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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83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0.01 22:56
조회
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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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7쪽

미령(美靈)2-(15)

DUMMY

자신의 한계를 느낀 마정은 반장을 그만 둘까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만약 그랬다간 아버지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 뻔해 어떻게든 성적을 올려야 했다.

그러나 6월에 접어든 이때 부실한 기초를 보강하기엔 이미 시기를 놓친 마정은 편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강렬이 성적을 조작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든 이사장 눈에 들고 싶어 안달하는 강렬에게 마정의 제안은 절호의 기회였다.

이러한 효과는 머지않아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간고사 겸 모의고사 결과, 반에서 늘 50위이었던 마정이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모두들 의아해 했지만 마정은 이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거드름을 떨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실청소를 끝내고 쓰레기를 버리려고 소각장으로 간 영선은 거기서 담임 강렬과 마정의 거래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 역시 영선과 눈이 마주쳐져 있었다.

당황한 담임 강렬이 헛기침을 하고 사라지자 마정도 시선을 피한 채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영선은 둘이 있는 것만 목격했지 거리가 멀어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도둑이 제발 저려서 일까?

마정과 강렬은 뭔가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날 이후 영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사이 무희의 수련을 받고 있는 도희는 날이 갈수록 역술가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었다.

이제는 무희도 믿고 손님을 맡길 정도로 도희는 상당히 세련돼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희는 뜻하지 않은 무희의 심부름을 받고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무희의 심부름은 길 안내할 직원과 함께 어딜 다녀오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곳에 온 뒤 한 번도 밖에 나간 적이 없어 두렵기도 했다.

도희는 외출준비를 하고 무희가 일을 시킬 때까지 기다렸다.

“박양아. 그거 줘라.”

박양이 도희에게 준 것은 선글라스였다.

“쓰고 가.”

평소 투박하고 거칠기만 했던 무희의 배려가 도희는 어색하기만 했다.

그러나 역시 무희는 따뜻한 여자가 아니었다.

“감동할 것 없어. 박양 때문에 산거니까. 소경 데리고 다는 것만도 찝찝한데 눈깔까지 없는 네년 데리고 다니기 좋겠어?”

그러면 그렇지 무희는 절대 그럴 여자가 아니었다.

선글라스를 쓴 도희는 박양과 함께 역술원을 나섰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도희는 정신이 없었다.

옛날엔 무심코 지나치던 소리들이 한꺼번에 섞여 온통 뒤죽박죽이어서 무슨 소린지 조차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전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까지 도희의 혼을 빼놓고 있었다.

특히 전철을 탔을 때는 요란한 기계음 때문에 사람들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전보다 청력이 예민해졌지만 도희는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다.

바로 이때, 어디선가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듣는 자신과 같은 또래 아이들의 목소리에 도희는 관심을 기울였다.

“여기도 자리 없다.”

“이 시간엔 원래 그렇잖아.”

“다음 칸에 가보자, 잠깐.”

이들은 마정과 나미였다.

다음 칸으로 가기위해 문 쪽으로 가던 마정이 장애인석에 앉아 있던 도희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길게 자란 머리와 검은 선글라스 때문에 도희인지는 확실하지가 않았다.

“왜 그래?”

마정은 나미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저 장님 도희 아니니?”

마정이 가리키는 곳을 본 나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잘 모르겠는데? 에이 아닐 거야.”

마정은 긴가민가하며 다음 칸으로 건너왔다.

나미는 더 이상 관심두지 않는 눈치였지만 여전히 찜찜했던 마정은 나중에 도희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라고 시켰다.

그 사이 전철에서 내린 도희는 박양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후, 한참을 걷던 박양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곳은 서울역 매표소였다.

그동안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왔지만 눈을 잃고 난 뒤 오늘처럼 오래 걸어본 적이 없는 도희는 어떤 길을 걸었는지 짐작도 못했다.

박양은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봤는지 능숙하게 장애인 할인을 받아 승차권 두 장을 구매했다.

장애인 할인이란 표 1장 값으로 장애인과 보호자 두 사람이 표 2장을 살 수 있는 복지제도였다.

도희를 데리고 열차에 올라 탄 박양은 창가에 도희를 앉히고 이내 잠을 자기 시작했다.

도희도 전에는 열차를 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곤 했다.

그러나 눈앞이 온통 깜깜하기만 한 지금은 왠지 모를 불안감 때문에 가는 내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도희를 긴장하게 만든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주위에 있는 승객들의 수군거림이 마치 자신을 흉보는 것처럼 들려 몸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고 전에는 무심코 들었던 열차의 진동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아 무섭기까지 했다.

한참 뒤 잠에서 깬 박양은 도희의 손을 잡고 출입구로 향했다.

도희는 통로에서 사람들과 스칠 때마다 몸이 움찔거렸다.

사람들이 스칠 때마다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이다.

도희는 눈이 멀고 난 뒤 모든 감각이 전보다 예민해진 것을 모르고 있었다.

박양이 데리고 간 곳은 무희와 잘 안다는 이름 없는 무당의 신당이었다.

“얘냐?”

“네. 이름은 진도희입니다.”

“무희와 도희라. 무희답군.”

그날 오후 도희는 무속인이 행하는 신내림 의식에 참여해야 했다.

이제 본격적인 수련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생각한 도희는 앞으로 자신에게 다칠 시간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같이 온 박양의 손을 잡고 따라간 곳은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이었다.

박양은 도희에게 옷을 벗고 계곡물에 들어가라고 시켰다.

도희가 더듬더듬 손을 뻗어 물에 넣어보니 기온은 차지 않았지만 햇빛이 들지 않는 계곡물은 손끝이 알릴 정도로 차가왔다.

사월이 훨씬 지났는데 왜 이렇게 물이 차갑지 하는 도희는 선뜻 들어가질 못했다.

빛도 볼 수 없는 신세였으니 이곳이 그늘진 계곡인 것을 모르는 도희는 온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를 옆에서 보고 있던 박양은 알몸으로 망설이는 도희를 한마디 말도 물속으로 떠밀었다.

전혀 예상도 못하고 있다가 물에 던져지는 바람에 온 몸이 얼어붙는 고통을 느낀 도희의 비명이 계곡에 울려 퍼졌다.

눈이 보이지 않는 도희가 방향감각을 잃고 연신 허우적댔지만 박양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한참 만에 더듬더듬 물가로 기어 나왔지만 박양은 물기도 마르지 않은 도희에게 하얀 소복을 입혔다.

한기 때문에 사시나무 떨듯 하던 몸은 따사로운 햇빛이 비치는 곳에 이르자 피가 도는 것 같았다.

박양이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기던 도희는 아직 주위의 모든 것이 낯설고 미숙했지만 이곳이 아주 깊은 산골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새소리와 흙을 밟는 소리 그리고 코끝이 아릴만큼 상큼한 공기가 도희의 짐작을 자극한 것이다.

그런데 겨우 한숨을 돌리고 무당이 기다리는 신당에 들어서자 갑자기 욕이 날아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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