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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북스 님의 서재입니다.

이데아-여신의 눈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백준
작품등록일 :
2015.06.11 18:12
최근연재일 :
2015.10.05 08:00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54,678
추천수 :
641
글자수 :
310,232

작성
15.09.15 08:00
조회
377
추천
5
글자
8쪽

70화 굳건한 마음(5)

※ 본 콘텐츠는 권리자와의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제작된 저작물로서, 모바일 RPG <이데아 - 플레니스의 수호자>의 세계관이 반영된 작품입니다.




DUMMY

“호오, 개미굴은 이렇게 생겼군.”

쿠하스는 왕궁의 뜰을 어슬렁거렸다. 말쑥하게 차려 입은 모습이 영락없이 헤스페리아족의 귀족처럼 보였다. 연신 궁을 두리번거리는 그에게 지나다니는 병사들이 의아한 눈길을 던졌다.

“흉하군. 냄새도 지독해.”

쿠하스는 장미꽃 군락을 보고 코를 찡그렸다. 그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삽시간에 장미꽃밭이 죄다 시들었다. 갈색으로 말라 버린 모습에 킬킬거리던 쿠하스는 문득 모퉁이를 나오는 에멘스를 발견했다.

“엘 공작이라면 말이 잘 통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질질 끌다니 애석하군요.”

에멘스는 쿠하스를 보자 깊이 허리를 숙였다. 쿠하스는 그에게서 피 냄새를 맡았다. 에멘스는 다시 말했다.

“쿠하스 님, 서부로 당장 병력을 투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관없다. 흰개미가 요 쬐끄만 왕국을 다 파먹을 때까지 도와주라고 명령을 받았으니까.”

쿠하스가 시든 장미꽃을 주먹으로 쳤다.

퍼석.

말라비틀어진 장미가 바사삭 가루가 되었다.

쿠하스의 말뜻을 헤아리지 못하던 에멘스 왕자는 이내 흰개미가 반군을 뜻하는 것임을 알아들었다.

“하하, 흰개미라……. 아주 재미있는 비유십니다!”

에멘스가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밝게 웃었다.

쿠하스는 에멘스가 자기 분수를 아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먼저 갈 테니 흰 개미들은 천천히 기어 와.”

스윽.

쿠하스의 모습이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


“반군과 맞서야 합니다!”

“자중해야 합니다. 에멘스 왕자 뒤에는 악마의 군대가 버티고 있습니다!”

회의석상에 수 명의 귀족들이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서부의 귀족들 외에 점령된 동부에서 도망친 귀족들과 영주의 뜻에 반해 군사를 이끌고 나온 북부의 귀족들도 함께였다.

상석에 앉은 엘 공작은 수심으로 얼굴이 얼음장처럼 굳어 있었다.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웨이퍼 경.”

그의 보좌관인 플린트 백작이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동부의 솔 후작은 전사했고, 북부 골든힐 가문은 반군에 가담했습니다. 지금 남은 건 남부의 문레이크 공작과 서부의 엘 가문뿐입니다. 폐하께서 위태로우신 때에 서부가 정의의 깃발을 들고 서서 사직을 보전하고 나라의 안녕을 도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척후에게 듣기로 2왕자의 배후에 강력하고 사악한 힘이 있다고 합니다. 이종족과의 전투와는 질적으로 다르단 말이오!”

“현재 국왕폐하께서는 어떻게 되셨는가?”

시온이 묻자 동부에서 온 귀족이 입을 열었다.

“국왕폐하께서는 궁전이 함락되기 전에 천만다행히 별궁으로 피신하셨습니다. 왕성은 지금 반군이 점거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공작!”

북부 귀족의 말에 몇몇 귀족들이 동조를 했다.

“당장 군사를 일으켜 반역도로부터 왕좌를 탈환해야 합니다!”

“아까 못 들으셨소? 악마의 입속으로 준비 없이 뛰어드는 건 어리석은 짓이오!”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귀족들 간에 의견이 좀처럼 모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시온의 입에서 결정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유약하기 짝이 없는 왕……. 국왕이라는 자가 백성과 왕궁을 버리고 아들의 반역 앞에서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을 쳤단 말인가!’

