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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의 미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0.12.30 16:20
최근연재일 :
2010.12.30 16: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6,982
추천수 :
290
글자수 :
213,152

작성
10.12.26 20:15
조회
756
추천
16
글자
17쪽

로또의 미소 (19)

DUMMY

결과는 나왔다.

실제 출현 순서를 기준으로 한 것은 14 17 25 20 18 21이었고 오름차순으로 정렬한 것은 4 9 15 19 28 36 이었다.

‘보너스 볼은 항상 똑같이 나오는군.’

그런데 이것은 웅창의 착각이었다.

두 개의 리스트가 각각 다른 결과를 내는 것은 당첨번호의 배열에서 오는 차이였고 늘 같은 열에 위치하는 보너스 볼은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웅창은 자신의 파일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다.

어쨌든 보너스 볼을 포함한 13개의 숫자를 뽑아낸 웅창은 그것들을 다시 오름차순으로 정리했다.

4 9 14 15 17 18 18 19 20 21 25 28 36.

여기에 28회 128회 기준으로 한 리스트에서 각 숫자들의 출현 횟수를 계산하여 정리한 리스트를 만들었다.


23회.~.27회...번호...1...2...3...4...5...6...7...8...9......평균

..............횟수...1...2...1...2...2...1...2...1...0.......1.33

..............번호..10..11..12..13..14..15..16..17..18..19..

..............횟수...0...1...0...1...1...1...1...0...1...2...0.8

..............번호..20..21..22..23..24..25..26..27..28..29..

..............횟수...1...1...2...0...0...0...2...2...0...0...0.8

..............번호..30..31..32..33..34..35..36..37..38..39..

..............횟수...1...1...0...0...1...0...1...0...1...0...0.5

..............번호..40..41..42..43..44..45..........

..............횟수...0...0...2...0...0...0...................0.33

123회.~.127회.번호...1...2...3...4...5...6...7...8...9..

..............횟수...2...1...1...1...1...0...2...1...0.......1.00

..............번호..10..11..12..13..14..15..16..17..18..19..

..............횟수...1...0...0...0...0...0...1...1...2...0...0.5

..............번호..20..21..22..23..24..25..26..27..28..29..

..............횟수...1...0...1...1...0...1...0...2...1...2...0.9

..............번호..30..31..32..33..34..35..36..37..38..39..

..............횟수...1...0...2...1...0...2...1...0...0...0...0.7

..............번호..40..41..42..43..44..45..........

..............횟수...1...0...1...2...0...1...................0.83

223회.~.227회.번호...1...2...3...4...5...6...7...8...9..

..............횟수...1...1...0...2...2...1...2...1...0.......1.11

..............번호..10..11..12..13..14..15..16..17..18..19..

..............횟수...0...0...0...1...0...0...1...1...2...0...0.5

..............번호..20..21..22..23..24..25..26..27..28..29..

..............횟수...2...1...0...0...0...1...2...2...1...1...1.00

..............번호..30..31..32..33..34..35..36..37..38..39..

..............횟수..0....1...0...1...0...0...1...1...0...0...0.4

..............번호..40..41..42..43..44..45..........

..............횟수...0...0...1...3...2...0...................1.00

평균..........번호...1...2...3...4...5...6...7...8...9..

....................1.5..1..0.5.1.5.1.5.0.5..2...1...0.......1.06

..............번호..10..11..12..13..14..15..16..17..18..19..

....................0.5..0...0..0.5..0...0...1...1...2...0...0.5

..............번호..20..21..22..23..24..25..26..27..28..29..

...................1.5..0.5.0.5.0.5..0...1...1...2...1.1.5...0.95

..............번호..30..31..32..33..34..35..36..37..38..39..

....................0.5.0.5..1...1...0...1...1..0.5..0...0...0.55

..............번호..40..41..42..43..44..45..........

....................0.5..0...1..2.5..1..0.5..................0.92


‘어?’

정리를 끝낸 웅창은 뽑아낸 숫자가 잘못 된 것을 알았다. 거기엔 18이 두 개가 들어있었다.

