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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로또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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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0.12.30 16:20
최근연재일 :
2010.12.30 16:2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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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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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2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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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로또의 미소 (11)

DUMMY

“네 그러니까 십 번대 이십 번대 이런 거 말입니다.”

“아. 그거.”

“그러면 11 12 18 19 14 15 16 17 18 19 열개 하고 32 33 34 35 36 37 39 열개입니다. 이중 중복된 것을 정리하면 11 12 14 15 16 17 18 19와 32 33 34 35 36 37 39입니다. 그런데 18과 19, 그리고 37과 39는 이미 중복됐으니 여기서 제외하면 남은 숫자들은 11 12 14 15 16 32 33 34 35 36입니다.”

“중복되지 않은 숫자는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아닙니다. 로또를 보면 앞에 나오지 않았던 숫자가 나올 때가 많습니다. 그것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는 거죠. 전 그동안 그것을 독두씨가 뽑아낸 숫자들과 비교해서 선택해 왔습니다.”

“그렇지. 맞아. 박과장 말이 맞아. 숫자들 중엔 중복해서 나오지 않는 것도 일정비율 차지하긴 할 거야.”

“일단 최종 결정은 내일 독두씨 온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작업도 일찍 끝나고 했으니 저하고 여기 공원에나 가시죠.”

“여기 공원이 있나?”

“네.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규모가 장난이 아닙니다. 신도시 건설하면서 만든 건데. 마치 외국 영화에 나오는 공원 같습니다.”

“그래? 그럼 당장 가지 뭐.”

“마침 집사람이 김밥을 싸놓고 갔습니다, 양이 꽤 많으니까 점심은 그걸로 해결하면 됩니다.”

“참. 조금 전 1층에서 여자 한 사람과 마주쳤었는데 낯설지가 않았어. 혹시 박과장 부인 아닌가?”

“오늘요?”

“응.”

“아까 들오면서 보니까 어떤 젊은 여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왔는데 엘리베이터 잡느라 급히 지나치고 말았지.”

“어떤 옷을 입었는데요?”

“목에 털 달린 검은 반코트였어.”

“그럼 맞을 겁니다. 오늘 조금 늦게 출근해도 된다고 했거든요.”

“역시 그렇지? 그런데 날 못 알아보는 것 같던데?”

“그럴 겁니다. 아침에 욕실에서 렌즈를 잃어버려서 그냥 갔거든요. 집사람 렌즈 없으면 옆에 앉은 사람도 못 알아봅니다.”

“요즘 교정 수술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친구 한 사람이 그거 했다가 잘못되는 거 보고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눈이 그 정도로 나쁘면 안경이라도 쓰고 가게 하지 않고.”

“오래전에 안경이 깨졌는데 어차피 쓰지도 않을 거 공연히 돈 들일 필요 없다면서 사질 않았어요. 그렇게 말해도 안 듣더니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진 거죠. 그래서 조금 전 욕실에서 나왔던 겁니다.”

“렌즈는 찾았어?”

“네. 그 사람 나가고 수증기가 걷히니까 세면대 아래쪽 벽에 붙어 있는 게 보이더군요. 그러니 그 사람 시력으로 찾는다는 건 불가능했죠.”

“전화해줬어? 찾았다고.”

“네. 가시죠. 커피도 됐고 김밥도 쌌으니 다른 건 필요 없겠죠?”

“가봐서 필요한 거 있으면 거기 매점에서 사지 뭐.”

“그러죠.”

마침 아침에 꾸물대던 날씨는 화창하게 개어 겨울답지 않은 따사한 햇빛이 대지를 감싸고 있었다. 오랜만에 야외로 나간 기분이 들었다. 재학과 같이 김밥과 커피로 점심을 먹는 웅창은 문득 이런 야외에 나가 본 지가 언제였는지 아득하기만 했다. 준수와 은진이가 어렸을 때 가본 대공원과 놀이 공원이 전부였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 뭣 하러 그렇게 회사일 에만 매달렸었는지 자신이 생각해도 한심스러웠다.

