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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902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6.21 21:07
조회
65
추천
3
글자
9쪽

<42> 죽어도 죽지 않는 자의 오로지 죽기 위해 사는 운명을...

DUMMY

*

“죽지 않는다.... 나는..... 이상하다...”


꿀잠을 잔 로운과 뒤척이기만 한 소연이 일어나자 생의선은 전날 밤에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

의선이라 불리며 수많은 사람들을 살렸던 그가 두 사람을 죽이고 말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을.

생의선이 아니라 사람을 죽인 귀신, 사의귀가 되고 말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없었다.

아니 단 한 가지만 남았다.

죽음.


따라 죽으려 했다.


목을 맸다.

의식이 흐려졌다. 멀리서 손짓하는 아내와 아들을 희미하게 본 것 같았다.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들었다.

몇 시진이 지난 건지, 아니면 몇일이 지났는지 모를 일이었다.

목을 맸고 정신을 잃었으면 죽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런데 정신이 든 것이다.

목을 맨 줄은 여전히 팽팽하게 목을 조이고 있었다.


그런데 왜? 죽지 않은 거지?


버둥대면서 겨우 목을 빼냈다.

목엔 줄 맨 자국이 붉게 나 있었다

.

집 안으로 들어가 칼을 찾았다. 목에 칼을 댔다.

섬뜩하리 만큼 차가운 느낌,


- 스각-


단숨에 목젖을 베었다.


- 츄욱---


잘린 동맥에서 뿜어나가는 피분수가 보였다.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말라붙기 시작하는 핏물 위에 엎디어 있었다.

목을 만져 보았다. 잘랐던 자리는 흉이 져 있었다.

주위에 뿌려진 엄청난 핏물을 보면 몸 속 피가 반은 빠져 나갔을 거 같았다.


그런데 왜? 죽지 않은 거지?


폭포 위에 섰다.

등엔 무거운 도끼를 매고 손발에 줄로 묶은 무거운 쇠화로를 안고 있었다.


- 텀벙-!


폭포 아래 깊은 소용돌이를 향해 몸을 던졌다.

쇠화로 때문에 단숨에 깊은 곳으로 빠져들었다. 조금씩 의식이 흐려졌다. 물은 마치 어머니 품처럼 그를 안아 편안하게 잠들게 해주었다. 죽음의 잠.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들었다.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틀림없이 소용돌이 용소(龍沼)로 뛰어 들었는데 어떻게 얕은 곳으로 흘러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 무거운 쇠화로는 여전히 손발과 연결된 채 얕은 바닥에 쳐박혀 있었다.

온몸이 퉁퉁 불어 있었다. 오랜 시간 물에 잠겨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왜? 죽지 않은 거지?


까마득한 절벽 위에 올랐다.

아래 흐르는 큰 강이 실개천처럼 보였다. 뛰어 내렸다.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들었다.

머리가 터지고 온몸의 뼈가 부서졌다.


그런데 왜? 죽지 않은 거지?


손목을 그었다. 바위에 깔렸다. 머리에 화살을 쐈다. 맹수 앞에 몸을 내줬다. 독초를 씹어 먹었다.

매번 정신을 잃었다.


매번 정신이 들었다.

왜? 왜? 왜? 죽지 않는 거냐고!!!


*

“설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죠?”

“나도... 모른다... 나는 죽지.... 않아....”


소연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로운을 돌아봤다.


“나는 믿어.”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진짜로 일어나곤 한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 믿을 수 없는 것일 뿐이다.

도를 아십니까에 갔는데 진짜 도인이 있는 걸 누가 믿겠는가?

거기서 지옥수련을 받게 되는 걸 누가 믿겠냐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딴 세상, 강호 무림인 걸 대체 누가 믿겠냔 말이다.

그걸 직접 겪은 로운이 아니고서는.


로운은 이미 생의선의 말을 믿고 있었다.

얘기를 듣는 중에 딱 짚히는 게 있었다. 진파란이 꿈에 그랬다. 생의선은 사부들이 자신을 위해 안배 한 인물이라고. 두 말 할 게 뭐 있는가? 이건 사부들 짓이다.

도대체 이 분의 운명은 어디까지가 자신의 삶이고 어디서부터 사부들이 안배한 것일까?

그 안배가 자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스스로가 죄인 같았다.


