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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로또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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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0.12.30 16:20
최근연재일 :
2010.12.30 16: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8,305
추천수 :
337
글자수 :
213,152

작성
10.12.27 14:43
조회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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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5쪽

로또의 미소 (20)

DUMMY

‘가만, 컵라면이면 적어도 천원은 넘을 텐데. 그럼 저 그 노인은 내가 준 500원 말고도 돈이 있었다는 얘기 아냐? 나 참.’

갑자기 어처구니가 없어진 웅창은 실실 웃음이 나왔다.

‘아무래도 오늘 내가 좀 이상하네. 가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웅창은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면서 조금 전 만났던 노인을 찾았으나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참 이상한 노인이네.’

잠시 후 버스에 오른 웅창은 문득 자신을 바라보았던 노인의 눈빛이 생각났다. 마치 자신의 속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던 눈빛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어머! 언제 나갔었어요? 핸드폰도 놔두고.”

돌아오는 길에 정체된 도로 덕에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6시가 다 되어 있었다.

“깜박했어.”

“그런데 당신 바지 뒤에 웬 흙이 예요?”

“흙?”

웅창이 고개를 틀어 보니 엉덩이에 흙이 묻어 있었다. 아까 둔치에 잠깐 앉았을 때 거기서 묻은 것이 틀림없었다.

“아, 오다가 운동화 끈이 풀려서 잠깐 벤치에 앉았었는데 거기서 묻었나 보네.”

현관에서 바지를 털고 안방으로 들어 온 웅창은 제일 먼저 지갑부터 찾았다. 지갑은 침대 옆 보조 탁자위에 놓여 있었다.

‘여기 있는 걸 왜 못 봤지?’

지갑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은 웅창은 핸드폰의 부재중 전화 목록을 확인했다. 거기엔 재학의 전화번호가 있었고 그것을 본 웅창은 다른 번호들은 제쳐 둔 채 곧바로 재학에게 전화를 했다.

“박과장?”

“네. 팀장님.”

“병원에 다녀왔어?”

“네. 아무 이상 없답니다. 단지 전에 렌즈 끼다가 조금 긁힌 부분 때문에 그랬던 건데 며칠 지나면 괜찮아 진답니다.”

“다행이네.”

“참, 그런데 팀장님. 문자 안 왔던데요?”

“아, 내가 아까 깜박했어. 지금 보낼게. 그리고 이번 주 작업은 아무래도 힘들겠지?”

“아닙니다. 아침에 작업을 걸어 놓고 나갔습니다.”

순간 웅창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럼 최소한 모레나 돼야 나오겠군.”

“그렇죠.”

“독두 씨한테선 연락 없었지?”

“네. 연락은 없었고 이번 주 모임은 없다고 제가 전화를 했습니다. ”

“잘했어. 그럼 문자보고 나중에 전화 해줘.”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웅창은 다시 한 번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재학이 작업을 계속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놓였던 것이다. 이틀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재학의 전화를 기다린 웅창은 목요일이 되도록 전화가 없자 공연히 조바심이 생겼다.

“박과장?”

“아, 네. 팀장님.”

“부인 좀 어때?”

“아직 안대는 풀지 않았지만 통증도 없고 해서 오늘 아침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본인이 괜찮다니까 아무 일 없을 겁니다. 내일도 출근하면 아침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이번 주 다 갔는데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하는 걸로 해.”

“그럴까요?”

“작업은 어떻게 됐어?”

“참. 제가 깜박했네요. 이번에 나온 결과 중 팀장님 것하고 중복된 것은 17하고 36입니다.”

“다른 건 없어?”

“네. 10번 대 숫자는 13번 19번이고 20번 대는 24하고 26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30번 대는 36뿐이고 40번 대는 40하고 41입니다.”

웅창은 전화를 하면서 메모를 했다.

“독두씨 전화 없었어?”

“있었습니다. 독두씨가 뽑은 숫자는 3 8 11 17 25 35 38 42입니다.”

“이번엔 왜 그렇게 많대?”

“자기도 잘 모르는데 아무튼 그렇게 나왔답니다.”

“그중에 감이 가는 숫자는 어떤 거래?”

“그게 좀 이상합니다. 그 사람 말로는 이상하게 어느 것도 감이 잡히질 않았답니다.”

“그래? 잠깐만.”

