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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로또의 미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0.12.30 16:20
최근연재일 :
2010.12.30 16:2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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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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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글자수 :
213,152

작성
10.12.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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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23쪽

로또의 미소 (2)

DUMMY

25 2 3 20 1 15 43

17 4 40 32 45 16 37

37 38 10 14 26 16 11

41 12 11 31 28 32 26

38 10 32 11 18 37 13

11 22 10 12 39 16

31 31 18 1 9

10 36 30 3 33

25 39 11 7

6 22 38

14 34

7 2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그것은 웅창이 예상했던 것이 아니었다. 어느 것을 봐도 확률이나 빈도를 적용할 만한 조건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기엔 데이터가 너무 빈약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있던 웅창은 갑자기 묘안이 떠올랐다.

‘맞아. 전체 평균을 내보는 거야. 그런 다음 206회 번호에 그것들을 적용하면 될 거야.’


206 25 증감 2 증감 3 증감 20 증감 1 증감 15 증감 43 증감

17 4 40 32 45 16 37

37 20 38 34 10 -30 14 -18 26 -19 16 0 11 -26

41 4 12 -26 11 1 31 17 28 2 32 16 26 15

38 -3 10 -2 32 21 11 -20 18 -10 37 5 13 -13

11 -27 22 12 10 -1 12 -6 39 2 16 3

31 20 31 9 18 8 1 -11 9 -7

10 -21 36 5 30 12 3 2 33 24

25 15 39 3 11 8 7 -26

6 -19 22 -17 38 31

14 8 34 -4

7 -7 2 -32

평균 22 -1 22 2.3 19 -3 21 0 16 -5 26 5.8 22 -4


‘그래, 이거야.’

웅창은 숫자들을 조합했다. 25다음에 나온 숫자들의 평균값이 22이고 평균 증감 수치가 -1 그리고 제일 나중에 나왔던 숫자가 7이니 그의 논리대로라면 다음에 나올 숫자는 7에다 -1을 더한 6에 평균값 22와 6을 더해 나눈 값 14였다. 그렇게 해서 나온 숫자가 14 23.15 24 25.5 11 35.4였고 보너스 볼은 10이었다.

‘그렇다면 207회 번호는 14 23 24 26 11 35가 되겠군.’

지난 한 달 넘게 계속된 실망감이 보상되는 듯 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5시를 넘고 있었다. 어차피 잘 시간은 지났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아침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위성TV를 보며 시간을 보낸 웅창은 아침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동네 편의점으로 향했다. 거기서 로또를 사고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샀다. 전에는 부족하긴 했지만 가끔 아이들 간식과 반찬거리를 사곤 했지만 점점 자금 압박을 느끼면서 뜸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로또에 매달리고 난 이후 다른 일엔 거의 신경 쓰지 않아서였고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조금만 참아라. 곧 그날이 온다.’

집으로 가는 웅창의 걸음은 오랜만에 활기가 있었고 새로운 방법을 알아냈다는 사실에 잔득 고무되어 있었다.

“이게 다 뭐에요?”

웅창이 내미는 쇼핑봉지를 본 지화는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오랜만에 환한 표정을 보였다.

“요즘 집에 간식거리가 없는 것 같아서 좀 샀어.”

웅창은 쇼핑백을 지화에게 건네고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여보 일어나 보세요.”

“응? 왜?”

“전화예요.”

“누구래?”

“전에 회사에 같이 있던 사람이라던데요?”

“그래? 누구지?”

웅창은 옆에 있던 전화기를 들었다.

“네.”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전에 웅창 팀에 있던 박재학과장이었다. 여전히 재직중일 것으로 알았던 그는 이미 한달전 퇴직을 한 상태였다. 이직을 했겠거니 하고 되묻자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다른 데 간 거야?”

“아닙니다.”

“그럼?”

“잘렸습니다.”

“저런. 어쩌다?”

“그냥 당했죠. 뭐.”

