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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913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7.31 22:56
조회
43
추천
3
글자
10쪽

<66> 이게 죽음인가, 생각보다 편안해.....

DUMMY

*

로운의 몸이 구겨진 종잇장처럼 펄럭이며 날아갔다.


취소연이 몸을 날렸다.


- 턱!


날아가는 로운을 받아 든 소연은 하마터면 로운을 그대로 떨어뜨릴 뻔 했다.


“윽!”


로운의 몸은 얼음덩이였다. 열빙지의 냉기를 버텼던 수련이 아니었다면 자신도 모르게 내동댕이 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물리적 타격은 없었다. 신주는 로운의 가슴에 닿지 않았고 신주의 극음강기가 로운의 몸을 관통한 것이었다.

만약 신주가 직접 로운의 가슴을 타격했다면 즉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정신 차려요!”

“으응.... 나 정신 있는데드드드드....”


정신을 잃은 건 아니었지만 온 몸이 얼어붙어 말을 채 다 하지 못하고 덜덜 떨기만 했다.


취소연이 얼른 로운의 냉기를 풀어 보려는 생각은 등에 손바닥을 댔다.


“드드드드...드켜 봐.....”

“네?”

“드드... 비키라고.....드드드”


로운이 취소연을 밀어내며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 애를 썼다. 얼어붙은 관절마다 으드득 얼음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교주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이제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로운도 모르고 취소연도 모르는 사실, 교주만 알고 있는 것이 있었다.


교주의 마지막 공격이 로운의 몸을 관통했을 때, 교주는 극음강기가 아니라 일월신주로 로운의 심장을 뚫고자 했다. 취학명의 심장을 뚫었던 것처럼.

하여 로운과 최대한 거리를 좁혀갔다. 하지만 로운은 생각했던 것보다 신속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 일 초를 실패하면 다시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기에 생각을 바꾸어 일월신주를 통해 극음의 내공을 쏘아냈다.


교주의 판단과 선택은 훌륭했다. 음한의 극한 강기가 로운을 휩쓸었다.

일부는 로운의 호신강기에 막혀 사방으로 산개 하였지만 결국 호신강기를 찢어내고 로운의 몸을 휩쓸었다.


그런데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월광세천의 극한 음기에 튕겨나가야 마땅할 로운이 갑자기 교주를 향해 튀어나왔다.

정확히는 로운의 단봉이었다.


거기에 교주는 가슴을 적중 당하고 만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

찰나였다. 찰나지간 튀어나와 가슴을 때렸고, 곧바로 뒤로 튕겨 날아갔다.

하지만 아무리 찰나라 하더라도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의 이치를 벗어난 현상.


지금 반드시 로운의 목숨을 끊어내야 했다.

가슴에 당한 일격의 여파는 두 번째 이유였다.

첫째 이유는 바로 그 있을 수 없는 일. 그걸 이로운이라는 자가 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이치를 넘어 선 자다. 지금 끝내지 않으면! 내가 감당 할 수 없는 걸 드러낼지 모른다.’


교주가 당장 로운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다.


겨우 버티고 서 있는 로운은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와... 와보라드드드드....”


하지만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눈앞에 다가오는 교주가 보였지만 한 순간 머릿속까지 띵해지면서 앞이 흐려졌다.


교주가 일월신주를 빙글 돌리면서 달려드는 게 보였다.

로운이 방어든 공격이든 아니면 회피라고 해 보려고 했지만 온몸을 점령한 냉기 때문에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었다.


무리해서 내공을 끌어올리는 순간 감당하지 못한 로운의 몸이 옆으로 휘청 넘어갔다.


- 쉬잇---


교주와 로운 사이 무방비의 공간으로 취소연이 뛰어들었다.

철검을 휘두르며 로운의 앞을 막아서며 일월신주를 상대했다.


- 콰창---!


일월신주와 소연의 철검이 부딪쳤다.


충격으로 취소연이 주르륵 발을 끌며 뒤로 밀려났고 교주도 그 자리에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만약 교주가 로운한테 불의의 일격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또한 소연이 로운과 생의선을 만나 엄청난 성취를 이루지 못했더라면 취소연은 단 일 초도 버티지 못하고 숨이 끊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소연은 단 한 번으로 내공이 진탕 되는 걸 느꼈지만 절대 몰러 날 수 없었다.

로운과 함께 죽기로 결심한 바, 교주를 어떻게 할 수는 없을 지라도 목숨을 다해 버텨보리라 각오했으니까.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고통이 오히려 달콤했다.


교주는 의외의 변수에 적잖이 당황했다.

취학명의 손녀인 취소연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일 합을 겨뤄보니 예상보다 훨씬 강한 상대였다.