지난 생각을 하니 아까운 세월을 그렇게 보낸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바보같이.”

“네?”

옆에서 김밥을 먹던 재학은 웅창의 뜬금없는 외마디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아냐. 아무 일도. 잠시 딴 생각하다가 그냥 나왔어.”

“깜작 놀랐습니다.”

“미안. 미안. 야, 여기 정말 좋네. 오늘따라 날씨도 푸근하고.”

“그러게 말입니다. 아마 팀장님 오시는 걸 미리 알았나 봅니다.”

“로또도 그렇게 내 마음을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꼭 그렇게 될 겁니다.”

“박과장 앞이니까 솔직히 털어놓는데 난 매번 로또 살 때마다 난 반드시 당첨된다는 다짐을 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없진 않아.”

“긍정적으로 생각하십시오. 제 기억에 팀장님은 너무 타이트하게 생활하신 것 같습니다.”

“그걸 몰랐던 건 아닌데 도저히 고쳐지지가 않더라구.”

“쉽지 않았겠죠. 하지만 그런 자세 때문에 한 번도 예측이 틀리거나 한 적은 없었지 않습니까?”

“그럼 뭐해?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는데.”

“팀장님이 어때서요? 그 연세에 수입 한 푼 없이 그만한 생활 유지하시는 것도 대단한 겁니다. 얼마 전 동기한테서 들었는데 팀장님 연배의 퇴직자들 대부분이 빚더미에 앉아있답니다. 팀장님은 빚은 없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사실 나도 내년까지가 한계야. 그때까지 집이 팔리지 않으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팔던지 대출 받던지 해야 해. 박과장은 부인이 있어서 그럴 일은 없지?”

“집사람 덕에 일단 그럴 걱정은 없는데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 사람 밖으로 돌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나마 애가 없는 것이 결과적으론 다행이죠.”

“참, 아직 애가 없지?”

“네. 처음엔 애가 안 생겨서 고민도 많이 했는데 이젠 운명이려니 하고 포기했습니다.”

“아직 나이가 있으니까 포기할 것까진 없어.”

“이미 오래 전에 포기했습니다.”

“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던 날씨는 어느새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좀 쌀쌀하지 않으세요?”

“해가 들어가니까 금방 쌀쌀해지네.”

“그만 들어가시죠. 오늘은 할 일도 없고 한데 오랜만에 저하고 바둑이나 한판 두고 가시죠.”

“바둑? 그거 좋지.”

그러나 바둑은 끝까지 두지는 못했다.

공원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이었다.

“팀장님 어서 패 받으시죠.”

“잠깐, 박과장. 집사람 올 때 안 됐나?”

웅창의 말에 시계를 본 재학은 그제야 시간이 많이 지난것을 깨달았다.

“그러네요. 이왕 늦었는데 저녁 드시고 가시죠.”

“아냐. 그냥 갈게.”

“괜찮습니다. 저녁 드시고 가세요.”

“집사람이 우리가 하는 일 모르고 있지?”

“네.”

“그럼 끝까지 모르게 해야 돼. 나중에 오늘 아침같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될 수도 있어. 저녁은 성공한 다음에 정식으로 초대해줘.”

“역시 철저하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집에 돌아온 웅창은 내일을 기대했다. 비록 탐탁지 않은 독두지만 그의 감각이 뭔가 해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밤새 엎치락뒤치락하느라 잠을 설친 웅창은 아내가 흔드는 소리에 눈을 떴다.

“여보 당신 나가야 하잖아요?”

“응. 몇 시야?”

“9시예요.”

“9시?”

“아까 7시 반에 깨웠는데 그새 또 잤어요?”

그런데 기억이 없다.

“아까 깨웠다구?”

“네. 기억 안나요?”

“응.”

“일이 힘들어요?”

“아냐. 그렇진 않아.”

“얼른 씻고 나와요. 꿀물 타 놓을게요.”

