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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로또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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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0.12.30 16:20
최근연재일 :
2010.12.30 16:2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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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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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1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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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로또의 미소 (3)

DUMMY

평생 로또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심한 사람들이나 사는 거라고 늘 얘기했던 아버지였다. 그런데 도저히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 준수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어쩌다 호기심에 한 장 사신 거겠지 라고 여기고 싶었지만 아버지 손에 들려 있던 로또는 분명 2장이었다. 그것은 호기심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것을 보는 아버지 얼굴엔 비장함까지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집을 내 놓으셨구나.’

순간 아버지가 집을 내놓은 것이 생각난 준수는 아버지가 지금 많이 힘들어 한다는 것을 집작할 수 있었고 마치 봇물 터지듯 준수의 머릿속엔 오래된 기억까지 살아나고 있었다. 집에 담배가 있는데도 가끔 편의점에 가던 아버지가 생각난 것이다.

‘그것 때문에?’

아버지 손에 들려 있던 로또를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아버지와 간식을 먹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집에 들어갈 마음이 없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식구들에겐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고 있을 아버지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준수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했다.

“엄마 저예요. 오늘 좀 늦어요.”

집에 전화를 한 준수는 발길을 돌려 지하철역으로 향하면서 다시 전화를 했다.

“나 준순데, 호프 한잔 안 할래?”

친구를 밖으로 불러낸 준수는 시내의 호프집에서 맥주만 들이켜고 있었다.

“뭔 일 있냐? 아까부터 말도 없이 술만 들이키게.”

친구는 준수의 표정에서 평소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경은이하고 헤어졌냐?”

거의 잔을 비운 준수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라. 집에 문제가 생겼어.”

“집에?”

“응.”

“너희 전원주택으로 이사 간다고 했잖아?”

“응. 그런데. 그게 다른 이유가 있었더라구.”

친구는 입을 다문 채 준수의 다음 얘기를 기다렸다.

“실은 돈 때문인 거 같아.”

“돈?”

“아버진 우리한테 돈 있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가봐.”

“왜? 빚이라도 진거야?”

준수는 편의점에서 로또를 사고 있는 아버지를 본 것을 이야기했다. 준수에게 아버지는 일확천금이나 노리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는 차원이 틀린 아버지였다. 친구는 호기심에 한번 사 볼 때도 있다며 위로했지만 복덕방에 집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돈이 급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먹고 살 돈 때문에?”

“그렇지.”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그랬거든.”

“벌써 6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팔리질 않아.”

“돌대가리 하나가 여러 국민 죽이는군.”

“야. 옛날하고 우리 입장이 완전히 바뀐 거 보니까 웃기지 않냐?”

“네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그때는 나도 그랬으니까. 우리 아버진 지금도 편의점 갈 때마다 로또 사.”

“차라리 우리 아버지도 너희 아버지처럼 털털했으면 이러지도 않아.”

“털털? 네가 몰라서 그래.”

“뭘?”

“우리 아버지 워낙 얼굴이 두껍잖아? 겉으로는 순한 척 하면서 속은 온갖 잔머리로 잔뜩 무장한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이 너무 싫어.”

“그래도 식구들한텐 잘 하시잖아?”

“그러면 뭐하냐? 그런데 날이 갈수록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거 있지? 하루가 다르게 머리가 빠지는데 정말 미치겠어. 이러다 장가가기도 전에 마빡이 되게 생겼어.”

“그런데 아버지 과거는 어떻게 알았냐?”

“처음엔 몰랐지. 한번은 과 후배하고 취직 문제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걔네 매형 얘기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까 아버지 회사에 같이 있더라구. 그걸 매형한테 얘기했나봐. 그런데 전에 그 자식하고 술 먹다가 좀 티격태격 했는데 그 자리에서 우리아버지 얘길 하더라구.”

“뭐라고 했는데?”

“아버지가 개떡 같으니까 새끼도 그렇다고. 나중에 화해하면서 물어보니까 얘기 해주더라. 그런 아버지 아들이라는 게 너무 싫어.”

친구가 자신의 아버지를 이렇게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IMF 한파가 한창이던 당시 몇 번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으나 그때마다 선배의 도움으로 제외될 수 있었다. 처음엔 그런 선배를 둔 아버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훗날 그 선배에게 은혜를 배은망덕으로 갚는 아버지였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부자간의 대화가 끊어진지 오래였다.

