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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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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의 미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0.12.30 16:20
최근연재일 :
2010.12.30 16: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7,010
추천수 :
290
글자수 :
213,152

작성
10.12.16 16:37
조회
3,096
추천
23
글자
21쪽

로또의 미소 (1)

DUMMY

로또를 사기 시작한지 1년, 오늘도 웅창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면서도 TV에서 나오는 로또추첨방송에 촌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주 당첨번호는 3번, 16번, 19번, 17번, 4번, 20번입니다. 그리고 2등 보너스 볼은 23번입니다. 당첨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이것으로 330회 로또 추첨방송을 마치겠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매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샀으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이제는 될 때가 된 것도 같은데 여전히 한숨으로 주말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그동안 4등에 두어 번 그리고 5등에 몇 차례 당첨되긴 했지만 1년간 거의 30만원을 쏟아 부은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였다. 남은 돈으로는 일 년 남짓 생활하고 나면 끝이고 50을 넘은 나이 때문에 취직을 못해 대출도 받지 못하는 데다 지난 참여정부의 잘난 부동산 정책은 주택담보대출 마저도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강남에 사는 게 무슨 죄인가? 사실 따지고 보면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집값을 올린 것은 아니었다. 과거 학군이다 뭐다 하여 강남으로 이사 오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 때문에 땅값이 오른 것인데 아무 죄 없는 강남주민이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부동산 시장을 이렇게 만든 놈들의 대갈통을 때려 부수고 싶었다.

‘난 로또 복이 없나?’

이번 주도 기대를 가졌던 로또가 허탕으로 끝나자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입에 문 웅창의 머릿속엔 지난 시간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평생 일확천금엔 관심이 없던 웅창이 로또를 사게 된 것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직을 당한 뒤 1년이 지나서였다. 말이 명예퇴직이지 누구처럼 든든한 배경도 없는 웅창은 회사의 강권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고 억울하게 쫓겨난 뒤 여기저기 이력서도 내고 가끔 면접을 볼 때도 있었지만 결과는 늘 마찬가지였다. 수개월을 그렇게 보내고 결국 장사를 해보려고 했지만 평생 직장생활 외엔 해 본 것이 없는 웅창 주위엔 망했다는 사람들뿐이었고 이미 지난 참여정부 때부터 하직한 경제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없어 어느 것 하나 선뜻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어쩌다 괜찮은 것이 나오긴 했지만 갖고 있는 돈으로는 권리금과 임대보증금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이지만 않았어도 부족한 돈은 대출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겠지만 그 망할 놈의 규제가 늘 앞을 막고 있었다. 그때마다 웅창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늘 같은 소리였다.

“개 같은 새끼들. 우리가 땅값 올렸냐? 죽일 놈들.”

사실 웅창만 이런 것은 아니었다. 비슷한 연령대의 백수들은 대부분 웅창처럼 나이가 든 이후에 명예퇴직이라는 포장된 핑계로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었다. 평생 마련한 것이라곤 집 한 채가 고작인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집을 팔아 그 돈으로 생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참여정부의 멍청한 부동산 정책 때문에 애꿎은 강남의 50대 백수들은 조마조마한 세월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야당이 된 지난 정권의 하수인들은 여전히 지난 참여정부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주둥아리를 놀려대고 있었다.

“저런 빨갱이 새끼들.”

웅창은 뉴스에 나오는 그들을 볼 때마다 열이 올라 자신도 모르게 욕을 내뱉곤 했다. 그러나 웅창이 욕을 하는 것은 그들뿐이 아니었다. 그런 개떡 같은 정책들 청소하라고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밀어줬고 잔뜩 기대를 했건만 지금의 정권은 야당들 눈치나 보며 기대를 절망으로 바꾸는 짓거리가 전부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난 참여정부는 잘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설프게 부동산 시장 건드려 나라 경제 망친 것이 부족했는지 즉흥적으로 비정규직법은 그야말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당시 정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자칭 성공적인 남북 정상회담으로 지난 실패들을 덮으려 하겠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돌발적인 제안에 머뭇거렸던 국가 원수의 굴욕적인 태도는 국가적 망신이었던 것이다.

“개자식들 그랬으면 조용히 주둥아리 다물고 있지. 뭘 잘했다고 떠들어? 꼭두각시 같은 놈.”