“알았어.”

서둘러 준비를 하고 방을 나가자 아내가 꿀물이 든 컵을 내밀었다.

“늦어서 어떻게 해요?”

“좀 늦어도 괜찮아. 그럼 다녀올게.”

집을 나선 웅창은 곧바로 재학에게 전화를 했다.

“박과장 나야. 내가 좀 늦을 것 같아.”

“원 팀장님도 여기가 회사입니까? 시간 되는 대로 오세요.”

재학의 집엔 10시 반이 훨씬 지나서 도착했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웅창보다 먼저 와있던 독두는 노트북으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내가 좀 늦었습니다.”

“별 말씀을 요. 팀장님 제가 뽑은 번호 한번 보시겠습니까?”

“아, 나왔습니까?”

“네. 보시죠.”

독두의 노트북 모니터엔 12개의 숫자가 있었다.

3 4 7 11 14 17 20 24 26 34 37 39

“이중 11은 좀 특이한 경우에 속합니다.”

“특이한 경우요?”

“네. 지난 10주간 통계를 보니까 11이 이사육팔 주기에 해당됩니다.”

“이사육팔 주기요?”

“네 로또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사육팔 주기와 일삼오칠 주기가 간간히 나옵니다.”

“그러면 홀수와 짝수 주기라는 건가요?”

웅창은 독두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단순히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죠. 그런데 지금까지 나왔던 로또 번호를 보면 홀수 짝수의 관계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했단 겁니다. 그중 2대 3 또는 3대 2의 비율이 가장 많았고 주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독두씨는 그런 것들을 기준으로 번호를 뽑아내는 건가요?”

“네? 아, 아닙니다. 그냥 전에 말씀드린 대로 감으로 잡는 겁니다.”

독두의 표정은 조금 전과는 아주 달라보였다.

마치 자신이 감추고 있던 것을 들킨 사람처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 그렇군요. 그럼 각자 뽑아낸 번호들을 갖고 조합해 봅시다.”

웅창은 엑셀을 열어 어제 재학과 비교한 번호들과 독두의 번호를 입력하고 Sort를 했다.

3 4 4 7 11 11 12 14 14 15 16

17 18 19 20 20 24 24 26 32 33 34

34 35 36 37 37 39 39

“어제 박과장이 뽑아낸 번호와 내가 뽑아낸 번호는 비교 과정을 마쳤습니다. 거기에 독두씨가 뽑아낸 번호를 합쳐 보니까 4 11 14 20 24 37 39가 모두 두 개씩이군요.”

“그러면 모두 7개입니다. 이것 참 기가 막힌 데요?”

“뭐가요?”

“어쩌면 이것이 이번 당첨 번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당첨번호 6개에 보너스 볼을 합치면 모두 7개 아닙니까? 안 그래요? 박형?”

“그렇군요. 지금까지 이렇게 나온 적이 없었습니다. 마형하고 제가 했을 땐 늘 10개에서 12개였거든요.”

순간 웅창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이것이 1등?’

의심은 하면서도 보면 볼수록 확신은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웅창은 최대한 속내를 억제했다.

“아직 추첨이 끝난 것도 아니니 미리 확신하진 맙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으니 우리 차분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립시다.”

“맞습니다. 팀장님. 역시 저희하고는 차원이 다르십니다. 존경합니다.”

독두의 얘기는 닭살이 돋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웅창은 겉치레로 답을 했다.

“저 같은 사람한테 존경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럼 이것들로 5개의 조합을 만듭시다. 박과장 생각은 어때?”

“일단 처음 순서대로 4 11 14 20 24 37로 하고 나머지 4개는 한 개만 있는 번호를 포함시켜 만들기로 하죠. 어떻습니까? 마형.”

“그게 좋겠습니다. 전 26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26을 요?”

