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910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7.06 17:39
조회
66
추천
2
글자
9쪽

<52> 고맙다...... 라는 말

DUMMY

*

소문은 구르는 눈덩이처럼 점점 자라나는 법, 유유곡에서부터 시작된 이로운에 대한 소문은 전 중원과 일월교까지 빠르게 퍼져나갔다. 소문은 파도처럼 첫 물결 뒤에 다음 물결들이 이어졌다. 그럴 때 마다 이야기는 사방으로 가지를 뻗었다. 나무가 숲이 되고 산이고 산맥이 되고 하늘에 닿았고 별과 해와 달이 되었다. 악마가 되고 신이 되었다.


이로운과 취소연은 소문처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넓은 들판을 지날 때는 빛처럼 신속했고 산과 숲을 지날 때는 바람처럼 유연했다.


로운은 물론이고 취소연도 내공이 안정되면서 로운한테 배운 보법에 익숙하게 몸을 실었다.

무서운 속도로 달리면서도 호흡은 흔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내공을 운용하는 중에도 두 사람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 들었냐? 내가 저승에서 왔대잖아. 손만 들면 사람들이 다 죽는대. 내가 그 영혼들을 빨아먹고. 헐 더럽게 맛없겠다. 크크크”

“소문이란 게 정말 우습네요.”

“진짜 맛이 어떤지 어디 한 번 먹어볼까?”

“네?”


- 휙


숲 속을 달리던 로운이 갑자기 뒤로 돌아서더니 달려오던 길을 쏘아 달렸다.


*

자검위 일백 구 명 중에서 비종은 발이 빠르기로는 첫째였다. 비종(飛從)이라는 별명처럼.

황제 직속 비밀결사집단에 선발된 후 황실 무고의 보법서는 모두 섭렵했다. 빠른 보법 위에는 가장 효과적인 암기비술을 얹었다.

어찌나 빠른지 그가 던진 암기가 대상에 박히기도 전에 그는 이미 현장을 떠나고 없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로운을 추격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숨을 헐떡인 건 당연한 일이었다. 헐떡이는 정도가 아니라 내장이 입으로 다 튀어나올 것 같았다.

포기할까 할 때쯤이면 상대가 속도를 늦췄다. 더는 못하겠다 싶을 때면 목표가 식당으로 들어갔다. 마치 낚시에 걸린 고기를 밀었다 당겼다 하는 것처럼.


덕분에 추격은 이어졌다.

그런데 숲 속으로 접어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 휘익--- 슈악----


분명 일정 거리를 두고 앞서 달리고 있던 대상이 갑자기 눈앞으로 쏘아오는 게 보였다.


온 힘을 다해 달리고 있던 비종은 멈출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씨발!”


- 쓔카---!


단숨에 일곱 개의 비도를 뿌렸다.

달려오는 목표를 향해 촘촘한 탄착군을 이루며 튀어나간 비도의 속도는 비종의 가속도가 더해졌고 상대가 달려오는 속도까지 계산한다면 비종처럼 그도 피하거나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동귀어진이...!’


생각의 속도는 얼마나 빠른 걸까?

비종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불가능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쏘아오던 상대가 갑자기 사라졌고 비도는 허공만 뚫었고 그 비도가 사라지면서 시커먼 그림자가 눈 앞을 가린 것이다


- 퍽!


가슴에 둔중한 충격과 함께 팔다리와 머리통이 훅 쏠렸다가 털렁 다시 뒤로 튕겨 나갔다.


- 콰다당!


비종은 뒤로 나자빠지며 몇 바퀴니 굴렀다.

널부러진 비종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드러누운 채 높게 자란 나무들과 그 사이로 살짝 보이는 파란 하늘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로운이 다가와 그런 비종의 가슴자락을 움켜쥐고 벌떡 일으켰다.


“괜찮냐? 내가 살살 받아줬는데.”


일어선 비종의 가슴을 톡톡 쳐주면서 로운이 말했다.

그제야 비종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감이 잡혔다.


쏘아오던 로운이 비도를 피하고 – 어떻게 피했는지는 모르지만 – 비종의 가슴을 한쪽 손바닥으로 받아 멈춰 세운 거였다. 그나마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바닥을 뒤로 당기며 받아주었기에 가슴팍이 으스러지지 않았던 거였고.


“니 친구한테 못 들었냐? 오늘도 따라다니면 오리 밥을 만들어 준다고.”


비종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기도 했고 대답 보다 몰래 준비할 게 있었다.

암습, 그리고 죽음.


