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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로또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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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0.12.30 16:20
최근연재일 :
2010.12.30 16: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8,286
추천수 :
337
글자수 :
213,152

작성
10.12.19 16:49
조회
1,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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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6쪽

로또의 미소 (6) - 중복 게재 정정분

DUMMY

‘내가 왜 이러지? 어? 그런데 여긴?’

정신을 차린 웅창이 눈을 떴을 땐 이미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일어났어요?”

“응. 지금 몇 시야?”

“6시 조금 넘었어요.”

“애들 학교 안가니까 더 자도 되는데 왜 일어났어?”

“매일 이 시간이면 일어나다 보니까 저절로 눈이 떠지네요.”

“더 자.”

“그런데 꿈꿨어요?”

“응.”

“무슨 꿈을 꿨기에.”

“왜?”

“당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했어요. 꿈에서 누구하고 싸웠어요?”

“싸우긴. 꿈에서 아버지를 봤어.”

“아버님을요?”

“응.”

“반가우셨겠네요.”

“반갑긴. 뭐. 그렇지.”

“왜요? 안 반가웠어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아버지한테 서운하게 했어.”

“뭐라고 했는데요?”

“옛날 어렸을 적에 아버지께서 좀 서운하게 하셨거든.”

“그래요?”

“당신한텐 얘기 안했는데 아버진 당신 자식들 보다 조카들이 우선이었지.”

“그럼 당신 사촌형들 말하는 거예요?”

“응. 왜 그렇게 사촌형들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셨는지. 자식들은 죽어 가는데 당신 조카들 챙기는 일에만 열중하셨지. 큰아버지들이 나 몰라라 하는데도 공부시키고 직장까지 얻어주실 정도로 조카들 사랑이 대단하셨지. 그 바람에 형만 죽게 되었지만.”

“형님이요?”

“응. 한번은 갑자기 학교에서 돌아온 형이 아프다고 누웠는데 조카들 아프다고 할 때는 열일 제쳐놓고 병원에 데려가시던 분이 막상 당신 자식이 그것도 집안의 장남이 아프다는데 그러시는 거야. 사내자식이 조금 아픈 것 같고 낑낑댄다고. 형이 워낙 몸이 약했거든. 그런데 가끔 아프다고 눕는 일이 몇 달 계속되자 그제야 병원에 데려가시더군. 하지만 이미 손쓰기엔 늦었지. 그 바람에 어머니도 화병이 났고.”

“그럼 진작 아버님께 말씀드리지 그랬어요?”

“왜 안했겠어? 어쩌다 어머니께서 뭐라고 한마디 하시면 불호령이 떨어졌지. 여자가 어디 남자 하는 일에 간섭이냐고. 아무튼 난 아버지 하는 일이 모두 마음에 안 들었어. 날 더 화나게 만드는 게 뭔지 알아?”

“당신 속에 앙금이 깊은가 보네요.”

“사촌 형들이야. 아버지 덕에 지들이 오늘날 저렇게 먹고 살게 됐는데도 입 싹 닦은 개 새끼들인데 뭐.”

“에이. 그래도 형들인데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뭐 어때? 개새끼들 보고 개새끼라는데. 저 새끼들이 사람이야? 짐승이지. 저 새끼들만 아니었으면 우리 그렇게 안 살았어. 우리한테 써도 모자랄 돈인데 조카들 공부시키는데 다 썼잖아? 은공도 모르는 개새끼들이 어쩌다 집에 오면 생색이나 내려고 하는 꼴보면 당장이라도 쥐어박고 싶어.”

“큰아버님들 계셨을 텐데 왜 아버님이 공부를 시켜요?”

“큰아버지라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개 같았으니 그렇지. 형이 돼 갖고 어떻게 동생한테 자식들을 맡길 수 있어? 동생은 허리가 휘건 말건 지들은 만날 술만 처먹고 다닌 거야.”

“그래도 생활비 정도는 보냈을 거 아녜요?”

“하이고 생활비? 땡전 한 푼 없었어. 형들이면 다야? 씨발놈들. 그것도 한 새끼였으면 그나마 좀 낫지. 이 새끼 저 새끼 전부 우리 집에 보내놓고 아예 신경도 안 썼어. 그 바람에 그 많은 식구들 밥 해 먹이느라 어머닌 하루도 어깨가 성한 날이 없었지.”

“형들이 안 도와줬어요?”

