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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식량 - 좀비인류 멸망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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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작품등록일 :
2023.05.23 13:14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948
추천수 :
34
글자수 :
93,615

작성
23.05.23 13:34
조회
70
추천
4
글자
10쪽

<1-3> 종말의 서막

DUMMY

*

후반 들어 경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수원이 빠른 시간에 동점골을 넣고 십분 뒤엔 역전골까지 추가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을 받는 청룽도 만만치 않았다.

오 분 사이에 두 골을 넣어 동점과 재역전까지 이뤄냈다.


3대2 청룽의 리드.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청룽의 승리, 만약 수원이 동점골을 터뜨린다면 어웨이 골 우선으로 수원이 다음 단계로 진출하게 된다.


백다운의 속도 바짝바짝 타 들어갔다.

교체는 이제 단 한 명 남았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부터 몸을 푸는 척 염감독 옆을 얼쩡거리며 시위 아닌 시위를 하는 중인데 염감독은 눈길 하나 주지 않는다.


“아우! 생일이라 그런가? 컨디션이 만땅 치고 더 올라가네? 일 분에 한 골씩 처박을 거 같은 느낌이야~”


들으라고 한 소리고 틀림없이 들었을 텐데 염감독은 반응이 없다.

찌끼찌끼 시간이 갈수록 백다운의 속이 시꺼멓게 타다가 회색 재만 남을 듯 했다.


염감독은 염감독 대로 수를 재고 있었다. 백다운이 독이 바짝 오를 때까지.


“이제 십 분 남았네. 일 분에 한 골이면 열 골은 넣겠네.”

“야! 이 새끼! 참자참자 하니까 진짜! 안 그래도 신경 칼날 같이 곤두 서는데!”


염감독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백다운은 찔끔 물러서면서도 입은 쉬지 않았다.


“생일인데. 오늘이 생일이라 생체 리듬 캡인데!”

“이 새끼가 정말!”


옆에 있던 산토스 코치가 주먹을 쥐고 휘두르는 염감독을 몸으로 막아가며 겨우 막아냈다.


“저 새끼 내보내!”

“팩토라이 퇴장 시키라고요?”

“아니, 저 새끼 교체 출전시키라고! 또라이, 너 이 새끼! 열 골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니 모가지는 골대 밑에 묻고 간다!”


백다운의 얼굴이 봄꽃처럼 환하게 피었다.


“토라이. 들었지? 빨리 나가.”


산토스 코치가 웃으면서 말했다.


“충썽! 내레 옘감독님 명령에 따라 열 골 쎄리 박고 오겠슴둥! 감독님 싸릉해요~”


백다운이 머리 위로 손을 올려 크게 하트를 그렸다.

주접을 떠는 백다운을 보면서 염감독이 나지막히 되뇌었다.


“이제 저쪽 수비도 한계 체력. 남은 십 분은 또라이가 맘대로 깝칠 수 있는 타임. 이게 우리의 마지막 카드다.....”


*

"와아아~"

"역전의 파랑새! 빽따우운~~~"


백다운이 들어오자 지쳐 가던 서포터즈들의 함성이 다시 터져 올랐다.


아람의 아빠를 비롯해 가족들 모두 반쯤 미친 것 같다.

목은 전반에 이미 쉬어버렸지만 쇳소리를 내며 백다운을 연호했다.

이러다간 가족들 단체로 득음 할 것 같다.


아닌 척 했지만 수원이 공을 몰고 상대 골대로 향할 때는 아람이도 엉덩이가 들썩였고 반대의 경우엔 자기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마침내 백다운이 나오자 조금씩 응원가를 따라 부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지르며 벌떡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일단 이기고 보는 게.....’


양팀의 서포터즈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다해 선수들에 힘을 보탰다.


*

바로 그 순간에 즐기지 못하는 두 명이 있었다.


쌍둥이인 상식과 지식.

두 형제는 자리에 앉은 채 식은 땀을 흘리며 힘들어 하고 있었다.

