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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북스 님의 서재입니다.

이데아-여신의 눈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백준
작품등록일 :
2015.06.11 18:12
최근연재일 :
2015.10.05 08:00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54,649
추천수 :
641
글자수 :
310,232

작성
15.09.14 08:00
조회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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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69화 굳건한 마음(4)

※ 본 콘텐츠는 권리자와의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제작된 저작물로서, 모바일 RPG <이데아 - 플레니스의 수호자>의 세계관이 반영된 작품입니다.




DUMMY

대전에서 헥토르 율 헤스페리안 국왕과 고관대작들이 초조하게 싸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헥토르 국왕은 갑옷도 검도 차고 있지 않았다. 연로한 데다 긴 평화에 익숙한 국왕은 갑옷의 무게를 버틸 수 없었다.

“반군은 어디까지 밀고 들어왔는가?”

헥토르 국왕이 근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지도 위에는 붉은 말과 흰 말이 세워져 있었다. 붉은 말은 국왕군이었고, 흰 말은 에멘스가 이끄는 반란군이었다.

“처음 척후에게 보고를 받은 아침에는 푸실 평야에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왕성에 당도했습니다. 진군 속도가 도저히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작전 대장 격인 로널드 장군이 납작한 막대로 흰 말을 쭈욱 끌어 왕성 쪽으로 옮겼다.

“척후에 따르면 반군의 선발대는 머리를 베고 화살을 쏘아도 쓰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반란군이…… 검고 사악한 힘과 결탁한 게 틀림없습니다.”

‘악마의 군단!’

모두의 머리에 동시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대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헥토르 국왕의 주름진 얼굴에도 묵직하게 근심이 매달렸다.

쾅!

문을 박차고 전령이 구를 듯이 대전에 뛰어들어 왔다. 그는 동부 솔 가문의 기사였다. 전령의 얼굴에 얼룩진 절망에 대전에 자리한 왕과 귀족들은 불길한 소식을 예감했다.

“폐하, 반란군이 남문을 부수고 왕궁으로 밀려들고 있습니다! 속히 피신하셔야 합니다, 폐하!”

“남문이면 동부의 지원군이 지키고 있지 않았습니까?”

대신의 말에 차비의 눈빛이 흔들렸다.

동부의 솔 가문은 차비의 출신 가문이었다. 차비의 오빠인 솔 후작은 붉은 곰이라 불리며 왕가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가 있었다.

솔 후작은 반란의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와 남문의 수비를 맡고 있었다.

“솔 후작께선 어떻게 되셨나!”

로널드 장군이 다급히 물었다.

“솔 후작께서는…… 반군의 비열하고 더러운 수에 전사하시고 말았습니다…….”

“아…… 아아…… 오라버니……!”

젊은 차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이마를 짚었다.

헥토르 국왕은 침통하게 차비의 어깨를 감쌌다.

“그, 그리고, 반군의 수장이 성내의 백성들을 회유해서…… 백성들이 반군에게 길을 내어 주고 있습니다! 그, 그들은 마치…… 감히 역모를 일으킨 주제에…… 개선한 것처럼 당당하게 성을 활보하고 있습니다…….”

잇따른 비보에 기사는 분을 참지 못하고 이를 악 물었다.

솔 후작의 전사 소식만큼이나 백성들의 협조 사실은 대전에 선 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왕가를 사랑한다고 여기던 백성들마저 왕실을 버린 것이었다. 모든 것이 절망적이었다.

“오오…… 내 대에 이런 비극이 생기다니…… 과인이 주신의 저주를 받은 것인가…….”

탄식하는 헥토르 국왕을 고관대작들과 기사들이 옹위했다.

“옥체를 보전하셔야 합니다. 폐하, 반센 장군과 엘란도르 전하께서 동문에서 그들을 막고 있을 때 별궁으로 피신하십시오!”

대신이 다급히 국왕을 부축했다.

“폐하의 주위를 철저히 둘러싸라! 목숨을 바쳐 옥체를 지켜내라!”

로널드의 지휘 아래 왕실기사들이 검을 빼 들고 엄호했다.

