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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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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0.12.30 16:20
최근연재일 :
2010.12.30 16: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6,983
추천수 :
290
글자수 :
213,152

작성
10.12.2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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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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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7쪽

로또의 미소 (13)

DUMMY

이런저런 생각 속에 갇혀 있던 웅창은 재학이 들어오면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팀장님 커피 드세요.”

“고마워. 그런데 날이 그렇게 춥진 않네?”

“네. 그리고 담배 피우실 때 창문 열지 않아도 됩니다.”

“내 집도 아닌데 그럴 순 없지. 작업은 어느 정도 됐어?”

“거의 다 돼 갑니다. 어쩌면 오늘 밤 안으로 끝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내일 오전엔 결정할 수 있겠군?”

“그렇죠.”

“그런데 박과장 느낌은 어때? 이번 220회 잘될 것 같아?”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하고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 최소한 기본은 하겠군.”

“그거야 당연히 그래야죠.”

“아까 보너스 볼들을 분류해 봤는데 그중에 중복된 거 빼고 나니까 이렇게 나오더군.

2 5 6 8 9 13 17 20 21 26 30 42 43

“왜 하필 중복된 걸 빼셨습니까?”

“이번엔 그래야 될 것 같아서. 살면서 이런 느낌 처음이야. 늘 확실히 보장되거나 그렇지 못하면 확률이 높은 쪽으로만 선택했었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반대로 하는 것에 더 마음이 가.”

재학은 웅창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았다. 거기엔 예전에 보았던 진지함이 있었고 그 표정에서 뭔가 가슴속을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말씀 듣고 보니 저도 여기 숫자들이 이상하게 끌립니다.”

“한 자리 숫자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여기 2 5 6 8 9를 보니까 이중에 꼭 한 개가 있을 것 같아.”

“다섯 개나 되는 군요?”

“그래서 지난 자료들하고 비교해 보니까 2는 여섯 번 5는 한번 6은 세 번 8은 네 번 그리고 9는 여섯 번이나 나왔어. 난 이것도 중복된 적이 없는 5를 선택했어.”

“그런데 이 번호들이 먼저 뽑은 숫자엔 영향이 없던가요?”

“그렇지. 어차피 보너스 볼도 포함시켜서 뽑아낸 숫자들이니까.”

“잠시 만요.”

재학은 웅창이 건네주었던 로또 영수증을 꺼냈다.

“그러면 5 11 16 19 21 34 35 이렇게 7개가 되는군요.”

“우리 한번 맨 뒤 35 대신 맨 앞에 5를 넣고 하나 더 사볼까?”

“그렇게 하시죠. 어차피 지난번 4등 당첨금이 있으니 손해 볼 것도 없으니까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재학은 로또 용지 두 장을 꺼내 똑같이 마킹을 했다.

“이따가 팀장님 가실 때 저도 나가서 사야겠습니다.”

“이 사람 급하긴.”

“쇠뿔도 빼려면 단김에 빼라고 했잖습니까?”

“그 말이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건가?”

“아닌가요? 하하하.”

재학과 마트에서 헤어진 웅창은 예감이 좋았다.

왠지 모르게 여유로움이 느껴졌고 모든 걱정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 예감은 집에 와서도 계속됐다.

“여보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

“아버지 오늘 기분이 좋으신가 봐요?”

웅창의 이런 기분은 식구들 눈에도 그렇게 보였나 보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집안 분위기도 밝아진 모습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저녁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을 맞는 웅창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기분 좋게 아침을 먹고 재학의 집으로 향하는 웅창은 전보다 재학과 독두에게 당당해진 느낌이었다.

“오셨습니까?”

웅창의 좋은 예감은 재학도 마찬가지였다.

“박과장 좋은 일 있나봐?”

“그렇게 보입니까?”

“응. 평소에도 밝은 표정이었는데 오늘은 특히 더 밝아 보이는데?”

“어제 팀장님하고 로또를 산 다음부터 이상하게 기분이 들뜨더라고요.”

“나도 그래. 이번에 당첨 되려고 그러는 거 아닐까?”

“글쎄요. 그것까진 아닌 것 같습니다.”

“기분이 들뜬다며?”

“옛날 집사람이 아이 가졌을 때처럼 그래야 되는데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아이?”

“네. 실은 집사람이 아이를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아이 갖고 얼마 있다가 이상이 생겨서 동네 산부인과에 갔는데 집사람 자궁에 문제가 있어서 자연 유산됐습니다. 그러고 나서 괜찮았는데 또 다시 문제가 생겨서 종합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는데 처음부터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답니다. 또 임신을 하면 그땐 집사람이 위험해 질 수 있다지 뭡니까?”