웅창은 메모한 것을 보았다.

4 17 18 20 25 28 36.

13 17 19 24 26 36 40 41.

3 8 11 17 25 35 38 42.

“박과장 여기 보니까 17하고 36은 세 사람 모두 찍었네. 그리고 25는 나하고 독두씨가 똑같이 찍었고.”

“그렇군요.”

“그러면 이번 주 번호는 17 25 36에다 단 자리 수로 4번을 넣고 38과 45를 넣는 게 어때?”

“그렇게 하시죠. 이번 주는 워낙 경황없이 흘러가서.”

“그래. 그럼 그렇게 정하고 독두씨한테 전화해 줘.”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웅창은 점퍼 안주머니에 있던 로또 용지를 꺼내 마킹을 하면서 나머지 네 개는 자동으로 마킹했다. 그것은 재학이나 독두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자신들이 번호를 뽑긴 했어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웅창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를 했다.

‘제발 이번 주가 마지막이 되기를.’

그때 밖에서 아내가 부르는 소리를 들은 웅창은 서둘러 용지를 점퍼 주머니에 접어 넣고 주방으로 갔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누우려던 웅창은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잠깐 동안 정신을 놓았던 것이 이상했고 무엇에 홀린 듯 무심코 동전을 건네주었던 노인 또한 그랬다.

‘머지않아 천복을 받는다구?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매일 가던 곳을 가지 못해서 일까? 토요일이 오기까지 웅창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했고 기다리던 토요일이 되었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5등이었다. 그런데 웅창은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뽑아낸 번호에 5등 번호가 모두 있어서였다.

‘야, 그러고 보면 나도 감이 괜찮은데?’

같은 시각 독두도 웅창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양반 파일에 뭔가 있는 게 틀림없어. 그런데 그걸 어떻게 복사한다?’

재학의 부인이 다시 출근하기 시작한 것을 모르는 독두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일을 복사하려면 재학의 집에 가는 것이 우선인데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독두는 웅창과 달랐다. 물론 같이 근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웅창보다 훨씬 이전부터 재학과 함께 일을 해왔다. 그러면서도 재학의 부인이 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들었으면서 부인의 안부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늘 긍정적인 시각으로 사람을 대했던 재학도 그 날 이후 독두를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남은 부인 때문에 심란해 있는데 기껏 전화해서 결과가 어떻게 나왔느냐는 말 뿐이었고 그것이 재학은 서운했던 것이다. 재학의 아내가 완전히 회복하여 다시 출근을 한 덕에 다시 재학의 집에 드나들게 된 웅창은 229회 작업을 위해 노트북을 켰다.

“어?”

노트북에 있는 파일을 열던 웅창은 외마디 소리를 냈다.

“왜요? 팀장님.”

“이상하네? 파일이 이게 아닌데.”

“파일이 깨졌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쓰던 파일이 아니라서.”

“혹시 삭제하신 거 아닙니까?”

“그럴 리가. 아, 잠깐.”

웅창은 집에서 작업할 때 썼던 USB 메모리를 떠 올렸다. 그제야 작업할 때마다 메모리를 꽂고 했던 것이 생각난 웅창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내 정신 좀 봐.”

“뭐가 잘못됐습니까?”

“매일 작업하면서 혹시나 하고 파일을 USB 메모리에 저장했었는데 아마 그걸 착각했었나봐.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동안 메모리에 있는 파일로 작업을 해왔네.”

“그럼 여기 있는 파일들은요?”

“다 옛날 것들뿐이지 뭐.”

“그럼 이것들은 전부 있으나마나 군요?”

“그렇지. 오늘은 작업 못하겠는데?”

“그럼 영화나 보시면서 쉬시죠. 저희 집에 DVD 몇 장이 있는데 최근 개봉작도 있습니다.”

“박과장은 일하는데 나만 그럴 순 없지. 그런데 내가 메모리를 어디에 두었지?”

웅창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메모리가 생각났다.

“집에 두시지 않았어요?”

“응. 그런데 어디에 두었는지 영 생각이 안나. 오늘은 그냥 갈 게. 집에 가서 빨리 찾아봐야겠어. 그거 누가 보면 안 되는데 큰일이네.”

웅창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집에 있을 텐데 뭘 그렇게 서두세요?”

