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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87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09.30 17:03
조회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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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7쪽

미령(美靈)2-(13)

DUMMY

몇 번을 옥신각신하는 둘을 마라보는 아이들은 이제 곧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둘이 서로 머리채를 잡으면서 모처럼 가진 모임은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옆에 있던 아이들이 겨우 뜯어말려 둘의 난투극은 끝이 났으나 둘 다 헝클어진 머리와 단추가 떨어져나간 옷 때문에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너희 아버지가 영원할 것 같니? 지 아버지 덕에 학교 다니는 주제에. 꼴값 실컷 떨어라 개년아.”

교아는 마정이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떴다.

“야, 저년 잡아.”

하지만 아이들은 더 이상 마정의 말을 듣지 않았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대학 가려면 공부도 해야 하고.”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던 여주의 이 한마디는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

만약 교아가 있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것을 힘으로 제압했던 교아에 비해 체구가 크지 않은 마정은 그럴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시절을 풍미했던 ‘화이브캣츠’는 모두 제 갈 길을 가기로 하면서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교아의 비서노릇을 했던 나미는 마정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마정의 배경을 알고 있는 나미는 먼 훗날 취직자리라도 부탁할 요량이었다.

내세울 배경 하나 없는 나미는 아버지가 구속된 데다 재산 몰수까지 당한 교아는 더 이상 가까이 할 가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반면 ‘화이브캣츠’의 몰락은 최여주에게는 자유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여주의 엄마를 고용하고 있던 교아의 집에선 더 이상 그럴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화이브캣츠’ 해체는 영선에게도 전해졌다.

이러한 소식을 전한 것은 뜻밖에도 여주였다.

여주는 영선과 반은 달랐으나 ‘화이브캣츠’에 있는 동안 들은 것이 있어 가게로 찾아온 것이다.

사실 여주는 어울리긴 했으나 앞에 나서지 않고 늘 교아의 그늘에 갇혀 심부름만 하고 있었다.

“알았어. 좀 늦은 감이 없지만 거기서 나오게 된 건 너한텐 아주 잘된 일이야.”

방학동안 학원과 가게를 오가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어느새 새 학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고삼이 되면 반이 바뀌거나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이 다른 반으로 재편성 될 것이다.

영선은 교아 같은 것들하고 같은 반에 편성될까봐 걱정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1년이나 봐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마음이 편치 못할 것이 분명했다.

드디어 방학이 끝나고 2학년에서의 마지막 날, 담임 강렬이 새로 편성된 반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영선은 속으로 기도하면서 강렬이 부르는 이름을 하나하나 새겨들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게 영선의 염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강렬이 담임을 계속하는 것도 모자라 마정까지 같은 반에 편성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같은 반에 교아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학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혜진과는 부득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영선은 혹시 교아가 또 다시 혜진을 괴롭히면 어쩌나 했으나 변두리 동네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던 교아는 전학처리가 돼 있었다.

예상대로 마정은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담임 강렬의 추천으로 반장이 되었다.

그런데다가 담임 강렬이 마정에게 각별한 정을 쏟고 있어 마정의 위세는 날이 갈수록 기세등등했다.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나미는 다른 반에 편성됐지만 쉬는 시간마다 달려와 마정과 수다를 떨곤 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무희와 살고 있는 도희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었다.

그동안 무희의 온갖 질책을 견뎌내며 역술가로서의 능력을 익혀 온 도희는 가끔 무희대신 손님을 받기도 했다.

그때마다 무희는 커튼 뒤에 숨어 있다가 도희가 조금만 잘못하면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이년아. 명색이 역술가란 년이 그렇게 밖에 못해? 눈깔만 없는 게 아니라 골통까지 비었니? 다시 해.”

그러면서 손님에게는 아직 신내림이 완전치 못해 그렇다면서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그 바람에 커튼 뒤에 무희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있던 손님도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희의 거친 질책과 수발로 인해 도희는 하루하루가 고되기만 했다.

하지만 그 덕에 전에는 몰랐던 것을 깨우치기도 했다.

처음엔 사람이 옆을 지나가도 전혀 모르던 것이 이제는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의 인기척을 감지하는 것은 물론 앞에 있는 장애물에서 느껴지는 기운까지 감지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이 년이 아주 골통은 아니었어. 이리 와서 어깨 좀 주물러라. 오늘 서른 명이나 받았더니 온통 쑤시고 지랄이다.”

도희는 하루 종일 시중드느라 피곤했지만 군소리 없이 무희의 어깨를 주물렀다.

무희의 어깨를 주무르는 도희는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이곳에 온 이후 한 번도 밖에 나간 적이 없는 무희가 궁금했던 것이다.

도희는 무희의 심기를 느낌으로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스승님은 왜 밖에 안 나가세요?”

“그건 왜 물어?”

“한 번도 나가신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다 이 얼굴 때문이지. 화상을 입어서 햇볕을 피부가 괴사하거든. 그런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도 여잔데 남한테 이런 꼴 보이기 싫은 이유가 더 크겠지.”

도희는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궁금했다.

무희는 이런 속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하소연하듯 과거의 기억을 털어놓았다.

“어느 날 어떤 남자 손님이 찾아왔어. 아주 잘생긴 남자였지. 그런데 자기 집에 귀신이 산다는 거야. 그러면서 귀신을 떼려고 하는데 어떻게 방법이 없겠느냐고 해서 부적을 써줬지. 그게 화근이었어. 그 귀신이 내가 부적을 써준 걸 알고 찾아온 거야. 난 그냥 잡귀로 생각하고 그 년과 신기로 맞섰는데 그년 정말 대단했어. 결국 둘 다 상처가 컸지. 그 년은 요기를 잃었고 난 이렇게 되고 말았지. 그 전까지만 해도 이 바닥에서 최고의 미인이었는데.”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도희는 오래전에 지워졌던 기억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도희가 누군가에게 홀려 어딘지 알 수 없는 폐가에 갔던 기억이었다.

“참. 넌 눈알이 없다고 했지?”

“네.”

“거기에 비하면 앞에 뭐가 있는지 없는지 구분할 수 있는 난 그나마 나은 편이구나.”

무희는 지난 이야기를 계속했지만 도희는 새록새록 살아나는 기억을 생각하느라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그날 일을 도와준 친구들한테 평소 잘 가던 분식집에서 뒤풀이를 해주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가면서 교아와 통화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다가 문득 낯선 폐가에 들어와 있는 것을 깨닫는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들이 숨 쉴 틈 없이 달려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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