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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91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0.08 18:14
조회
681
추천
8
글자
8쪽

미령(美靈)2-(21)

DUMMY

같은 시각, 영선은 엄마와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쌀쌀해진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에 영선은 엄마와 걸음을 재촉했다.

총총걸음으로 집에 도착한 영선은 안방에 가방에서 카드전표와 돈이 든 손가방을 꺼내 바닥에 쏟았다.

“성탄절도 지났는데 제법 많네.”

“날도 추워지고 시즌도 다가오니까.”

그런데 전표와 돈을 정리하던 영선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 오면 늘 자신을 반기던 슬기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건넌방으로 간 영선은 방문을 열고 슬기의 잠자리를 들여다보았다.

뭐가 그렇게 고단했는지 배를 위로 드러낸 슬기는 널브린 채 잠에 빠져 있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 슬기를 본 영선은 은근히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인이 와도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모습에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엄마가 준비한 간식을 먹은 영선은 현금과 전표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영선아. 영선아. 어서 일어나.”

누군가 급히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뜬 영선은 자기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왜 또 왔어요?”

“왜 오긴. 엄마가 딸 보러 오는데 이유가 있어야 해?”

영선은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엄마 지은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자신을 엄마라고 하는 여자의 뻔뻔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영선은 오늘은 끝장을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한 대 쏘아붙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여자를 쳐다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이상한 것은 생긴 건 마녀 같은데 전혀 무섭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 차가운 얼굴에서 야릇한 매력이 느껴지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세요?”

“말했잖니. 네 엄마라고.”

“우리 엄마는 지금 안방에서 자고 있는데 무슨 소리예요?”

빙그레 웃으며 침대에 걸터앉은 여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너의 자모(籽母)야.”

“자모요? 그게 뭐예요?”

“저 안방에 계신 분은 네 몸을 탄생시킨 엄마고 난 네가 태어날 수 있게 씨앗을 준 엄마야.”

도대체 무슨 소린지 영선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영선은 혼란스러웠다.

씨앗이라면 당연히 아버지한테서 받는 것인데 생전 본 적도 없는 여자가 자신의 씨앗이라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소리였다.

생각에 빠진 영선을 본 여자는 모든 것을 알게 될 날이 있을 거라며 전에 당부한 것을 잊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때까지 영선은 여자가 사라진 것을 모르고 있었다.

문득 방안이 허전해진 것을 느낀 영선은 그제야 여자가 간 것을 알았다.

방문이 열린 적도 없고 창문도 닫혀 있는데 어디로 사라졌는지 여자는 인기척조차 없었고 영선의 발 앞엔 언제 일어났는지 슬기가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밖이 아직 어두운 것을 확인한 영선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새벽 5시. 이때쯤이면 시골에선 첫닭이 울 시간이었다.

뜻하지 않게 평소보다 일찍 잠을 깬 영선은 조금이라도 더 잘 생각으로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눈을 감고 한참 잠을 청하던 영선은 뭔가에 놀란 듯 벌떡 몸을 일으켰다.

생각해 보니 그 여자와 이야기하는 동안 잠을 잔 적이 없는 것이다.

꿈이 아니었다.

“그럼 귀신?”

꿈에서만 보던 여자를 현실에서 보았다는 믿기지 않은 사실에 갑자기 싸한 느낌이 온 몸을 흘러내렸다.

잠시 후 엄마가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를 들렸다.

밖으로 나간 영선은 간밤의 일을 이야기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른 아침부터 그런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기가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찜찜한 기분으로 학교에 간 영선은 다른 아이들이 수능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간밤에 일어났던 일을 떠올렸다.

그날 밤의 기억은 며칠이 지나도 잊히지가 않았다.

그런 날들을 보내는 사이 어느 덧 수능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하지만 여자가 말했던 이상한 일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동안 잠잠하던 마정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번 졸업생 대표는 우리 반 채영선이 하게 됐다. 모두 박수로 축하하자.”

비록 대학엔 못 갔어도 졸업생 대표는 이사장 딸인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마정의 가슴엔 불같이 질투가 일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박수를 쳤지만 마정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이것은 담임 강렬도 다르지 않았다.

원래 마정을 대표로 내세우려 했던 강렬은 웃고 있었지만 씁쓸함은 감추지 못했다.

영선이 대표로 선발된 것은 뜻밖에도 이사장의 입김이었다.

교장과 다른 임원들은 마정을 지정했으나 전교에서 가장 좋은 성적으로 수시에 합격한 영선이 대표가 돼야 한다고 고집한 것이다.

그러나 만약의 경우 영선이 송사를 읽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마정을 예비대표로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을 들은 교사들과 직원들은 이게 웬일인가 싶었지만 이것은 이사장의 치밀한 잔머리이었다.

딸의 대학진학보다 자신의 영달이 더 중요했던 이사장은 대학에 진학하지도 못한 딸을 대표로 내세웠다가 훗날 생길지 모를 구설수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었다.

결국 생각지도 않게 영선과 마주앉게 된 강렬은 대표로 선발된 것을 축하하면서 영선의 눈치를 살폈다.

강렬은 영선 덕분에 학교가 체면이 섰다면서 수행평가 결과가 좋았던 마정을 들먹이며 영선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게요. 같이 합격했으면 좋았을 텐데. 마정이도 열심히 했잖아요.”

순간, 강렬의 얼굴엔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영선의 얼굴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잇다는 확신을 얻은 것이다.

그동안 노심초사했던 것이 한꺼번에 풀린 강렬은 웃음이 저절로 터졌다.

영선을 보낸 강렬은 마정을 불러 철저히 입단속 시켰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거드름을 피웠다.

“저도 알고 있었어요.”

“그 그래?”

간사한 표정으로 환심을 사려고 했던 강렬은 자신이 예비후보로 마정을 추천했다고 생색을 냈다.

하지만 졸업생 대표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마정은 성이 찰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그렇지 않아도 심기가 불편했는데 마정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 아버지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었다.

“등신 같은 년. 멍석까지 깔아줬는데 그 자릴 남한테 뺏겨? 수시 합격만 했어도 되는 건데. 내가 손을 쓰고 싶어도 대외적인 이목 때문에 할 수가 없잖아? 그러면 알아서 처신 했어야 할 것 아냐?”

마정의 아버지가 말하는 멍석이란 반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마정의 아버지는 많은 VIP들이 참석하는 졸업식에 자기 딸을 대표로 내세우려던 계획이 어긋나 잔뜩 화가 나있었다.

그날 마정은 동생들이 보는 앞에서 화풀이 하는 아버지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해야 했다.

“만날 깡패 년들하고 어울리기나 하고 말이지. 우리 집안에 뭐 이런 게 나왔어. 꼴 보기 싫으니까 다시는 내 눈에 띠지 마. 꺼져.”

가까스로 서슬 퍼런 아버지로부터 벗어났지만 그 이후에도 아버지의 화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처음엔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의 화를 묵묵히 받아내던 마정은 그런 날이 계속되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더니 언제부터인가 마정의 야윈 얼굴엔 원망의 빛이 서려 있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었지만 살면서 반성이라는 것을 해 본적 없는 마정은 원망의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렸다.

“그 년만 아니었으면.”

마정의 머릿속엔 영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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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령(美靈)2-(6) 11.09.26 764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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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령(美靈)2-(4) 11.09.21 824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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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령(美靈)2-(2) 11.09.20 1,136 12 7쪽
1 미령(美靈)2-(1) +1 11.09.18 2,205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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