척척척척!

헥토르 국왕은 대신들의 부축을 받아 왕궁의 탑으로 향했다.


탑 한구석의 사자상을 더듬자 우르릉 소리를 내며 비밀통로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이 간신히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좁은 통로는 낡았지만 견고했고, 거미줄도 없었다. 마나석들을 가공해 만든 통로였다. 삼백 년 전 치열한 전쟁 때의 유물이었다.

“내가 이 통로를 이용하게 될 줄이야……. 에멘스의 야심을 알아보지 못한 과인의 우매함이 부른 참사야. 선왕들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구나!”

헥토르 국왕이 한탄했다.

“폐하…… 주신께서는 왕실과 사직을 버리시지 않을 것입니다! 삼백 년 전의 전투에서도 하늘께서는 타란 공작 영애를 보내 각처에서 일어난 난을 평정하셨지 않습니까. 부디 옥체를 보전하시는 것만을 생각하십시오!”

총리대신 제라늄이 간절히 말했다. 헥토르 국왕은 힘든 걸음을 내디디며 한숨을 쉬었다.

“산드라 공주가 아직 성에 있을 텐데 걱정이로구나…….”


***


쿵! 쿵! 쿵!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요동치는 문을 마주한 채 검은 머리칼의 공주는 치맛자락을 꼭 쥐고 있었다.

“산드라 공주님…….”

공주를 둘러싼 시녀들 앞에 공주의 호위기사들이 칼을 빼 들고 서 있었다.

쾅!

문이 쪼개지더니, 폭발하듯이 터졌다. 나뭇조각과 먼지가 푸스스 날렸다. 시녀들이 덜덜 떨며 공주에게 더욱 달라붙었다.

저벅.

부서진 문 너머로 햇빛 같은 금발의 왕자가 나타났다. 은색의 반짝이는 갑옷 위에 금으로 세공한 키메라가 빛났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공주.”

에멘스가 흰 망토를 걸치고 들어섰다.

“에멘스…….”

산드라 공주의 푸른 빛 눈동자에 분노가 어렸다.

“공주님께 손끝 하나도 댈 수 없다, 추악한 반역자!”

공주의 호위기사가 에멘스를 향해 검을 쳐들었다.

스릉.

에멘스의 허리춤에서 칼날이 빛났다.

툭! 덜그렁!

검을 쥔 호위기사의 팔이 툭 떨어졌다.

“크……으아아악!”

호위기사가 피가 흐르는 팔을 붙잡고 고꾸라졌다.

에멘스는 곧장 호위기사의 팔을 밟고, 목에 칼을 꽂았다.

콱!

피가 터지며 흰 망토에 튀었다.

그 모습에 여문 보리 같은 머리색의 호위기사가 에멘스에게 달려들었으나 마찬가지였다.

“커……헉!”

털썩!

산드라 공주의 손이 와들와들 떨렸다. 공주를 모시는 시녀장을 비롯한 시녀들이 입술을 꾹 깨문 채 산드라 공주의 곁을 지켰다.

“무, 물러나십시오! 제1공주님 앞에서 이 무슨……!”

시녀장이 벌떡 일어나 에멘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안 돼, 마가렛, 그만……!”

촤악!

칼이 허공을 가볍게 긋자 시녀장 또한 피를 흘리며 풀썩 쓰러졌다. 연이어 에멘스는 산드라의 주위를 둘러싼 시녀들을 가차 없이 베어 버렸다.

“공주님…… 도망…….”

방 안은 금세 피로 물들었다.

“으윽…… 흑…….”

그녀들을 지키려던 사람들이 모두 쓰러지는 동안 산드라는 북풍에 시달리는 낙엽처럼 입술을 짓씹으며 떨었다.

“산드라 공주. 못 본 새에 더욱 아름다워지셨군.”

싱그레 웃으며 에멘스가 산드라 공주의 손에 입을 맞췄다. 산드라 공주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그를 뿌리치지 못했다.

“에멘스…… 폐하와…… 엘란도르 오빠는 당신을 믿었는데……. 나도……!”