“행여나? 밥을 하는데도 지금처럼 전기밥솥이 있어 압력밥솥이 있어. 일일이 불을 때서 하느라 늘 장작이 필요했는데 그것도 어머니께서 혼자 다 하신거야. 그런데 문제는 그 개새끼들 빈둥거리기만 했지 한 번도 장작 패는 걸 본 적이 없어. 장작 패는 건 학교에서 돌아온 형님 몫이었지. 밥 먹고 설거지 하는 일은 누나들 몫이었고. 그렇게 우리 식구가 지들 뒷바라지 해 줬는데 어쩜 저럴 수가 있어? 씨발놈들. 그 새끼들만 아니었으면 형 안 죽었어. 형만 살아 있었어도.”

“하긴 형님 살아계셨으면 당신이 좀 덜 힘들었겠죠. 당신 혼자 아버님 어머님 모시느라 고생 많이 했잖아요?”

“그거야 장남이 모시면 어떻고 차남이 모시면 어때. 아무튼 앞으로 볼일도 없는 새끼들이니까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어. 더 자.”

그랬다. 웅창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사촌형들이 젊었을 때 큰아버지들이 무능 하거나 아니면 바람을 피우느라 등한시 하는 바람에 학교도 제대로 갈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자식들을 막내인 웅창의 아버지에게 모두 떠맡기다시피 했던 것이다. 물론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형들 말이라면 무조건 순응해야 한다고 믿었던 웅창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시하고 사촌형들을 받아 들였고 자식들 먹여 살리기도 빠듯한 살림인데도 사촌형들 일이라면 아낌없이 투자했던 것이다. 당시 웅창은 너무 어려서 잘 모르고 살았으나 성장한 이후 집안에서 어머니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그런 사실들을 모두 알게 된 것이다. 어머니의 과거사가 나올 때마다 아버지는 자리를 피하시거나 실실거리는 웃음으로 그 순간을 모면했고 그런 아버지를 볼 때마다 웅창의 가슴엔 서운함이 쌓여왔던 것이다. 언젠가 호기심이 생긴 웅창이 대충 계산해 보니 만약 아버지가 사촌형들을 위해 섰던 돈을 다른 데 투자했더라면 현재의 화폐가치로 수십억이 넘었을 수도 있는 돈 이었다. 그 돈들을 저축만 했어도 최소한 십억은 모을 수 있었다. 그랬더라면 지금처럼 생활고로 고민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자식들까지 희생시키면서 아버지가 뒷바라지를 했는데도 지들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사촌형들만 생각하면 속에서 울화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다시 잠이 들었던 웅창이 눈을 뜬 것은 거실에서 아이들이 도란거리는 소리 때문이었다. 방문을 열고 나가자 식구들은 주방에서 늦은 아침을 먹는 중이었다.

“일어나셨어요?”

“응. 뭐 먹니?”

“토스트하고 스프요. 아버지도 드세요.”

“나도 그럴까?”

웅창이 자리에 앉자 지화는 스프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고 곧바로 토스트를 만들었다.

“준수 너 이제 삼학년 되지?”

“네.”

“학점은 잘 따고 있어?”

“네. 뭐.”

“너 요즘 매일 게임만 하던데. 삼학년 때 학점 잘 따놔야 나중에 취직하기 쉬워. 학점 나쁘면 요즘같이 어려운 때 취직하기 힘들다.”

준수는 말없이 토스트와 스프만 먹고 있었다.

“내말 듣고 있는 거니?”

“네.”

“그리고 은진인 대학원 진학은 어떻게 돼가니?”

“며칠 전 교수님한테 물어봤는데 거의 90프로 확정적이래요.”

“잘했다. 준수 너도 누나처럼 나중에 대학원 진학해.”

하지만 준수는 선뜻 대답을 못했다.

그것은 아버지가 겉으로는 여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속으론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아침을 먹은 웅창은 거실 소파에 앉아 간밤의 꿈을 생각했다.

‘도대체 뭘 찾으라는 건지. 아버지도 참. 에이 낮잠이나 한숨 더 자야겠다.’

웅창이 한숨을 내쉬며 일어서는데 핸드폰에서 진동음이 울리고 있었다.

“네.”

“팀장님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박재학이었다.

“아, 박과장. 오랜만이다.”

“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나야 뭐 그럭저럭 지내고 있지. 참 뭐 시작한다더니 어떻게 됐어?”

“아직요. 팀장님 말씀대로 선뜻 시작하기가 겁이 나더군요.”

“그럴 거야. 요즘 뭐하나 쉽게 시작할 만한 게 있어야지.”

“팀장님께선 요즘 뭐하시는 거 있으십니까?”

“나도 마찬가지지 뭐. 그냥 백수야.”

“사실 좀 걱정입니다. 세월은 자꾸 가는데 여태껏 수입 한 푼 없으니 말이죠.”

