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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911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6.28 22:52
조회
68
추천
2
글자
10쪽

<47> 나한테 코피 내면 너는 피똥 싸는 거다.

DUMMY

*


“우오오오! 마샤알리! 구우웃~! 멋지다!”


도제룡이 다양한 언어로 찬사를 연발했다. 얻어맞은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도무지 잡히지 않는 로운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하나뿐인 틈을 찾아내 최선의 일초로 가슴을 격중 시켰다. 이 일전을 끝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승기는 확실히 잡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도 가슴을 얻어맞은 것이다.

도대체 로운이 어떤 식으로 역공을 취했는지 알 수 없었다.


온 몸에 기분 좋은 소름이 바짝 돋았다.

이런 자를 만나고 일전을 나누어 보는 게 꿈이었다.

도를 부웅부웅 몇 번 흔들어보고는 자세를 취했다.


“다시!”


로운은 뻐근한 가슴을 만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연스레 발현된 반탄강기가 없었다면 가슴이 반으로 갈라졌을 것이다.

그래도 한 대씩 주고 받았으니 영 모양이 빠지는 건 아니다.


“한 대 씩 치고 박았지? 비긴 걸로 하자.”

“그런 건. 승부는 봐야지.”

“그래? 그럼 니가 이긴 걸로 하고 그만 하자.”


도제룡이 빙긋 웃었다.


“떠날 거다. 동쪽으로.”

“그래? 좋지, 동쪽. 가면 되겠네. 그냥”

“널 죽여야 간다.”

“뭔 개소리야? 그러다 니가 죽어.”

“그것도 좋다. 너와 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 하니까.”

“하아~ 진짜 꽉 막혔네. 좋다! 난 오늘 너 죽이고 서쪽 간다. 일월교!”


- 핑---


로운이 인정하자 도제룡이 로운을 향해 튀어나갔다.

도와 함께 드릴처럼 회전하면서.


“엇!”


- 휘리릭---


갑작스런 기습에 로운도 뒤로 튀어 나가며 몸을 회전시켰다.


이제껏 로운이 공격을 받으면 시간 격차가 발생했었다. 일상의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느껴졌다. 아무리 빠른 공격이라도 피하거나 받아 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시간격차가 발동하지 않은 게 아니다. 격차가 발생했음에도 도제룡의 속도는 너무나 빨랐던 것이다.


로운은 온몸으로 기를 발산하며 몸을 팽이처럼 회전했다.

피할 수 없는 속도로 회전하며 찔러오는 도의 파괴력을 낮추기 위해선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 뿐이었다.


도를 찌른 게 먼저였기에 로운이 물러나는 속도보다 빨랐다.

가속도가 붙은 도가 회전하는 것도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도제룡의 도가 로운의 가슴팍을 파고 들었다.


- 콰드득---!


사방으로 빛이 튀었다. 도가 뿌리는 빛과 로운이 몸을 감싼 방탄강기가 강렬한 충격음을 내며 부딪히며 불꽃 같은 빛 조각을 사방으로 뿌렸다.


“컥!”


로운의 방탄강기가 찢어낸 도가 로운의 맨살을 파고들었다.

심장을 노리고.


천만다행.


그 순간이 도가 회전하는 속도와 로운이 회전하는 속도가 같아지는 순간이었고 또한 로운의 물러나는 속도가 도제룡의 찔러오는 속도를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빠르게 물러나는 로운의 가슴에서 피가 튀었다.

하지만 뼈가 으스러지거나 근육이 조각나지는 않았다.

도의 끝이 가슴 살점만 헤집은 것이다.


실로 천만다행으로 죽음이 찰나지간에 스쳐갔다.


- 쯔와앙--- 쯔응---


하지만 도제룡의 공격은 시작일 뿐, 도제룡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도를 두 손으로 잡고 위 아래 연속 거세게 베어왔다, 공간을 가르는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 츠칵— 츠악--


베어 진 로운의 가슴에서 아까보다 더 많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스쳐갔던 죽음이란 놈이 순식간에 뒤돌아와 따라 붙었다.


지켜보고 있는 취소연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는 것만도 벅찬 상황, 하지만 로운의 가슴에서 피가 튀는 건 선명하게 보였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도와 줄 수 없다는 것이 참담했다.


“날! 지킨다면서--!”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


- 쩡---!


순간 귀를 때리는 병기 소리와 함께 도제룡의 도가 길을 비껴났다.

함께 붙어 날아다니던 두 개의 신형이 잠시 갈라섰다.


