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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907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7.26 23:33
조회
39
추천
2
글자
10쪽

<65> 희망은 평행우주 저 편의 진파란.

DUMMY

*

일광개천은 도도하고 압도적인 초식이었다.

마치 태양이 동에서 올라 서쪽으로 사라질 때 까지 움직이지 않는 듯 천천히 하늘을 가로 질러 가며 온 세상을 비추는 것처럼.

무거우면서도 패도적인 공격이었다.


월광세천은 조용하고 날카로웠다.

달빛처럼 은은하고 고요하지만 구름에 숨었다 모습을 드러내듯 순간적으로 음흉하고 괴랄한 공격이 튀어나왔다.


교주와 로운 사이에 팽팽해던 균형추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로운이 일광개천과 낙장불입을 적절히 섞어가며 교주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방위로 월광이 파고들었다.


- 츠각---! 츄웃--!

-

일월신주가 몇 번 로운의 급소를 긁고 지나갔다.


‘흡--!’


그럴 때 마다 자신도 모르게 급한 들숨을 마셨다.


‘으읏! 이건 열냉지 보다 더하잖아!’


스친 곳 마다 냉기가 파고 들어왔다.

월광세천을 펼치는 일월신주가 로운의 몸에 닿을 때마다 은백광이 얼음바늘이 되어 혈관을 타고 온몸을 찔러대는 것 같았다.


반상에 백돌이 하나 올라가면 백이 흑을 다 집어먹을 듯 하고, 다시 흑돌이 하나 놓이면 백돌이 다 죽을 것 같은, 한 판의 잘 어우러진 바둑 대국.

지금까지 로운과 교주는 그런 양상의 싸움이었다.


월광세천이 그걸 바꾸기 시작했다.


설산에서 나고 자란 율리납이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이지만 설산은 양기 보다는 음기가 강한 땅이다.

거기서 난 것을 먹고 거기서 성장한 율리납한테 음기는 훨씬 아늑하고 편안한 기운일 수밖에 없다.

그가 창안한 검법 역시 양의 기운을 기반한 일광개천 보다 음의 기운을 바탕한 월광세천이 훨씬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일광개천을 들고 나온 교주와 평수를 이루었던 로운이 월광세천을 펼치는 교주는 조금 버거울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이치다.


- 슈라라락----!


교주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일월신주의 은백광이 단봉의 적색광을 조금씩 잡아먹기 시작했다.

바둑판 위에 흑돌 몇 개가 사석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만으로 반상이 온통 백의 기세로 뒤덮히듯이, 로운이 몇 번에 나눠 조금씩 밀려나자 월광세천의 은백광이 온 세상을 뒤덮어 버린 듯했다.


로운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세계로 떠나 온 뒤로 이렇게까지 누구한테 밀려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난 냉면귀부터 그 이후 효지림이나 관쌍은 애초에 로운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고 다음 수뿐만 아니라 몇 수 뒤까지 예측이 가능했다.


그나마 설파혼이 잠시나마 로운과 제대로 초식을 겨룬 바 있었다. 하지만 어린 제갈휘의 죽음 때문에 로운이 각성을 시작하며 폭주하자 설파혼은 단 일, 이초도 버티지 못하고 참담하게 무너졌다.


이후 도제룡을 만났다.

이전의 로운이었다면 그와의 대결에 승패를 가늠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이미 로운은 임독양맥을 타동과 환골탈태까지, 말하자면 각성을 이루고 난 뒤였다. 그럼에도 도제룡이 우위에 섰고 마지막 순간 승리까지 확신했지만 낙장불입 마지막 일초에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검무룡. 처음으로 로운이 버거운 압박감을 느낀 상대였다.

그를 상대로 진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긴다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결국 그와는 승패를 가름하지 못했다.

하지만 검무룡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함께 죽음을 맞을 거라 확신했고 그것이 자신의 승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둘 다 죽지 않았다. 이긴 자도 진 자도 없었다.

검무룡은 그것이 패배라 여겼다. 그래서 자신의 심장을 부셔 버렸다.

로운은 이기지 않았지만 검무룡은 패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로운은 처음으로 지지 않는다는 것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대체 뭔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압박해 들어오는 거지? 낙장불입 소용 없잖아! 싸부들 이거 쓰면 어디가서 맞는 일 없다고 해놓고선!“


로운의 머리속이 어지러워졌다. 따라서 단봉도 어지러워졌다.

