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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898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6.29 15:20
조회
70
추천
2
글자
9쪽

<48> 새꺄! 나 왼손잡이야.

DUMMY

*

로운의 무지 때문에 도제룡이 수세로 돌아 선 것이 승패의 단초라면 도제룡의 정확한 분석이 승패의 방점이 되었다.


‘이건 허초가 아니다. 모든 게 실초. 하긴 이 위력이면 허초에 맞아도 치명상이 되겠지!’


도제룡의 판단은 정확했다.

판단이 끝난 순간부터 다시 흐름이 바뀌었다.

로운의 공세는 도제룡에 의해 와해되기 시작했고 그 사이로 도날이 비집고 들어왔다.


- 츳! 츠칵! 핏!


로운의 신체 곳곳에 도가 스치기 시작했다.

묶어 놓은 듯 함께 붙어 다니며 싸우는 두 사람의 이동 경로가 도제룡이 원하는 방향으로 치우치기 시작했다.

급격하게 균형추가 기울었다.


로운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낙장불입을 쓰고 싶지 않았다. 조금 전 혼자 시연했을 때는 마음대로 조절이 가능했지만 실전에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염 없이 밀리는 상황이다. 거기다 상대는 정말 죽이겠다고 덤비고 있다.


모험을 걸어보기로 했다.

낙장불입을 시작하면 마지막 초식까지 한 번에 달려야 했다. 그런데 시연 때는 중간에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원하는 대로 순서도 변경할 수 있었다.


‘마지막 초식을 바로 써보는 거다. 만약 실전에서는 거둘 수 없다 해도 그게 마지막이니 그냥 끝나는 거지!’


로운이 결심을 굳힌 순간에 도제룡도 끝낼 기회를 찾고 있었다.


‘끝낼 수 있는 순간에 끝내는 주는 것이 이 자에 대한 배려다. 나 역시 위험을 최소화 하는 것이고.’


그 때 로운이 갑자기 호흡을 정리하며 속도를 늦추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을 놓칠 리 없었다. 도제룡은 순간적으로 십이 성 최대의 공력을 실어 도를 가로 베었다.


- 쓔앙--!


얼핏 보면 가장 흔한 초식인 횡소천군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단순한 가로 베기 안에는 로운의 움직임에 따라 열 두 번의 변화가 있었다.

로운이 어떤 방법을 써도 피할 수 없는 절초였다.

적어도 도제룡이 파악하고 ‘분석’한 상황에서는.


- 꽈릉---! 번쩍---!


천둥 같은 굉음과 벼락 같은 불꽃이 터졌다.

도제룡의 절초와 이로운의 낙장불입 마지막 초식이 격돌했다.


로운의 손에서 단봉이 날아갔고 도제룡의 손에서 보도가 박살 났다.

로운과 도제룡 모두 구겨진 종잇장처럼 펄럭이며 날아갔다.


- 퍼억!


로운이 머리부터 땅에 처박혔다.


- 꿍!


도제룡은 등부터 바위에 처박히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서로 병기를 한 번 부딪힌 것이지만 그것이 모든 것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외공과 절초가 병기로 충돌했고 충돌을 통해 내공과 내공이 격돌했다.

서로가 한 줌의 힘도 남김없이 모든 것을 내 쏟아 정면으로 부딪힌 것이다.


연탄 한 장이 내 뿜는 열기를 찰나에 폭발 시키면 핵폭탄 급에 이른다고 한다.


두 사람 초식을 나누어 싸운다면 열흘 낮 밤을 싸워도 끝이 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단 한 번에 폭발 시킨 것이다.


로운의 무지 때문이었고 도제룡의 분석 때문이었다.

무지했기에 이 결과를 생각하지 않았고 분석했기에 낙장불입이 튀어 나올 거라 예측하지 못했다.


- 휘유웅


가득한 흙먼지가 가라앉고 나서도 둘 다 엎어지고 고꾸라진 채 한 참 동안이나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협!”


취소연이 로운을 부르며 달려왔다.

거꾸로 처박힌 로운을 부축해 일으켰다.

코와 입으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정신 차리세요! 괜찮으세요?”

“으응.... 정신은.... 차렸고.... 니 눈엔 이게 괜찮아 보이냐?”


로운이 쓰게 웃었다.


“아! 대협! 어서 운기조식 하시고 안정을...”

“너... 진짜..... 계속.....”


로운이 미간을 조였다.


“...오라버니.”

“흐흐흐. 그래야지. 오라버니 좀 일으켜 봐라.”


