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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896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7.10 21:43
조회
59
추천
2
글자
10쪽

<54> 로운이 취소연의 양 빰을 후려치고

DUMMY

*

“뭐? 사천당가? 아까 말한 거기요?”

“그렇소. 당주와 일가가 모두 일월교 놈들 손에.... 명산대천을 찾아 약재를 구하고자 떠나왔다가 그 참변을 면했소.”

“아, 다행입니다!”

“다행이 아니라... 죄인이오. 함께 옥쇄했어야 하는데..... 늙은 목숨을 구했으니 죽기 전에 반드시 일으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오.”


의원의 주름진 눈가로 눈물이 뚝뚝 흘렀다.


“반드시 그러실 겁니다. 제가 교주를 만나 담판을 지을 거니까 더 이상 혈란은 없을 겁니다!”

“아...! 헌데 어떻게 맹주의 자리에....? 철검자 이후 취도관이 맹주를 이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저기 저 누이가 그 집 딸이잖아요. 취도관 딸, 취학명 손녀.”

“저 아이가?”


당요한이 깜짝 놀라며 소연한테로 다가갔다.


“그렇네! 닮았네! 젊은 날의 엄여협을 꼭 닮았어! 이럴 때가 아니네, 자네! 아, 아니 맹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보시오.”


예전에 효지림을 통해 벽자룡과 취소연한테 내공을 밀어 넣은 적이 있고 중상을 입은 도제룡의 몸에 내공을 넣어준 적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공을 나누어준 것 뿐. 자신의 내공을 이용해 타인의 몸을 치료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게다가 로운은 무공이나 내공의 기초 지식은 전무했다. 사부들이 하라는 대로 죽자고 한 거지 그게 왜, 어떻게 작용하는 건지는 배우질 않았다. 그러니 속성 3개월 코스 아니겠는가?

운전 잘 하는 거와 차량을 수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분야다.


그래도 당요한이 로운의 몸에 대고 시범을 보이면 그걸 소연한테 똑같이 따라하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몇 시진이나 소연을 치료했다.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니 오늘내일 안으로 정신을 차릴게요오. 독을 딱 한 곳에다 봉해 놓았소. 허나 워낙 극악한 독이라 결국은 몸이 견디지 못할 거요. 다시 몸에 퍼져나가면..... ”

“깨어나면 독을 밀어낼 수 있다면서요?”

“가능한 일이긴 하나 너무 위험한 도전이오. 도와준다 해도 내공만으로는 열에 셋 정도나 성공할까? 일곱은... 목숨을 잃을 거요.”

“내공 말고 또 뭐가 필요한데요?”

“해독제가 더 있다면, 그걸로 독을 어느 정도 중화시킨다면 확실히 성공할 수 있소.”


해독제라면 아까 다 털어 넣었다. 해독제를 더 얻으려면?


“교주한테 빨리 가야겠네. 거긴 해독제가 있을 테니까.”

“무슨 소리요? 이건 일월교의 독이 아니외다.”

“에에?”


이게 무슨 소린가? 이제까지 아까 독침 쏜 놈도 당연히 일월교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라니. 그럼 대체 누가? 왜?


“오십년 전 첫 정사대전이 끝난 후 맹주의 명으로 본가에서 일월교의 독문독학을 연구하고 파악한 바 있소. 만약을 대비한 일이었소. 일월교는 독에는 그다지 밝은 편이 아니오. 오히려 독을 쓰거나 암습을 펼치는 걸 극도로 꺼려하는 집단이외다.”


로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일월교가 범인이라야 쉬워지는 거 아닌가. 가서 구걸하던지 뺏던지 할 거 아닌가.

그런데 전혀 다른 쪽이라면....


“아! 머리 아파. 저 잠깐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로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

제법 큰 도시였다.

의원은 번화가에서 좀 벗어난 외진 곳이었는데 사람들이 명의라 추천해서 찾아왔던 거였다.


로운은 번화가으로 가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삐 오가고 있었다.

객잔과 술집은 사람들이 북적댔고 시장에는 장사치들이 소리 높여 손님들을 호객하고 있었다.


시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너른 광장에 줄타기를 하는 광대들도 구경했다.

번화가 길을 왔다 갔다 두어 번 훑고 시장도 몇 번을 돌았다. 잠시 난전에 앉아 만두도 한 접시 맛있게 비웠다.


어느새 서쪽 하늘에 해가 뉘엿 기울었다.

로운은 그제야 의원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어쩌면 취소연이 깨어났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손에는 예쁜 머리꽂이 하나도 있었다. 시장판을 기웃거리다 하나 샀다. 취소연이 갖고 있는 머리꽂이가 훨씬 이쁘고 고급스런 것이지만 그냥 맘이 내켜 산 거였다.