*

죽는 것도 거부 된 생의선은 세상에서 사라지기로 했다.

절대 인간이 닿지 못할 곳을 찾아 헤맸다.

몇 날, 몇 달 동안 헤매다 마침내 멈춘 곳이 바로 여기였다.


죽어도 죽지 않는 그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는 날들이 지났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날들이었다.

지우려 해도 떠오른 생각을 해야 했고 견딜 수 없는 허기에 빗물이라도 먹어야 했고 먹은 만큼 또 배출해야 하는.


그러 중 뜻 밖의 방문인이 찾아왔다.

친구, 취학명.


“어떻게 여기를?”

“그러게 말이네. 세상엔 믿을 수 없는 일이 있더라고. 자네가 겪은 일처럼.”

“믿을 수 없는....?”

“꿈을 꾸었네. 꿈속에 나타난 분이 여기로 가라더군.”

“꿈에......?”

“그 분이 내게 여기로 와서 자네한테 이 말을 전하라 했네.”

“내게 말을? 무슨 말인가?”

“살아있는 이유는 자네 몸속에 있으니... 자네의 몸을 들여다보라고. 허면 자네가 원하던 경지에 설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원하는 경지라.... 다 잊었네. 사의귀가 생의선을 꿈꿀 수 있겠는가?”

“생의선이 뭔가? 사의귀는 또 뭔가? 자네는 그냥 자네. 그 어떤 이름도 아닌 자네 그 자체일세.”

“......”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말고는 자네의 뜻이네. 이름이 아닌 실존 자체의 자네.”


그 말을 남기고 취학명은 떠났다.

이름을 생각지 말라고 한 그가 마지막 선물처럼 유유곡이란 이름을 새긴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 이름 뿐 아니라 친구와 과거까지 다 잊어버린 것은 또 어떤 의미였을까?


지다원은 그 때부터 운명에 몸을 실었다.

죽지 않는 이유가 자신의 몸에 있다면 그것을 알아내야 했다. 그러면 죽음 위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니까. 그 경지에 오르면..... 드디어 죽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 아내와 아들을 다시 만나 용서를 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날로 자신의 몸을, 의학을 다시 파기 시작했다.

오로지 죽기 위해서.


*

“그래서 찾으셨습니까? 경지에 이르셨습니까?”


생의선은 로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왓! 정말입니까?”

“나는... 이제.... 죽을 수 있다.... 그래서... 기다렸다.... 너희들....”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기다리셨다구요? 저희를?”


소연이 조심스레 묻자 생사의가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그래서.... 너는 살아야 한다....”


생사의가 로운을 딱 보면서 말했다.


“너는... 지금... 위험하다... 죽을 수 있다.... 내가 너를 살린다...”


생사의는 로운의 상태를 벌써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 와라.”


생사의가 일어나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

“앗 뜨거라!”


생사의가 두 사람을 데리고 간 곳은 작은 연못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기에 손을 살짝 넣어봤는데 생각보다 엄청 뜨거웠다.


“여기 완전 대박이네. 자연 온천이잖아!”

“들어 가라... 들어가기 살아나기....”


들어가야 살아난다는 뜻인 듯 했다.

로운은 윗도리를 훌렁 벗었다.

원래도 운동을 좋아해 몸이 괜찮았지만 지옥수련을 통해 완전 조각 같은 근육질 몸매가 되어 있었다. 일부러 훌렁 벗은 건 소연한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슬쩍 소연의 눈치를 살폈는데 소연은 머쓱한지 시선을 딴 데로 돌리고 있었다.


“너도... 들어 가기.”


엇! 대박!

이건 예상치 못한 명령이었다. 틀림없이 생사의는 소연을 보고 있었다. 소연도 함께 들어가라고 한 것이 맞았다.


“네? 저요? 저도 들어가란 말씀이세요?”

“너도 들어가기. 너도 내공... 불안하다.”


취소연의 내공도 불안했다. 원래의 내공과 로운이 준 내공이 완전 융합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소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연못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함께 들어가면 같이 붙어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함께 들어가라니.

옷을 벗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옷을 입고 들어가는 것도 이상하다.


- 첨벙


로운이 먼저 연못에 뛰어들었다.