온몸에 신열이 나고 식은땀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갑자기 몸에 이상이 오자 낮에 먹은 기내식이 뭔가 안 좋았나 싶었다.


하지만 증세는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상한 증세였고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둘의 이상 상태는 곧 온 몸으로 퍼졌고 머리 속까지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

백다운이 좌측 허리에서 공을 잡았다.


‘빠르게! 하지만 공보다는 뒤에서!’


주문처럼 속으로 외며 공을 붙이고 달리기 시작했다.

동료들 중에 자신보다 앞에 있는 선수가 없었다.

일단 치고 달리기다.


수비 셋 중에 하나가 앞으로 달려들었다.

발끝으로 공을 수비 옆 방향을 놓고 툭 밀어 찼다.

발이 빠른 다운으로서는 발재간으로 수비를 제끼는 것 보다 빈 공간에 공을 차 놓고 냅다 달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


다시 한 명의 수비가 진행 방향을 막아 섰다.

그때서야 반대편에 수비 두엇을 달고 뛰어 들어오는 선우황이 보였다.

길게 패스를 띄우고 골문 쪽으로 빈 공간을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패스를 받은 선우황이 다시 공을 보내오면 골키퍼와 일대 일의 완벽한 찬스가 될 것이다.


- 와아아~~~


경기장 안에 운집한 오만 여명이 기대와 걱정으로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 끄아아아악!


같은 순간, 고통스러워 하던 상식과 지식이 벌떡 일어나며 찢어지는 괴성을 질렀지만 바로 곁의 친구들도 단순히 흥분의 함성이라고만 여겼다.


골대를 향해 질주하는 백다운의 앞에 상대팀은 오직 키퍼 뿐.

그도 선우황 쪽으로 치우쳐 있어 패스만 오면 헛발질을 해도 골이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선우황이 욕심을 부렸다.

수비수 옆 좁디 좁은 각도를 파고 슛을 때렸다.

스핀이 걸린 볼이 포스트를 맞고 튕긴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백다운이 튀어 나오는 볼을 향해 몸을 날렸다.

겁나 빠르게. 

빠르기로 치면 볼 보다 더 빠른 백다운 아닌가.


헤더는 실패했다.

너무 빨라서.

공은 백다운의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에 맞았다.

튕겨 나간 공이 떼굴떼굴 골대를 향해 굴렀다. 역동작에 걸린 키퍼가 몸을 틀며 손을 뻗었지만 김 한 장 차이로 스친 공은 골대 안으로.


"................."


경기장 안에 일순 침묵이 흘렀다.


"우와아~~~"


0.1초 정도의 침묵 뒤에 경기장을 무너뜨릴 듯한 수원 서포터즈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풀쩍풀쩍 뛰다가 하이파이브를 하다가 서로 끌어안고 웃다가 펑펑 울기까지 했다.

아람도 정신 차려보니 반쯤 미친 듯 폴짝거리며 고함을 지르고 있다.

모두가 미친 것 같다.


우스꽝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어쨌거나 골을 기록한 백다운은 벌떡 일어나 서포터즈석을 향해 달려갔다.

유니폼 가슴에 박힌 수원 엠블럼을 가리켰다가 입술에 손을 대고 서포터즈들을 가리켰다.


천 여명에 이르는 원정팀 서포터즈들도 동시에 백다운을 가리키며 백다운 콜을 외쳤다.

다들 미친 것 같다. 딱 광란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상황이 연출 되고 있었다.


*

그 순간 정말 미쳐버린 이들이 있었다.


"크아아아-"


온 몸을 떨던 상식과 지식의 눈동자가 충혈 되었다.

눈동자의 검은자 대신 붉은 피가 가득 찼다.

벌린 입에서는 짐승의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포식자의 견딜 수 없는 허기, 피를 향한 욕망이 온 몸을 점령했다.


'콰직!'

'콰악!'


