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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로또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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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0.12.30 16:20
최근연재일 :
2010.12.30 16:2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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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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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2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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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로또의 미소 (7)

DUMMY

[로또예측, 가능한가? 로또는 확률게임이다. 로또란 그 확률에 정확성만 갖추어 진다면 누구나 다음에 나올 예상번호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랜덤하게 튀어나오는 숫자를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한 것이 현실이다. 로또를 예측하려면 첫째 지금까지 나왔던 번호들의 평균값과 그것들의 증감추이 그리고 자주 발생된 빈도 등의 자료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럼 그렇지. 난 또. 누군 그걸 모르나?’

웅창은 이미 자신이 시도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자 잠시 눈이 번쩍 뜨였던 자신이 한심했다. 몇 차례 서핑을 하고 난 웅창은 더 이상 그의 주목을 끌만한 것을 찾지 못하자 인터넷을 닫고 엑셀 파일을 열었다.

‘뭔가 놓친 게 있긴 한데 그게 뭘까?’

웅창은 자신이 놓치고 있다고 믿는 그 무엇을 찾기 위해 한 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지만 결과는 허탈하기만 했고 나이 탓인지 온 몸이 나른해지면서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로또에 한창 빠져 있을 때는 잠자는 시간도 아까운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면 괜스레 마음이 급해지곤 했었다. 그런데 한동안 로또에서 손을 뗐더니 하루하루 나태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낮잠을 자려고 소파에 길게 누었던 웅창은 그런 생각이 들자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웅창은 컴퓨터 대신 종이에 볼펜으로 그동안 자신이 했던 것들을 적어나갔다.


1. 날짜와 숫자에 의한 조합.

2. 각 당첨번호 다음에 출현했던 숫자들의 평균과 증감에 의한 조합.

3. 예상 조합과 실제 번호의 비교를 감안한 조합.

4. 지난 횟수의 번호와 다음 출현 숫자들의 평균과 증감의 평균을 혼합한 조합.

5. 숫자 조합을 오름차순으로 배열.

6. 예상 조합에 지난번호의 증감분 감안.


정리된 리스트를 보는 웅창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지난 석 달간 자신이 했던 것들에 대한 놀라움이었고 한편으로는 한 번도 적중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었다. 그 회의적인 생각은 지금까지 웅창이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 같이 쓸모없는 것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래. 맞아. 그래서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던 거야.’

웅창은 꿈에서 아버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천기를 밝히는 일이 어디 너 혼자 갖고 될 일이냐?”

비록 꿈이었지만 웅창에게 그것은 마치 무슨 계시처럼 생각되었다.

‘아버지 말씀이 맞아. 이공계 출신인 내가 이런 숫자 다루기엔 무리가 있지. 그럼 이제 어떡한다?’

막막했다.

로또만이 유일한 돌파구였는데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학교 다닐 때 수학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후회를 하던 웅창은 생전 손대지 않았던 술을 생각했다. 술이라면 어려서 거의 매일 주사를 부렸던 아버지 탓에 보기만 해도 징그럽다고 했던 웅창였다. 퇴직하기 전 가끔 참석했던 회식자리도 웅창에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인식됐고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억지로 술을 권하는 상사가 싫어 한때는 회사를 때려치우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지금 거실 장식용으로 넣어 두었던 술을 꺼낸 것이다. 퇴직하고 처음으로 마시는 술이었다. 남들 같으면 혀끝에 느껴오는 짜릿함 그리고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싸한 맛을 즐겼겠지만 역시 술하고는 궁합이 맞지 않는 웅창에겐 그저 쓰디쓴 액체일 뿐이었다.

“어머! 웬 술이 예요?”

마침 외출했다가 들어오던 지화는 어느새 벌겋게 변한 웅창의 얼굴을 보고 조금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냥.”

지화의 물음에 무의미한 말투로 대답하는 웅창의 표정엔 실망감이 역력했다.

“무슨 일 있어요? 생전 안 하던 술을 다하고.”

“일은 무슨. 그냥 마시고 싶어 마셨어.”

“어머나! 이것 다 마신 거예요?”

“응.”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지화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또 다시 물었다.

“여보. 무슨 일예요?”

“아무 일도 없다니까.”

“내가 당신하고 같이 산지 이십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내가 모를 것 같아요? 얘기해 봐요.”

“글쎄. 아무 일도 없다니까.”

그때 준수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자 웅창은 입을 다물었다.

“이제 오니?”

“네. 그런데 아버지 술 드셨어요?”