“그렇겠지.”

“팀장님께선 큰 문젠 없으시죠?”

“문제가 없긴. 다만 겉으로 드러내질 않아서 그런 거지. 박과장 나이라면 어디 들어갈 수도 있을 텐데?”

“아닌 게 아니라 그동안 여기저기 알아보긴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뭔가 빨리 시작하긴 해야지.”

“그렇죠. 그래서 한 가지 하고 있긴 한데 그게 영 쉽지가 않습니다.”

“뭔데?”

“뭐라고 딱히 말씀드리기가 좀 곤란합니다. 일단 제 전공을 살려서 시작하긴 했는데 잘 안됩니다.”

“뭔데 그래?”

“저, 그런데 들으시면 황당하다고 하실 겁니다.”

“황당?”

“네.”

“뭔지는 모르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하는 게 중요하지.”

“하지만 듣고 나면 어이가 없으실 겁니다. 나중에 잘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말하기가 곤란한가?”

“네.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우리 언제 한번 만나자.”

“네. 설 지나고 나서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때 만나서 저녁이나 같이 하지.”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잊지 않고 전화해 줘서 고마워.”

“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난 웅창은 은근히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얘길 못했을까? 여자 장사하나?’

황당하기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이 들으면 무모하고 한심하다는 소릴 들을 게 뻔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세상사 중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믿어왔던 웅창이었기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냐. 절대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아. 분명 내가 모르는 공식이 있어. 반드시 밝혀내고 만다.’

한때 자꾸만 자신을 외면했던 로또에 회의를 품었던 웅창은 또 다시 로또에 대한 열정을 불 지르고 있었다. 새해가 밝았다. 지난 3년 동안 힘든 시간들을 보낸 웅창은 밝아 온 새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다. 그때, 문득 자신의 사주가 생각난 웅창은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던 사주풀이를 열었다. 지난해까지 삼재에 걸려 있다가 2007년부터는 삼재에서 벗어난다는 풀이가 눈에 띠었다.

‘이제 좀 풀리려나?’

돌이켜 보니 지난 삼년 동안 실제로 좋지 않은 일들이 많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얼마 후 실직까지 했다. 게다가 자동차 사고로 평생 처음으로 병원 신세를 지지 않나 투자했던 펀드도 겨우 본전을 건졌을 뿐이고 최후의 보루였던 집마저 팔리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차량이 전파되었는데도 불구가 되지 않았다는 것과 가해자 측으로부터 병원비와 전파된 차량의 보상비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돈도 모두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써야 했다. 생각해보니 그만큼 힘든 세월을 겪었으니 이제 더 이상 나쁠 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됐다.

‘그런데 도대체 뭘 찾으라는 건지 모르겠네.’

간밤 꿈에 아버지로부터 들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었다. 웅창은 잠시 손을 놓았던 로또 파일이나 다시 볼까 했으나 새해벽두부터 매달리기는 어딘지 모르게 방정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로또 구입 자금이 남아있어 매주 자동으로 구입했지만 오천 원짜리 한번 당첨된 적이 없었다.

‘역시 난 자동하고는 인연이 없어.’

웅창은 또 다시 머릿속으로 로또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가 뭔가 놓친 것이 분명해. 그게 뭘까?’

설이었지만 이번 설은 전과는 아주 달랐다. 음력설을 지내던 집안의 전통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웅창의 실직이 누님과 여동생의 발길을 끊게 만든 것이다. 누님이야 손위 어른이니 웅창이 전화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결혼 전엔 그토록 착하기만 했던 여동생은 어쩌다 투자한 펀드가 대박이 나면서 완전히 사람이 달라졌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제사 때가 아니면 얼굴 비치는 것은 물론 일체 전화 연락도 하지 않았다. 전에는 부모님 봉양 잘하는 동생이 기특하다며 종종 다니러 오셨던 누님은 웅창이 실직한 뒤 혹시라도 수입 없는 동생에게 부담이라도 줄까 하는 생각에 가끔 전화로만 안부를 물었다. 웅창은 갑자기 휑한 느낌이 들자 누님께 전화를 했다.

“저예요 누님.”

“웅창구나. 그래 어떻게 사니?”

“전 잘 있습니다. 건강은 어떠세요?”

“난 건강해. 그보다 난 네가 걱정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괜찮으니까. 매형도 안녕하시죠?”

“매형이야 건강하시지.”

“지금 집에 계시죠?”

“아니. 나가셨어.”

“오늘도 일하세요?”

“조금 전에 설이라고 세배하러 온 직원들하고 같이 나가셨어.”

