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떠나는 노래(1)
※ 본 콘텐츠는 권리자와의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제작된 저작물로서, 모바일 RPG <이데아 - 플레니스의 수호자>의 세계관이 반영된 작품입니다.
척.
쿠하스가 땅에 가볍게 내려섰다.
“하하하하!”
크게 웃어젖히고 있는 쿠하스에게서 엄청난 위압감이 풍겨져 나왔다. 그의 주변으로 검은 운무가 깔렸고 사이한 분위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전에 상대했던 그자와 분위기가 비슷해.”
“그럼, 저자도 드래곤?”
“그럴 가능성이 커.”
또 다른 드래곤을 마주치자 일행들 사이에 긴장이 한층 짙어졌다.
갈트는 주먹을 움켰다. 그 순간, 검은 바람 한 줄기가 그의 주위를 감쌌다.
퍽!
돌연 갑주를 입은 갈트의 등을 뚫고 검고 서늘한 칼날이 머리를 드러냈다.
“……컥!”
예기치 못한 급습에 갈트는 충격으로 경련했다.
슥.
검은 바람과 함께 마가족의 살수 파루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갈트의 신음을 듣고 칼과 마리, 루시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는 갈트와 더불어 파루스가 그들의 눈에 들었다.
“피온과 함께 다니던 그자야!”
마리가 외쳤다.
검은 복면 위로 파루스는 무감정한 눈빛을 보내며 갈트의 가슴팍에 꽂은 검을 뽑았다.
촤악!
검신이 뽑힌 자리에 피가 크게 튀었고 갈트가 쓰러졌다.
털썩!
갈트의 아래로 흥건하게 흐르는 피에 셋은 당혹과 분노에 휩싸였다.
“갈트!”
루시아와 마리가 비명을 질렀다.
“이 새끼…….”
칼이 파루스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챙!
파루스와 칼의 검이 맞부딪치며 불똥이 튀었다.
챙! 챙!
불길이 일렁이는 검이 노도하자 파루스가 뒤를 밀려났다.
힘과 검술에 밀리는 것을 인지한 파루스는 밀림 쪽으로 도망쳤다. 칼이 분노한 표정으로 그를 쫓았다.
“갈트!”
루시아가 놀라 갈트에게 달려갔다. 그 틈을 노려 피온이 루시아를 향해 완드를 쳐들었다.
“대지의 눈물!”
루시아의 위에 마법진이 떠오르고 거대한 암석 덩어리들이 후드득 쏟아졌다.
빠르게 낙하하는 암석덩어리가 루시아의 머리에 떨어지려는 찰나, 마리가 재빨리 배리어를 펼쳤다.
두두두두두!
암석덩어리들이 보호막을 거세게 두들겼다.
“으윽!”
배리어 안에서 루시아는 갈트에게 얼른 회복 마법을 펼쳤다.
“심장을 정통으로 찔렸어!”
“그깟 물장난으로 어디까지 버티나 볼까!”
피온의 마법진에서 계속해서 바위가 쏟아져 나왔다.
“물이 바위를 뚫는 거 모르니!”
마리가 눈을 부릅뜨며, 한쪽 손으로 다른 마법진을 펼쳤다.
이윽고 배리어 바깥의 물이 급속도로 회전했다.
콰르르르!
피온의 암석들이 물살에 휩쓸려 부서졌다.
부스스.
그녀의 마법이 통하지 않게 된 것에 피온의 얼굴이 굳었다.
바위가 모두 사라지자 배리어가 사라졌다.
“사람이 이쯤이면 발전이 있는 법이거든!”
마리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입술을 깨물며 도망치는 피온을 마리가 쫓았다.
“이번엔 도망 못 가!”
마리가 공격을 가하려 손을 뻗었다.
슥.
그 찰나 검은 그림자와 함께 쿠하스의 신형이 마리의 앞에 나타났다.
“안녕?”
쿠하스가 마스크를 슬쩍 내리며 씨익 웃었다. 검은 머리칼 아래 새빨간 눈동자가 마리를 응시했다.
쿠웅!
그 순간 마리는 뼈마디부터 온몸의 핏줄까지 모조리 굳는 감각에 휩싸였다. 쿠하스의 눈동자에 서린 드래곤의 거대한 공포에 짓눌린 것이다.
공포가 너무나 큰 나머지 마리는 그저 석상처럼 굳어 있을 뿐이었다.
“얌전하니 괜찮네.”
쿠하스는 두 손으로 마리의 목을 움켰다. 꾸욱, 쿠하스가 엄지로 마리의 기도를 가만히 눌렀다.
“헉, 허억…….”
숨길이 막히자 마리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수, 숨이…….’
이내 마리의 몸이 약하게 떨리며 눈동자가 스르르 뒤집히기 시작했다.
