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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82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09.2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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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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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9쪽

미령(美靈)2-(8)

DUMMY

“집안에 애물단지가 있어서 왔군.”

도희의 엄마는 깜짝 놀랐다.

“그걸 어떻게?”

이정도로 어두우면 점쟁이도 자신이 보이지 않을 텐데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어떻게 알았느냐?”

“네.”

“소문이 괜히 났겠어?”

하지만 이것은 신통력 때문이 아니라 점쟁이가 한번 넘겨짚은 것이 적중한 것이다.

방안이 어두워 형체만 겨우 어슴푸레 보이는데 도희엄마가 무엇 때문에 왔는지 알 리가 없었다.

일단 도희엄마의 기를 죽였다고 판단한 점쟁이는 다른 점쟁이가 하는 것처럼 사주와 이름 등을 묻고는 산통을 내밀어 산가지 하나를 뽑게 했다.

코앞에 들이밀려진 산통에서 산가지를 하나를 뽑아 점쟁이한테 건넨 도희엄마는 무슨 말이 나올까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점쟁이가 신통력은 있는 모양이었다.

“이것 봐라. 에미라는 년이 사내 때문에 자식을 베려놨어. 사내에 미쳤으니 당연히 베려놓은 자식은 딸년일 거고. 맞지? 썩을 년.”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말한 것이라곤 사주와 고향 그리고 이름뿐인데 어떻게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지 도희엄마는 점쟁이의 능력에 완전히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 손에서 만지작거리던 산가지를 산통에 넣은 점쟁이는 잠시 깊은 생각을 하더니 약간은 자신 없는 소리로 물었다.

“한데 말이지. 그 딸년 혹시 병신 아닌가?”

도희의 엄마는 점쟁이의 신통력에 입이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맞습니다. 그걸 어떻게?”

“그러면 그렇지. 뭔가 끌린다 했지. 그래. 뭘 바라고 왔어?”

점쟁이의 신통력은 정말 대단했다.

도희엄마는 딸아이의 장래 때문에 왔다고 이야기했다.

“장래는 무슨, 눈갈 병신이 할 수 있는 게 뭔가 있겠어. 평생 사내들 몸이나 주무르고 살아야지.”

도희엄마는 성의 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는 점쟁이가 서운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때 남자에 미쳤던 자신의 잘못으로 딸아이가 병신이 됐다는 자책감을 느끼는 마당에 평생 사내들 몸이나 주무르고 살라는 말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도희엄마는 다른 길은 없겠느냐고 물었다.

“있지.”

“무슨 일인데요?”

“안마하기 싫으면 빌어먹어야지 뭐.”

속에서 화가 치미는 것을 꾹 참은 도희엄마는 안마사 같은 일 말고 아이가 조신하게 살아가려면 어찌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애 이름하고 사주 얘기해봐.”

도희의 사주와 이름을 얘기해준 도희엄마는 만약 또 다시 건성으로 지껄이면 다른 역술가를 찾아갈 심산이었다.

그런데 점쟁이가 꺼낸 대답은 뜻밖의 것이었다.

“네 딸년, 사람구실하게 만들 방법은 한 가지뿐이야.”

“말씀하세요.”

“나한테 줘.”

“네? 딸을 달라고요?”

“응.”

“그게 무슨.”

“참, 말귀 못 알아듣네.”

점쟁이의 말은 도희를 아주 자기한테 주고 평생 없었던 자식처럼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도희 때문에 평생 짐을 지고 살아갈 일이 걱정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식을 남에게 내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손가락을 잘라내는 것 같겠지만 아이를 위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일 게야.”

점쟁이는 그렇게만 하면 남은 식구들 앞날도 평탄할 것이라며 훗날 자기 밥벌이 정도는 할 수 있게 가르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식과 생이별을 하라는 소리를 덜컥 받아들일 부모는 없었다.

“하고 안 하고는 네 자유야. 허나 집안에 소경이 있으면 다른 형제들한테도 좋을 게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거 다했어. 얘. 박양아. 손님 가신다.”

도희엄마는 점쟁이의 제의에 기가 막히면서도 한편으론 그것이 도희를 위해 좋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원이 방문을 여는 순간 도희엄마는 서둘러 방에서 나와야 했다.

잠깐 새어들어 온 빛에 점쟁이의 얼굴을 보게 된 것이다.

점쟁이의 얼굴은 화상을 입었는지 온통 일그러져 있었고 가운데 뚫린 구멍 두 개 위로 하얗게 망가진 눈이 번득이고 있었다.

도희의 엄마가 나가자 점쟁이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지 하얀 눈을 뒹굴 거렸다.