도제룡은 도를 거머쥔 자신의 오른손 팔뚝을 왼손으로 거머쥐었는데 오른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반대쪽에서는 로운이 한쪽 무릎을 꺾고 주저 앉듯이 겨우 착지했다.


그의 왼손에 어느새 뽑아든 단봉이 쥐어져 있었다.


도제룡은 방금 로운의 아랫 가슴을 베었고 연속으로 윗 가슴을 베어 낸 뒤 목을 노리고 들어갔다. 깊이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 도 끝으로 한 치만 베어도 요혈이 갈라지며 목숨을 뺏을 수 있는 수였다.

소연의 외침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단봉을 꺼내 도를 막아낸 것이다.


- 슈아악--


숨 돌릴 틈 없이 도제룡이 덮쳐왔다.


“색! 햐~~~!”


로운이 욕설을 토하며 마주쳐 갔다.

머릿 속에서 뭔가가 터져 나온 느낌이었다.


어릴 때부터 쌈박질은 수도 없이 해 온 로운이다.

중고등 때 일진들도 로운을 건드리는 애들은 없었다. 워낙 성격이 꼬장꼬장하고 한 번 붙으면 끝장을 보는 편이라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로운이 싸울 때 항상 생각하던 거.

코피 나면 진 거다!


코피는 아니지만 피를 봤다. 한 번도 아니고 몇 차례나.

눈 앞에 튀는 자신의 피를 보는 순간 로운의 가슴 속에서 울컥 뭔가가 치밀었다. 익숙한 감정,


이 새끼 내가 끝장 본다! 나한테 코피 낸 놈은 지가 피똥 싸는 거다! 니가 뒈지든 내가 뒈지든 하나는 뒈질 거다. 근데 그게 나일 리는 없다!


독한 마음먹고 상대를 찍었을 때, 그들과 막 싸움 벌일 때 느끼던 바로 그 감정이었다.

우습게도 그런 분노가 로운을 돌변하게 했다.


- 떠엉!


도와 단봉이 부딪혔다.

충격은 로운의 가슴과 도제룡의 손목을 다시 한 번 강타했다.


- 까다다당! 까당!


두 사람은 마치 서로를 묶어 놓은 것처럼 나란히 날아다니며 부딪혔다.


취소연 조차 둘이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 콰르르릉---


둘이 스쳐간 곳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찢어지고 거대한 바위가 쪼개졌다.

땅이 가라 앉았다가 터져 올랐다.

둘이 지나가는 곳은 모두 폐허가 되었다.


도제룡의 도법은 패도적이면서 간결했다.

일초일초가 모두 로운의 요혈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아마도 어제의 로운이었다면 도제룡의 도법을 끝까지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로운은 달랐다.

비록 조금 전이지만 커다란 성취를 이루었다. 그걸 기반으로 수련을 한 바는 없지만 이미 그의 내공에,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때문에 초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평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팽팽한 두 사람의 균형을 조금씩 흔들어 놓는 게 있었다.

놀라우면서도 조금 허탈한 이유는...


로운의 무지(無知)


요혈 따위 몰랐다. 그냥 틈만 보이면 공격했다. 단봉으로 찌르다가 주먹을 날리고 발차기를 했다. 심지어 박치기를 시도하기 까지.

무공의 기초인 효율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먹혀 들었다.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곳을 찔러오는 거,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달려드는 걸 보면서 도제룡은 당황했다.


‘뭐냐? 허초인가? 그런데 왜 실초가 없지? 이건 또 무슨?’


뭔가 숨긴 초식이 뒤따를 거라 예측했기에 오히려 조심스러워졌다.

때문에 오히려 공세를 잡은 것은 로운이었고 도제룡은 방어로 돌아서사 한 숨 돌리면서 로운의 무공을 분석했다.


*

몇 일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밀원주 의 담비 섬을 놓치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해 달려왔다.


오령기에서 롤라 뽑은 몇 명은 벌써 나가 떨어져 낙오했다.

여전히 달리고 있는 인물은 암행귀 야율, 적묘귀 선우요화, 창해귀 벽리산. 외진각 부각주 관쌍과 효지림 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효지림만이 지치지 않고 섬을 바짝 추격하며 따르고 있었다.

로운한테 받은 내공 덕택이었다. 아직 그 내공을 제대로 운용하지는 못했지만 훨씬 강해지고 빨라졌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예전의 그녀라면 이만큼 달렸으면 원래의 나이, 50대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십대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녀 때문에 사흘 가까운 시간을 줄였다.