거기다 로운한테 반격 당한 가슴에 저릿한 통증이 올라와 일단 멈춘 채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교주가 잠시 주춤한 사이 소연도 호흡을 정돈하고 내공을 가라 앉혔다.

한 번 부딪혀 본 바로 교주는 자신 보다 몇 길이나 위라는 걸 절감했다. 만에 하나라도 그를 이길 방도는 없다. 하지만 최대한 버텨내야 한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오라버니가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그렇다면....’


- 슈아악---


취소연이 먼저 몸을 날렸다,

철검이 일곱 갈래로 교주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

다섯 갈래는 허초였고 이어지는 다섯 째와 마지막이 실초.

철검구식과 생의선의 절초를 섞은 공격이었다.


- 쉬잇-- 따당--


교주는 정확하게 허초는 흘려보내고 실초만 받아냈다.


- 휘리릭---!


철검을 비껴냄과 동시에 일월신주가 달려들었다.


- 까당--! 퍽!


소연의 요혈 세 곳을 노린 일월신주 또한 앞의 두 개는 허초였고 마지막이 실제였다.

교주는 허초를 간단히 파악했지만 소연은 그 정도일 수 없었다.

교주의 허초에 현혹되어 마지막 공격에 복부를 강타 당하고 말았다.


- 콰다당!


소연은 바닥을 몇 바퀴나 굴렀다. 로운이 쓰러져 있는 쪽으로.


“으윽! 아... 안...드드드.”


정신을 잃을락말락 하던 로운이 곁에 까지 밀려와서 쓰러진 소연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온 힘을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내가! 내가 빨리 회복해야 한다!’


로운은 온몸에 극양의 내공을 끌어올려 월광세천의 음기를 누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연이 이를 악물고 일어났다.

소연의 입가에 선혈이 낭자했다.

소연은 팔뚝으로 피를 슥 닦으며 철검을 단단히 잡았다.


“누, 누이! 잠깐... 그러다... 죽어.... 넌 상대가 안되...드드드드...”


로운이 힘겹게 손을 들어 소연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오라버니! 나 지켜 준다면서? 그럼 얼른 회복해! 음기와 싸우지 말고 음기를 받아들여! 유유곡의 가르침을 잊었어?”


악에 받친 소연의 고함, 그 말을 듣는 순간 유유곡에서 한 장면이 사진처럼 머리 속에 떠올랐다.

열빙지에서 냉탕과 온탕 사이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 생사의가 와서 이렇게 말했었다.


- 싸우지 마... 좋아... 사랑... 서로서로...


그 말을 듣고 소연과 사랑을 하라는 줄 알고 깜짝 놀랐었다.

소연이 생사의 말의 참뜻을 전해 주었다.


- 저처럼 하란 말이에요. 뜨거움을 차가움으로, 차가움을 뜨거움으로 상대하지 말라고. 저는 물이 뜨거워지면 함께 양기로 맞아주고 차가와지면 음기로 받아주고 있거든요.


라고.


지금도 그랬다. 온몸을 파고 든 교주의 극음 내공을 자신의 극양지기로 밀어 내려고만 했다.


로운은 내공을 바꾸기 시작했다.

일광개천을 시전하면서 끌어올렸던 극양지기를 천천히 식혔다. 유유곡에서 수련 했던 대로 극음지기로 변화 시켜 나갔다.


그러자 몸속에서 충돌하던 양 극의 두 내공이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로운의 극음지기가 교주의 극음지기를 감싸듯 포용했고 월광의 음기가 로운의 음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고통스럽기만 하던 극한의 한기가 점점 안온하게 느껴졌다. 마치 열빙지에서 느꼈던 것처럼.

상처에 고통으로 작용하던 음기가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뼈와 뼈 사이에, 근육과 근육 사이에, 살점과 살점 사이에서 깨알만한 힘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조금의 시간만 더 있다면, 딱 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다시 교주와 봉을 맞대고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소연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 퍼억---!


일월신주가 철검의 방어막을 뚫고 소연을 어깨를 격타 했다.

소연은 뒤로 주르륵 밀려나면서 또 한 바가지의 선혈을 토했다.

어깨가 부서졌는지 철검을 왼 손으로 옮겨 잡았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눈빛만은 아직도 파랗게 살아 있었다.

피를 토하고 뼈가 부러져도 물러나지 않을, 죽음을 불사한 기세였다.


아마 그런 독기가 아니었다면 교주의 일월신주에 죽어도 벌써 몇 번을 죽었을 것이다.

할아버지인 취학명도 단 두 초식에 목숨을 잃었는데 손녀인 취소연이 벌써 교주의 십여 합을 버텨내고 있었으니.