낙장불입에다 생의선의 검법, 거기에 일광개천까지 섞어가며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지만 더 이상 꺼낼 패가 없었다.


일월신주의 은백광이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처럼 로운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

[현대]


도관의 비밀연구실도 로운과 교주의 일전처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천부경을 중심으로 열 한 명의 도인들이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 지이이이잉---- 징징징---


천부경이 울고 있었다.

때론 일월신주의 울음처럼 꼬리가 길었고 때론 단봉의 울음처럼 진동했다.


열 한 명 도인의 정신과 육체는 모두 천부경에 접속해 있는 상태였다.

도인들은 온 힘을 다해 천부경의 불안정한 상태를 진정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천부경은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천부경 자체는 돌비석의 형태였지만 천부경이 우주의 균형을 관할하는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신비로운 힘이 필요했다. 그 힘이 담긴 것들은 우주 곳곳의 이세계에서 이곳으로 공수되어 왔다.


그런데 그 중 몇 개가 사라진 것이다.

때문에 천부경은 때때로 불안정한 상태로 돌입하게 되고 그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열 한 명의 도인들이 자신의 신력을 깎아내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찾아야만 했다. 사라진 물건들.

늦어지면 천부경의 기능은 점점 약해질 것이고, 우주는 균형을 잃을 것이며, 결국 모든 생명체가 파멸에 이르게 될 테니까.


일월신주가 사라진 물건 중 하나였다.

도인들은 그 물건이 무림 세상의 특정 시대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곧바로 적합한 인물을 찾아내 수련을 통해 일월신주를 회수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로운.

바로 그가 선택된 인물이었다.

그리고 일월신주 회수를 위해 가장 비슷한 물건을 지니게 되었다.

단봉.


결국 일월신주와 단봉이 만났다.


일월신주가 울고 단봉이 울었다.

그 울음은 시공을 넘고, 경계를 넘고, 차원을 넘어 천부경에 반응했다.


천부경이 갑자기 울기 시작한,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모습으로 진동하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한나절을 애 쓴 끝에 천부경이 울음을 멈추었다.


열 한 명의 도인들도 모두 쓰러질 듯이 지쳐 있었지만 누구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옥풍선인 설우제가 묻자 나머지 열 명의 시선도 진파란을 향했다.


진파란이 눈 높이의 허공을 손으로 건드리자 홀로그램으로 그래프가 그려졌다.


“보시다시피 위험도가 끝까지 올라갔어요. 단봉이 전송해 오는 상황 정보를 편집한 건데 이 결과치도 이미 한 시간 전의 상황이에요.”


“현재 상황은? 호전 된 바가 없나?”

“알 수 없어요. 단봉이 전송을 멈추었어요.”

“단봉이 전송을 멈췄다는 건....”

“모든 에너지를 현 상황에 사용 중이라는 뜻이지”


학자 체흐시프가 추측한 말이 정확한 판단이었다.


“이제 믿을 거라곤 이로운의 잠재력 뿐인가?”


성의 두라물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이의 죽음으로 한 번 각성한 바 있지만.... 지금 다시 한 번 더 나아가게 할 자극이 있을까요?”


지사 김약산이 설우제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번, 로운을 무림 세계로 보내는 임무는 설우제가 거의 모든 계획을 입안하고 실행한 것이었다. 생의선의 운명 역시 옥풍선인 설우제의 안배였다.


“노납이 계획하고 뿌려 둔 씨앗 하나가 남아 있지요. 과연 그것이 통할런 지는 모르지만.....”

“오! 아직 안배가 남아 있어요? 그게 무엇인지요?”


대법사 야르하가 물었다.

설우제는 가만히 진파란을 돌아보았다.


“이로운 곁에 있는 여인. 평행 우주 저 편의 진파란......”


진파란의 눈이 동그래졌다.



*

취소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파팟---!


교주의 일월신주가 로운의 단봉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실낱 같은 차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교주는 상승했고 로운은 하강했다.

상승도 하강도 모두 휘어진 곡선 그래프여서 둘의 차이는 점점 더 크고 명확해졌다.


밤이 깊어가고 새벽이 그다지 멀지 않았을 즈음에는 일월신주가 로운의 몸에 격중하는 소리가 더 잦아졌다.


로운은 마지막 힘까지 다 짜내 교주의 공세를 막고 있었지만 혼신을 다해 버티고 견디고 있다는 게 소연의 눈에도 확연히 느껴졌다.