“저런.”

“서운하긴 했지만 집사람 위해서 아이는 포기하기로 했죠.”

“그런 사연이 있었군.”

웅창은 재학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괜히 쓸데없는 말을 했습니다.”

“아냐. 아냐. 아무튼 난 느낌이 아주 좋아. 참, 독두씨한테도 이야기 해줬나?”

“아닌 게 아니라 어제 팀장 가시고 나서 얘길 했죠. 그런데 그건 절대 아니라면서 자긴 내일 정해질 번호로 하겠답니다.”

“그래?”

“팀장님 말씀대로 그 사람은 우리하고 좀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 제멋이지 뭐. 작업은 다 끝났어?”

“네. 오늘 아침에 끝났습니다.”

“그럼 결과를 좀 볼까?”

“네. 그런데 이상합니다. 나온 번호가 거의 팀장님 것과 일치합니다.”

“내 것과 일치한다구?”

“네. 여기 보십시오.”

5 11 16 18 19 21 22 23 25 26 27

29 30 32 34 35 38 43

“모두 18개인가?”

“네. 여기 보시면 5 26 27 32 38 43을 빼면 팀장님 자료에 다 있는 숫자들입니다. 그러니까 18개 중 12개가 같습니다.”

“정말 그러네. 그리고 여기 5번 말이야. 이것 참 절묘하다는 생각 안 들어? 단 한 개 나온 게 우리가 선택한 번호와 일치 한다는 거.”

“내일 독두씨 와봐야 알겠지만 5번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 왜 그랬을까?”

“네? 뭐가요?”

“우리가 어제 산 번호 말이야. 어차피 밑져봐야 본전 아닌가?”

“모르죠. 아무튼 그 사람 우리하고 생각이 좀 다른 가 봅니다. 하지만 본성은 착한 사람입니다.”

“본성은 누구나 다 착한 법이야. 오늘은 이만 하고 내일 계속하지.”

웅창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독두를 떠올렸다. 몇 가닥 안 되는 머리칼 탓에 거의 훤히 드러난 이마, 맑지 못한 눈매, 모든 것이 웅창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웅창은 목표만 달성하고 나면 더 이상 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금요일, 웅창이 재학의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독두가 와 있었다.

“아이고 팀장님. 일주일 만에 뵙습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웅창은 내키지 않는 웃음으로 답을 했다.

“독두씨도 별고 없었죠?”

“그럼요.”

그 사이 재학은 웅창이 마실 커피를 갖고 왔다.

“독두씨 번호는 나왔어요?”

“네. 여기.”

독두는 어쩐 일인지 노트북 대신 번호들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노트북은 안 갖고 왔나요?”

“네. 어차피 번호만 있으면 되고 또 무겁고 해서 집에 두고 왔습니다.”

“그럼 우리 한번 봅시다.”

5 16 18 25 27 30 35 43.

독두는 집에서 생각했던 대로 자신이 따로 찍은 번호는 내놓지 않았다.

“박과장 이거 봤어?”

“네. 그래서 각자가 뽑은 번호들을 비교했습니다. 마형과 제가 뽑은 번호는 이겁니다.”

5 11 18 25 30 43.

“모두 두 번씩 공통적으로 나온 번호들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독두씨 직감은 어때요?”

“저도 그게 맞을 것 같습니다. 번호 모양도 좋고 다만.”

“다만?”

“네. 합이 지난주하고 똑같다는 겁니다. 같은 번호가 연속 나오긴 해도 합이 연속으로 똑같이 나오기는 드물거든요.”

“그래도 독두씨 직감이 들어간 건데 이대로 밀어 붙입시다.”

“참. 팀장님. 박형한테 얘길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번호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해보는 거예요. 박과장 용지 있어?”

재학은 웅창과 독두에게 용지를 한 장씩 나누어 주고 책상에 앉아 마킹을 했다.

“자, 로또야 우리의 정성이 지극하지 않니? 이번엔 우리한테 와야 한다.”

“아이고 박형. 어련히 알아서 올까요. 하하하”

“혹시 압니까? 이러면 로또도 마음이 약해져서 와 줄지 모르죠. 하하하.”

금요일은 번호만 정해지면 딱히 할 일이 없는 날이었다. 웅창은 독두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과 한배를 탔고 그 역시 자신과 다르지 않은 입장이라는 생각에 동병상린의 정은 느끼고 있었다.

“오늘은 독두씨도 오고했으니까 팀장인 내가 점심을 사지. 박과장 중국집 말고는 시켜 먹을 데가 없나?”