“회사는 어때요?”

“그런대로 잘 돌아가. 요즘엔 매출도 조금씩 오르고 있어서 매형 기분이 아주 그만이다.”

“매형께서 워낙 수완이 있으시잖아요.”

“참. 너 전화 잘했다. 그렇지 않아도 매형이 네 얘기 하더라.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이라고.”

“네에.”

순간 웅창은 울컥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공허한 웅창의 가슴을 메워준 매형이었다.

“살다가 힘들면 언제든 얘기하라더라. 매형이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겠다고 하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라.”

“네. 고마워요. 누님.”

“나한테 고마워 할 게 뭐있니? 매형께 감사드려야지. 저기. 미숙인 연락 없지?”

“그렇죠. 뭐.”

“괘씸한 것 같으니. 나하고 좀 사이가 그렇다고 전화 한번 없다. 돈 좀 있다고 형제들 앞에서 유세 떠는 것도 아니고 뭐하는 건지 몰라. 하는 꼬락서니 보면 아주 건방져.”

“막내라 그러려니 하세요. 뭘 그걸 갖고 서운해 하세요. 허허.”

“네 처한테 얘기 들으니까 미숙이한테 돈 얘기 했다면서?”

“네. 작년에 급히 돈이 좀 필요해서 그랬었는데 마침 교통사고 보상금이 나와서 그걸로 해결했죠.”

“그 애 머릿속엔 돈이라면 형제고 뭐고 없어. 옛날의 미숙이가 아냐. 돈 앞에선 형제도 남남으로 생각하는 애야. 전에 매형 사업자금이 필요해서 얘기했더니 뭐 여기저기 돈이 묶여있어서 빼질 못한다나? 그러면서 애들 차 뽑아준 애다. 그 년이 전화할 때까지 절대 전화하지 마라. 손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전화하는 거 아니다. 알았지?”

“네. 알았어요. 그리고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 그만한 사정이 있었겠죠.”

누님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여동생이 그렇다는 것은 웅창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집안의 실질적인 장남인 자신까지 누님의 말에 동조하는 것은 누워 침 뱉기가 아니겠는가?

“아무튼 건강 잘 챙기고 돈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라.”

“네. 누님. 매형 오시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라고 말씀해 주세요.”

“그래. 그럼 또 통화하자.”

“네.”

누님과 통화를 끝내고 혹시나 하고 오후 내내 기다려 봤으나 역시 여동생한테선 전화가 없었다. 식구들이 모두 잠든 뒤 웅창은 거실에 홀로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보 안 잤어요?”

갑작스런 아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웅창은 조금 전까지 열어 놓았던 파일을 닫으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응. 뭣 좀 확인해 볼 게 있어서.”

“낮에 하지 그래요?”

“이제 막 자려던 참이야.”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운 웅창은 자신이 그동안 만들었던 로또공식을 되새기며 눈을 감았다.

“아직도 모르겠냐?”

“네?”

“내가 얘기 한 거 말이다.”

“그거요? 어디서 뭘 찾으시라는 건지 전 도저히 모르겠어요.”

“네가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게지.”

“그러지 말고 그냥 이번 주 로또 번호 한번만 가르쳐 주시면 되잖아요.”

“글쎄 그건 안 된다는데 그러는 구나.”

“사촌형들이 가르쳐 달라고 해도 그렇게 말씀하시겠어요?”

“갑자기 그 얘긴 또 왜 꺼내니?”

“됐습니다. 그만 두세요.”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얘기 한 거 잘 생각해봐라. 천기를 밝히는 일이 어디 너 혼자 갖고 될 일이냐?”

“글쎄 그만 하시라니까요. 저 갑니다.”

최근 들어 자주 꿈에 나타나는 아버지 때문에 가뜩이나 혼란한 웅창은 가끔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냥 가르쳐 주면 될 것을. 하긴 우리보단 사촌들을 우선으로 하셨던 분이니까.’

오랜 세월 그의 가슴속에 쌓여 온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웅창에게 있어 결코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한편으론 유일한 화풀이 꺼리가 되기도 했다. 새해 첫 꿈을 좋지 못한 기분으로 보내고 아침을 맞은 홧김에 애꿎은 담배만 축내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아들아이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나갔고 딸아인 오랜만에 엄마와 쇼핑을 가는 바람에 집에는 웅창 혼자 남게 되었다. TV에 나오는 설 특집 프로라는 것이 그저 그렇고 그런 것들이어서 TV 보는 것이 질력이 난 웅창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서 로또에 관한 것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서핑을 하던 웅창은 어떤 블로크에 올라온 글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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