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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89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09.21 00:13
조회
823
추천
11
글자
7쪽

미령(美靈)2-(4)

DUMMY

“지금 네 기분이 이런 거잖아? 누군가 죽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미치겠는 거.”

영선은 혹시 엄마가 들어왔나 싶어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방안엔 자신과 슬기뿐이었다.

“슬기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네가 말을 하다니.”

영선은 사람처럼 종알대는 슬기가 신기해 얼이 빠져 있었다.

“채영선. 그 년들 죽여 버릴까?”

그 순간 자신을 쳐다보는 슬기의 눈을 본 영선은 기겁을 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눈을 뜬 영선은 한동안 멀뚱하니 천정만 보고 있었다.

잠시 후 뭔가 옆에 잇는 것을 알고 화들짝 놀라 쳐다보니 언제 올라왔는지 네발을 활짝 펼친 채 잠들어 있는 슬기가 보였다.

혀가 유난히 길어서인지 혀끝을 내민 채 널브러져 있는 슬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슬기가 말을 하다니. 꿈도 참 이상하네.”

영선은 다시 잠을 청했지만 이미 달아난 잠은 돌아오지 않았다.

날이 밝고 엄마가 아침 먹으라는 소리에 방에서 나온 영선은 밤새 뒤척이느라 몸이 무거웠다.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는 동안 영선은 간밤의 꿈을 떠올렸다.

‘참 별일이네.’

학교에 등교한 영선은 잠시 잊었던 ‘화이브캣츠’를 생각했다.

그런데 혜진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 때문인지 교아와 그 패거리들은 학교가 끝난 뒤에도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가던 영선은 문득 몇 발작 앞서가던 나미를 발견하고 쫓아가 불러 세웠다.

“조나미.”

나미는 갑작스런 영선의 목소리에 기겁을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 크지 않은 나미에게 여신의 기운을 풍기는 영선의 자태는 가히 겁먹을만했다.

영선은 나미가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근처에 있는 커피전문점으로 데리고 갔다.

“너희들이지? 혜진이 저렇게 만든 거.”

“난 몰라.”

“교아한테 말 안 할 테니까 솔직히 털어놔.”

하지만 나미는 계속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영선은 나미가 가장 두려워할 카드를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좋아. 정 그러면 교아한테 나미가 그러던데 정말 이냐고 물어볼까?”

영선은 치사하긴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은 이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부인해도 평소 의심이 많은 교아가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미도 알고 있었다.

이런 협박에 나미는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실은. 그날.”

나미는 혜진이 가게로 찾아왔던 날 있었던 일과 다음날 학교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실토했다.

자신은 혜진을 불러내기만 했고 도희가 협박을 하며 때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다음날 돈을 갖고 오지 않은 혜진을 교아와 패거리들이 폭행하는 동안 자신은 옆에서 보기만 했다며 영선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미는 영선이 묻지도 않은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미는 교아의 ‘화이브캣츠’에 대해 소상히 털어놓았다.

그날 혜진을 만나던 날 같이 갔던 도희는 중학교 때 교내 태권도 대표선수로 활동했으나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후 초등학교 동창인 교아와 어울려 다니고 있었다.

교아에겐 나미와 도희말고 둘이 더 있었는데 교아의 온갖 심부름을 도맡고 있는 최려주와 자칭 교아의 해결사라며 교아가 곤란해질 때마다 나섰던 황마정이 그들이었다.

이들 중 최려주는 교아와 다른 반이었으나 교아의 집에서 가정부 일을 하는 어머니로 인해 교아를 알게 되었다.

집안이 어려워 가정부 일을 하는 어머니 때문에 교아가 시키면 무슨 일이든 무조건 해야 했고 가끔 교아가 월급조로 건네는 돈이 아쉬워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반면 황마정은 아버지가 학교 이사장이었다.

집안도 부유하고 교아에 비해 모자랄 것이 없었지만 교아의 아버지와 어떻게든 다리를 놓고 싶어 하는 아버지 때문에 교아와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나미에 대해선 혜진으로부터 들은 것이 있어 따로 물을 필요가 없었다.

나미의 엄마도 혜진의 엄마처럼 화류계에서 일하고 있으나 룸살롱 사장이 아니라 월급을 받는 얼굴마담이었다.

이것이 나미에겐 상당한 콤플렉스였고 그 때문에 늘 혜진을 시샘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이브캣츠’가 기고만장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교아와 마정의 배경 덕이었다.

말을 끝낸 나미는 자신이 왜 이런 얘기를 꺼냈을까 하고 뒤늦게 후회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왜 영선이만 보면 주눅이 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만 나가야지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나미가 갑자기 휘청거리는 것이다.

하마터면 의자 옆으로 미끄러질 뻔했던 나미는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영선은 사라진 뒤였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만약 영선에게 얘기한 사실은 교아가 알면 가만있을 리 없었다.

주위를 둘러 본 나미는 혹시라도 교아나 다른 애들 눈에 뜨이기 전에 자리를 떠야했다.

한편 생각지도 않았던 정보를 얻게 된 영선은 평소처럼 슬기와 가게에 있었다.

“혜진이 병원에 들어갔다며?”

“응.”

“어쩌다가 그랬다니?”

“많이 아프대.”

이상했다.

지금의 말투와 태도는 이전의 영선이 아니었다.

얼굴엔 전에는 보지 못했던 냉기가 흐르고 있었고 나지막이 들리는 목소리 톤은 비수처럼 섬뜩하기만 했다.

지은은 딸이 평소와 다른 모습에 잠시 당황했으나 사춘기라서 그러려니 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다음날 학교에 갈 준비를 하는 영선은 예전처럼 명랑하고 활기찬 딸로 돌아와 있었다.

지은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다가 그만두고 영선과 집을 나섰다.

영선은 학교에 가면 나미가 어떤 표정일지 궁금했다.

어제 일을 생각하면 지금쯤 나미는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선이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눈이 마주친 나미는 도둑이 제 발 저린 표정이었다.

영선은 모른척했지만 나미의 시선이 온통 자신에게 집중돼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선은 평소 촐랑대던 나미의 성격으로 볼 때 오늘 중으로 말을 걸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영선의 예상은 적중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교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영선 앞에 나미가 슬쩍 다가오는 것이다.

“교아가 볼 텐데 괜찮겠어?”

“걔네 아버지가 미국출장 간다고 환송하러 갔어.”

“어쩐지 학교가 조용하다 했지.”

문득 영선을 바라보던 나미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영선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르게 보인 것이다.

자신을 걱정해줄 때만해도 부드럽던 얼굴엔 어느새 서늘한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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