“당하다니?”

그는 지난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가 퇴직을 당한 것은 웅창이 회사를 나오고 후임으로 왔다던 신임팀장 때문이었다. 재학의 얘기를 듣고 보니 그는 자기 아버지와 사장이 대학동창이라는 배경을 등에 엎고 들어온 사람이었다. 오래전 짐작은 했었지만 웅창이 회사를 나오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뒤 하는 일없이 빈둥거리는 것을 본 그의 아버지가 사장에게 부탁을 했던 것이다. 그의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대주주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차마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웅창의 자리를 차지한 그는 그런대로 팀장의 역할을 해 나가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부에서 프로젝트 건이 있으니 입찰하라는 연락을 받은 재학이 RFP를 검토해 보니 마침 회사에서 전에 몇 본 처리한 적이 있는 프로젝트와 유사한 것이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하여 재학은 즉시 보고서를 작성해 신임팀장에게 올렸다. 그런데 금방 결재할 줄 알았던 팀장이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다. 몇번 채근을 하다가 그 이유를 물어보니 외부 프로젝트 같은 거 자꾸 하면 직원들이 도망간다고 무조건 하지 말라며 책임은 자기가 지겠다고 했다. 어처구니 없었지만 팀장이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재학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실수였다. 결재를 올린지 한달쯤 지난 어느날이었다. 갑자기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더니 위에서 재학씨를 호출한 것이다. 이유를 모른채 불려간 재학씨는 이유를 알고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급히 호출당한 것은 다름 아닌 한달 전 팀장에게 올린 프로젝트 건 때문이었다. 그 프로젝트는 발주처 대표이사가 평소 친분이 있는 사장에게 직접 연락을 했던 것인데 하도 입찰을 안해 포기한 것으로 알고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해 버린 것이다. 당연히 사장은 노발대발했고 담당자인 재학씨를 문책하기에 이른 것이다. 재학씨는 이미 팀장에게 결재를 올렸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기가 막혔다. 재학씨의 말을 듣고 팀장을 불렀으나 만약 보았다면 당연히 즉시 결재를 했지 그냥 놔뒀겠냐며 자신은 전혀 기억이 없다고 발뺌을 한 것이다. 그런데 감사팀 직원이 재학씨가 올린 결재서류를 팀장의 책상에서 발견하면서 상황은 반전되는 듯 했다. 그러나 머리가 훤히 벗겨진 그의 잔머리는 그러한 위기를 교묘하게 빠져나가는데 충분했다. 올렸으면 말을 해야지 결재서류가 한 두건도 아니고 바쁜데 일일이 들춰볼 수도 없는 일이라며 또 다시 발뺌을 했다. 그제야 재학씨는 그가 왜 서명을 하지 않았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나 자신의 책상위에 있던 서류를 한달이 넘도록 손도 대지 않았다는 과실에선 벗어날 수 없었다. 모든 상황을 보고 받은 사장은 회사의 대주주인 그의 아버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결재를 올리면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억지 이유를 들어 재학씨는 명예퇴직을 당해야 했고 남들 보는 눈을 의식해 팀장에겐 시말서를 쓰게 하는 것으로 종결시킨 것이다.

“역시 생긴 대로 노는군. 머리는 번들거려 갖고. 박과장 복도 어지간히 없다. 어쩌다 그런 더러운 놈한테 걸렸어?”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튼 전라도 새끼들은 다 그런가 봅니다.”

“하긴 나도 그 동네출신한테 당한 적이 있지.”

“그 새끼들은 왜 그 모양이지? 그건 그렇고.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어?

“일단 퇴직금 받은 것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올해 마흔 다섯인 재학은 참여정부 시절 시작된 불경기로 인해 재취업이 쉽지 않자 조그만 가게를 개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웅창도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선배들은 쓰라닌 경험을 보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전 차라리 학교 선생이나 할 걸 그랬나 봅니다.”

“박과장 대학 때 수학 전공했다고 했지?”