취소연이 로운을 부축해 일으켰다.

로운의 오른 팔은 정상이 아니었다. 부러지거나 빠졌거나.


로운이 도제룡을 돌아봤다.

도제룡은 바위에 기대 앉은 채 고개를 푹 떨구고 있었다.


죽은 걸까?


로운이 힘겹게 비틀비틀 도제룡에게 다가갔다.

도제룡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죽었냐?”

“......”

“죽었냐고!”

“흐흐흐....”


로운이 되묻자 고개 떨군 채 울음 같은 웃음을 흘렸다.


“살았네!”

“죽을 거다....”


로운이 널부러져 앉은 채 수그러져 있는 도제룡의 어깨를 세워 들었다.

그 역시 코와 입으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씨바야! 나도 죽을 거 같어! 컥! 그니까.... 내가 비긴 걸로 치자고 했잖아!”

“구우웃... 마 샤 알라..... 멋지다....”

“뭔 말이야?”

“......”


대답 대신 다시 어깨가 툭 떨어졌다.

로운이 일으켜 세웠다. 슬며시 왼 손을 돌려 도제룡의 등에 댔다. 조심스럽게 내공을 주입했다.


“정신 차려, 새꺄! 약해 빠져 가지고.”

“가라... 서쪽으로.... 네가 살고 나는... 죽는다...”

“그니까. 동쪽으로 간다는 거 뭔 말이었냐?‘

“목숨을 걸라 했다.... 죽든 살든.... 일월교에 받은 은혜는 이걸로 끝이라는 뜻.... 나는 세상을 다 돌아보고 싶었다.... 동쪽으로 동쪽으로.... 흘러오다.... 여기까지 온 거고.... 아직.... 세상의 끝이 아니니..... 더 동쪽으로 가고 싶었던 거다....”

“하... 별 놈 다 있네. 너 시대를 잘 태어났으면 빠니보롤이나 꺅튜브 같은 여행가 되면 좋았겠네.”


로운 역시 중상을 입은 상황이었지만 도제룡의 등으로 계속 내공을 밀어 넣었다.

도제룡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만... 해라.... 너를 봤으니.... 이쯤에서 끝나도 좋다, 내 여행은....”

“닥치고! 잘 들어라... 동쪽으로 가라. 거기 가다 보면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있을 거다. 삼국시댄지 고려인지 조선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내가 역사가 약해서... 어쨌든 거기가 내가 살던 나라.... 가 아니고 나중에 내가 살 나라거든. 거기서 눌러 살아라. 거기 사람들이 참 좋아.”


일부러 말을 계속 걸었다. 도제룡이 정신을 잃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만큼 내공을 나눠주면서.


“대체.. 왜... 이러는 거냐....?”

“저기 누워 불 타신 어른 덕인 줄 알어.”

“?”

“나와 싸울 때, 이 일대를 모두 박살 내면서도 저 초옥 자리는 피해 다녔지? 하나를 보면 둘은 몰라도 하나는 안다. 넌 적어도 악인은 아니더라고. 생사가 달린 상황에서 죽은 분에 대해 최소한의 예를 지키는 거. 아무나 못해.”

“아......”

“저 분 별호가 생의선이다. 죽은 자도 살리는 의선. 오늘 니가 목숨을 건진다면....내가 아니고 저 분이 살려준 거다.”

“......”


로운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했다 싶자 도제룡 한테서 손을 떼고 일어났다.

이제부터는 도제룡의 몫이었다.

생과 사는 그의 능력과 의지에 달린 것이다.


“소연 누이야. 와서 나 좀 잡아 봐라!”


취소연이 얼른 다가와 로운의 허리를 감싸 안고 부축 했다.

로운은 한 팔을 소연한테 걸치고 비틀비틀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부축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소연이 허리를 감싸고 부축해주면 훨씬 빨리 나을 거 같았다.... 고 하면 흑심인가?


“어이.... 서쪽으로 가서 교주를 만나도.... 팔이 그래서는 힘들 거다. 다 낫거든 가라...”


도제룡이 로운의 뒤에 대고 말했다.

로운은 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가며 온전한 왼손을 들어 올렸다.


“새꺄, 나 왼손잡이야.”


도제룡이 피식 웃었다. 기분 좋게.

세상을 다 돌아보진 못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내를 ‘또’ 만났으니까.


*

지밀원주는 유유곡 앞에 서 있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서서 생각을 고르고 있었다.