“야, 강준수. 우리 아버지에 비하면 너희 아버진 진짜 멋쟁이셔. 생각해 봐라. 평생 늘 그런 모습만 보이신 분인데 너 같으면 로또 사는 거 보여주고 싶겠냐? 그냥 모른 척하고 평소처럼 굴어. 임마. 지금 네가 아버지께 해드릴 수 있는 건 그것뿐이야. 그런 아버지를 둔 네가 얼마나 행복한 건줄 알아? 난 시발, 아버지냐구. 배신이나 때리고. 야, 술이나 먹자.”

열한시가 넘었지만 준수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얘가 왜 이렇게 늦지? 지금 몇 시야?”

신경질 적인 말투로 아이를 기다리는 지화를 본 웅창은 왜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내자식인데 뭘 그렇게 걱정을 해?”

“아유, 당신이 몰라서 그래요. 덩치만 컸지. 아직 멀었어요.”

“그냥 놔둬. 대학 2학년이면 제가 알아서 할 나이야. 물론 당신도 그렇겠지만 녀석이 말은 안 해도 나 때문에 남들 보기 좀 그럴 거야. 그러니까 밖에서 친구들하고 실컷 어울리게 놔둬.”

웅창은 만약 아들아이가 자신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얼마나 속상해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천정부지로 오른 등록금이 부담스럽다는 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 그래도 아버지가 경제력이 있어 자신은 남들처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녀석이다. 어쨌든 웅창은 로또를 지상명제로 생각했다.

‘반드시 해내고 말겠다. 아니 반드시 해내야 한다.’

웅창은 또 다시 다짐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소리에 잠을 깬 웅창이 거실로 나가보니 거기엔 지화가 방금 들어 온 아들아이를 앞에 놓고 한바탕 설교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지금 몇 시니? 새벽 세시야 세시. 지금까지 어디서 뭐하고 있다 온 거야?”

지화는 웅창이 나온 줄도 모르고 계속 아이를 다그쳤다.

“지금 자면 아침에 일어 날 수 있을 것 같아? 만날 깨워야 일어나는 녀석이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다음 주부터 중간고사라 이번 주는 수요일하고 목요일만 가면 돼요.”

“그럼 시험공부나 할 것이지. 어디서 새벽까지 술이야 술이. 생전 안 하던 짓을 하고 웬일이니?”

“죄송해요.”

그때까지 계속 지켜보던 웅창도 아들아이의 갑작스런 행동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속을 썩인 적이 없는 녀석이다. 중고등학교부터 대학 입학까지 스스로 알아서 했고 어쩌다 술을 먹어도 이토록 늦은 적이 없었다.

“여보 그만해. 준수 들어가 자라.”

“네. 죄송합니다.”

아들아이는 축 늘어진 모습을 한 채 방으로 들어갔다.

“그만 들어와.”

웅창은 아직은 분이 덜 풀린 지화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한편 자기 방에 들어 온 준수는 아무 것도 모르고 저러는 엄마가 원망스럽기 보다는 안타까웠다. 평소보다 많은 음주량 때문에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누운 준수는 뜬 눈으로 새벽까지 있다가 아침이 돼서야 잠이 들었다.

“엄마 준수 들어왔어?”

“응.”

“언제?”

“새벽 세시에 들어왔더라.”

“무슨 일 있었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는 딸아이도 걱정이 됐는지 연신 질문을 했다.

“몰라.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술 냄새가 진동을 하더라.”

“그 냄새였구나. 난 무슨 냄샌가 했지.”

“베란다 문 좀 열어 놔라.”

“응. 그런데 아빠 요즘 뭐 하셔?”

“왜?”

“새벽에 잠도 안 주무시고 컴퓨터 하실 때가 많던데?”

“할일이 있으신가 보지. 얼른 세수하고 밥 먹어.”

“준수 학교 안 간대?”

“다음 주부터 중간고사라 이번 주는 수요일하고 목요일만 가면 된다더라. 정신없는 녀석.”

“난 다다음주 부턴데.”

“준수가 너 반만 따라가도 원이 없겠다. 등록금이 어디 한두 푼 이래야지.”