꽝으로 끝난 로또 때문에 화가 났던 웅창은 그것으로 화풀이를 대신했고 뉴스를 보는 내내 그의 욕은 끊이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뉴스가 끝나고 낙첨된 복권을 갈기갈기 찢어 휴지통에 버리는 것으로 화를 삭인 웅창은 때늦은 저녁준비를 끝낸 부인 지화가 아들 건양과 딸 다경이를 부르는 소리에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저녁을 먹는 웅창의 얼굴은 조금 전과는 아주 딴판이었다. 그러나 20년을 넘게 살아 온 부인이 웅창의 심정을 모를 리 없었고 갑자기 달라진 남편의 표정으로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이런 모습을 보았고 가끔 조심스럽게 묻긴 했지만 그때마다 웅창은 아직 여유가 있으니 돈 걱정은 하지 말라는 것으로 말을 끝내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집도 팔리지 않는 마당에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남편의 속을 모르지 않기에 지화 역시 마음은 편치 못했다. 집만 팔리면 따로 전세를 얻고 남은 돈으로는 작은 아파트 한 채 사서 월세를 놓으면 최소한 생활비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웅창의 말에 마음을 놓기도 했으나 시세보다도 낮게 내놓은 집은 2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작자가 나서지 않아 이미 지화의 속도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마치 포기했는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웅창의 태도는 지화의 속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1년 전부터 웅창이 로또를 사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라고 1등에 당첨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제 살길은 로또밖에 없다고 생각한 웅창은 1년 전부터 밥 먹는 것은 잊을지언정 로또 사는 것은 한 번도 잊지 않았고 매주 토요일이면 마음을 졸이며 TV에 귀를 기울여 왔던 것이다. 하지만 1년으로는 정성이 부족했을까? 로또는 여전히 그를 외면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일확천금이나 노리는 한심한 인간이라고 욕하겠지만 대학에 다니는 건양과 다경의 학자금까지 걸려 있는 데다 대출은 물론 현재 어느 것 하나 유리하지 못한 여건의 웅창에겐 달리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웅창에게 남은 것은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또 하나 남은 자존심 때문에 가족들 모르게 로또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매주 돌아온 것은 실망뿐이었고 그때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야속하게도 세월은 그를 점점 궁지로 몰아넣기만 했다. 이런 속을 모르는 아이들은 세상 편하게 잠이 들었지만 웅창은 쉽게 잠들지 못했고 벌써 1년째 토막잠으로 밤을 메우고 있었다. 어느 날 주말 저녁, 그날도 역시 잠을 이루지 못하던 웅창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로또에 조작이 있는 것은 아닐까? 타임머신이라도 있으면 미래에 나올 번호를 비리 알 수 있을 텐데. 가만.’

순간 뜬눈으로 시간을 보내던 웅창의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 옛날 대학에서 교양과목 강의를 듣던 중 교수가 했던 말이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룰이 있습니다. 우연이라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원인을 밝혀낼 수 없어서 만들어낸 핑계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것은 통계라는 학문으로 일부 입증이 됐습니다.”

생각해보니 이지함이 만들었다는 토정비결도 통계에 근거를 둔 것이었다. 웅창은 로또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전에 인터넷에서 보았던 로또 전문가들의 말도 당첨번호를 예측하는 시스템도 기존에 나왔던 번호들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했다. 웅창은 벌떡 일어나 거실로 갔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한 번도 새벽에 무엇을 해본 적 없는 웅창은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가 부팅되는 동안 웅창의 머릿속엔 엉뚱한 시나리오가 써지고 있었다.

‘맞아. 교수 말대로 모든 일엔 반드시 인과가 있어. 로또도 분명 룰이 있을 거야.’