‘내가 보너스 볼을 두 개 다 넣었었나?’

그러나 18은 실제 출현 순서 리스트에서 뽑아낸 결과에 들어있었다.

‘그래. 옛날부터 18번은 의미가 있었지.’

그렇게 생각한 웅창은 18은 무조건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출현했던 횟수에서도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웅창은 평균 중에서 1을 넘은 것들만 골라냈다.

4 17 18 20 25 28 36.

‘어라? 이것 봐라.’

최종적으로 나온 7개의 숫자는 웅창을 설레게 했다. 게다가 지난 227회에서 하나뿐이었던 20번대가 세 개나 나왔으니 이치적으로도 이것이 맞는 것처럼 생각됐다. 결국 그것으로 하기로 마음먹은 웅창은 재학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5시를 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벌서 이렇게 됐나?’

이제 곧 아이들이 들이닥칠 시간이었고 어쩌면 아내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메모를 하고 저장을 했다. 그때 웅창이 컴퓨터를 끄자마자 현관 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은진이가 들어왔다.

“어? 아빠 집에 계셨어요?”

“응. 오늘은 아빠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이 집에 일이 생겨서 당분간은 집에서 하기로 했다.”

“엄마는 요?”

“모임 있다고 나갔어. 어쩌면 저녁 먹고 올지 모른다고 늦으면 우리끼리 먹으라더라.”

“그럼 7시 반쯤 제가 차릴게요.”

“냉장고에 돈가스 해놓았다고 프라이팬에 데워서 먹으라더라.”

“그럼 오늘은 돈가스로 저녁 대신하면 되겠네요.”

“준수도 올 시간 됐지?”

“참, 제가 깜박했어요. 아침에 같이 나가면서 저녁에 서클 모임 있다고 먹고 온다고 했어요.”

“그럼, 오랜만에 우리 딸하고 단둘이 먹게 됐구나.”

“아빠, 오랜만에 분위기 한번 살려 볼까요?”

“분위기?”

“전에 그러셨잖아요. 엄마 친구들하고 온천가고 준수는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했던 날 아빠가 저 대학생 된 이후로 한 번도 밖에서 저녁 사준 적 없다고 집에서 했던 거.”

“아, 그거. 그래. 우리 오랜만에 분위기 좀 살리자. 와인이 어디 있더라.”

은진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웅창은 안방에 장식용으로 놔두었던 프랑스산 와인 중 가장 달콤한 것을 꺼냈다.

‘실은 낮에 칵테일 한잔 하긴 했는데. 그건 술이라고 할 수는 없지. 와인도 그렇고.’

어쩌다 하루에 두 번씩이나 술을 마시게 된 웅창은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모처럼 딸과 단둘이 식탁에 앉은 웅창은 옛날 아내와 데이트하던 생각을 했다.

“아빠 무슨 생각하세요?”

“네 엄마하고 옛날에 데이트하던 일.”

“두 분은 주로 어디를 많이 가셨어요?”

“우리 때는 지금처럼 놀 곳이 마땅치 않았어. 데이트 장소래 봐야 고궁이나 공원이 고작이었지.”

“대학로 같은 데는 없었나보죠?”

“그런 게 있을 리 있나.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싸구려 경양식 집이 있어서 주로 그런 데서 시간을 보내곤 했지.”

“엄마 처음 볼 때 어땠어요?”

“예뻤지. 그땐 미팅이라고 해서 남녀가 단체로 만나기도 했는데 그때 나왔던 여학생 들 중에 제일 예쁘게 보이더라.”

“그럼 그때부터 알게 된 거예요?”

“그렇진 않았지. 각자 파트너가 정해 졌는데 엄마는 다른 사람하고 짝이 됐지.”

“아빠하고 파트너 된 여자는 어땠어요?”

“그 여자도 예쁘긴 했는데 아빠 취향은 아니었어. 그래서 그날만 만나고 더는 만나지 않았어.”

“그럼 엄마하고는 어떻게 연결된 거예요?”