산드라 공주는 두려운 한편 증오에 휩싸여 에멘스를 향해 외쳤다.

“알고 있습니다. 제1공주.”

“뭐……?”

“제가 그렇게 하려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에멘스가 눈을 휘며 말했다. 천연덕스럽고 자기도취적인 에멘스의 태도에 산드라 공주는 순간 기가 차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공주께 목숨을 보전할 기회를 드리죠.”

에멘스는 산드라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잡았다.

“왕비가 되십시오.”

에멘스의 푸른색 눈과 산드라 공주의 푸른색 눈동자가 서로를 비쳤다. 산드라 공주는 소름이 쭉 끼쳤다.

“제……정신이야? 당신…… 우린 같은 핏줄이야……. 왕가의 혈통이라고……. 한 아버지를 둔 남매끼리의 결혼을 주신께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용서?”

에멘스가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일으켰다.

“눈에 보이는 강력한 힘이 내 뒤를 밀어주는데, 보이지 않는 힘 따위가 두려울 리 없잖습니까? 조만간 다시 올 테니 그 예쁜 얼굴이 목에 붙어 있을 때 잘 생각해 보십시오, 공주. 산드라 공주를 탑에 가둬.”

방문 앞에 선 수하에게 명령을 내린 후 에멘스가 망토를 떨치고 나갔다.