로운은 오직 한가지 생각 뿐이었다.


‘새벽이다. 해는 뜬다. 저 놈의 저 무공, 밤이라 더 강한 게 틀림없다! 해가 뜨면 저놈의 저 무공은 약해지고 내가 익힌 붉은 빛 무공이 힘을 얻을 거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해만 떠라! 그때까지만 버텨 보자! 쎈 놈이 버티는 게 아니라 버틴 놈이 쎈 거다!’


하지만.....


- 떠엉---!


고고한 달빛처럼 유유히 회전하던 일월신주가 한 순간 무서운 은백광을 쏟으며 달려들었고

단봉의 붉은 빛을 갈갈이 찢어내고 로운의 앞가슴에 박혀들었다.


교주도 밤이 가고 낮이 오면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신중하게 기회를 노렸고 마침내 그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일월신주가 로운의 가슴에 격중하는 순간, 로운의 가슴에서 은색의 백광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그것은 로운이 마지막 힘을 다해 튕겨낸 것이었고 다 막지 못한 백광은 로운의 가슴을 뚫고 등 뒤로 길게 한줄기 창처럼 튀어나갔다.


관통.


일월신주가 뿜어낸 은백의 강기가 로운의 가슴을 휘집고 관통해 버렸다.

낙장불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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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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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묵광멸천(墨光滅天) +2 23.08.02 39 2 10쪽
66 <66> 이게 죽음인가, 생각보다 편안해..... +4 23.07.31 43 3 10쪽
» <65> 희망은 평행우주 저 편의 진파란. +3 23.07.26 40 2 10쪽
64 <64> 일광개천(日光蓋天) 대 일광개천(日光蓋天) +2 23.07.25 35 2 10쪽
63 <63> 천 개의 봉우리가 몸을 떨다 +5 23.07.24 42 3 10쪽
62 <62> 교주와 검무룡, 율리납과 율리혁 +6 23.07.21 41 2 10쪽
61 <61>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 +4 23.07.20 42 2 9쪽
60 <60>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2 23.07.19 45 2 9쪽
59 <59> 불령산 소격동의 마지막. +3 23.07.18 47 2 9쪽
58 <58> 소격동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사내 +2 23.07.14 66 2 10쪽
57 <57> 마음으로 죽이는 것, 실제로 죽이는 것. +2 23.07.13 58 2 10쪽
56 <56> 죽고 죽이고, 또 죽이고 죽는 +1 23.07.12 68 2 11쪽
55 <55> 그 영화의 그 대사 '좋아해요', '나도 알아' +5 23.07.11 55 2 9쪽
54 <54> 로운이 취소연의 양 빰을 후려치고 +1 23.07.10 60 2 10쪽
53 <53> 사흘에 한 번, 악령의 식사를 하는 자 +1 23.07.07 67 2 9쪽
52 <52> 고맙다...... 라는 말 +3 23.07.06 66 2 9쪽
51 <51> 원한과 복수의 고리를 끊는 일 +2 23.07.05 68 2 10쪽
50 <50> 세상에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2 23.07.03 58 2 10쪽
49 <49> 그녀의 낙장불입은 입맛이 쓰네 +3 23.06.30 65 2 9쪽
48 <48> 새꺄! 나 왼손잡이야. +3 23.06.29 71 2 9쪽
47 <47> 나한테 코피 내면 너는 피똥 싸는 거다. +2 23.06.28 68 2 10쪽
46 <46> 유유곡의 결전 +4 23.06.27 74 2 9쪽
45 <45> 임독양맥. 생사현관. 환골탈태. +4 23.06.26 74 2 9쪽
44 <44> 진심을 다해 죽음을 입에 담는 이 +2 23.06.23 69 2 9쪽
43 <43> 열빙지(熱氷池)에서 사흘 낮 밤을. +5 23.06.22 68 3 10쪽
42 <42> 죽어도 죽지 않는 자의 오로지 죽기 위해 사는 운명을... +3 23.06.21 66 3 9쪽
41 <41> 백발의 나체 노인, 생의선. +2 23.06.20 69 3 10쪽
40 <40> 멀고 아득하고 그윽한 곳, 유유곡(幽幽谷) +3 23.06.19 63 3 10쪽
39 <39> 소연아, 치킨 좋아하니? +5 23.06.16 8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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