웅창은 인터넷 검색창에 ‘로또’를 쳤다. 잠시 후 화면엔 ‘로또’라는 단어가 포함된 정보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웅창은 그중 ‘로또당첨번호’를 클릭했다. 잠시 후 화면에 지난 저녁에 나왔던 번호 6개와 보너스 번호가 나타났다. 그것을 보는 웅창은 한 번도 경험 한 적이 없는 야릇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오는 여섯 개의 번호들은 전에 보았던 것처럼 익숙했고 단 자리 숫자를 비롯한 나머지 숫자들의 적당한 조합은 예측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다. 웅창은 여기저기 웹사이트에 올려진 1등 당첨후기들을 읽어보았다. 어떤 사람은 꿈에서 조상이 불러줬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한 달 동안 매일 똥을 뒤집어썼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돼지꿈을 꾸고 산 것이 당첨됐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 잘리고 홧김에 산 것이 그렇게 됐다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웅창의 눈에 띠는 것이 있었다. 그 중에 식구들의 생일과 전화번호를 조합한 것이 당첨됐다는 내용이었다. 웅창도 집 전화번호와 식구들의 핸드폰 번호를 갖고 구성해 보았지만 중복되는 숫자가 계속 나오는 바람에 그것들로는 조합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생일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하게 집사람과 딸아이의 생일이 같은 달에 있었고 자신과 아들은 달만 다를 뿐 날짜가 동일했던 것이다. 옛날엔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좋아했지만 지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됐다. 그날 이후 웅창은 어떻게 하면 번호를 조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점점 다른 사람으로 변해갔다. 말수도 부쩍 줄었고 어떤 날은 밥도 거른 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수학을 전공하지 않은 웅창에게 어떠한 수식이나 공식도 이해되는 것은 없었다. 마냥 그런 식으로 보낼 순 없다고 생각한 웅창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임시방편 책을 쓰기로 했다. 물론 황당하기 짝이 없었지만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로또 판매점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모의 추첨기에 의존하는 것과 혹시 꿈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머리맡에 종이와 볼펜을 놓고 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낸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 막 일어나려던 웅창의 머릿속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추첨일자를 음력으로 바꿔보는 것이었는데 옛날부터 모든 운세는 음력으로 본다는 어른들의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달력을 보니 지난 주 330회 추첨일자의 날짜를 보니 양력으로는 2009년 3월 28일이었고 음력으로는 3월 2일이었다. 330회 당첨번호가 3 4 16 17 19 20을 뚫어져라 살피던 웅창은 3과 4가 날짜 안에 모두 있다는 것을 알았다. 3월 28일이 4번째였으니 여기서 3과 4가 일치했고 28의 2와 8을 곱하니 16이 되었다. 약간 흥분되기 시작한 웅창은 나머지 숫자들도 끼워 맞추어 보았다. 그랬더니 년도와 날짜의 끝수인 2009의 9와 28의 8을 더한 숫자가 17이었고 9와 양력과 음력 날짜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인 2 세 개와 그 다음으로 많은 3 두개를 합쳐보니 19가 나왔다. 2 네 개와 3 그리고 9를 합한 값이 바로 20이었다.

“뭐야? 별것 아니었잖아?”

말도 안 되는 억지였지만 웅창은 의외로 쉽게 답이 나온 것을 보고 코웃음을 쳤으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329회 번호도 확인해 보기로 했다. 329회 추첨이 있었던 날은 양력으로 2009년 3월 21일이었고 음력으로는 2월 25일이었다. 그런데 번호를 찾아본 웅창은 이번엔 더욱 가관이라는 표정이었다. 9 17 19 25 30 42 그리고 보너스 볼은 4였다. 4는 330회에도 나왔던 번호였고 17과 19 역시 그랬다. 다시 329회 추첨 일에 번호들을 끼워 맞추던 웅창의 얼굴은 점점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번호 9는 년도의 마지막 숫자이고 17은 양력과 음력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인 2 네 개와 년도의 끝자리 9를 합한 것이었다. 19는 년도의 2와 9 그리고 양력 월일을 각각 분리한 숫자인 3과 2 그리고 1을 합한 값에 음력 2월 2를 합한 숫자였다. 즉 음력의 일자를 제외한 나머지 분리된 숫자들의 합이었다.

“왜 진작 이걸 몰랐을까?”

웅창은 그동안 자동복권에만 매달렸던 자신을 채근하며 나머지 번호들을 확인했다. 그런데 25는 330회에 적용했던 방법으로는 아무리 해도 나오지 않아 음력 일을 그대로 적용해야 했다. 웅창은 일자 두 개가 모두 두 자리일 때는 감으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나머지 30은 기존 방식대로 9와 양력일인 21을 합한 것이었고 42는 2 네 개와 음력일 25 그리고 년도와 양력일의 끝자리인 9와 1을 합한 것이었다. 만약 로또번호를 예측한 공식 같은 것이 있다면 공식이 규칙적이어야 했지만 웅창은 어차피 럭비공처럼 나오는 숫자이니 어느 정도는 감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모든 번호가 추첨 일자 속에서 추출이 가능했기에 자신이 발견해 낸 방식에 더욱 믿음이 갔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은 웅창은 다음 주 토요일의 양력과 음력을 확인했다. 다음 주인 331화 추첨 일은 양력으로는 2009년 4월 4일 이었고 음력으로는 3월 9일이었다. 웅창은 그 중 눈에 띠는 4와 9를 우선으로 골랐다. 양력과 음력을 통틀어 각각 두 개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일정한 룰이 없다고 생각한 웅창은 년도의 숫자들 합에 양력과 음력의 각 숫자들의 합을 계산했다. 그랬더니 19와 33이 나왔고 이미 단 자리 두 개가 나왔으니 확률적으로 더는 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두 자리 숫자만 생각하기로 하고 방법을 달리하여 숫자들을 조합했다. 이번에는 2와 9의 합에 양력 과 음력의 월과 일을 각각 분리해 합했더니 15와 14 그리고 20이 나왔다. 19와 20은 이미 앞서 두 번이나 나왔고 33이 세 번째 숫자가 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었다. 그렇다면 14 15 중 하나인데 다음 달이 4월이고 마침 토요일이 4일인 점을 감안해 14를 선택했다. 네 번째 번호는 처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4 두 개와 9 두 개를 합해 26으로 정했고 다섯 번째 번호는 모든 숫자들을 각각 합해 30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낸 번호 다섯 개를 나열해 보니 그럴싸해 보이는 것이 하나만 맞추면 꿈에 그리던 인생역전이 달성될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잊고 있었던 보너스 번호를 떠올린 웅창은 마지막 번호는 분명 보너스 번호와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여 330회 보너스 번호 23에 다음 주 양력과 음력의 숫자들을 합한 43을 마지막 번호로 결정하고 4 9 14 26 30 43을 쪽지에 메모를 하고 컴퓨터를 껐다. 그때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두했던 응창은 그제야 점심때가 가까워진 것과 세수도 하지 않고 매달렸던 것을 깨달았다.