딸아이는 매학기 장학금을 놓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탓에 가끔 교수들의 일을 도와주면서 용돈을 벌기도 했다. 웅창이 2년이 넘도록 수입 한 푼 없이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딸아이의 그런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들아이는 그런 소동이 있고 난 후 부쩍 말수가 줄어 있었다. 전처럼 음악을 듣는 일도 없었고 심지어는 컴퓨터 게임도 하지 않았다. 다음 주에 있을 시험공부를 하는지 자기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목요일 날 잠깐 학교에 다녀온 뒤로는 밥 먹을 때가 아니면 거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웅창은 그런 아들아이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철이 드느라 그러려니 하는 생각으로 모른 체했다. 드디어 토요일, 웅창은 아침부터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여보 무슨 일 있어요?”

“왜?”

“아뇨. 당신 오늘따라 안절부절 하는 것 같아서요.”

“내가 그랬어?”

웅창은 쓴 웃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감추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했지만 웅창은 하루 종일 가만ㄹ히 앉아있질 못했다. 생전 들어가 보지도 않던 아들아이 방에 들어가질 않나, 아무 이상도 없는 딸아이 방의 등을 켰다 껐다 하면서 잠시도 가만있질 못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을 먹으며 TV를 보는 웅창은 어서 빨리 뉴스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안녕하십니까?”

방송이 시작되자 기대감과 긴장감이 어우러져 맛도 모르는 밥을 먹고 있었다.

“이번 주 로또 1등 번호는 34번 31번 25번 44번 14번 40번 그리고 보너스 볼은 24번입니다.”

순간 웅창은 자신이 조합했던 번호 중 몇 개가 일치하는 것을 기억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며 숟가락 놓기가 바쁘게 장롱 속에 걸어둔 점퍼에서 로또 영수증을 꺼냈다. 기대에 찼던 그는 이내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어 한숨을 내쉬며 아쉬운 마음에 영수증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3 14 23 24 25 31.

14 23 24 25 31 40.

3 23 24 25 31 40.

3 14 24 25 31 40.

3 14 23 25 31 40.

3 14 23 24 31 40.

3 14 23 24 25 40.

그런데 영수증을 보고 있던 웅창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5등이 4개 4등이 3개나 당첨된 것이다.

‘아깝다. 두 개만 맞았으면 되는 건데. 어쩐지 20번대가 너무 많이 나오더라. 그래도 이게 어디야.’

웅창이 로또를 시작한 이래 이렇게 당첨이 많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무튼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 틀림없어.’

비록 원하는 대로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풍족한 마음으로 일요일을 보낸 웅창은 월요일 오후 비교적 가벼운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비록 1등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자신이 받을 당첨금이 10만원은 넘을 것이라는 생각과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일궈낸 미완의 성공에 만족하며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던 웅창은 천정에 설치된 LED 패널에 자신의 번호가 나타나자 창구로 다가갔다.

“로또 복권 바꾸러 왔습니다.”

은행직원은 웅창이 내민 영수증을 확인하고 깜짝 놀라며 활짝 웃었다.

“어머! 어떻게 이런 일이.”

“왜요? 이상합니까?”

“아뇨. 이런 건 처음 봤거든요.”

“저도 처음입니다. 4등 세 개하고 5등 두 개죠?”

“완벽하게 맞았네요. 신분증 주시구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직원은 복권을 다른 직원에게 보여주며 계산을 했다. 잠시 후 직원이 내민 돈은 모두 천원 132,199원이었다.

“세금 제하고 모두 십삼만 이천 백 구십 구원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당첨금 받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물론 전에도 두어 번 4등에 당첨된 적은 있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달랐다. 그때는 순전히 운에 맡긴 것이었고 이번엔 자신이 스스로 해낸 것이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1등이 아니라서 아쉽긴 했지만 앞으로 생활비를 쓰지 않고도 최소한 스무 번 이상의 로또구입 자금이 생긴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슈퍼에 들른 웅창은 오랜만에 아내가 좋아하는 등심 한 근을 샀다. 아내가 그토록 좋아했지만 생활비를 아끼느라 등심 먹어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할 수도 없었다.

“어머! 이거 웬 거예요?”

“등심 먹어본 지 오래잖아? 그래서.”

오랜만에 등심구이로 저녁을 먹는 식구들을 보는 웅창의 마음은 성취감 바로 그 자체였다.

‘이제 조금만 더하면 된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두 개가 틀렸을까?’