“아직 식구들은 내가 이거 하고 있는지 모르거든. 애들이 열어 본거 아닌지 모르겠다. 나 갈 게.”

재학의 집을 나선 웅창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했고 게다가 버스는 한참이 지나도록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 놈의 버스 왜 이래?’

속으로 질책하는 웅창의 마음을 알았는지 멀리 고개위에 버스의 지붕이 빠끔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집으로 돌아 온 웅창은 안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메모리부터 찾았다.

“왔어요? 일찍 왔네요?”

“응. 뭣 좀 잊은 게 있어서.”

그러나 어디에도 메모리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어디에 둔 거지?’

안방 여기저기를 한참 헤매던 웅창은 이래 갖고는 안 되겠다 싶어 침대에 걸터앉아 차분히 시간을 거슬러 갔다. 월요일은 재학의 부인 때문에 집에서 작업을 했다. 그날 아내는 외출을 했다. 외출하면서 돈가스 해 놓았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내던 웅창은 순간적으로 거실에 있는 컴퓨터가 생각났다.

‘아, 맞다. 거기다.’

그제야 한숨을 내쉰 웅창은 이번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날 은진이하고 저녁 먹는 것 신경 쓰느라 그만 깜박 잊고 컴퓨터에서 USB 메모리를 제거하지 않았던 것이다. 서둘러 컴퓨터 뒤를 보니 아직까지 메모리는 USB 포트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 그나마 준수가 군대 가는 후배들 때문에 한 열흘 컴퓨터를 쓰지 않았던 것이 다행스러웠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웅창은 컴퓨터를 켜고 파일에 암호를 걸고 메모리를 뽑아냈다. 그때 주머니 속에 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아, 박과장.”

“메모리는 찾으셨습니까?”

“응. 찾았어.”

“누가 열어보지 않았던 가요?”

“응. 집에선 아들 아이 컴퓨터를 쓰는데 마침 군대 가는 후배들이 있어서 한 열흘 컴퓨터를 안 썼거든. 이럴 땐 녀석이 마음에 든단 말야.”

웅창의 얘기를 듣던 재학은 갑자기 킥킥대고 웃었다.

“왜 웃어?”

“팀장님 말씀하시는 게 우습네요.”

“생각해보니 나도 우습긴 하네. 프로그램 보완은 어떻게 돼가?”

웅창은 그동안 궁금했지만 갑자기 일을 당한 재학을 배려하려고 자제했던 질문을 했다.

“아, 그거요. 지금 로직을 다시 만드는 중입니다. 그런데 오늘 알게 된 건데. CD에 있는 게 다 가 아니더군요.”

“CD에 있는 게 다 가 아니라니?”

“정작 중요한 데이터는 빠져 있더군요. 그러니까 통계 데이터가 하나도 없었던 겁니다.”

“그럼 그동안 나왔던 숫자들은?”

“그건 프로그램 자체에서 조합해 낸 건데. 그거 복사해 준 사람한테 물어봤더니 저한테 복사해 줄 당시엔 그 자료가 메인프레임에 있어서 빼내질 못했답니다.”

“그럼 이제 그건 무용지물이 된 건가?”

“그렇진 않습니다. 그 통계데이터는 역대 주식에 관한 거고 저희한테 필요한 건 로또 데이터입니다.”

“역대 자료라면 엄청나겠는데?”

“그렇죠. 최소한 천개 이상은 돼야 90프로 정확하답니다.”

“그런 자료를 어디서 구하지? 그거 꼭 있어야 돼?”

“프로그램이 다 된다하더라도 그게 없으면 힘들죠.”

“그건 내가 한번 찾아볼게.”

“미국 로또라면 있을 겁니다.”

“지난번 박과장이 얘기했던 그거?”

“네,”

“그 로또 이름 알아?”

“그것까진 미처 못 알아봤습니다.”

“알았어. 아무튼 그런 자료는 내가 찾아볼 테니까. 박과장은 프로그램 작업이나 해.”

“알겠습니다. 오늘이라도 프로그램 다 되면 전화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웅창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막상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런 자료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 오후 내내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지던 웅창은 우연히 미국 로또 관련 사이트에 접속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국내 로또 사이트처럼 보기 편하게 돼 있질 않아 역대 당첨번호를 찾는데 한참 애를 써야 했다.

‘이거다!’