“뭐했어요?”

“뭣 좀 알아보느라고.”

“어서 씻고 식사해요.”

세수를 끝내고 아침 겸 점심을 먹는 웅창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전까지는 운에만 맡겼지만 이번엔 자신이 개발해낸 방식으로 구한 것이니 반드시 된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웅창은 마트에서 얻어 온 로또 용지에 마킹을 했다.

‘까짓 거 요행수를 바랄 것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알아내면 될 거 아냐.’

다음날 아침, 웅창은 자신이 만들어낸 번호를 포함해 5천원어치 로또를 샀다.

“이것 좀 찍어주세요.”

점원이 건네준 로또 영수증을 바라보는 웅창은 확실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발견한 방법으로 만든 번호였기에 잔뜩 기대를 갖고 집으로 향했다.

“갔던 일 잘됐어요?”

아내 지화에게는 다른 데서 들어 온 사업제안 때문에 나간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렇지 뭐. 일단 생각해보기로 했어.”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지화는 웅창이 일거리를 찾느라 그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어쨌든 웅창은 기분이 좋았다.

마치 1등 당첨을 예약이라도 한 듯 컴퓨터로 로또 당첨금 지급 규정을 읽어보고 있었다.

‘야, 4분의 1은 세금으로 떼어 내네. 그래도 그게 어디야.’

그러면서 돌아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새로 개설한 통장을 꺼냈다.

‘이번 주말만 지나면 통장에 최소한 아홉 자리 수가 찍히겠지. 뭐, 열자리면 더 좋고.’

웅창은 빨리 날짜가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당첨되면 아파트를 팔지 않아도 되고 나머지 인생은 보란 듯이 화려하게 살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지금의 논리가 맞는 것이라면 매주 최소한 억 소리 나는 돈이 통장에 들어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 년 안에 천억이 넘는 갑부가 될 것이다.

그날 이후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웅창의 머릿속엔 장밋빛 미래에 대한 설계로 가득했다.

드디어 그가 그렇게 기다리던 토요일 저녁 뉴스가 끝나고 201회 추첨 방송이 시작되었다.

웅창은 자신이 조합해낸 번호들을 속으로 되뇌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1 2 11 13 19 36’

그러나 결과는 그의 기대와는 달리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번 주 201회 로또 1등 당첨번호는 3번 38번 39번 24번 11번 44번입니다. 그리고 보너스 볼은 26번입니다. 로또는 공이 나온 순서에 관계없이 6개 번호만 맞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되실 수 있습니다. 당첨되신 분들 축하드리며 201회 로또 추첨방송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허탈했다.

겉으로는 무표정 했지만 속은 실망감으로 가득했다.

‘그러면 그렇지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 그렇지만 한 개는 맞았어.’

비록 한 개 밖엔 맞지 않았지만 자신이 발견한 방법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한 개가 맞았다는 건 가능성이 보인다는 거야. 문제는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거지.’

만약 6개 모두 빗나갔더라면 자신이 생각해낸 것에 대해 신뢰감 같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 웅창은 식구들이 잠들고 나면 몇 시간이고 그것에 매달렸고 그 이후 4등에 두 번이나 당첨되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그래, 분명 사람들이 밝혀내지 못한 그 무엇이 있어. 난 반드시 해낸다.’