“그 아이한테 끌려서 말은 그렇게 했다만 내가 잘한 짓인지 모르겠네.”

한편 슬기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마음이 놓인 영선은 심심하리만큼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곧 다가올 겨울방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 상태가 호전된 혜진도 예전의 일상을 되찾고 있었다.

원래 혜진은 몸이 좋아지면 다른 학교로 전학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혜진의 전학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여기엔 이사장의 철저한 계산이 깔려있었다.

만약 다른 학교로 전학을 허용했다가 교아와 패거리들에 대한 소행이 드러나게 되면 그 뒷감당이 만만치 않을 거란 계산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학교 측에서 내놓은 제안은 혜진이 재학하는 동안 학비와 1년간 대학 등록금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앞으로는 누구도 혜진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학교 선도부에서 철저히 보호하고 만약 또 다시 그런 일이 재발하면 가해학생들을 구속 조치하겠다는 약속까지 내놓았다.

혜진의 엄마는 처음엔 완강히 거절했지만 교장과 이사장이 각서에 서명까지 하면서 애걸하자 못이기는 체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어렵게 승낙을 받아낸 마정의 아버지는 마정을 불러 다짐을 했다.

“만약 이 시간 이후 또 그딴 짓 했다간 원주에 있는 이모한테 보내고 말겠어. 알았어?”

원주에 있는 이모는 젊은 시절 이혼한 뒤 출가한 뒤 속세와 인연을 끊고 사는 엄마의 언니였다.

원주로 보낸다는 소리는 머리를 깎고 승려로 입적시키겠다는 협박이었다.

어깨 출신인 아버지의 전력을 모르지 않는 마정에겐 오금이 저릴 만큼 무서운 일이었다.

마정의 아버지가 이렇게 단호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최근 불거져 나온 공직자 비리의 중심에 교아의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차관자리라도 한 자리 얻고 싶었던 마정의 아버지에게 검찰에 구속된 교아의 아버지는 더 이상 영양가 있는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기 딸이 교아같은 깡패와 어울린다는 소문은 자신의 장래에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이러한 여파는 학교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전에는 교아의 온갖 만행을 눈감아주던 교장과 교직원들도 더 이상 묵과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교아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교무실에 불려가기 일쑤고 급기야 정학처분까지 받아야 했다.

결국 교내에서 짱이었던 교아는 2인자로 물러나야했고 1인자는 자연적으로 마정이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교아는 여전히 1인자 행세를 했고 그 때문에 마정과 툭하면 다투기 일쑤였다.

“네가 언제부터 장이야?”

“야. 넌 아직도 네가 짱이라고 생각하니? 넌 이제 끝났어. 그러니까 이제부턴 주둥이 닥치고 조용히 살아.”

자중지란을 겪는 이들의 소식은 영선도 알고 있었다.

교아가 차지하던 자리를 마정이 차지하면서 나미가 전보다 더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마정은 머리가 좋긴 했으나 교아처럼 아이들을 휘어잡는 리더십은 부족했다.

그토록 위세를 떨며 군림했던 ‘화이브캣츠’가 오합지졸이 되는 것을 본 영선은 고민에 빠졌다.

혜진도 보상을 받았고 도희도 대가를 치른 데다 ‘화이브캣츠’도 머지않아 풍비박산 날 것이 분명한데 굳이 자신이 나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영선은 당초 응징하려했던 생각을 버리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고삼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한편, 도희의 엄마는 딸에게 점쟁이가 했던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세상과 가족들을 등진 마당에 점쟁이에게 가라고 하면 집에서 쫓아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였다.

거의 열흘 넘게 고민하던 도희의 엄마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며칠 전 하도 답답해서 점쟁이한테 갔었어. 그런데 정말 용하더라.”

“무슨 얘기가 하고 싶어?”

“그분이 널 좀 보았으면 하더라.”

“무슨 소리야?”

“너를 자기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은가봐.”

“뭐야? 장님 됐으니까. 점쟁이 노릇하라고?”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네 동생 장래도 있고 해서.”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나가. 나가란 말야.”

도희의 엄마는 거의 광적으로 반응하는 딸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방에 서 나왔다.

그런데 그 다음날이었다.

도희가 엄마를 찾는 것이다.

집에 온 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 도희의 갑작스런 변화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나. 갈게.”

“간다고? 점쟁이한테?”

“응.”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단단히 결심하듯 내뱉는 도희의 말에 엄마는 병신 딸을 내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한 마음을 지우지 못했다.

평생 짐이 될지도 모를 딸보다는 하나 뿐인 아들의 장래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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