비종은 가슴을 두드리는 로운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마치 두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듯, 그냥 거부의 의사를 표하는 것처럼.

로운도 별 달리 경계하지 않을 그런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 콱!


로운의 팔을 잡는 순간 비종이 힘을 주었다.

비종의 양 손 손목에 채워놓은 팔찌에서 날카로운 발톱이 튀어나왔다.


- 키릭! 킥!


튀어나온 발톱들은 로운의 살을 파고들며 결박했다.


“윽!”


로운이 다급하게 손을 빼려했지만 비종의 두 손과 함께 단단히 얽혀 들어지지 않았다.


“이 새꺄! 지금 너...”


- 피핏!


갑자기 팔이 뜨끔했다. 팔찌에서 얇은 침 두 개가 튀어나와 로운의 피부를 뚫었다.


‘성공이다!’


비종이 로운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비록 죽음을 면치 못하겠지만 암습에 성공한 것이다.

로운을 바라보는 비종의 눈빛은 정상적인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고맙다, 저승길에 동행해 줘서....”


로운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비열한 암습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암습 따위에 당할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암습이라 해봐야 조금 전 날아온 비도 같은 거라고만 생각했다.

설마 손목에 이런 기괴한 팔찌를 차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 콰직!


그 순간 취소연의 철검이 두 사람 사이로 떨어지며 비종의 두 팔을 베어버렸다.

팔이 떨어진 비종이 비칠비칠 뒤로 물러났다.


“떼어내야 해요! 위험해요!”


취소연이 다급하게 로운의 팔을 잡고 박힌 쇠발톱부터 떼어냈다.

낚시바늘처럼 고리가 박혀있어 피와 살점이 함께 떨어져 나왔다.

하지만 팔뚝에 박힌 미세한 침은 마치 살아있는 벌레처럼 살을 파고 들어가 끝부분만 미세하게 드러나 보였다


- 흡!


취소연이 로운의 팔뚝에 입을 댔다.

박혀 들어가는 침을 뽑아내려면 그 방법 밖에 없었다.


“으아아---!”


팔뚝 없는 비종이 달려와 취소연을 들이받으려 했다.


- 콱!


로운이 얼른 왼손을 내밀어 달려드는 비종의 목을 틀어잡았다.

비종은 잘린 두 팔을 버둥거리면서 발악을 했다.

눈빛이 기괴했다.

약간의 힘만 주어도 목을 부러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눈빛이 아닌 이 괴물의 목을 부러뜨리고 싶었다. 간절하게.

다만 아직도 형사인, 살인을 하는 게 아니라 살인범을 잡는 게 일인 로운은 그러지 못했다.

그때 비종이 목을 비틀어 로운의 팔을 물어뜯으려 했다.

로운이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


- 으드득


거북한 골절음과 함께 비종의 목뼈가 부러졌다.


*

“검(劍)”


석좌에 앉은 교주가 낮은 소리로 불렀다.


“존!”


어디선가 검무룡의 대답이 들려왔다.


“완성했는가?”

“거의....”

“할 수 있겠나?”

“하겠습니다.”

“그래.....”


무거운 대답과 함께 석좌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석실 뒤쪽으로 걸어갔다.

컴컴한 뒤쪽의 어두운 통로 속으로 사라졌다.


“고맙다..... 라는 말 하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 교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제룡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통로에서 교주가 다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교주는 석좌로 가서 앉았다.

항상 그렇듯이 부서진 팔걸이에 팔꿈치를 올리고 머리를 괴었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교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나직이 읊조렸다


“고맙다... 라는 말 듣고 싶었다.....”


*

황실에서도 금지(禁地)가 있었다.

다만 그곳은 뭐낙 은밀하게 숨겨진 곳이라 금지라 하지 않아도 찾아 갈 수 없는 곳이었다.


황실 직속 비밀무사집단 자의위가 있는 곳.


유백은 눈을 가렸던 천이 풀리자 눈을 비비며 주위를 훑어 보았다.

어두컴컴한 석실이었다.


“씨발! 여긴 또 어디야?”


유백은 제남 유가의 세 아들 중 첫째였다.

그 지역에서는 내로라하는 가문이었고 무공 또한 남부끄럽지 않아 거칠게 없었다.

그 날도 막내와 함께 도박장에 들렀다가 돈 잃은 김에 업장을 뒤집어엎고는 근처 유곽에 들러 몸 파는 여자를 품고 있었다.

그때 그들이 나타났다.

일곱 번의 살인과 열다섯 번의 강간죄를 들어 유백을 포박했다.