아무리 기연의 성취가 높다 하더라도 그건 일 할, 구 할은 목숨을 건 독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었다.


- 츄카카카----


월광세천의 초식을 담은 일월신주가 소연의 심장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취학명의 심장을 뚫은 그 초식이었다.


- 슈아앙---!


소연은 마지막 힘을 짜내 철검을 휘둘렀다.


“할아버지---!”


그리운 분의 이름을 애타게 외쳐 부르면서.


- 쩌엉---!


철검이 산산조각 났다.

일월신주는 소연의 왼손을 타고 들어가며 왼쪽 가슴을 찔러 들어갔다.


그 순간,


“씨 바 랄 놈 아-----!”


욕설.

쌍욕.

들리는 대로 표현하자면 그렇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을 보면 사자후, 용소음, 그 어떤 무공 명칭으로도 이름 댈 수 없는, 교주가 아까 느낀 것처럼 자연의 이치를 넘어서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그런 음공이었다. 그 순간 내지른 로운의 쌍욕은.


그 놀라운 음공이, 욕설이, 쌍욕이 파고드는 일월신주를 밀어냈다.


- 퍼억!


일월신주는 소연의 심장을 뚫지 못했다.

교주는 로운한테 했던 것처럼 극음의 강기를 쏘아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소연한테는 치명적이었다.

로운이 그랬던 것처럼 엄청난 극음지기가 소연의 몸을 휘감았다.


소연은 눈을 감았다. 머리 속까지 하얗게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고통이 사라졌다.


'이게 죽음인가, 생각보다 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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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묵광멸천(墨光滅天) +2 23.08.02 39 2 10쪽
» <66> 이게 죽음인가, 생각보다 편안해..... +4 23.07.31 44 3 10쪽
65 <65> 희망은 평행우주 저 편의 진파란. +3 23.07.26 40 2 10쪽
64 <64> 일광개천(日光蓋天) 대 일광개천(日光蓋天) +2 23.07.25 36 2 10쪽
63 <63> 천 개의 봉우리가 몸을 떨다 +5 23.07.24 42 3 10쪽
62 <62> 교주와 검무룡, 율리납과 율리혁 +6 23.07.21 41 2 10쪽
61 <61>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 +4 23.07.20 42 2 9쪽
60 <60>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2 23.07.19 46 2 9쪽
59 <59> 불령산 소격동의 마지막. +3 23.07.18 47 2 9쪽
58 <58> 소격동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사내 +2 23.07.14 66 2 10쪽
57 <57> 마음으로 죽이는 것, 실제로 죽이는 것. +2 23.07.13 58 2 10쪽
56 <56> 죽고 죽이고, 또 죽이고 죽는 +1 23.07.12 68 2 11쪽
55 <55> 그 영화의 그 대사 '좋아해요', '나도 알아' +5 23.07.11 55 2 9쪽
54 <54> 로운이 취소연의 양 빰을 후려치고 +1 23.07.10 60 2 10쪽
53 <53> 사흘에 한 번, 악령의 식사를 하는 자 +1 23.07.07 67 2 9쪽
52 <52> 고맙다...... 라는 말 +3 23.07.06 67 2 9쪽
51 <51> 원한과 복수의 고리를 끊는 일 +2 23.07.05 68 2 10쪽
50 <50> 세상에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2 23.07.03 58 2 10쪽
49 <49> 그녀의 낙장불입은 입맛이 쓰네 +3 23.06.30 65 2 9쪽
48 <48> 새꺄! 나 왼손잡이야. +3 23.06.29 71 2 9쪽
47 <47> 나한테 코피 내면 너는 피똥 싸는 거다. +2 23.06.28 69 2 10쪽
46 <46> 유유곡의 결전 +4 23.06.27 74 2 9쪽
45 <45> 임독양맥. 생사현관. 환골탈태. +4 23.06.26 74 2 9쪽
44 <44> 진심을 다해 죽음을 입에 담는 이 +2 23.06.23 69 2 9쪽
43 <43> 열빙지(熱氷池)에서 사흘 낮 밤을. +5 23.06.22 68 3 10쪽
42 <42> 죽어도 죽지 않는 자의 오로지 죽기 위해 사는 운명을... +3 23.06.21 66 3 9쪽
41 <41> 백발의 나체 노인, 생의선. +2 23.06.20 69 3 10쪽
40 <40> 멀고 아득하고 그윽한 곳, 유유곡(幽幽谷) +3 23.06.19 64 3 10쪽
39 <39> 소연아, 치킨 좋아하니? +5 23.06.16 8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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