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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86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0.06 16:28
조회
563
추천
8
글자
7쪽

미령(美靈)2-(19)

DUMMY

합격은 확신하고 있었지만 내심 기대했던 장학생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락을 받은 엄마는 합격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서운해 하는 영선을 다독였다.

엄마와 통화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혜진의 축하전화까지 받은 영선은 지난 1년을 회상하며 손때 묻은 책들을 정리했다.

한참 뒤, 책상위의 책꽂이가 허전해질 무렵 현관 문 여는 소리에 방에서 나온 영선은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을 깨달았다.

“아직 안 잤니?”

엄마도 요즘 혼자 가게 일을 보느라 매일 12시를 넘기고 있었다.

“응. 책 정리 좀 했어.”

“그건 천천히 해도 되잖아?”

“어차피 할 거라서. 엄마 미안해.”

“뭐가?”

“장학생에 못 들어가서.”

“쓸데없는 소리. 그런 대학에 들어간 것만도 훌륭한 일이지.”

한참 뒤 두 모녀가 잠든 사이 잠에서 깨어난 슬기가 몸을 흔들며 정적을 흩뜨렸다.

슬기가 침대에서 뛰어내리며 작은 흔들림이 일었지만 영선은 잠이 깊게 들었는지 숨소리만 내고 있었다.

바닥으로 내려 온 슬기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달빛이 비치는 곳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슬기의 몸에 작은 경련이 일더니 입에서 안개 같은 것이 새어나오는 것이다.

마치 실타래가 풀리듯 새어나오던 그것은 점점 요염한 여자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잠시 후 영롱한 달빛아래 아름다운 자태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자는 발끝이 덥히는 하얀 롱드레스에 은빛이 나는 긴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늘어져 있었다.

그러나 핏기 하나 없는 얼굴에 하얗게 변한 눈은 섬뜩함을 느끼게 했다.

여자는 하얀 눈을 번뜩이며 잠자는 영선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방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꿈속을 헤매는 영선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누구세요?”

“대학에 들어갔지? 축하한다.”

생각지도 않던 여자의 출현에 짐짓 놀란 영선은 대뜸 누구냐고 물었다.

“네 엄마.”

“엄마라니요?”

영선은 엄마는 지금 안방에서 자고 있다면서 또 다시 누구냐고 물었다.

하지만 여자는 대답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그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 앞으로 너한테 이상한 일이 닥칠지도 몰라.”

“이상한 일이라니요?”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면 반드시 집으로 와야 해. 하지만 밤엔 그럴 필요가 없어. 내가 곁에 있을 테니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난 아줌마가 누군지 모른단 말이 예요. 어머. 슬기야 너 왜 이래?”

여자에게 정신이 팔렸던 영선은 혀를 내민 채 바닥에 축 늘어져 있는 슬기를 안아 올렸다.

그러나 슬기는 이미 숨어 끊어졌는지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았다.

“엄마.”

축 늘어진 슬기를 안고 방에서 뛰어나가던 영선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얘기하던 여자는 온데간데없고 조금 전까지 꼼짝도 하지 않던 슬기가 고개를 들고 빤히 쳐다보는 것이다.

“영선아. 아직 자니?”

엄마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번에도 꿈이었다.

꿈에서 본 것과 달리 슬기는 생기에 넘쳐 있었다.

세수를 하고 주방으로 간 영선은 엄마한테 꿈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동안 진학문제로 신경이 예민해져서 그런 것 아닐까?”

“그럴까?”

“이제 대학에 들어갔으니 푹 쉬면 괜찮아질 거야. 이런, 학교 늦겠다.”

그러나 꿈속에 같은 여자가 계속 나타나는 일은 그냥 넘기기엔 예사롭지 않은 일이었다.

영선이 학교에 갔을 때 교실 밖에선 마정과 나미가 뭔가를 소곤거리고 있었다.

“알아봤어?”

“응. 미아리에 있는 점집이래.”

“만나봤어?”

“아니. 직접 가보진 않았고 전화로 위치만 확인했어.”

“그럼 이따가 도희한테 가서.”

“싫어.”

나미는 마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정이 시키는 것을 거부했다.

평소 고분고분하던 나미의 갑작스런 행동에 마정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너. 갑자기 왜 이래?”

“장님은 무섭단 말야.”

무섭긴 마정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꿍꿍이가 있어 도희를 이용하려했던 것인데 막상 직접 만나려니까 탐탁지 않았던 것이다.

반장이라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며 옥신각신하던 마정은 결국 같이 가면 모를까 혼자서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나미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방과 후, 마정과 나미는 도희가 있는 미아리로 향했다.

나미가 인터넷에서 뽑아온 지도를 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던 마정과 나미는 대로변 뒷길에서 역술원을 발견하고 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허름한 한옥쯤 되겠거니 했던 역술원은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화려해 보였다.

“확실히 여기야?”

“맞아. 저것 봐.”

나미가 가리키는 곳엔 흔히 볼 수 있는 간판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나미의 시선을 끈 것은 간판의 내용이었다.

간판에 ‘도희보살’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던 것이다.

“맞네.”

하지만 누구도 선뜻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살면서 한 번도 장님과 대면해 본 적이 없어 두렵기도 하고 장애인이 된 도희를 볼 생각을 하니 어색했던 것이다.

결국 둘 사이엔 실랑이를 벌어졌다.

“네가 오자고 했잖아?”

“도희는 나보다 네가 더 친했잖아?”

“무슨 소리야?”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던 실랑이는 네온사인 간판을 키려고 나온 박양의 개입으로 끝이 났다.

“학생들 무슨 일이 예요?”

마정은 약간 더듬는 소리로 도희 친구라고 소개하고 근처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온 김에 잠깐 보러왔다고 둘러댔다.

박양의 안내로 역술원으로 들어간 마정과 나미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도희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방이 예요. 들어가 봐요.”

여기서도 둘은 서로의 등을 떠밀며 작은 실랑이를 벌였다.

하지만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결국 마정이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잠시 후, 안에서 도희의 목소리가 들리자 가슴이 철렁한 마정은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우, 우리 왔어. 도희야.”

요즘 컨디션이 나빠 쉬던 중이던 도희는 허공을 향해 눈을 꿈쩍거렸다.

“나 마정이. 나 나미도 왔어.”

“누구? 마정이? 잠깐만.”

예상치 못했던 일에 잠시 갈피를 못 잡던 도희는 말을 더듬는 사람이 마정이라는 것을 알고 허둥지둥 일어나 바닥을 더듬었다.

“이게 어디갔지?”

당황한 도희의 행동은 이를 바라보는 마정과 나미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잠시 후 가까스로 머리맡에 있던 선글라스를 찾아 쓴 도희는 머리를 매만지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너희들이 여긴 웬일이니?”

신내림을 받고 당당했던 도희도 같은 또래 앞에선 장애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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