검을 뽑기도 전에 제압당했다. 포박당한 채 끌려나오면서도 몸부림치면서 저항해보았지만 방문 앞에 내장을 쏟고 죽어 있는 막내의 시체를 보고는 반항을 포기했다.


눈을 가린 채 사흘 동안이나 어디론가 끌려왔다.

그리고 드디어 눈을 가린 천이 벗겨졌는데 바로 이곳이었다.


“씨발! 나 제남유가 첫째야! 죄가 있으면 정당한 재판을 받게 해야지...”


- 슉---


떠들어대는데 감자기 어둠 속에서 뭔가가 날아왔다.


- 푹!


아랫배가 뜨끔했다.

놀라서 내려 보는데 배에 젓가락이 박혀있었다.


“어.....?”


젓가락을 보고 유백은 깜짝 놀랐다.

배에 박힌 거에 놀란 게 아니라 익숙한 모습의 젓가락이기 때문에 놀랐다.

제남유가가 가문의 보물로 소중하게 보관해 오던 젓가락.

삼대조가 황제한테 하사 받았던 바로 그 젓가락.

쥐는 곳에 황금색 띠가 세줄 그려진 바로 그런 젓가락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백이 고개를 들면서 중얼거렸다.


“여... 여기가 황궁이오?”


놀란 유백 앞으로 사내 하나가 천천히 걸어왔다.


“누, 누구요? 당신은?”


그였다. 황제의 머리에 손을 올리던 그.

그가 천천히 손을 들어 유백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낙장불입.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모전 이후 / 연재 주기에 관해 / 6월 3일 수정판 +1 23.05.14 125 0 -
67 <67> 묵광멸천(墨光滅天) +2 23.08.02 39 2 10쪽
66 <66> 이게 죽음인가, 생각보다 편안해..... +4 23.07.31 43 3 10쪽
65 <65> 희망은 평행우주 저 편의 진파란. +3 23.07.26 40 2 10쪽
64 <64> 일광개천(日光蓋天) 대 일광개천(日光蓋天) +2 23.07.25 36 2 10쪽
63 <63> 천 개의 봉우리가 몸을 떨다 +5 23.07.24 42 3 10쪽
62 <62> 교주와 검무룡, 율리납과 율리혁 +6 23.07.21 41 2 10쪽
61 <61>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 +4 23.07.20 42 2 9쪽
60 <60>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2 23.07.19 46 2 9쪽
59 <59> 불령산 소격동의 마지막. +3 23.07.18 47 2 9쪽
58 <58> 소격동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사내 +2 23.07.14 66 2 10쪽
57 <57> 마음으로 죽이는 것, 실제로 죽이는 것. +2 23.07.13 58 2 10쪽
56 <56> 죽고 죽이고, 또 죽이고 죽는 +1 23.07.12 68 2 11쪽
55 <55> 그 영화의 그 대사 '좋아해요', '나도 알아' +5 23.07.11 55 2 9쪽
54 <54> 로운이 취소연의 양 빰을 후려치고 +1 23.07.10 60 2 10쪽
53 <53> 사흘에 한 번, 악령의 식사를 하는 자 +1 23.07.07 67 2 9쪽
» <52> 고맙다...... 라는 말 +3 23.07.06 67 2 9쪽
51 <51> 원한과 복수의 고리를 끊는 일 +2 23.07.05 68 2 10쪽
50 <50> 세상에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2 23.07.03 58 2 10쪽
49 <49> 그녀의 낙장불입은 입맛이 쓰네 +3 23.06.30 65 2 9쪽
48 <48> 새꺄! 나 왼손잡이야. +3 23.06.29 71 2 9쪽
47 <47> 나한테 코피 내면 너는 피똥 싸는 거다. +2 23.06.28 68 2 10쪽
46 <46> 유유곡의 결전 +4 23.06.27 74 2 9쪽
45 <45> 임독양맥. 생사현관. 환골탈태. +4 23.06.26 74 2 9쪽
44 <44> 진심을 다해 죽음을 입에 담는 이 +2 23.06.23 69 2 9쪽
43 <43> 열빙지(熱氷池)에서 사흘 낮 밤을. +5 23.06.22 68 3 10쪽
42 <42> 죽어도 죽지 않는 자의 오로지 죽기 위해 사는 운명을... +3 23.06.21 66 3 9쪽
41 <41> 백발의 나체 노인, 생의선. +2 23.06.20 69 3 10쪽
40 <40> 멀고 아득하고 그윽한 곳, 유유곡(幽幽谷) +3 23.06.19 63 3 10쪽
39 <39> 소연아, 치킨 좋아하니? +5 23.06.16 86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