“아빠가 엄마를 찾아갔지. 그리고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엄마도 아빠가 싫지 않았는지 나왔더라. 그렇게 해서 너희들이 태어나게 된 거야.”

“옛날에도 지금처럼 스파게티나 피자 같은 거 있었어요?”

“스파게티 같은 건 고급 경양식 집 아니면 거의 팔질 않았어. 우리가 주로 가던 곳은 학생 상대로 하는 집이었기 때문에 가장 비싼 게 비후가스라고 해서 돈가스처럼 소고기로 만든 게 있었어. 지금 생각하면 얼마 차이 안 나는 건데 당시엔 돈 아끼느라 돈가스만 먹었지.”

“그랬구나.”

“인석아 너희들은 좋은 때 태어난 거야.”

은진이는 웃으며 와인 잔을 들었다.

“고마워요. 아빠. 우리 건배해요.”

은진의 말에 무심코 잔을 든 웅창은 잔을 들고 귀엽게 웃는 딸아이를 보자 감회가 느껴졌다.

‘이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컸지?’

늘 아기 같던 아이가 지금은 아빠와 와인 잔을 마주 들고 있을 정도로 커버린 것이다.

은진은 와인을 조금 삼키고 잔을 내려놓더니 조금 전과는 다른 얼굴로 웅창에게 물었다.

“아빠.”

“응?”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 또 아빠 엄마 옛날 얘기냐?”

“아뇨. 그게 아니라. 요즘 아빠 무슨 일 하고 계세요?”

“아, 난 또. 옛날에 같이 근무했던 사람하고 사업계획서 만들고 있어.”

“사업계획서요?”

“응. 아빠 나이에 어디 취직하기는 불가능하고 해서 그 친구하고 같이 뭐 좀 해보려고 준비 중이야.”

“아, 네. 전 혹시 아빠가 엉뚱한 일 하시면 어쩌나 했어요.”

“엉뚱한 일?”

순간 웅창은 은진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눈치를 챈 것이 아닌가 하여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네. 그 왜 있잖아요. 은퇴한 사람들이 주로 간다는 바다이야기 같은데 말이 예요.”

“녀석. 별 소릴 다하는구나. 아빠는 원래 도박하고 술을 싫어하니까 그런 걱정은 접어라.”

“네. 잘되길 빌게요. 아빠.”

“그래 고맙다. 이런 네 엄마 올 시간 안 됐니?”

시계를 보니 거의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네요. 제가 치울 테니까 아빤 들어가세요.”

“그럴래? 그럼 아빠 들어간다.”

방문을 닫고 침대에 누운 웅창은 어느새 저렇게 컸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춘기 때 조숙했던 준수와 달리 늘 어리광만 부리던 것이 애비 걱정을 할 정도로 훌쩍 컸다는 것이 대견스럽기만 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깊은 잠에 빠졌던 웅창이 눈을 뜬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벽시계를 보니 이미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없을 시간이었다. 아직 잠이 덜 깨 무심코 옆으로 눕던 웅창은 무엇에 놀란 것처럼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내가 잔 흔적이 없는 것이다.

‘이 사람 어제 안 들어왔나? 참 그리고 준수는?’

웅창은 서둘러 방문을 열었다. 그때 다용도실에서 덜그럭 거리는 소리를 들은 웅창은 곧바로 소리 나는 곳으로 다가 갔다.

“당신 언제 왔어?”

거기엔 웅창의 아내가 지금 막 세탁기를 돌리려는 중 이었다.

“뭐예요? 사람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그래? 어제 내가 좀 피곤했었나봐.”

“거짓말 말아요. 은진이가 다 말했어요.”

“그래?”

“아유. 어쩜. 나만 빼고 은진이하고 둘이서. 아무튼 좀 그래요.”

“미안해. 어제 녀석이 갑자기 분위기 잡자고 해서.”

아내의 삐짐에 겸연쩍어 하는 웅창을 돌아 본 아내는 피식하고 소리를 내며 웃었다.

“왜?”

“거울 좀 보세요.”