“네. 친구들처럼 교직으로 나갔더라면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렇긴 하지만 후회할 필요까진 없어.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을 거 아냐?”

“그랬죠.”

“그럼 된 거야. 지금은 앞으로 박과장이 해야 할 결정이 중요하지 지난 결정은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어.”

“알겠습니다.”

“집이 어디라고 했었지?”

“수지입니다. 팀장님은 아직 강남이시죠?”

“응. 나도 다른 데로 옮겨볼까 하고 집을 내놓긴 했는데 그게 영 안 팔리네.”

“요즘 그렇죠.”

“그 개 같은 놈들이 쓸데없이 부동산 시장을 건드려 놔 갖고 말야. 아주 미치겠어.”

“기다려 보세요. 곧 풀리겠죠.”

“그래야지. 나중에 한번 시간 내서 얼굴 한번 보자.”

“네. 그렇게 하죠.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회사가 점점 썩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당장 웅창에게 급한 것은 입에 풀칠하는 것이었다. 박과장 전화 때문에 이미 잠은 달아나 버렸고 아직 아이들이 오려면 한참이나 있어야 했다. 웅창은 거실에 있는 아들아이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를 아들아이하고 같이 써야 했기에 아이들이 없는 시간이나 잠든 시간이 아니면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파일을 열었지만 늘 새벽에만 보았던 탓인지 집중도 안 되고 머릿속은 산만하기만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집중해 보려고 했으나 어차피 번호도 결정된 마당에 조금은 귀찮은 생각이 들어 컴퓨터를 끄고 TV를 켰다. 전에는 웅창의 일상 중 TV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다. 마땅히 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낮에 한창 일에 매달려 있을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찾아가자니 귀찮아 할 것 같은 생각에 그럴 수도 없었다. 그것 보다는 오라는 것도 아닌데 바쁜 사람들 시간이나 뺐을 자신이 초라해 보일 것 같아 쉽게 발걸음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하루종인 낮잠으로 소일하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어쩌다 집안에 고장 난 것이라도 있으면 일부러 하루 종일 거기에 매달리기도 했다.

“여보 저 모임 다녀올게요.”

“다녀와.”

“밥은 해 놓았고 반찬은 냉장고에 고기 재워놓았으니까 애들 오면 그거 구워서 먹어요.”

“애들 오늘 늦는다고 안 했어? 아까 아침에 그러는 것 같던데?”

“맞아. 그랬지. 그럼 혼자 먹어야겠네요?”

“뭐. 어때? 걱정 말고 다녀와.”

지화가 나가고 텅 빈 집안에 혼자 남게 된 웅창은 그동안 애써 모른 척 했던 단어를 떠올렸다.

‘실업자’

전에는 뉴스에서만 볼 수 있는 단어로 생각했었다. 남들보다 정직했고 남들처럼 업자들에게 리베이트를 받아먹은 적도 없었다. 그렇게 평생을 바쳐 일했는데도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자신을 내쫓은 회사가 원망스러웠고 그렇게 당한 지금의 자신을 생각하니 억울함에 욱하는 느낌이 들었다.

‘두고 봐라. 내가 어떻게 변하는지.’

토요일 아침, 웅창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도 식구들보다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 5일 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과 지화는 늦잠에 빠져 있었지만 베란다에서 가을의 정취를 바라보는 그의 머릿속은 저녁에 있을 방송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특별한 예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좋은 일 있을 때마다 경험했던 느낌이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것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진급 때도 그랬고 면허 시험에 합격할 때도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웅창은 이번에 새로 발견한 공식이 기대되었다.

‘이번엔 지난번보다 논리적이니까 가능성이 커.’

처음엔 자신이 만들어낸 공식이 틀림없다고 했던 웅창도 한 달 넘게 허탕을 치고 나자 어느새 ‘틀림없다’가 ‘가능성’으로 바뀌어 있었다. 베란다에서 연신 줄담배를 피우던 웅창은 아이들 소리가 나자 그제야 방으로 들어갔다.