“아닙니다. 치킨도 있고 피자, 한식, 일식, 양식도 있습니다. 말씀만 하시면 제가 바로 주문하겠습니다.”

“독두씨 뭐가 좋겠어요? 먹고 싶은 거 시켜요.”

갑작스런 웅창의 제안에 잠시 머쓱해 하던 독두는 어렵게 입을 뗐다.

“돈가스 먹어 본지 오래 됐는데 그것도 괜찮겠습니까?”

“돈가스요? 그건 나도 좋아해요. 박과장은?”

“저도 그걸로 하죠.”

“이왕 시키는 거 양 많은 걸로 시켜.”

“그럼 이렇게 하죠. 여기 일식정식이 있는데 돈가스하고 함박스테이크가 같이 나옵니다. 가격도 별 차이 없고요. 전에 마형하고 같이 먹어봤는데 괜찮았습니다.”

“그럼 그걸로 해.”

“팀장님 덕에 오랜만에 돈가스 먹게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원. 별말씀을. 독두씬 가족이 어떻게 돼요?”

“집사람하고 중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습니다.”

“박과장한테 얘기 들으니까 부인이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네 생활은 집사람이 벌어 오는 돈으로 하고 있죠. 전에 제가 사업한다고 손댔다가 전부 날렸거든요.”

“어떤 사업을 했는데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하청을 받아 하는 운수 업체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먹고 살기 괜찮았죠. 그런데 기사 하나가 고속도로에서 수학여행 버스를 들이면서 투자했던 돈을 모두 날리고 말았죠.”

“그랬군요. 그래도 독두씨나 박과장은 부인들이 모두 능력이 있으니 복 받은 겁니다.”

“팀장님은 어떻게 사세요?”

“난 옛날에 저축해 놓은 돈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그동안 재취업을 해보려고 했는데 나이 많다고 전부 거절하더군요. 결국 그래서 로또를 하게 됐죠.”

“그렇군요. 잘 하셨습니다.”

그때 거실에서 재학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자, 나오십시오.”

“어? 음식이 왔나? 갑시다.”

거실에 나가보니 언제 음식이 왔는지 이미 상이 차려져 있었다.

“언제 왔어?”

“조금 전에요.”

“얘길 하지.”

“두 분 말씀하시는데 방해될 것 같아서요.”

“음식 값 얼마야?”

“그냥 두세요. 제가 계산했습니다.”

“아냐. 내가 사기로 했으니까 돈은 내가 내야지. 얼마야?”

“모두 만 팔천 원입니다.”

“육천 원씩인가?”

“네.”

“야. 육천 원짜리치고는 정말 괜찮은데? 이게 진짜 육천 원이야?”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이 동네 음식점들은 전쟁 중이라고. 그 바람에 사먹는 사람들은 아주 덕을 보고 있죠.”

웅창은 재학에게 돈을 주고 상 앞에 앉았다.

“자, 우리 먹읍시다.”

“잘 먹겠습니다. 팀장님.”

“독두씨 많이 먹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 직감 부탁합니다.”

“네.”

웅창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쩌면 독두에게 닥쳤던 모든 상황이 오늘의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천성이었다. 거기 출신들에게 두 번이나 당한 적이 있는 웅창이 독두를 생각하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재학의 집에서 같이 이야기 하면서 잠시 연민의 정이 들기도 했으나 독두보다는 그의 가족들에 대한 것이었다.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뜬 웅창은 갑자기 세상이 달라보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매일 아침 느꼈던 고단함도 전혀 없었다. 욕실에서 세수를 끝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모습을 보는데 흐뭇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뭐 좋은 일 있어요?”

“응?”

마침 방에 들어 온 아내가 콧노래를 부르며 나오는 웅창과 마주친 것이다.

“일은 무슨. 그냥 기분이 좋은 것 같아서.”

“요즘 하는 일이 마음에 드나 보죠?”

“응. 그런 대로.”

“그런데 무슨 일 하는 거예요?”

“실은 일이랄 것도 없어 옛날 부하직원하고 사업제안서 같은 거 만드는 일인데. 전에 내가 하던 일이고 해서 힘들진 않더라구.”

“그럼 그걸로 사업하는 거예요?”

“아직 몰라. 다 되면 여기저기 스폰서 될 만한 데 보내고 기다려봐야지.”

“잘 되겠죠. 당신이 하는 일인데. 아침 드세요.”

“응. 금방 나갈 게.”

얼떨결에 거짓말을 한 웅창은 잠시 멍한 기분이었다.

‘어쩌다 내가 저 사람한테까지 거짓말을 하게 됐지? 하긴 모르는 게 약이지.’