시온은 헥토르 왕의 피신 소식에 크게 실망을 하고 말았다.

시온은 명예와 긍지를 우선으로 여겼다. 목숨을 잃을지언정 책무를 다해야만 하는 것이 평소 시온의 지론이었다. 백성과 궁을 버린 왕을 위해 그의 병사를 희생시키는 것이 마뜩치 않았다.

시온의 눈에 그림자가 일렁였다. 찻잔의 수면에 부글부글 기포가 올랐다.

“……칙명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조금 더 지켜봅시다.”

시온이 나직하게 말했다.

똑똑.

문간에서 크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집사 야베스가 회의실에 들어서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송구합니다만, 엘 공작님. 폐하의 칙서를 갖고 사자가 오셨습니다.”

시온을 비롯해 귀족들의 얼굴에 사뭇 긴장이 감돌았다.

척!

그의 뒤를 따라 머리칼이 희끗한 반센 장군이 들어섰다.

“엘 공작, 오랜만입니다.”

“반센 장군!”

시온의 얼굴에 반가운 빛이 드러났다.

“험한 길이었겠군.”

엘 공작은 집사에게 일러 반센 장군을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노장의 모습에서는 악조건을 뚫고 나온 흔적이 역력했다. 시온과 반센은 예전 이종족과의 전투에서 동고동락한 전우였다.


쪼르륵.

엘 공작은 잔에 포도주를 가득 따라 반센 장군 앞에 내밀었다.

“들게.”

반센 장군이 포도주 잔을 단숨에 비웠다.

탁.

빈 잔을 탁자에 두며, 노장군이 어두운 낯빛으로 입을 열었다.

“시온, 긴말은 하지 않겠네. 자네의 성미라면 분명 국왕폐하께 실망했을 것이네. 백성과 왕좌를 버린 폐하를 용납하라고 말하지는 않겠네…….”

시온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반센은 주먹을 강하게 움키며 말을 이었다.

“이대로 2왕자의 손에 나라의 기강이 더는 무너질 수 없네……. 과거 자네와 내가 각자의 칼과 완드에 걸고 지켜내겠다고 맹세한 이 나라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네. 수많은 전우의 피를 흘리며 지킨 나라가 반역자에게 넘어갈 것이란 말일세!”

젊은 날 그들은 전장을 누비며 검과 마법으로 나라를 위해 싸웠다. 세월 속에 묻혀 있던 기억들이 샘물처럼 솟아 시온의 마음을 적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의 시온과 지금의 시온은 달랐다. 엘 공작은 에멘스 왕자와 대적해 승리를 거두리라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머뭇거리는 시온의 모습에 반센은 굳은 얼굴로 일어섰다.

털썩.

돌연 반센이 무릎을 꿇었다.

“자네, 무슨 짓인가!”

시온이 놀라 노장군 앞에 몸을 숙였다. 노장군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난 그 왕자의 눈에서 야심을 읽고도 모른 척했네. 그 왕자의 자질이 너무나 아까웠어……! 이제는 내 힘만으로는 에멘스 전하를 멈출 수 없네. 과거 함께 전장을 누빈 전우로서 자네에게 부탁하네. 자네만이 지금 이 왕국의 유일한 희망일세!”

반센의 비통한 외침에 시온의 눈빛이 흔들렸다. 젊은 날 함께 왕국을 지켰던 전우의 후회 앞에 그의 마음이 비로소 움직였다.

“……알겠네. 하지만 서부 진영은 신중하게 움직일 방침이라네. 양해해 주게.”

“고맙네, 시온. 고맙네……!”


반센과 시온은 방에서 나와 회의석상에 다시 섰다.

“폐하께서 내리신 칙서를 낭독하겠습니다.”

반센 장군이 자리에 서서 헥토르 왕이 보낸 칙서를 펼쳤다. 엘 공작을 포함한 귀족들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내용에 귀기울였다.