“네. 두 분이 비교한 내용을 보니까 11 12 14 15 16 32 33 34 35 36이 하나씩 있는 번호였더군요. 그리고 제가 뽑아낸 번호들은 3 4 7 11 14 17 20 24 26 34 37 39 인데 이중 최종 번호로 선택된 4 11 20 24 37 39를 빼면 3 7 14 17 26 34가 됩니다. 그런데 이중 3 7 14 17 34는 지난 10주간 나왔던 번호입니다. 26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 나올 확률이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독두씨 거기까지 생각했군요. 역시 로또 전문가답습니다.”

“아이고 팀장님도 참. 전문가는 무슨. 과찬이십니다.”

“아닙니다. 마형. 실은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구, 박형 비향기 그만 태우고 번호나 만듭시다. 26을 추가하려면 어떤 것하고 바꿔야 하나?”

“마형 최종 번호에 20번대가 두 개이니까 그중에서 바꾸죠.”

“그러면 10주간 통계에서 20이 6번이나 나왔으니까 20을 바꿔야겠군요. 그럼 4 11 14 24 26 37이 되네요.”

“박과장 난 아까부터 40번대 생각을 했는데 40번 대는 안 넣어도 될까?”

“뭐 세 개 더 만들 건데 관계없죠. 그럼 하나는 각각 한 개씩 공평하게 넣은 걸로 만들죠. 그럼 첫 번째 번호에서 지난 10주간 가장 많이 나왔던 20을 빼고 4 11 14 24 37 다음에 넣으면 되죠. 그런데 몇 번으로 하죠? 마형 어떤 게 좋겠어요?”

그런데 독두는 그다지 탐탁해 하지 않는 눈치였다.

“전 40번 대는 어떤 것도 감이 오질 않는데요?”

“복불복이니 하나 넣어 보죠. 뭐.”

“정 그러시면. 42로 하죠.”

“42요?”

“네 지난 10주간 통계를 보면 40번 대는 40 41 43 44 뿐입니다. 그렇다면 41과 43 사이에 42가 빠져 있습니다. 물론 45도 있지만 그건 맨 끝 번호라 별 의미가 없다고 보고 연결성을 감안해 42를 선택했습니다.”

“팀장님 그럼 42로 하죠.”

“난 좋아.”

“그러면 세 번째는 4 11 14 24 37 42입니다. 나머지 두 개는 어떻게 할까요?”

“독두씨 생각은 어때요? 우리 중에 직감력은 독두씨가 뛰어나니까 나머지 두 개는 독두씨가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는데 제 느낌에 이것들로는 더 이상 마땅한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두 개는 그냥 자동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박과장 생각은 어때?”

“저도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그러니까 첫 번째는 4 11 14 20 24 37 두 번째는 4 11 14 24 26 37 그리고 세 번째는 4 11 14 24 37 42입니다.”

“그렇죠. 나머지 두 개는 각자의 행운에 맡기기로 하죠.”

“좋습니다. 만약 내가 자동번호에서 1등 당첨이 나오면 같은 배를 탔었으니까 두 분께 각각 1억씩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재학이 웅창의 말에 맞장구를 치자 그때까지 묵묵히 듣고만 있던 독두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두 분이 그러시는데 저도 그래야겠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것이니까 부담을 느끼거나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독두는 그제야 얼굴이 밝아졌다.

그 사이 재학은 서랍 속에서 로또 용지를 꺼내 웅창과 독두에게 1장 씩 나누어 주었다.

“틀리면 말씀하십시오. 용지는 많이 있으니까요.”

TFT 결성 후 처음으로 만든 번호였다. 마킹을 하는 세 사람의 얼굴은 모두 비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 사람 모두 마지막 선택으로 잡은 길이었으니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토요일 뉴스가 끝나고 시작된 추첨방송에 웅창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첫 번째 공입니다. 첫 번째 공은 나오는 공은 파란색 35번입니다.”

‘이런 처음부터 잡치네.’

웅창의 실망감은 여간 크지 않았다. 다른 공들이 돌아가고 있는 동안 속으로 입맛을 다지고 있었다.