아침을 먹은 웅창은 오랜만에 베란다에 있는 화분을 손질했다.

밖은 찬바람이 불고 있었으나 밀폐된 창문 덕에 베란다엔 따사로운 햇빛이 가득했다. 화분을 손질하던 웅창은 재학과 함께 샀던 로또 번호를 떠올렸다.

5 11 16 19 21 34.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 좋은 번호였다. 화분 손질을 끝내고 일거리를 찾았지만 집안에 딱히 손댈 만한 것은 없었다. 그것은 평소 완벽을 추구하는 웅창의 성격 탓이기도 했다. 오후 내내 위성TV의 영화에 매달리던 웅창은 저녁이 다가오면서 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가슴이 조금씩 뛰는 것이 곧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었다.

“저녁 드세요.”

“애들은?”

“방에 있어요. 준수야 은진아 저녁 먹어라.”

방에서 뭘 하는지 하루 종일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아이들은 제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그제야 모습을 보였다.

“하루 종일 방에서 뭐했니?”

“교수님이 부탁하신 외국 논문 번역 좀 하느라고요.”

“참, 은진이 너 영어 잘하지?”

“그냥 조금요.”

“조금? 회화도 해.”

“번역은 모르겠는데 회화는 좀 그래요.”

“영어는 회화 못하면 허당이야.”

“알아요. 회화는 준수가 잘하죠.”

“준수는 요즘 회화공부 계속하니?”

“그럼요. 그래도 아버지만 하겠어요?”

“나도 해본지가 오래돼서 이젠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다.”

“아버지 그럼 저하고 내일 같이 가실래요?”

“어딜?”

“제 여자 친구 중에 캐나다 아이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실래요?”

“됐다. 어서 저녁이나 먹어라.”

“호호호.”

갑작스런 아내의 웃음에 웅창은 눈이 동그래졌다.

“당신 갑자기 왜 그래?”

“당신 밑천 드러날까 봐 그런 거죠?”

“어허. 이 사람 애들 앞에서. 당신도 예전에 봤잖아? 나 영어 하는 거.”

“하긴. 은진이 너도 아빠만큼은 해야 돼.”

“알았어. 나도 아주 못하는 건 아냐.”

은진은 엄마의 채근에 얼굴이 붉어졌다.

“애들이 모두 당신 닮긴 한 거 같은데. 완벽하진 못한가 봐요.”

“그게 무슨 소리야?”

“애들 고등학교 때 보니까 준수는 회화는 잘하는데 독해가 약하고 은진인 독해는 강한데 회화가 약한 걸 보니 애들이 당신 반씩만 닮았나 봐요.”

“그래? 공평해서 좋네.”

저녁을 먹고 뉴스 다음에 하는 로또 추첨방송을 보는 웅창은 다시 한 번 그 번호를 떠올렸다.

“자, 첫 번째 공이 나오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공은 주황색 11번입니다. 다시 두 번째 공입니다. 두 번째는 노란색 21번입니다. 세 번째는 좀 뜸을 들이는데요. 아,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초록색 43번입니다.”

실망스러웠다. 웅창이 그렇게 미련을 두었던 번호 중엔 43번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온 네 번째 숫자는 그런 대로 만족감을 주었다.

“네 번째 공입니다. 네 번째는 주황색 19번입니다.”

‘5등이네.’

그런데 뒤이어 나오는 공들은 웅창의 가슴에 방아를 찧게 했다.

“다섯 번째 공입니다. 다섯 번째는 빨간색 5번입니다.”

‘뭐야? 그럼 또 4등? 와’

그리고 여섯 번째 숫자가 나오자 웅창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여섯 번째 공입니다. 여섯 번째는 초록색 34번입니다.”

‘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너스 볼입니다. 보너스 볼은 역시 초록색 31번입니다. 이번 주 220회 로또 1등 당첨번호는 11번 21번 43번 19번 5번 34번입니다. 그리고 2등 보너스볼은 31번입니다. 당첨된 모든 분들 축하드리며 이번주 로또 추첨방송은 이것을 마치겠습니다.”

방송이 끝나자 웅창은 점퍼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영수증 3장을 꺼내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확인해 보니 3장 중 하나가 3등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재학에게 가면서 샀던 것도 4등 당첨이었고 최종적으로 확정했던 것은 5등 당첨이었다. 만약 3등 번호에 독두가 뽑아준 43을 16대신 넣었더라면 1등에 당첨될 수 있었다. 이럴 때 누구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이것이 자동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인 근거로 뽑았다는 사실에 웅창은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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