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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94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0.09 19:19
조회
518
추천
9
글자
7쪽

미령(美靈)2-(22)

DUMMY

만약 영선이 수시에 합격하지만 않았어도 졸업생 대표는 응당 자기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참 그렇지.’

영선이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면 자신이 그 자리엔 자기가 설 것이란 생각에 마정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직 한 달이나 남았으니 마정에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했다.

‘아빠한테 얘기해서 그 계집애 모르게 졸업식 날짜를 바꿀까? 아냐, 그건 안 되겠어. 그럼 시간만이라도?’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지만 마정이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을 도저히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이럴 때. 그래. 바로 그거야.’

무슨 생각이 났는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마정은 급히 외출준비를 서둘렀다.

청바지에 파커만 걸쳐 입은 마정이 간 곳은 도희가 있는 역술원이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니?”

“나한텐 중요해. 그리고 우리 아버지한테도 그렇고.”

“그런데 어떡하지? 이건 우리 스승님이 허락을 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야.”

“허락 받으면 되잖아? 돈은 얼마든지 줄 게.”

“불가능 해. 얼마 전에 스승님 허락도 없이 신기를 써서 지금 자숙중이야.”

이것이 교아를 죽일 때 이야기였지만 그것을 모르는 마정은 어떻게든 마음을 돌리려고 기를 썼다.

“내가 손님으로 가장하면 어떨까?”

“소용없어. 여기 직원이 얼굴을 아는걸.”

결국 도희한테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게 된 마정은 또 다시 엉뚱한 생각을 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자. 나한테 방법을 가르쳐 줘. 내가 직접 할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냐. 설령 내가 직접 하지 않는다고 해도 잘못되면 나한테까지 화가 미치게 돼.”

“염려 하지마. 내가 누구니? 황마정이야 황마정.”

하지만 도희는 신내림도 받지 않은 마정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잘못될 리가 없어. 내가 누구야? 공부는 못해도 머리는 누구보다 좋았잖아?”

“그러다 정말 큰일 나. 너도 나처럼 되고 싶니?”

잠시 말이 없던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어 눈을 치켜떠 빨간 속살을 드러내 보였다.

마정이 포기하게 만들려고 가장 큰 콤플렉스까지 드러냈지만 마정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마정이 이렇게까지 매달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 눈밖에 벗어나면서 집안에서 실추된 장녀의 위상도 회복하고 먼 훗날 자신에게 돌아올 유산을 동생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결국 마정의 집요함에 손을 든 도희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했다.

한참 뒤 역술원을 나서는 마정의 얼굴은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

한편 마정을 보내고 방에 혼자 남은 도희는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설마 정말 하지는 않겠지.”

며칠 후 영선은 20여일 남은 졸업식에 쓸 송사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이를 옆에서 바라보는 지은은 많은 학생들과 내빈들 앞에서 대표로 나선 영선의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 하늘나라에서 보고 있을 남편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한편,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무탈할 거라고 했던 도희의 충고도 까맣게 잊은 채 마정은 방세서 무엇을 하는지 두문불출이었다.

그러나 다른 식구들은 마정이 끼니를 거르는데도 누구하나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좀처럼 꼼짝하지 않을 것 같던 마정은 식구들 모르게 집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나미와 마주하고 있었다.

“진짜야?”

“그럼. 당연하지.”

그런데 마정을 바라보는 나미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마정은 바짝 야윈 얼굴과 무엇에 홀린 듯 눈은 광기에 서려있었다.

“너 정말 아무 일없는 거지?”

“왜? 내가 미쳤을까봐?”

“아니 그냥.”

“다름이 아니라. 네 도움이 필요해서.”

잠시 후 마정의 얘기를 듣고 난 나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무엇에 놀랐는지 침을 꿀꺽 삼킨 나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설마 진심은 아니겠지?”

“아니. 진심이야. 왜? 겁나?”

“당연하지. 난 싫어. 안 할래.”

“도와주면 오백 줄게.”

마정은 지갑에서 수표 몇 장을 꺼내 나미 눈앞에 펼쳤다.

동그라미가 여러 개 찍혀진 수표를 본 나미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도희의 충고가 생각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나미는 마정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마정은 도희한테서 들은 것들을 나미에게 속삭였다.

도휘가 마정에게 가르쳐 준 것은 일종의 ‘인형술(人形術)’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이미 인터넷에 올라있는 이야기였다.

도희가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는 마정을 돌려보내기 위해 인터넷에 나도는 것을 건성으로 가르쳐 준 것이었다.

그런데 엉터리이긴 하지만 인형술을 하려면 영선의 머리카락이 필요했던 마정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영선을 만날 핑계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생각 끝에 학교에 있는 영선의 사물함을 떠올린 마정은 즉시 학교로 달려갔다.

혹시 정문 수위아저씨가 알아볼 새라 후드 티에 모자를 깊게 눌러쓴 마정은 학교 뒷문에 있는 개구멍으로 숨어들었다.

담 한 구석에 철망이 벌어져 생간 개구멍은 단골 지각생들이 애용하는 비상구로 나미도 심심찮게 드나들던 구멍이었다.

다행히 무구의 눈에 띠지 않고 사물함 앞에 도착한 마정은 교묘하게 열쇠가 걸린 고리를 풀어 기대와 함께 영선의 사물함을 여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언제 치웠는지 사물함은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큰 마정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물함 안을 손을 훑었다.

이때, 마정의 손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사물함 안쪽 틈새에 끼어있던 그것은 부러진 빗살이었다.

마정은 그것이 영선이 쓰던 머리빗에서 떨어진 것으로 확신했다.

‘머리카락이 아니면 어때. 이거나 그거나 다 똑같지.’

그렇게 인형을 완성한 마정은 그것을 나미 앞에 내놓고 주머니에서 명주실과 한지를 한 장 꺼내 들었다.

“그게 다 뭐야?”

“여기에 영선이 사주를 써서 명주실로 묶으면 완성이야.”

“영선이 사주 알아?”

“그럼 벌써 다 적어왔어.”

그런데 마정이 적어 온 것은 영선의 생년월일뿐이었다.

“사주라면 원래 년 월 일 그리고 시(時)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니?”

“시?”

“태어난 시말야.”

그제야 자신이 빠뜨린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마정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반장이었던 마정이 영선의 생년월일을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태어난 시(時)까지는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마정은 하는 수없이 엄마로부터 들었던 자신의 시를 써서 사주를 완성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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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 드림케어
    작성일
    11.10.09 21:58
    No. 1

    비축분을 잘라서 풀거나 할 때...독자의 호기심을 자아낼 부분까지 자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추하자면 신선한 아이디어 같아서 끝까지 봤는데, 뒷내용을 궁금하게 할만한 컷이 아쉽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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