쿠하스가 입술에 거품을 물기 시작한 마리에게서 급히 손을 뗐다.
털썩.
마리가 바닥에 축 처졌다.
쿠하스가 늘어진 마리의 머리채를 잡아 들고 살폈다.
마리에게서 생명의 기운이 나오는 것을 읽고 쿠하스는 입맛을 다셨다.
“킁, 습관적으로 죽일 뻔했네. 이렇게 약해서야.”
쿠하스가 두리번거리며 칼을 찾았다.
“피온!”
쿠하스는 마스크를 올리며 피온을 불렀다.
스윽.
피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헤스페리아 놈 어디 갔냐!”
“파루스와 함께 숲으로 사라졌습니다.”
피온의 말에 쿠하스가 쯧 혀를 찼다.
한 팔에 마리를 잡은 쿠하스가 루시아와 갈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쿠하스는 갈트가 도끼를 날렸던 것을 생각해 냈다.
‘데려가서 내 수족으로 부려도 재밌겠군.’
쿠하스가 갈트와 루시아 쪽으로 다가갔다.
“……!”
눈앞에서 마리가 목이 졸리는 것을 본 루시아는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하지만 드래곤에게 섣부른 공격이 통할 리 없었다. 루시아 또한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갈트라도 보호해야 해.’
“바람의 방패!”
루시아는 반지 낀 손을 펼치고 필사적으로 보호 마법을 둘렀다.
몰아치는 바람이 그녀와 갈트를 감싸고 짙은 보호막을 만들었다.
“풍선 부냐?”
쿠하스가 피식거리며 손을 휙휙 내저었다.
쌔앵!
갑자기 강력한 바람이 보호막을 덮치고 흔들었다. 두 개의 바람이 맞물려 몰아쳤다.
콰콰콰콰!
“윽!”
쩌정! 팡!
유리조각 깨지듯 바람의 방패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최대 출력으로 낸 보호 마법이……!’
깨끗하게 걷힌 보호막에 루시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녀의 사파이어는 이미 절반이 색을 잃은 상태였다.
그 틈에 피온이 완드를 들어 마법을 시전했다.
“불의 입맞춤!”
화르륵!
새빨갛고 질척한 불덩어리가 루시아와 갈트를 급습했다.
루시아는 쏟아지는 불덩어리에 맞서 마법을 펼쳤다.
“진화의 바람!”
휘이잉!
두 개의 바람기둥이 솟구쳐 불덩어리들을 감쌌다.
휘이잉!
바람 기둥 사이에서 질척한 불덩어리들의 불이 약해졌다.
“어딜!”
피온이 한 차례 더 완드를 쳐들었다. 완드의 마나석이 빛나자 불길의 색깔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이윽고 불길이 바람을 휘감고, 하나가 되어 타올랐다.
화르르륵!
초록색으로 타오르는 두 개의 불기둥이 루시아를 덮쳤다.
“꺄아악!”
콰과광!
일대가 부서지고 뿌옇게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루시아는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고 말았다.
루시아의 손가락에 끼워진 사파이어는 푸른색이 모조리 빠져 있었고 이리저리 금이 가 있었다.
파창!
이내 루시아의 사파이어가 깨졌다.
“깔깔! 애송이들!”
오랜만에 맛보는 통쾌한 감각에 피온이 깔깔거렸다.
“오래도 걸리는군. 재미도 더럽게 없고.”
쿠하스는 마리의 머리카락을 한 올씩 뽑으며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늘색 머리카락 한 움큼이 그의 손에 쥐여 있었다.
“짜증나니까 그만 처웃고 치워!”
쿠하스가 사납게 외쳤다.
신나게 깔깔거리던 피온은 쿠하스의 으름장에 웃음을 뚝 멈추고 눈치를 봤다.
‘그 헤스페리아 놈의 눈을 뽑고 난 다음엔 저 새끼 이를 모조리 뽑아 버려야지.’
피온은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 다시 마법진을 펼쳤다. 고동색과 붉은색의 마법진 두 개가 떠올라 하나로 합쳐졌다.
“숨통을 확실히 끊어주지. 메테오!”
쿠쿠쿠!
불을 두른 거대한 암석이 처참한 몰골로 쓰러진 루시아와 갈트를 향해 떨어졌다. 평원에 뜨거운 바람이 일었다.
쿠쿠쿠쿠!
거대한 암석이 루시아와 갈트를 짓누르기까지 불과 이 미터도 남지 않았다. 피온은 오랜만의 승리에 취해 웃어 댔다.
“깔깔깔!”
움찔!
문득 쓰러져 있는 갈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응?”
심드렁하게 마리의 머리털을 뽑고 있던 쿠하스는 작은 움직임을 포착했다. 그 순간 갈트가 벌떡 일어났다.
“빙결.”
갈트가 작게 읊조리며 거대한 운석에 주먹을 꽂았다.
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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