산드라 공주는 황망하게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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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끝이 아닌 시작(5) 15.10.02 292 4 8쪽
82 82화 끝이 아닌 시작(4) 15.10.01 299 4 8쪽
81 81화 끝이 아닌 시작(3) 15.09.30 241 5 8쪽
80 80화 끝이 아닌 시작(2) 15.09.29 404 6 8쪽
79 79화 끝이 아닌 시작(1) 15.09.28 410 5 8쪽
78 78화 비장한 마음(5) 15.09.25 299 4 8쪽
77 77화 비장한 마음(4) 15.09.24 401 4 8쪽
76 76화 비장한 마음(3) 15.09.23 437 4 8쪽
75 75화 비장한 마음(2) 15.09.22 413 3 8쪽
74 74화 비장한 마음(1) 15.09.21 417 4 8쪽
73 73화 열려 있는 문(3) 15.09.18 387 5 8쪽
72 72화 열려 있는 문(2) 15.09.17 404 5 8쪽
71 71화 열려 있는 문(1) 15.09.16 416 4 8쪽
70 70화 굳건한 마음(5) 15.09.15 377 5 8쪽
» 69화 굳건한 마음(4) 15.09.14 272 3 8쪽
68 68화 굳건한 마음(3) 15.09.11 355 4 8쪽
67 67화 굳건한 마음(2) 15.09.10 378 4 8쪽
66 66화 굳건한 마음(1) 15.09.09 365 3 9쪽
65 65화 떠나는 노래(5) 15.09.08 421 4 8쪽
64 64화 떠나는 노래(4) 15.09.07 331 4 8쪽
63 63화 떠나는 노래(3) 15.09.04 327 4 8쪽
62 62화 떠나는 노래(2) 15.09.03 400 5 8쪽
61 61화 떠나는 노래(1) 15.09.02 428 4 8쪽
60 60화 기울어진 다리(5) 15.09.01 412 5 8쪽
59 59화 기울어진 다리(4) 15.08.31 392 4 8쪽
58 58화 기울어진 다리(3) 15.08.28 517 17 8쪽
57 57화 기울어진 다리(2) 15.08.27 407 5 8쪽
56 56화 기울어진 다리(1) 15.08.26 446 5 8쪽
55 55화 숲속의 작은 불(5) 15.08.25 454 5 8쪽
54 54화 숲속의 작은 불(4) 15.08.24 410 5 10쪽
53 53화 숲속의 작은 불(3) 15.08.21 365 5 8쪽
52 52화 숲속의 작은 불(2) 15.08.20 429 5 8쪽
51 51화 숲속의 작은 불(1) 15.08.19 447 5 8쪽
50 50화 죽음을 넘어선 빛(5) 15.08.18 390 4 8쪽
49 49화 죽음을 넘어선 빛(4) 15.08.17 389 6 9쪽
48 48화 죽음을 넘어선 빛(3) 15.08.14 457 6 8쪽
47 47화 죽음을 넘어선 빛(2) 15.08.13 447 5 8쪽
46 46화 죽음을 넘어선 빛(1) 15.08.12 409 4 8쪽
45 45화 쫓아가는 검(3) 15.08.11 466 4 9쪽
44 44화 쫓아가는 검(2) 15.08.10 422 6 8쪽
43 43화 쫓아가는 검(1) 15.08.07 394 6 9쪽
42 42화 무너지는 돌덩이(3) 15.08.06 504 7 8쪽
41 41화 무너지는 돌덩이(2) 15.08.05 472 8 9쪽
40 40화 무너지는 돌덩이(1) 15.08.04 595 4 8쪽
39 39화 빛과 그림자(6) 15.08.03 618 4 9쪽
38 38화 빛과 그림자(5) 15.07.31 546 4 9쪽
37 37화 빛과 그림자(4) 15.07.30 711 5 8쪽
36 36화 빛과 그림자(3) +1 15.07.29 621 6 9쪽
35 35화 빛과 그림자(2) 15.07.28 610 5 8쪽
34 34화 빛과 그림자(1) 15.07.27 719 4 8쪽
33 33화 속삭이는 이슬(2) 15.07.27 657 3 8쪽
32 32화 속삭이는 이슬(1) 15.07.23 574 4 10쪽
31 31화 이어지는 다리(5) 15.07.22 1,104 4 17쪽
30 30화 이어지는 다리(4) 15.07.21 663 5 8쪽
29 29화 이어지는 다리(3) 15.07.20 607 3 9쪽
28 28화 이어지는 다리(2) 15.07.17 686 5 10쪽
27 27화 이어지는 다리(1) 15.07.16 708 4 9쪽
26 26화 깊은 숲속의 친구(4) 15.07.16 593 5 8쪽
25 25화 깊은 숲속의 친구(3) 15.07.14 757 10 8쪽
24 24화 깊은 숲속의 친구(2) 15.07.13 650 9 8쪽
23 23화 깊은 숲속의 친구(1) 15.07.10 682 8 7쪽
22 22화 흔적을 찾다(5) 15.07.09 701 5 8쪽
21 21화 흔적을 찾다(4) +1 15.07.08 817 12 9쪽
20 20화 흔적을 찾다(3) 15.07.07 748 9 7쪽
19 19화 흔적을 찾다(2) +2 15.07.06 752 10 9쪽
18 18화 흔적을 찾다(1) +1 15.07.03 906 11 8쪽
17 17화 인연의 고리(6) 15.07.02 758 9 10쪽
16 16화 인연의 고리(5) +1 15.07.01 812 11 9쪽
15 15화 인연의 고리(4) +2 15.06.30 792 8 9쪽
14 14화 인연의 고리(3) +2 15.06.29 832 7 8쪽
13 13화 인연의 고리(2) +2 15.06.26 901 9 8쪽
12 12화 인연의 고리(1) +1 15.06.25 842 10 8쪽
11 11화 솟구치는 검(6) +1 15.06.24 913 9 7쪽
10 10화 솟구치는 검(5) +1 15.06.23 1,095 13 10쪽
9 9화 솟구치는 검(4) +2 15.06.22 1,180 12 8쪽
8 8화 솟구치는 검(3) 15.06.19 1,017 17 7쪽
7 7화 솟구치는 검(2) +3 15.06.18 1,298 31 8쪽
6 6화 솟구치는 검(1) +1 15.06.17 1,072 21 7쪽
5 5화 1장. 그녀의 눈물(5) 15.06.16 1,268 17 8쪽
4 4화 1장 그녀의 눈물(4) 15.06.15 1,171 17 9쪽
3 3화 1장 그녀의 눈물(3) 15.06.12 1,351 22 9쪽
2 2화 1장 그녀의 눈물(2) +1 15.06.12 1,888 27 9쪽
1 1화 1장 그녀의 눈물(1) +5 15.06.12 3,697 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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