번화가를 벗어나 의원이 있는 거리로 꺾어 들어갔을 때였다.


갑지기 눈앞에 취소연이 나타났다.


“어? 깨어났어?”

“네.”


아직도 안색이 핼쑥했다.


“쉬고 있지 왜 나온 거야?”

“그게 아니라... 이걸 한 번 보셔야 할 거 같아요...”


취소연이 걱정스런 얼굴로 다가오면서 품에 손을 넣었다.


- 철썩!


취소연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로운이 다가오는 소연의 빰을 후려갈긴 것이다.


- 철썩! 철썩! 철썩! 철썩!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연속으로 뺨을 얻어맞은 취소연은 한 걸음씩 뒤로 밀려났다.


- 철썩! 철썩! 철썩! 철썩!


로운은 똑같이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며 소연의 뺨을 계속 후려쳤다.


- 철썩! 철썩! 철썩! 철썩!


“으! 왜? 윽! 자,!”


취소연이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마다 로운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 쿵!


결국 취소연은 발이 꼬이며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로운이 내공을 약간이라도 실어서 뺨을 때렸다면 한 대만 맞아도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그런데 로운은 조금의 내공도 싣지 않았고 그냥 팔 힘만으로 연속 뺨을 후려쳤다.


그래도 워낙 빠르고 정확해 피할 수가 없었다. 피하거나 물러나려고 하면 철썩하고 뺨에 불이 났다.


주저앉은 취소연의 뺨이 퉁퉁 부어올랐다.

그 앞에 선 로운은 무심한 표정으로 가만히 소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연이 힘겹게 일어났다.


“대체.... 왜.....?”


- 철썩!!!


로운의 오른 손이 취소연의 왼 빰을 후려 갈겼다.

조금 전의 싸대기와는 차이가 있었다.

훨씬 빠르고 훨씬 강력했다.


취소연의 턱이 돌아갔다.


- 철썩!!!


왼손이 오른 뺨을 후렸다.

이빨이 몇 개 팝콘처럼 튀었다. 혜성꼬리처럼 빨간 핏방울을 달고서.


- 철썩!!!


오른 손, 왼 뺨.

세 번 째 싸대기에 취소연의 턱뼈가 어긋났다.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몸이 휘청 뒤로 넘어갔다.


- 콰당!


취소연이 나동그라졌다.

이미 얼굴은 취소연인지 아닌지 알아 볼 수도 없을 정도였지만.


다시 로운은 무심하게 그녀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취소연이 땅을 짚고, 무릎을 세우고, 허리를 일으켜 겨우겨우 일어났다.


“해독제.”

“으어....?”


취소연은 턱뼈가 부러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면 죽을 때 까지 맞는다. 맞다가 죽는다고.”

“.....”


- 슈악---!


순간 취소연의 몸이 로운을 향해 발사되었다. 갈퀴처럼 오그린 손으로 로운의 요혈을 할퀴려고 했다. 손가락마다 이제껏 없던 검은 발톱이 튀어나와 있었다.


- 뻐억!


그녀의 마지막 암습은 허공만 할퀴었다.

대신 로운의 주먹이 그녀의 안면에 정확하게 꽂혔다.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지만 주먹에는 분노와 울분과 복수가 담겨 있었다.


그 한 방으로 끝이었다.

얼굴이 뭉개지면서 온몸으로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전달되었다.


- 콰당!


나자빠진 채 정신을 잃었다.

취소연, 이 아니라 은형.


*

지밀원 예순 명이 떠난 뒤에도 남아서 로운을 추격하던 2인.

비종, 그리고 또 한 명이 은형이었다.


자검위 소속 무사들 중에서 변장과 은닉에 특화된 인물. 그래서 그를 은형(隱形)이라 불렀다.

또한 비종만큼 빠르지는 않았지만 추격술에도 능통한 자였다.

비종은 빨랐기에 로운한테 발각되어 죽었지만 은형은 조심스럽게 로운을 추격했다.

그가 남긴 흔적들을 찾아내면서 한 발 늦게 이 도시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러다 번화가를 돌아다니는 로운을 발견했다.

이미 살명(殺命)을 받은 은형한테 로운이 혼자 돌아다니는 때가 암살의 적기였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변장할 수 있으니까.


취소연의 인피면구를 쓰고 근골이환으로 체형도 바꿨다. 성대까지 조절해 목소리를 변조하는 건 은형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었다.


때문에 가장 가까운 동료도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늙었는지 젊었는지를 몰랐다. 매일매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오직 자검위의 위주만이 그의 진면목을 파악했다.