안에서 터져 나오던 굉음과 울려퍼지던 땅의 진동이 멈춘 지 조금의 시간이 흘렀다.

중원에서 출발한 일월교의 인물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유유곡 안에서 나오는 자가 도제룡이라면 아무 일 없겠지만 만약 이로운이라면?


‘도제룡 조차 이기지 못한 자를 맞아 싸울 것인가? 아니면 피할 것인가?’


대답은 간단했다.

승산 없는 싸움은 피하는 것이 맞다.


‘일전을 피한다면 그를 두고 떠날 것인가 아니면 그를 데리고 본교로 갈 것인가’


그가 이미 본교로 갈 것이라 공표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와 함께 본교로 직행 하는 것이 균열이 파생 하는 위기를 막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 부분 판단이 쉽게 정리 되지 않았다.


‘교주의 심중을 돌아보아야 한다. 교주가 원하는 것은.....’


그때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앞에서, 그리고 뒤에서.


“넌 또 뭐냐? 여기서 뭐하는 건데?”


앞에서 나타난 그가 한 말이었다. 이로운.


“여기다! 도착했어! 다들 빨라 와!”


뒤에서 나타난 효지림의 외침이었다.


로운은 효지림을 보자 버럭 고함부터 질렀다.


"어? 야! 효지림! 니가 여기 왜 있냐? 너 교주한테 내 말 전하기는 한 거야?"


효지림의 얼굴에 화색이 살짝 돌았다.

유유곡에서 걸어 나온 게 얼굴도 모르는 도제룡이 아니라 이로운이기 때문에.

낙장불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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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 이게 죽음인가, 생각보다 편안해..... +4 23.07.31 43 3 10쪽
65 <65> 희망은 평행우주 저 편의 진파란. +3 23.07.26 39 2 10쪽
64 <64> 일광개천(日光蓋天) 대 일광개천(日光蓋天) +2 23.07.25 35 2 10쪽
63 <63> 천 개의 봉우리가 몸을 떨다 +5 23.07.24 42 3 10쪽
62 <62> 교주와 검무룡, 율리납과 율리혁 +6 23.07.21 41 2 10쪽
61 <61>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 +4 23.07.20 41 2 9쪽
60 <60>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2 23.07.19 45 2 9쪽
59 <59> 불령산 소격동의 마지막. +3 23.07.18 47 2 9쪽
58 <58> 소격동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사내 +2 23.07.14 65 2 10쪽
57 <57> 마음으로 죽이는 것, 실제로 죽이는 것. +2 23.07.13 58 2 10쪽
56 <56> 죽고 죽이고, 또 죽이고 죽는 +1 23.07.12 67 2 11쪽
55 <55> 그 영화의 그 대사 '좋아해요', '나도 알아' +5 23.07.11 55 2 9쪽
54 <54> 로운이 취소연의 양 빰을 후려치고 +1 23.07.10 60 2 10쪽
53 <53> 사흘에 한 번, 악령의 식사를 하는 자 +1 23.07.07 66 2 9쪽
52 <52> 고맙다...... 라는 말 +3 23.07.06 66 2 9쪽
51 <51> 원한과 복수의 고리를 끊는 일 +2 23.07.05 68 2 10쪽
50 <50> 세상에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2 23.07.03 58 2 10쪽
49 <49> 그녀의 낙장불입은 입맛이 쓰네 +3 23.06.30 64 2 9쪽
» <48> 새꺄! 나 왼손잡이야. +3 23.06.29 71 2 9쪽
47 <47> 나한테 코피 내면 너는 피똥 싸는 거다. +2 23.06.28 68 2 10쪽
46 <46> 유유곡의 결전 +4 23.06.27 74 2 9쪽
45 <45> 임독양맥. 생사현관. 환골탈태. +4 23.06.26 74 2 9쪽
44 <44> 진심을 다해 죽음을 입에 담는 이 +2 23.06.23 69 2 9쪽
43 <43> 열빙지(熱氷池)에서 사흘 낮 밤을. +5 23.06.22 68 3 10쪽
42 <42> 죽어도 죽지 않는 자의 오로지 죽기 위해 사는 운명을... +3 23.06.21 65 3 9쪽
41 <41> 백발의 나체 노인, 생의선. +2 23.06.20 68 3 10쪽
40 <40> 멀고 아득하고 그윽한 곳, 유유곡(幽幽谷) +3 23.06.19 63 3 10쪽
39 <39> 소연아, 치킨 좋아하니? +5 23.06.16 8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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