거의 두 시간 이상 헤맨 끝에 겨우 찾아낸 것은 미국 로또복권 메가밀리언즈와 파워볼이었다.

‘이것들이 천개는 돼야 할 텐데.’

다행히 두 가지 모두 천회를 넘은 것이었고 그것들을 엑셀 파일로 만드는데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려야 했다.

‘여기에도 우리의 보너스 볼 같은 게 있긴 한데 이것까지 포함해서 맞아야 하는군.’

겨우 데이터를 찾아내 액셀로 만드느라 거의 세 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서 인지 온 몸이 노곤해진 웅창은 파일을 메모리에 저장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하느라고 하루 종일 거기 앉아있어요?”

“인터넷에서 외국 자료 좀 찾느라고. 아이고 힘들다.”

“커피 한잔 드려요?”

“커피? 그러지 말고 나 꿀물이나 한잔 타줘.”

“당신 꿀 너무 좋아하는 것 아녜요?”

“커피보다야 꿀이 훨씬 낫지. 애들은 언제 와?”

“저녁때나 돼야죠.”

한편 같은 시각 재학의 집엔 때아니게 독두가 와 있었다.

“이 시간에 어쩐 일로?”

“박형 부인 좀 어떠신가 하고 왔죠.”

“괜찮아요. 어제부터 정상 출근하기 시작했어요.”

“아이고 다행이네. 그리고 이거.”

재학은 순간 당황했다.

독두가 재학의 손에 건네 준 것은 마트의 쇼핑용 비닐 백이었다.

‘이 사람이 웬일이지?’

“부인께서 편찮으시다고 해서 좀 샀는데 제대로 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예. 뭘 이런걸.”

“이번 주 작업은 예정대로 하는 거죠?”

“그럼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팀장님 있죠?”

“네.”

“아주 대단하시더군요.”

“뭐가요?”

“그동안 쭉 봤는데 그분 직감도 보통이 아니더군요. 거기에 비하면 제 직감은 조족지혈이나 마찬가지지 뭡니까? 해해해.”

독두의 칭찬은 끝이 없었다.

“게다가 완전 얼짱이시니 총각 때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았겠어요.”

“그건 그렇습니다. 전에 회사에 같이 있을 때 여직원들로부터 상당히 인기가 있으셨죠.”

“부인이 있는 데도요?”

“네. 하지만 그 워낙 선을 분명히 하셨던 분이라 스캔들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그렇군요.”

“아주 곧바른 분이셨죠.”

그때 책상 위에 있던 재학의 핸드폰이 컬러링을 토해냈다.

“잠깐만요. 집사람 전화네요.”

재학은 핸드폰을 들고 방을 나갔다.

“지금? 응. 알았어. 금방 나갈 게.”

밖에서 들리는 재학의 목소리를 들은 독두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잠시 후 다시 방에 들어 온 재학은 추리닝을 걸치고 나타났다.

“마형, 저 잠깐 요 앞에 좀 나갔다 올 게요. 집사람이 뭘 좀 갖다달라고 해서요.”

“아, 예. 다녀오십시오.”

재학은 뭔가 담겨 있는 쇼핑백 하나를 들고 현관을 나갔다. 잠시 후 방에 혼자 있던 독두는 방안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어? 없네. 어디 다 둔거지?‘

방에서 나온 독두는 무엇을 찾는지 거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는 슬그머니 안방 문을 열었다. 그때 독두의 눈에 장롱 위에 놓여 있는 검은 가방 하나가 눈에 띠었다.

‘저거다.’

웅창의 노트북이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곧바로 꺼내려 했으나 작은 키 때문에 손이 닿질 않았다. 뭐가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던 독두는 마침 눈에 띤 화장대 의자를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가방을 꺼냈다. 독두는 즉시 가방을 들고 재학의 방으로 와 전원을 연결하고 노트북을 켰다.

‘이건가?’

부팅이 끝나고 올라온 바탕화면엔 'lotto'라고 표기된 파일 하나가 있었다. 그것을 더블클릭하자 모니터에 엑셀 파일이 열렸다.

‘옳거니.’

독두는 주머니에서 USB 메모리를 꺼내 포트에 꽂고 파일을 복사했다.

‘야! 이제 됐다.’

복사를 끝낸 독두는 재빨리 전원을 끄고 메모리를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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