그러면서 아내는 웃음 그치지 못했다. 웅창은 현관에 걸려 있는 거울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잠을 어떻게 잤기에 그런지 머리는 커다란 까치집을 짓고 있었다.

“어? 이게 왜 이렇게 됐지?”

아내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웅창은 급히 욕실로 들어갔다.

4 17 18 20 25 28 36.컴퓨터를 켜고 어제 뽑은 결과를 보고 있던 웅창은 재학에게 전화를 했다.

“부인은 좀 어때?”

“아직 좀 화끈거린답니다.”

“아직도?”

“네. 집사람한테 얘긴 안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생각보다 좀 심한 것 같습니다.”

“그럼 다시 병원에 데려가 봐.”

“안 그래도 지금 준비 중입니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그래야죠. 그런데 팀장님 혹시 결과 나왔습니까?”

“지금은 그 얘기 할 때가 아니지.”

“결과는 내가 문자로 넣어 줄 테니까 병원부터 갔다 온 다음에 다시 얘기해.”

“네. 알겠습니다. 다녀와서 전화 드리겠습니다.”

웅창은 보나마나 작업은 못했을 것이 틀림없었다고 생각했다. 재학의 목소리로 보아 부인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고 그것을 걱정하는 웅창의 가슴 한편엔 이러다 재학이 완전히 포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무슨 일이든 리듬을 잃어버리면 그것을 다시 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삶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어서였다. 그렇다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독두에게 전화할 수는 없었다. 갑자기 속이 뒤숭숭해진 웅창은 답답함을 느끼자 아무 생각 없이 집을 나섰다. 잠시 길을 걷던 웅창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마침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를 보자 행선지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올라탔다. 어디를 가는 지도 모르고 달리는 버스의 창밖을 내다보던 웅창은 차내 안내방송에서 여의나루라는 소리가 들리자 급히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내가 여길 왜 왔지?’

그제야 정신을 차린 웅창은 잠시 한강 둔치로 내려가 흐르는 강물을 보며 엉뚱한 짓을 한 자신을 생각했다.

‘지금 내가 뭐하는 거지?’

‘너무 거기에 집착했나?’

‘이러다 미치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을 하자 갈증이 느껴진 웅창은 마침 눈에 보이는 매점에서 캔 음료나 사먹을까 하고 뒷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이런.’

집에서 나오면서 그만 지갑을 놓고 나온 것이다. 버스는 교통카드가 점퍼 주머니에 있어 타고 왔지만 대체 정신을 어디 다 뒀었는지 돈 한 푼 없이 집을 나선 것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주머니를 뒤졌지만 나온 것이라곤 500원짜리 동전뿐이었다.

‘참 별일이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그래도 최소한 박카스 정도는 살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매점으로 간 웅창은 안에서 구멍을 통해 경계의 눈으로 웅창을 바라보는 여자에게 물었다.

“박카스 얼마예요?”

“700원이요. 거기 냉장고 열고 꺼내요.”

“아뇨. 됐어요. 실례했습니다.”

그때 문득 여자의 눈을 바라 본 웅창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는 웅창을 노숙자 보듯 했고 아무것도 사지 않고 그냥 가는 웅창을 더욱 경계하는 눈치였다.

‘이거야 원. 마치 쫄딱 망한 사람 같네.’

그때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 다가오더니 웅창에게 손을 내밀었다.

“젊은 양반 나 500원만 적선해주면 안되겠우?”

“네? 아, 네. 여기 있습니다.”

웅창은 엉겁결에 갖고 있던 동전을 노인에게 주었다.

“이런 고마울 데가. 젊은이 관상을 보니 머지않아 천복을 받겠구먼.”

“제가 머지않아 천복을 받는 다고요?”

“평생 편히 살다가 힘든 세월 살려니까 죽겠지? 지금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때가 안됐으니 좀 더 고생해야겠어. 아무튼 고마워.”

노인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는 곧바로 매점으로 가더니 컵라면을 사들고 매점 뒤로 사라졌다. 그런데 잠시 노인이 했던 말을 생각하던 웅창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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