“으아! 뜨끈하네! 자 내가 뒤돌아 있을 테니까 누이도 들어오셔~”


난감해하는 소연을 보고 로운이 먼저 들어가 돌아앉았다.

어쩔 수 없이 소연도 조심스럽게 발부터 연못에 들어갔다.

연못 안에 들어간 뒤 겉옷을 조심스레 벗어 몸을 가렸다.

비록 속옷은 입은 상태이고 그 위는 겉옷으로 가렸지만 그래도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돌아 앉으셔도 돼요”


소연의 말에 로운이 돌아앉았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수온에다 부끄러움까지 더해져 발그레 물든 소연의 얼굴이 예뻤다.


- 꺄악!


그 순간 갑자기 소연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 올랐다. 두르고 있던 겉옷까지 놓쳤다. 물에 젖어 딱붙은 속옷차림의 소연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로운은 그 아름다운 몸매를 감상할 경황이 없었다.


- 뜨아!


로운도 펄쩍 뛰어 올랐기 때문이다.

뜨겁던 물이 순식간에 얼음장보다 더 차가와졌다.

얼음장이 뭔가? 이건 드라이아이스보다 더 차가울 것 같았다.

온 몸이 타는 듯한 차가움.


열빙지(熱氷池)


생사의가 그 연못의 이름을 열빙지라고 지은 이유가 그것이었다.

낙장불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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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묵광멸천(墨光滅天) +2 23.08.02 39 2 10쪽
66 <66> 이게 죽음인가, 생각보다 편안해..... +4 23.07.31 43 3 10쪽
65 <65> 희망은 평행우주 저 편의 진파란. +3 23.07.26 39 2 10쪽
64 <64> 일광개천(日光蓋天) 대 일광개천(日光蓋天) +2 23.07.25 35 2 10쪽
63 <63> 천 개의 봉우리가 몸을 떨다 +5 23.07.24 42 3 10쪽
62 <62> 교주와 검무룡, 율리납과 율리혁 +6 23.07.21 41 2 10쪽
61 <61>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 +4 23.07.20 42 2 9쪽
60 <60>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2 23.07.19 45 2 9쪽
59 <59> 불령산 소격동의 마지막. +3 23.07.18 47 2 9쪽
58 <58> 소격동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사내 +2 23.07.14 65 2 10쪽
57 <57> 마음으로 죽이는 것, 실제로 죽이는 것. +2 23.07.13 58 2 10쪽
56 <56> 죽고 죽이고, 또 죽이고 죽는 +1 23.07.12 67 2 11쪽
55 <55> 그 영화의 그 대사 '좋아해요', '나도 알아' +5 23.07.11 55 2 9쪽
54 <54> 로운이 취소연의 양 빰을 후려치고 +1 23.07.10 60 2 10쪽
53 <53> 사흘에 한 번, 악령의 식사를 하는 자 +1 23.07.07 67 2 9쪽
52 <52> 고맙다...... 라는 말 +3 23.07.06 66 2 9쪽
51 <51> 원한과 복수의 고리를 끊는 일 +2 23.07.05 68 2 10쪽
50 <50> 세상에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2 23.07.03 58 2 10쪽
49 <49> 그녀의 낙장불입은 입맛이 쓰네 +3 23.06.30 65 2 9쪽
48 <48> 새꺄! 나 왼손잡이야. +3 23.06.29 71 2 9쪽
47 <47> 나한테 코피 내면 너는 피똥 싸는 거다. +2 23.06.28 68 2 10쪽
46 <46> 유유곡의 결전 +4 23.06.27 74 2 9쪽
45 <45> 임독양맥. 생사현관. 환골탈태. +4 23.06.26 74 2 9쪽
44 <44> 진심을 다해 죽음을 입에 담는 이 +2 23.06.23 69 2 9쪽
43 <43> 열빙지(熱氷池)에서 사흘 낮 밤을. +5 23.06.22 68 3 10쪽
» <42> 죽어도 죽지 않는 자의 오로지 죽기 위해 사는 운명을... +3 23.06.21 66 3 9쪽
41 <41> 백발의 나체 노인, 생의선. +2 23.06.20 68 3 10쪽
40 <40> 멀고 아득하고 그윽한 곳, 유유곡(幽幽谷) +3 23.06.19 63 3 10쪽
39 <39> 소연아, 치킨 좋아하니? +5 23.06.16 8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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