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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85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09.21 18:09
조회
817
추천
9
글자
7쪽

미령(美靈)2-(5)

DUMMY

“저기 있잖아.”

“알아. 무슨 말 하려는지. 어제 일 때문에 이러는 거지?”

“응. 그래서 말인데.”

“걱정하지 마. 대신.”

“대신?”

영선은 앞으로 교아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신에게 빠짐없이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대놓고 협박한 것은 아니지만 그 말 속엔 다분히 그런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촐랑대긴 하지만 교아의 장자방을 자처하는 나미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영선이 어제의 일을 교아에게 얘기하는 날엔 절대 무사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몇 숟갈 뜨지 않은 식판을 들고 자리를 떴다.

다행히 혜진은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했다.

그러나 학교엔 나오지 못했다.

혜진의 연락을 받은 영선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달려갔다.

혜진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긴 했으나 아직 학교에 나오는 건 무리였다.

다음날 영선으로부터 혜진이 퇴원했다는 보고를 받은 강렬은 고개만 끄덕일 뿐 말이 없었다.

이때 영선의 눈에 반짝이는 강렬의 정수리가 들어왔다.

생각 같아선 한 대 내려치면 좋으련만, 영선은 그러한 충동을 억제하며 교무실을 나왔다.

그런데 그날 이후 혜진이 퇴원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교내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혜진이한테 신 끼가 생겼다며?”

“그러면 신내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니?”

“진짜 그렇다면 누구는 이제 큰일 났다.”

“왜?”

“그 년들을 그냥 두겠어? 저주라도 하겠지.”

이러한 소문은 어떤 아이가 우연히 엄마와 외식을 하던 혜진을 보고 퍼뜨린 것이었다.

오랜 기간 병원에 있었던 탓에 얼굴이 유난히 하얀데다 아직은 사람들과 눈 마주치는 것이 익숙지 못해 곁눈질 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보고 추측해낸 소문이었다.

결국 하루하루 불거져 가던 소문은 급기야 혜진이 신내림을 받아 그동안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소문까지 들리게 되었다.

이런 소문은 때마침 스산함이 무르익는 가을 분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런데 이런 얼토당토않은 소문이 이처럼 빠르게 퍼져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것은 그동안 교아와 그 패거리들에게 눌려 지냈던 학생들의 무언의 저항이었다.

이러한 소문은 교아와 그 패거리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미를 제외한 나머지는 코웃음을 칠뿐 여전히 못된 짓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겁이 많은 나미는 정말로 혜진이 자신을 해코지하면 어쩌나 하여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야, 조나미. 네가 그러고도 화이브캣츠냐?”

“내가 뭘?”

“너 지금 겁먹었잖아?”

“그런 너는? 왜 영선이만 보면 달라지는 건데?”

영선의 얘기가 나오자 교아도 멈칫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달라지긴 뭐가 달라져? 그년 보기만 하면 재수가 없어서 그렇지.”

이것은 나머지 아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무슨 사단이 나도 났을 것이다.

그러나 도희는 달랐다.

도희는 운동선수 출신답게 자신만만했다.

“진작 그년도 손을 봤어야해. 교아 너만 아니었으면 벌써 내손에 아작 났을 년이야.”

그러자 옆에 있던 마정이 끼어들어 도희를 거들었다.

“내 생각도 그래. 진작 아작 냈어야해.”

마정이 도희의 말에 동조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미가 입을 나불거렸다.

“그랬다면 우리 자금줄이 끊길 일도 없었지.”

결국 마정과 나미까지 나서는 것을 본 교아는 영선 문제는 도희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영선은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잠시 혜진의 집에 들렀다.

“좀 어때?”

“응. 그저 그래.”

“학교엔 언제 올 거니?”

학교 얘기가 나오자 혜진의 얼굴엔 구름이 끼었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충격이 컸던 혜진은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알았어. 몸조리 잘해. 갈게.”

혜진은 영선이 간다는 데도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대신 거실에 있던 혜진의 엄마가 영선을 따라 나왔다.

혜진의 엄마는 혜진이 퇴원한 뒤 주로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 바람에 가게는 혜진이 잠든 뒤에 잠깐씩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와 줘서. 고맙구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혜진의 엄마는 영선을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배웅해 주었다.

밖으로 나오자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꾸물거리고 있었다.

집에 들러 우산을 챙긴 영선은 슬기를 데리고 가게로 향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던 영선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야. 채영선.”

진도희였다.

“잠시 얘기 좀 하자.”

가까이서 보니 선머슴 같은 외모에 한눈에 봐도 운동선수처럼 보이는 체격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네가 진도희구나?”

“잘 아네. 아무튼 우리랑 같이 좀 가지?”

도희가 왜 왔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영선은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주위엔 꾸물거리는 날씨 때문인지 조용하기만 했다.

영선이 거부한다고 해도 도희와 아이들은 억지로라도 끌고 갈 것이 분명했다.

도희가 데려 온 아이들도 도희 못지 않은 체격을 지닌 것으로 보아 운동선수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도저히 피할 수가 없다고 판단한 영선은 슬기를 끌어안고 도희 일행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가게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던 도희 일행은 어느 후미진 골목 막다른 곳에 다다르자 영선과 슬기를 둘러쌌다.

“야, 여기 왜 왔는지 알지?”

“알아.”

이쯤 되면 평소에 교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영선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너 때문에 우리가 어려움이 많아. 그래서 말인데 우리 일에 끼어들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몰라.”

속으로는 겁이 났지만 영선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럼 할 수 없지. 좋게 말로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도희 말이 끝나자마자 영선이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얼굴에 주먹이 날아들었다.

기습펀치를 맞은 영선은 코피를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곧이어 나머지 둘까지 가세해 영선을 집단 구타하기 시작했다.

영선은 슬기를 품에 안고 잔득 웅크린 채 맞기만 했다.

얼마나 두들겨 맞았을까?

정신이 가물거리던 영선은 갑자기 조용해진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바닥에 쓰러진 채 주위를 둘러보니 도희와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영선은 몸을 일으키고 손으로 코피를 닦아냈다.

그 순간, 영선은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다.

슬기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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