때문에 취소연의 모습으로 변한 뒤 로운 앞에 나설 때는 당연히 암습에 성공할 것이라 여겼다. 그건 자신감도 자만심도 아니었다. 그냥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당연한 일이 실패했다.

이유는 단 하나, 세상에 자검위의 위주 같은 인물이 또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연속으로 뺨을 맞을 때는 취소연이 로운한테 잘못한 게 있나 생각했다.

왜 소연을 때리는 거지? 사이가 좋아 보였는데? 둘이 연인처럼도 보였는데?


그리고 다시 강력한 석 대를 맞을 때는 뭔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인피면구가 잘못 되었나? 목소리가 조금 이상했나? 아니면 취소연이 이미 죽은 사람인가?


로운이 해독제를 내놓으라고 말 할 때야 확실하게 깨달았다.

자신의 변신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걸, 눈앞의 이 자는 자검위 위주처럼 처음부터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걸.

번화가를 유유히 돌아다닌 게 모두 자신을 끌어내려고 그랬다는 사실까지.


마지막 암습이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시도했다.

어차피 실패는 죽음이다. 상대에게 죽지 않으면 자결해야 하니까.

자결하기 보다는 싸우다 죽는 쪽을 선택했다.

은형이 갈고 닦은 귀문흉조수라면 실낱같은 희망이 있을 것도 같았다.

온힘을 다해 암습을 펼쳤고, 당연하게도 실패했다.

또 실패 한 게 있었다.

싸우다 죽는 것.


은형이 정신을 차린 건 이미 밤이 깊은 시각이었다.


‘죽지 않았다니! 왜 날 살려둔 거지?’


얼른 품을 뒤져 보았다. 예상대로 해독제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데 독약병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결국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실패 후 자결 뿐.


둥그런 달이 휘영청 밝은, 아름다운 밤이었다.

낙장불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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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 이게 죽음인가, 생각보다 편안해..... +4 23.07.31 43 3 10쪽
65 <65> 희망은 평행우주 저 편의 진파란. +3 23.07.26 39 2 10쪽
64 <64> 일광개천(日光蓋天) 대 일광개천(日光蓋天) +2 23.07.25 35 2 10쪽
63 <63> 천 개의 봉우리가 몸을 떨다 +5 23.07.24 42 3 10쪽
62 <62> 교주와 검무룡, 율리납과 율리혁 +6 23.07.21 41 2 10쪽
61 <61>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 +4 23.07.20 41 2 9쪽
60 <60>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2 23.07.19 45 2 9쪽
59 <59> 불령산 소격동의 마지막. +3 23.07.18 47 2 9쪽
58 <58> 소격동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사내 +2 23.07.14 65 2 10쪽
57 <57> 마음으로 죽이는 것, 실제로 죽이는 것. +2 23.07.13 58 2 10쪽
56 <56> 죽고 죽이고, 또 죽이고 죽는 +1 23.07.12 67 2 11쪽
55 <55> 그 영화의 그 대사 '좋아해요', '나도 알아' +5 23.07.11 55 2 9쪽
» <54> 로운이 취소연의 양 빰을 후려치고 +1 23.07.10 60 2 10쪽
53 <53> 사흘에 한 번, 악령의 식사를 하는 자 +1 23.07.07 66 2 9쪽
52 <52> 고맙다...... 라는 말 +3 23.07.06 66 2 9쪽
51 <51> 원한과 복수의 고리를 끊는 일 +2 23.07.05 68 2 10쪽
50 <50> 세상에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2 23.07.03 58 2 10쪽
49 <49> 그녀의 낙장불입은 입맛이 쓰네 +3 23.06.30 64 2 9쪽
48 <48> 새꺄! 나 왼손잡이야. +3 23.06.29 70 2 9쪽
47 <47> 나한테 코피 내면 너는 피똥 싸는 거다. +2 23.06.28 68 2 10쪽
46 <46> 유유곡의 결전 +4 23.06.27 74 2 9쪽
45 <45> 임독양맥. 생사현관. 환골탈태. +4 23.06.26 74 2 9쪽
44 <44> 진심을 다해 죽음을 입에 담는 이 +2 23.06.23 69 2 9쪽
43 <43> 열빙지(熱氷池)에서 사흘 낮 밤을. +5 23.06.22 68 3 10쪽
42 <42> 죽어도 죽지 않는 자의 오로지 죽기 위해 사는 운명을... +3 23.06.21 6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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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멀고 아득하고 그윽한 곳, 유유곡(幽幽谷) +3 23.06.19 6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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