪽
17 <1-17> 진화한 괴물, 놈들의 중심체는? +2 23.06.05 24 1 9쪽
16 <1-16> 괴물들의 역습 23.06.02 23 0 10쪽
15 <1-15> 죽어 가는 동료, 무너지는 팀 23.06.01 35 0 9쪽
14 <1-14> 괴물들이 진격하는 악몽의 밤 23.05.31 31 0 9쪽
13 <1-13> 아비의 눈물, 딸의 눈물. 23.05.30 31 1 9쪽
» <1-12> 북한 사람 이상열 23.05.29 36 2 9쪽
11 <1-11> 머리에서 가슴으로 +2 23.05.27 35 1 10쪽
10 <1-10> 삶의 끝, 사랑의 끝. 23.05.26 29 1 9쪽
9 <1-9> 인간이 변한 괴물, 인간 그대로의 괴물 23.05.25 32 1 9쪽
8 <1-8> 제3 긴급안전지구 +2 23.05.25 45 2 9쪽
7 <1-7> 가족, 그리고 가족 같은.... 23.05.24 42 1 9쪽
6 <1-6> 감염 확산 23.05.24 42 1 10쪽
5 <1-5> 탈출 +2 23.05.23 52 3 10쪽
4 <1-4> 괴물, 감염자들 +2 23.05.23 53 3 10쪽
3 <1-3> 종말의 서막 +4 23.05.23 70 4 10쪽
2 <1-2> 빽또라이와 석아람 +2 23.05.23 76 5 11쪽
1 <1-1> [프를로그] 외계에서 온 비행체 +6 23.05.23 142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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