“두 번째 공입니다. 이번엔 노란색 26번입니다.”

‘어? 26번? 마독두 그 사람 예사로 볼 게 아니었군.’

웅창은 자신이 탐탁해 하지 않는 독두의 직감에 적잖이 놀랐다.

“세 번째 공입니다. 세 번째는 빨간색 4번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네 번째 공입니다. 네 번째는 파란 색 37번입니다.”

‘오케이.’

독두의 직감에 놀라긴 했으나 이후 나온 두 개의 숫자는 자신과 재학이 미리 결정했던 것이었기에 조금 전 느꼈던 독두에 대한 놀라움은 조금 희석되고 있었다.

“다섯 번째 공입니다. 다섯 번째는 주황 색 11번입니다.”

‘뭐야?’

11번은 웅창과 재학이 전혀 생각지 않았던 것을 독두의 논리에 의해 포함시켰던 것이다.

‘그 친구에 대한 내 시각이 잘못 된 건가? 아무튼 5등엔 당첨됐고.’

“여섯 번째 공입니다. 여섯 번째는 노란 색 20번입니다.”

‘잠깐 그렇다면 지금까지 4개가 맞은 건데.’

“그리고 마지막 2등 보너스 볼은 주황색 16번입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웅창은 로또 영수증을 갖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혹시나 식구들이 실수로 문을 열까 하는 생각에 도어를 잠그고 로또 영수증에 찍힌 번호들을 확인했다. 그런데 미처 생각지도 않게 4등에 두 개나 당첨돼 있었다. 웅창 일행이 뽑은 첫 번째 번호에서는 4 11 20 37이 일치돼 있었고 두 번째 번호에서는 4 11 26 37이 일치된 것이다. 거기다 4 11 26이 일치된 5등까지 끼어 있었다. TFT 첫 작품 치고는 미완의 성공이었다. 그것을 보며 웅창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더욱 TFT에 대한 확신과 함께 머지않아 지금의 힘든 시간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 웅창이 한창 흡족해 하고 사이 같은 시각 재학도 자신l이 구매한 영수증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런 잘했으면 이번에 끝낼 수 있었는데 어쨌든 이건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야.’

영수증을 보던 재학은 웅창에게 전화를 했다.

“네.”

“접니다. 팀장님.”

“아, 박과장.”

“보셨습니까?”

“응. 그렇지 않아도 지금 보는 중이야. 이만하면 첫 작품 치고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럼요. 역시 팀장님이 오시니까 뭔가 다르긴 다르네요.”

“운이 좋았지. 뭐.”

“아닙니다. 마독두씨 하고 할 때는 5등이 고작이었는데 4등은 언제 해 봤는지 기억에도 없습니다.”

“독두 씨한테서는 연락 없었나?”

“네. 아직. 그 사람 연락 안 할 겁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혹시 그 사람 자동으로 산 게 당첨된 거 아닌가?”

“그렇진 않을 겁니다. 제가 확인해 보니 이번 1등은 서울은 종로구에서 나왔고 지방에선 인천하고 경기도 성남 수원 남양주 동두천 그리고 충북 대전이었습니다. 우리가 헤어진 시간을 봐서 그 시간에 이곳 수지에서 인천이나 수원까지 가서 살 여유도 안 됩니다.”

“그렇겠군. 그런데 말이지. 그 사람 나중에 당첨되더라도 절대 연락할 사람은 아냐.”

“에이, 설마요.”

“박과장이 너무 사람을 좋게만 봐서 그런데 두고 보라구. 절대 안 할 테니까.”

“뭐. 그래도 할 수 없는 거죠. 아무튼 부족하긴 하지만 일단은 성공입니다.”

그 시각, 독두는 식구들이 보건 말건 영수증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의 부인은 이미 오래전 로또에 대한 집착한 독두를 포기한 채 파출부 일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었다.

‘강웅창. 역시 보통 사람이 아냐.’

독두는 웅창이 갖고 있던 파일이 생각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엑셀이나 배워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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