“응. 좀 마셨다.”

순간 준수는 아버지가 왜 술을 마셨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얼마나 힘드셨으면 술을.’

“어서 씻고 쉬어라.”

“네.”

평소 같지 않은 아버지를 보고도 아무 말도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간 준수의 행동에 잠시 멍해 있던 지화는 웅창이 방으로 들어가자 따라 들어갔다.

오랜만에 맛본 술기운을 감당하기가 버거웠던지 웅창은 이른 시간인데도 침대에 누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술 마셨냐?”

“네.”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웬 술을 그렇게 마셨니?”

“왜요? 전 마시면 안 됩니까?”

“누가 안 된다고 했냐? 너무 마신 것 같아 그러는 거지.”

“옛날에 사촌형들하고 술 드셨던 것 잊으셨어요? 한도 끝도 없이 드셨으면서.”

“그때야 형들이 있고 하니까 그랬지.”

“그러시겠죠.”

“넌 형들 얘기만 나오면 그러는 구나.”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 만날 술 사대느라 죽도록 고생하신 어머니 생각은 전혀 안 하셨죠?”

아버진 말없이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사촌형들하고 술 드시느라 쓰신 돈 저축했더라면 지금쯤 우리 형제들 걱정 없이 살았을 겁니다.”

“그래. 내가 다 잘못했다. 미안하다.”

“말로 만요?”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네 속이 풀리겠니?”

“한번만 가르쳐 주세요.”

“또 그 얘기냐?”

“한번만입니다. 아버지.”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안 된다.”

“그만 두세요. 애당초 말을 꺼낸 제가 잘못이죠.”

“이미 길은 가르쳐 줬다.”

“길을 가르쳐 주셨다고요?”

“그래. 아직도 모르겠냐?”

“도대체 모르겠어요. 가까운데서 찾으라니요? 지금 저한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전에도 말했다만 천기를 읽는 일이 어디 너 혼자 힘으로 될 일이냐? 더구나 어려서부터 숫자 개념이 약했던 네가 하기엔 너무 버거운 일이다. 아무튼 찾아봐라. 가까운데 있으니까.”

“됐습니다. 다 그만두시고 그렇게 끔찍이도 아끼셨던 사촌형들이나 챙겨 주세요. 이제 오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얘. 웅창야. 웅창야. 잠깐 기다려.”

아버지가 애타게 불렀지만 끝내 가르쳐 주지 않는 아버지가 서운했던 웅창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대체 그게 무슨 얘기지?’

술기운에 잠이 들었던 웅창은 꿈에서 들었던 얘기를 생각했다. 아버지는 계속 가까운데서 찾으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하는 말을 그냥 흘려들었던 웅창은 같은 꿈이 계속 반복되면서 어느새 그것이 돌파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뭘 찾으라고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그 속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벌써 설을 보내고 열흘이 지났지만 웅창은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가르쳐 주시면 될 걸. 이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에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 갑자기 성질이 난 웅창은 손에 들고 있던 꽁초를 창밖 허공을 향해 내던졌다.

“여보 점심 드세요.”

“점심?”

“네. 그러데 거기서 뭐해요?”

“답답해서 바깥 구경 좀 했어. 날이 제법 쌀쌀하네.”

식탁엔 설 때 먹고 남은 떡으로 끓인 떡국이 웅창을 기다리며 하얀 김을 날리고 있었다.

“애들은?”

“이제 불러야죠. 얘들아 점심 먹어라.”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방문이 열리면서 아이들이 방에서 나왔다.

“엄마 원 떡국이야?”

“냉장고에 보니까 떡이 남아있더라. 더 오래도면 안될 것 같아서 먹어치우려고.”

“엄만 날 부르지 않구.”

“얼른 먹어. 그런데 준수야 너 어디 가니?”

“네. 학교에 일이 있어서 나가야 돼요”

웅창은 소파에 점퍼를 걸쳐놓고 의자에 앉는 준수에게 물었다.

“방학 때 무슨 일이냐?”

“교수가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손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와주러 가는 거예요.”

“프로젝트?”

“네. 모 기업에서 연구 의뢰가 들어온 게 있는데 교수 혼자 하려니까 벅차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렇구나.”

그때 웅창의 머리에 오랜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웅창이 대리였던 시절 신규공장 건설을 위한 컨소시엄 관계로 파견됐던 프로젝트였다. 그 당시 TFT 팀장이었던 사람이 했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이것은 누구 혼자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어느 업체가 단독으로 해낼 수 있는 것 또한 아닙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각자의 스킬이 조화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모두 팀워크를 중시해 주십시오.”