“어? 아빠 일찍 일어나셨네요?”

딸아이였다.

“일어났니?”

“네. 그런데 아빠 요즘 무슨 일 있으세요?”

“나? 왜?”

“그냥요. 전처럼 말도 없으시고.”

“일은 무슨.”

“아빠, 저 아르바이트 한번 해볼까 해요.”

“아르바이트?”

“네. 저 아래 편의점 아저씨가 아르바이트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다른 학생들도 많을 텐데 왜 너한테?”

“실은요. 제가 전에 물어봤었거든요. 아빠 준수 등록금 대느라 힘드신데 조금이라도 도울 겸 또 사회경험도 쌓을 겸해서.”

“쓸데없는 생각 말고 넌 공부나 해. 늘 장학금 받는 애가 뭣 하러 그런 생각을 해?”

“준수 등록금이 만만치 않잖아요?”

“그건 은영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냐. 걱정하지 마라. 최소한 너희 둘 등록금 댈 돈은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철이 없는 아들아이에 비하면 장녀다운 말이었다. 어려서부터 공주처럼 자랐는데도 저런 생각을 하다니, 기특한 생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은영이가 그런 생각까지 할 정도로 자신이 초라해 보였나 하는 마음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어쨌든 다른 재주는 없는 웅창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남들이 아직은 찾지 못한 로또가 지니고 있을 숨겨진 룰을 찾는 일이다. 드디어 저녁 로또 추첨방송이 시작되고 웅창은 거기에 귀를 기울였다.

“207회 당첨번호는 14번 31번 32번 11번 3번 37번 그리고 2등 보너스 볼은 38번입니다.”

웅창이 만들었던 번호는 14번 23번 24번 26번 11번 35번, 이번에도 로또는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14번과 11번 두 개의 숫자가 일치하자 웅창은 실망보다는 작은 확신이 생겼다.

‘역시. 조금만 더하면 머지않아 되겠다.’

웅창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어쨌든 한번만 성공하면 인생역전이 실현되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식구들이 모두 잠들자 웅창은 또 다시 고독한 투쟁을 시작했다.

‘이것만 성공하면 난 죽어도 상관없다.’

사실 웅창은 지화에게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 있었다. 언젠가 회사에서 실시한 건강검진 당시 협심증 기미가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던 것이다. 의사는 정밀검사를 권했지만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당장 별다른 증세를 느끼지 않아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이다. 더구나 퇴직한 지 일 년이 넘은 지금 그동안 식구들 모르게 홀로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인지 가끔 가슴이 조여지는 압박감을 느낄 때가 잦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웅창에게 주어진 여건은 고액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정밀검사는 물론 자칫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당장 수술비가 문제였다. 얼마가 드는지 알아본 것은 아니었지만 수천만 원이 들지도 모르는 수술을 하기엔 지금의 현실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웅창이 로또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오십이나 된 자신을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데다가 설령 취직이 된다고 해도 지금의 건강상태로는 예전처럼 일을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다시 한 번 해보자. 두 개가 일치했다는 건 이 방법이 전혀 틀리진 않았다는 얘기야.’

웅창은 207회 번호를 추출했던 엑셀파일을 열었다.

‘그런데 나머지 숫자들은 뭐가 잘못 된 거지?’

웅창은 207회 당첨번호를 제일 밑에 입력했다.


206회 25 2 3 20 1 15 43

17 4 40 32 45 16 37

37 20 38 34 10 -30 14 -18 26 -19 16 0 11 -26

41 4 12 -26 11 1 31 17 28 2 32 16 26 15

38 -3 10 -2 32 21 11 -20 18 -10 37 5 13 -13

11 -27 22 12 10 -1 12 -6 39 2 16 3

31 20 31 9 18 8 1 -11 9 -7

10 -21 36 5 30 12 3 2 33 24

25 15 39 3 11 8 7 -26

6 -19 22 -17 38 31

14 8 34 -4

7 -7 2 -32

22 -1 22 2.3 19 -3 21 0 16 -5 26 5.8 22 -4


두 개는 일치했고 하나는 거의 근사치였지만 다른 것들은 너무 많은 차이가 났다.