그런 날이 계속되면서 웅창의 생활리듬은 완전히 바뀌고 있었다.

매일 11시가 넘어서야 일어나는 것은 물론 어떤 날은 거의 저녁 먹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말수가 줄어든 그를 보는 가족들은 저러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 아닌가 하여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다행히 가끔 얼굴을 마주할 때면 전처럼 평범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우울증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그것을 알면서도 웅창은 그런 가족들에게 속으로 말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모두 잘살게 해줄 테니까.’

그러나 로또는 매주 그를 피해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웅창이 포기하지 않는 것은 매번 한 개 또는 두 개의 번호가 일치했고 그 동안 4등에 두 번, 5등에 6번이나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동으로 선택한 번호에서 나온 것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것도 자신의 노력의 일부라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놓친 것이 있나?’

웅창은 그동안 만들어낸 공식들을 다시 한 번 분석해 보기 위해 엑셀파일이 들어있는 폴더를 열었다.

거기엔 자신도 모르는 서른 개나 되는 파일들이 들어있었다.

‘뭐가 이렇게 많아?’

그것들이 모두 자신이 만들어낸 것인데도 웅창은 그것들을 보는 것이 짜증스러웠다.

그만큼 웅창은 거기에 빠져 있었다.

이렇게 파일이 많아진 것은 그동안 온갖 해괴한 공식까지 만들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파일 중엔 남들이 보면 황당해 할 것도 있었으나 웅창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의 머릿속엔 남들은 도저히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을 자신이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만이 존재했다.

모든 파일을 열어 본 그는 자신이 발견해낸 것들이 어느 것 하나 논리에 어긋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하면 될 것 같은데. 그래 어쩌면 그건 지도 몰라.’

웅창의 머릿속에선 또 다른 생각이 그를 자극했다.

‘맞아. 어차피 이것도 확률게임인데 왜 그걸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랬다.

다음에 나올 번호예측이 어렵다면 지금까지 각 번호 다음에 나왔던 숫자들 중 빈도가 높았던 것을 선택하면 그만큼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웅창이 생각해 낸 것이었다.

웅창은 인터넷을 뒤져 1회부터 206회까지의 1등 당첨번호들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1번부터 45번까지 각 번호 다음에 나온 숫자들을 분류했다.

‘이거다.’

웅창은 206회 번호를 놓고 다음에 나왔던 숫자들을 따로 추려냈다.

‘206회 번호가 25 2 3 20 1 15 43 이었으니까 어디보자.’

웅창은 엑셀시트에 리스트를 입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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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1 이고모야
    작성일
    11.12.07 18:45
    No. 1

    흠....소설에 현실을 담는것은 당연한일~"소설은 소설일 뿐"이라는 말로 피해가려는 분이 아니길 기대하며~참여정부에 대한 폅협한 시각을 여과없이 활자화 한 무책임함을 반성하길 촉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0 냠냠냠
    작성일
    12.02.10 12:17
    No. 2

    이명박 욕하는건 당연한거고 노무현 욕하는건 반성해야 마땅한 일이란 편협한 시각을 여과없이 활자화 한 무책임함을 반성하길 촉구합니다. 글쓴분도 치우쳐져 있다고 보입니다만 위에 리플 다신분도 그와 다르지 않군요.. 개개인의 입장에서 호불호를 따지는건 당연하고 그게 글로 반영되는것도 당연하다고 봅니다. 어떤들에선 이명박을 암살하는 내용까지 여과없이 올라오는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정도면 가지고 발끈하시는건 본인의 편협한 시각을 남에게 강요하는거라 생각진 않으신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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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로또의 미소 (14) 10.12.23 756 8 17쪽
13 로또의 미소 (13) 10.12.23 746 11 17쪽
12 로또의 미소 (12) 10.12.21 1,484 16 20쪽
11 로또의 미소 (11) 10.12.21 878 12 19쪽
10 로또의 미소 (10) 10.12.21 956 10 22쪽
9 로또의 미소 (9) 10.12.20 1,495 9 22쪽
8 로또의 미소 (8) 10.12.20 856 10 16쪽
7 로또의 미소 (7) 10.12.20 867 16 13쪽
6 로또의 미소 (6) - 중복 게재 정정분 10.12.19 1,033 2 16쪽
5 로또의 미소 (5) 10.12.17 1,466 9 39쪽
4 로또의 미소 (4) 10.12.17 1,182 9 24쪽
3 로또의 미소 (3) 10.12.16 1,373 12 19쪽
2 로또의 미소 (2) +1 10.12.16 1,775 17 23쪽
» 로또의 미소 (1) +2 10.12.16 3,097 2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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