잠시 옛날 생각을 하며 떡국을 뜨려던 웅창은 갑자기 손을 멈추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어쩌면 그걸 말하는 건지도 몰라.’

“여보. 점심 먹다말고 뭘 그렇게 생각해요?”

“응? 아, 아냐. 자 어서 먹자.”

갑자기 자신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온 생각 때문에 맛을 느낄 틈도 없이 점심을 끝낸 웅창은 아들아이가 나가자 인터넷을 연결했다. 검색창에 ‘로또’를 입력하고 엔터를 치자 여러 개의 리스트가 나타났다. 그것들을 천천히 보던 웅창은 그 중 로또당첨확률이란 단어를 발견하고 마우스를 클릭했다.


로또 1등의 당첨 될 확률은 814만5060분의 1.

1~45까지의 숫자 중 6개를 나열해서 나올 수 있는 총합의 수가 814만5060개이며 그중 한게임을 하여 나올 수 있는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임.


첫 번째 : 아무 숫자나 골랐는데 그 숫자가 6숫자중 하나일 가능성은 6/45.

그 다음 숫자는 나머지 5 숫자 중 하나일 경우 5/44.

(6/45) × (5/44) × (4/43) × (3/42) × (2/41) × (1/40) = 720/5,864,443,200 = 1/8,145,060


그러나 실제 확률은 한 사람이 여러 장의 복권을 사고 매주 한 명이 당첨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보다는 약간 높음.


1/복권을 산사람 수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확률이 될 것임.

실질적인 외국의 예를 보면 약 1/1,000,000 정도.


이론 확률과 실제 확률의 차이


이는 통계학에서 말하는 "정규분포"에 포함됨.

수학 I의 정규분포 그래프와 표를 보면 ±σ는 68.2%, ±2σ는 95.4%.

이것은 결과가 σ보다 적은 차이가 날 확률은 68.2%, 2σ보다 적은 차이가 날 확률은 95.4%라는 것을 의미.

따라서 오랜 시간동안 로또를 연구하여 σ를 구할 수 있다면 이론적인 확률과 실제 확률의 차이가 95.4%의 확률로 2σ 범위 안에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음.


검색결과를 읽어 내려가던 웅창은 고개를 끄떡였다.

‘역시 그렇군. 이건 확률게임이야. 아버진 그것을 말한 거야. 복잡한 확률계산을 하려면 수학적인 스킬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가까운데서 찾으라고 했던 건 바로 그걸 말하는 게 틀림없어.’

웅창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네.”

“박과장?”

“네. 팀장님.”

“오늘 저녁에 시간 돼?”

“네. 저야 뭐.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할 얘기가 있어서. 좀 만났으면 하는데?”

“저야 좋습니다. 어디서 뵐까요?”

“그러면 전에 우리 가끔 가던 그 집 알지?”

“아, 그 삼겹살 집 말씀하십니까?”

“응. 거기. 어딘지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저녁 7시에 거기서 만나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골목 안에 들어선 웅창은 자신 앞에 펼쳐진 광경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골목 양쪽으로 늘어선 술집들은 그 옛날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취기 오른 얼굴로 열변을 토해내는 직장인들의 모습으로 꽉 차있었다. 그들의 장황한 연설들의 화음을 뒤로 하고 박과장과 약속한 삼겹살집 간판을 찾는 웅창의 가슴엔 옛날 부하직원을 만난다는 설렘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얘기를 들은 박과장이 비웃지나 않을까하여 걱정이 되기도 했다.

“팀장님.”

문득 웅창을 부르는 곳을 쳐다보니 이미 먼저 도착해 있던 박재학 과장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언제 왔어?”

“조금 전에요. 건강하시죠?”

“그럼. 건강하지.”

“운동은 계속하세요?”

“그랬는데 요즘엔 좀 등한시 했어. 집에서 하는 일도 있고 해서.”

“그렇군요. 자, 들어가시죠.”

그런데 박과장이 안내하는 곳을 보니 전에 왔던 곳이 아니었다.

“여기 아니잖아?”

“아닙니다. 여기 맞습니다. 그동안 리모델링했답니다.”

“아, 그렇구나. 하긴 그동안 세월이 얼만데.”

“그럼요.”

삼겹살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또 하나의 반가운 얼굴이 웅창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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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로또의 미소 (15) 10.12.23 981 17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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