지식이 먼저 상식의 목에 이빨을 박았다.

상식도 고개를 틀어 지식의 목을 물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목을 물어 뜯고 있는 모습은 얼핏 사랑하는 사람이 포옹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승리의 기쁨에 쌍둥이가 격하게 끌어안고 있는 거라 착각했다.


하지만 물어 뜯긴 둘의 목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피가 사방으로 튀자 주위에 있던 이들부터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꺄아악--!"


두 사람 뒤에 있던 젊은 여성 둘이 가장 먼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가장 먼저 쌍둥이의 희생자가 되었다.


- 콰직! 콰악!


쌍둥이들은 각각 두 여자의 얼굴과 몸통에 이빨을 박아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쌍둥이에 두 여자까지 괴물이 되어 또 다른 희생자를 물어 뜯고 있었다.


"으헉!"

"으아! 이 놈들 뭐야?"


네 사람을 발견한 근처의 서포터즈들이 원형의 빈 공간을 이루며 물러났다.

곧 이어 비명을 지르며 원의 중심으로 부터 달아나기 시작했다.


마치 잔잔한 수면에 떨어진 돌맹이가 동심원의 파도를 만들 듯이.


무슨 일인가 하는 의문의 파도가 맨 먼저였고, 그 다음은 사태를 파악한 공포의 파도가, 이어 서로 엉켜 쓰러지며 밟고 밟히는 도주의 파도, 마지막으로 점점 늘어나는 괴물들이 벌이는 살육의 파도가.


대재앙의 날, 그리고 대평화의 날로부터 딱 20년이 지난 오늘.


203X년 5월 22일.


대 종말의 날, 그 서막이 시작되었다.


*

서포터즈석 앞에서 선수들과 엉켜 세레머니를 하던 백다운 앞에서 서포터즈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뭐지? 왜들 저래?”


주장 김대희가 관중석을 보며 말했다.


“에이, 대희 선배. 딱 보면 몰라요? 제 골이 그만큼 극적이었다는 아니겠습니까? 뭔가 화끈한 서포팅을 준비해 온 게 틀림없습니다! 와하하!”

“새꺄! 니 눈깔은 티눈이냐? 저게 서포팅으로 보여? 다들 뭔가에 놀랐잖아!”

“그니까 제 골에 놀란....... 아닌가?”


다급해진 관중들 몇 명은 아예 경기장 안으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경기장 내부로 들어오는 네 곳의 입구 중 한 군데가 뚫리며 관중들이 피치로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안들이 필사적으로 저지했지만 공포에 질린 관중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뭔데?? 왜들 저래? 내 골이 충분히 멋지긴 했지만 이럴 정도는 아닌데?”

“그러니까! 적어도 니 골에 흥분한 건 아니라고!”


쏟아져 들어온 관중들이 그라운드를 지나 반대편으로 달려갈 때 까지도 피치 위의 양 팀 선수들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채 멀뚱멀뚱 서 있었다.

어쨌거나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니까.


그 때였다. 피 범벅이 된 일단의 무리들이 달려 들어온 것은.


"크아아아--"


사람의 목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사람의 형상이되 사람의 꼴은 아닌, 괴물에 가까운 무리들.


그건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 그 자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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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13> 아비의 눈물, 딸의 눈물. 23.05.30 3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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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10> 삶의 끝, 사랑의 끝. 23.05.26 2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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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7> 가족, 그리고 가족 같은.... 23.05.24 44 1 9쪽
6 <1-6> 감염 확산 23.05.24 43 1 10쪽
5 <1-5> 탈출 +2 23.05.23 54 3 10쪽
4 <1-4> 괴물, 감염자들 +2 23.05.23 54 3 10쪽
» <1-3> 종말의 서막 +4 23.05.23 71 4 10쪽
2 <1-2> 빽또라이와 석아람 +2 23.05.23 78 5 11쪽
1 <1-1> [프를로그] 외계에서 온 비행체 +6 23.05.23 14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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