“서부의 시온 엘 공작…… 왕국을 배반하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버린 제2왕자 에멘스를 주신과 주신의 딸 헤스페리아의 이름아래 처단하는 데 힘을 써 주기를, 율의 국왕 헥토르 율 헤스페리안이 명하노라.”

반센이 낭독을 마치고 엘 공작에게 내밀었다.

“서부 엘 가문의 영주, 시온 론 엘 국왕폐하의 명을 받들어 반역자를 처단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나이다.”

엘 공작이 칙령을 받아 들었다.

시온은 신중하게 혼란에 빠진 현 사태를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우튼 자작, 2왕자와 반군의 전력에 대해 조사를 하시오. 수고스럽소만 지난날 함께 전장을 누빈 그대라면 안심할 수 있소.”

“영광입니다, 공작님.”

녹색 망토를 두른 우튼 자작이 그의 명령을 받들고 나섰다.

“틸 백작, 웨이퍼 백작, 그대들은 나와 함께 사열을 정비하고 전쟁 준비에 나섭시다! 모두, 병력을 정비하시오! 이미 싸움은 시작된 바요!”

엘 공작의 명령에 귀족들이 부복을 한 후 흩어졌다.

시온이 주먹을 꾹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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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끝이 아닌 시작(5) 15.10.02 293 4 8쪽
82 82화 끝이 아닌 시작(4) 15.10.01 300 4 8쪽
81 81화 끝이 아닌 시작(3) 15.09.30 241 5 8쪽
80 80화 끝이 아닌 시작(2) 15.09.29 404 6 8쪽
79 79화 끝이 아닌 시작(1) 15.09.28 411 5 8쪽
78 78화 비장한 마음(5) 15.09.25 299 4 8쪽
77 77화 비장한 마음(4) 15.09.24 401 4 8쪽
76 76화 비장한 마음(3) 15.09.23 437 4 8쪽
75 75화 비장한 마음(2) 15.09.22 413 3 8쪽
74 74화 비장한 마음(1) 15.09.21 417 4 8쪽
73 73화 열려 있는 문(3) 15.09.18 387 5 8쪽
72 72화 열려 있는 문(2) 15.09.17 404 5 8쪽
71 71화 열려 있는 문(1) 15.09.16 416 4 8쪽
» 70화 굳건한 마음(5) 15.09.15 378 5 8쪽
69 69화 굳건한 마음(4) 15.09.14 272 3 8쪽
68 68화 굳건한 마음(3) 15.09.11 355 4 8쪽
67 67화 굳건한 마음(2) 15.09.10 378 4 8쪽
66 66화 굳건한 마음(1) 15.09.09 367 3 9쪽
65 65화 떠나는 노래(5) 15.09.08 421 4 8쪽
64 64화 떠나는 노래(4) 15.09.07 331 4 8쪽
63 63화 떠나는 노래(3) 15.09.04 327 4 8쪽
62 62화 떠나는 노래(2) 15.09.03 402 5 8쪽
61 61화 떠나는 노래(1) 15.09.02 428 4 8쪽
60 60화 기울어진 다리(5) 15.09.01 412 5 8쪽
59 59화 기울어진 다리(4) 15.08.31 392 4 8쪽
58 58화 기울어진 다리(3) 15.08.28 518 17 8쪽
57 57화 기울어진 다리(2) 15.08.27 407 5 8쪽
56 56화 기울어진 다리(1) 15.08.26 446 5 8쪽
55 55화 숲속의 작은 불(5) 15.08.25 455 5 8쪽
54 54화 숲속의 작은 불(4) 15.08.24 410 5 10쪽
53 53화 숲속의 작은 불(3) 15.08.21 365 5 8쪽
52 52화 숲속의 작은 불(2) 15.08.20 429 5 8쪽
51 51화 숲속의 작은 불(1) 15.08.19 448 5 8쪽