‘어쨌든 두 개가 맞은 것을 보면 이 공식이 뭔가 시사하고 있는 거야.’

웅창은 일치하지 않은 네 개의 숫자에 집착했다. 자세히 보니 자신이 만든 것은 20번대가 세 개였고 당첨번호는 30번대가 세 개였다.

‘혹시?’

다른 시트를 열어 지난 당첨 번호들의 형태를 일일이 훑어보던 웅창에게 20번대 3개가 포함된 것이 연이어 있는 것이 눈에 띠었다. 더구나 같은 번호가 계속하여 나온 것을 보자 어쩌면 그것이 다음 번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무조건 절사해서 23번 24번 25번 그리고 이번에 나온 것 중에 31 하고 3번 그리고 14번으로 하자. 그런데 40번대가 없잖아?’

리스트를 보니 최근 들어 40번대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웅창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 확신을 갖고 만든 것은 3 14 23 24 25 31 이었다. 그런데 40번대 번호가 한동안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거의 나올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웅창은 엉뚱한 생각을 했다. 일치하지 않은 숫자 중 가장 근접했던 37에서 35를 뺀 것을 보너스 볼 38에 더하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40. 그러나 이번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6개 숫자 중 어느 것을 빼고 40을 넣어야 할지 쉽지 않았다. 만약 그것 때문에 1등을 놓치기라도 하면 그때의 쓰라림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분명 40번대 번호는 나올 때가 되었고 어쨌든 하나를 바꿔야 했기에 한 시간이상 고민하던 웅창은 일단 조합을 해보기로 마음먹고 로또 용지에 마킹을 했다.

3 14 23 24 25 31.

14 23 24 25 31 40.

3 23 24 25 31 40.

3 14 24 25 31 40.

3 14 23 25 31 40.

3 14 23 24 31 40.

3 14 23 24 25 40.

그렇게 마킹한 것이 모두 일곱 개. 그러면 칠천 원을 투자해야했다. 지금까지 오천 원 이상 사본 적이 없는 웅창은 마치 도박에 중독된 사람이 하는 짓 같아 조금 걸리긴 했으나 어차피 이것도 사업이라 생각하고 나머지 세 개를 자동으로 마킹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월요일 오후, 편의점에 들러 만원어치의 로또를 산 웅창은 평소보다 오천 원이나 더 쓴 것 때문에 조금은 찔리기도 했지만 다 가족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어떠냐는 식으로 스스로를 달랬다. 그가 예민한 탓일까? 정성스레 지갑에 로또를 넣은 웅창은 집에 몇 갑 남아있는데도 담배를 하나 샀다. 혹시라도 지화가 물으면 핑계거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인적 없는 골목길은 스산함까지 느껴졌다.

“어디 다녀와요?”

“담배가 떨어져서.”

“얘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오네?”

“누구?”

“준수요.”

“오겠지.”

문득 웅창은 시계를 올려다 본 웅창은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은 아이들이 집에 오는 길에 있었고 밖에서도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 앞을 지나던 아이들 눈에 뜨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더라면 로또를 사고 있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았을 것이고 로또는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사는 것으로 알고 있던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다.

‘천만 다행이네. 다음부턴 조심해야겠는데?’

그러나 이제부터 조심하기엔 이미 늦어버렸다는 것을 웅창은 알지 못했다. 웅창이 편의점에서 로또를 사는 동안 그 앞을 지나가던 준수가 그것을 본 것이다. 담배를 사는 줄로 알았던 아버지의 손에 로또가 들려있는 것을 본 준수는 생각지도 않았던 아버지의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아버지가 로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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