부각주인 효지림이 그렇게 달리는데 경쟁자인 쌍관이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령기의 기주인 세 사람은 더더욱 힘든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사실 효지림도 이젠 더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냐? 길도 없는 이 험한 산 속을 몇일째 달리는 거야? 그냥 다들 좀 쉬었다 가자고 할까?’


- 콰르릉---!


그때였다.

산이 무너질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 콰아아아--- 콰쾅!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효지림과 일행들이 모두 놀라 달리던 걸 멈추고 소리가 난 쪽을 보았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산과 산 사이, 계곡인지 능선인지가 모를 곳에서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지진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폭약이 터진 것처럼 느껴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불길과 연기도 치솟고 있었다.


“저기다! 저기! 저기가 필시 그 자가 있는 곳이야!”


효지림 가리는 곳을 보면서 헉헉거리던 쌍관이 물었다.


“설마? 대군이라도 끌고 온 거 아니고서야 저런 소리가 나겠냐?”

“잊었어? 도제룡! 만약 도제룡과 그 자가 싸우는 거라면?”

“아.....그래도 저 정도 소리는....”

“아니면 뭔데? 이 깊은 산 속에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고?”

“일단 우리끼리 의논해 보고...”

“간다! 한 시진만 더 달리면 돼!”


효지림이 달리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섬도 같은 방향으로 튀어나갔다.


'아놔... 씨바... 죽겠네....'


마음 속으로 욕이 튀었지만 나머지도 울상을 하고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낙장불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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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묵광멸천(墨光滅天) +2 23.08.02 39 2 10쪽
66 <66> 이게 죽음인가, 생각보다 편안해..... +4 23.07.31 43 3 10쪽
65 <65> 희망은 평행우주 저 편의 진파란. +3 23.07.26 40 2 10쪽
64 <64> 일광개천(日光蓋天) 대 일광개천(日光蓋天) +2 23.07.25 36 2 10쪽
63 <63> 천 개의 봉우리가 몸을 떨다 +5 23.07.24 42 3 10쪽
62 <62> 교주와 검무룡, 율리납과 율리혁 +6 23.07.21 41 2 10쪽
61 <61>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 +4 23.07.20 42 2 9쪽
60 <60>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2 23.07.19 46 2 9쪽
59 <59> 불령산 소격동의 마지막. +3 23.07.18 47 2 9쪽
58 <58> 소격동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사내 +2 23.07.14 66 2 10쪽
57 <57> 마음으로 죽이는 것, 실제로 죽이는 것. +2 23.07.13 58 2 10쪽
56 <56> 죽고 죽이고, 또 죽이고 죽는 +1 23.07.12 68 2 11쪽
55 <55> 그 영화의 그 대사 '좋아해요', '나도 알아' +5 23.07.11 55 2 9쪽
54 <54> 로운이 취소연의 양 빰을 후려치고 +1 23.07.10 60 2 10쪽
53 <53> 사흘에 한 번, 악령의 식사를 하는 자 +1 23.07.07 67 2 9쪽
52 <52> 고맙다...... 라는 말 +3 23.07.06 67 2 9쪽
51 <51> 원한과 복수의 고리를 끊는 일 +2 23.07.05 68 2 10쪽
50 <50> 세상에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2 23.07.03 58 2 10쪽
49 <49> 그녀의 낙장불입은 입맛이 쓰네 +3 23.06.30 65 2 9쪽
48 <48> 새꺄! 나 왼손잡이야. +3 23.06.29 71 2 9쪽
» <47> 나한테 코피 내면 너는 피똥 싸는 거다. +2 23.06.28 69 2 10쪽
46 <46> 유유곡의 결전 +4 23.06.27 74 2 9쪽
45 <45> 임독양맥. 생사현관. 환골탈태. +4 23.06.26 74 2 9쪽
44 <44> 진심을 다해 죽음을 입에 담는 이 +2 23.06.23 69 2 9쪽
43 <43> 열빙지(熱氷池)에서 사흘 낮 밤을. +5 23.06.22 68 3 10쪽
42 <42> 죽어도 죽지 않는 자의 오로지 죽기 위해 사는 운명을... +3 23.06.21 66 3 9쪽
41 <41> 백발의 나체 노인, 생의선. +2 23.06.20 69 3 10쪽
40 <40> 멀고 아득하고 그윽한 곳, 유유곡(幽幽谷) +3 23.06.19 63 3 10쪽
39 <39> 소연아, 치킨 좋아하니? +5 23.06.16 8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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