저녁을 먹는 웅창의 머릿속은 로또방정식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런 웅창을 지화와 은영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지만 웅창을 힐끔 쳐다본 준수는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아이들은 시험공부 한다고 각자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웅창은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렸지만 때가 때였던지라 아이들 방의 불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웅창이 새벽 늦게까지 방을 들락거렸지만 12시도 안되어 잠이 든 지화는 그런 것도 모르고 숨소리만 내고 있었다. 오늘은 안 되겠구나 하며 잠을 자려던 웅창은 밖에서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자 살며시 일어나 밖을 살폈다. 잠시 후 아이들 방의 불이 꺼졌고 30분 정도 기다린 웅창은 거실에 나가 컴퓨터를 켰다.


207회 14 31 32 11 3 37 38

17 4 40 32 45 16 37

37 20 38 34 10 -30 14 -18 26 -19 16 0 11 -26

41 4 12 -26 11 1 31 17 28 2 32 16 26 15

38 -3 10 -2 32 21 11 -20 18 -10 37 5 13 -13

11 -27 22 12 10 -1 12 -6 39 2 16 3

31 20 31 9 18 8 1 -11 9 -7

10 -21 36 5 30 12 3 2 33 24

25 15 39 3 11 8 7 -26

6 -19 22 -17 38 31

14 8 34 -4

7 -7 2 -32

22 -1 22 2.3 19 -3 21 0 16 -5 26 5.8 22 -4

예상208 14 23.2 24 25.5 11 35.4 10

실제조합14 23 24 25 31 40 38

208회 14 25 31 40


엑셀 파일을 화면에 올린 웅창은 4등에 당첨된 번호 중 일치한 숫자를 맨 아래에 따로 입력을 했다. 그리곤 일치하지 않았던 두 개의 숫자에 집중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34번과 44번인데.’

그때 웅창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207회 당첨번호 6개의 평균인 21을 보너스 볼 38에서 빼면 17이 되었고 그것을 2로 곱한 값이 34였다. 그러나 이것은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이어서 웅창은 흡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달리 연관 지을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찾느라 벌써 두 시간 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웅창은 베란다 밖의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보고서야 컴퓨터를 끄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내가 깨지 않게 살그머니 침대에 누었지만 그만 매트리스 흔들림에 눈을 뜨고 말았다.

“어머! 안 잤어요?”

“안자긴. 화장실 좀 다녀오느라고. 더 자. 아직 시간 멀었어.”

하지만 웅창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런 웅창이 어디지 이상했으나 지화는 시계를 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웅창이 다시 일어났을 때는 이미 오전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도대체 뭐가 있는 걸까?’

웅창의 머릿속은 온통 로또 생각으로 차 있었다.

‘이 방법이 맞긴 맞는데. 내가 놓친 게 있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는 있지도 않은 해답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긴 했으나 이미 절박함 속에 갇힌 웅창에게 달리 선택할 길은 없었다.

‘밥 먹고 다시 한 번 봐야겠다.’

욕실에서 나온 웅창이 밖으로 나가보니 애들은 학교에 갔는지 방문이 열려있고 아내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요즘 매일 늦게 일어나는 통에 하루에 두 번씩 아침을 차려야 하는 아내 보기가 미안해진 웅창은 직접 밥을 찾았다. 그때 빨래를 널고 거실로 들어서던 지화는 웅창의 그러한 행동을 보자 곧바로 다가왔다.

“일어났으면 얘길 하지 않고, 앉아있어요. 금방 차릴게요. 그런데 당신 요즘 새벽에 뭐하기에 매일 늦게 자요?”

“뭣 좀 하느라고. 참, 부동산에선 연락 없었어?”

“네. 요즘 부동산 경기가 말이 아니래요.”

“빨리 팔려야 할 텐데.”

웅창은 아내가 차려준 아침을 먹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아파트는 왜 내 놓았어요?”

“언제까지 있는 돈 갖고 살수는 없잖아?”

“그럼 장사하게요?”

“수입이 전혀 없는데 뭐라도 해야지.”

웅창의 얘기를 듣고 있던 지화는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

“장사도 쉽지 않다고 하던데. 뭘 할 건데요?”

“집 팔리면 알아봐야지. 우리 이거 13억에 내 놓았지?”

“그렇죠. 그런데 뉴스 보니까 요즘 아파트값 많이 내렸다던데.”

“13억 다 받을 수 있겠어? 아무래도 조금은 깎이겠지.”

“내 친구는 우리보다 조금 작은 거 11억에 팔았다고 하던데.”

“우리도 최소한 그 정도는 받아야지. 잘 먹었어.”

주방에서 나온 웅창은 담배를 입에 물고 컴퓨터 파일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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