50 50화 죽음을 넘어선 빛(5) 15.08.18 390 4 8쪽
49 49화 죽음을 넘어선 빛(4) 15.08.17 390 6 9쪽
48 48화 죽음을 넘어선 빛(3) 15.08.14 457 6 8쪽
47 47화 죽음을 넘어선 빛(2) 15.08.13 447 5 8쪽
46 46화 죽음을 넘어선 빛(1) 15.08.12 409 4 8쪽
45 45화 쫓아가는 검(3) 15.08.11 467 4 9쪽
44 44화 쫓아가는 검(2) 15.08.10 422 6 8쪽
43 43화 쫓아가는 검(1) 15.08.07 394 6 9쪽
42 42화 무너지는 돌덩이(3) 15.08.06 504 7 8쪽
41 41화 무너지는 돌덩이(2) 15.08.05 472 8 9쪽
40 40화 무너지는 돌덩이(1) 15.08.04 595 4 8쪽
39 39화 빛과 그림자(6) 15.08.03 619 4 9쪽
38 38화 빛과 그림자(5) 15.07.31 548 4 9쪽
37 37화 빛과 그림자(4) 15.07.30 711 5 8쪽
36 36화 빛과 그림자(3) +1 15.07.29 621 6 9쪽
35 35화 빛과 그림자(2) 15.07.28 611 5 8쪽
34 34화 빛과 그림자(1) 15.07.27 719 4 8쪽
33 33화 속삭이는 이슬(2) 15.07.27 657 3 8쪽
32 32화 속삭이는 이슬(1) 15.07.23 574 4 10쪽
31 31화 이어지는 다리(5) 15.07.22 1,104 4 17쪽
30 30화 이어지는 다리(4) 15.07.21 664 5 8쪽
29 29화 이어지는 다리(3) 15.07.20 607 3 9쪽
28 28화 이어지는 다리(2) 15.07.17 686 5 10쪽
27 27화 이어지는 다리(1) 15.07.16 709 4 9쪽
26 26화 깊은 숲속의 친구(4) 15.07.16 593 5 8쪽
25 25화 깊은 숲속의 친구(3) 15.07.14 758 10 8쪽
24 24화 깊은 숲속의 친구(2) 15.07.13 650 9 8쪽
23 23화 깊은 숲속의 친구(1) 15.07.10 682 8 7쪽
22 22화 흔적을 찾다(5) 15.07.09 701 5 8쪽
21 21화 흔적을 찾다(4) +1 15.07.08 817 12 9쪽
20 20화 흔적을 찾다(3) 15.07.07 748 9 7쪽
19 19화 흔적을 찾다(2) +2 15.07.06 752 10 9쪽
18 18화 흔적을 찾다(1) +1 15.07.03 906 11 8쪽
17 17화 인연의 고리(6) 15.07.02 758 9 10쪽
16 16화 인연의 고리(5) +1 15.07.01 812 11 9쪽
15 15화 인연의 고리(4) +2 15.06.30 793 8 9쪽
14 14화 인연의 고리(3) +2 15.06.29 832 7 8쪽
13 13화 인연의 고리(2) +2 15.06.26 901 9 8쪽
12 12화 인연의 고리(1) +1 15.06.25 842 10 8쪽
11 11화 솟구치는 검(6) +1 15.06.24 913 9 7쪽
10 10화 솟구치는 검(5) +1 15.06.23 1,095 13 10쪽
9 9화 솟구치는 검(4) +2 15.06.22 1,180 12 8쪽
8 8화 솟구치는 검(3) 15.06.19 1,017 17 7쪽
7 7화 솟구치는 검(2) +3 15.06.18 1,298 31 8쪽
6 6화 솟구치는 검(1) +1 15.06.17 1,073 21 7쪽
5 5화 1장. 그녀의 눈물(5) 15.06.16 1,268 17 8쪽
4 4화 1장 그녀의 눈물(4) 15.06.15 1,171 17 9쪽
3 3화 1장 그녀의 눈물(3) 15.06.12 1,352 22 9쪽
2 2화 1장 그녀의 눈물(2) +1 15.06.12 1,889 27 9쪽
1 1화 1장 그녀의 눈물(1) +5 15.06.12 3,702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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