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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96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09.21 00:10
조회
895
추천
10
글자
7쪽

미령(美靈)2-(3)

DUMMY

교사들 모두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공표된 뒤 공연히 건드렸다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들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여기에 교아의 집안배경은 교사들 모두를 복지부동하게 만들었다.

설령 교아의 만행을 고발한다고 해도 그 나이 때는 그럴 수도 있는데 사소한 일로 시끄럽게 하지 말라며 빼앗긴 돈을 대신 물어주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영선은 이런 것들도 교직자인가 하는 생각에 속이 부글거렸다.

“영선아. 너 왜 그러니?”

“네? 아닙니다. 아무것도.”

“녀석. 깜짝 놀랐다.”

“네? 왜요?”

담임이 놀란 것은 영선의 상기된 얼굴에서 풍기는 살기 때문이었다.

평소 부드럽고 착한 학생으로 각인됐던 영선에게서 소름이 끼칠 만큼 섬뜩함이 느껴진 것이다.

교무실을 나온 영선은 여전히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채영선.”

누군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영선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조금 전 영선을 피해 도망갔던 나미와 교아가 있었다.

그런데 영선과 눈이 마주친 교아의 표정이 어딘지 이상해 보였다.

늘 당당하고 자신감 차있던 얼굴엔 무슨 이유인지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왜?”

“아, 아냐. 미안.”

별일이었다.

교사는 물론 다른 아이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교아였다.

이상하긴 옆에 있던 나미도 마찬가지였다.

교아와 영선을 번갈아 쳐다보던 나미는 마침 마지막 수업시작을 알리는 차임벨 소리가 들리자 황급히 교실로 뛰어갔다.

나미가 뛰어가는 것을 본 교아는 영선이 등을 보이자 교실 안으로 사라졌다.

교실로 돌아 온 영선은 나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영선이 들어오는 것을 본 나미는 시선을 책상에 고정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영선은 혜진을 찾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혜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혜진이 먼저 갔니?”

“몰랐어?”

부반장 수미의 표정은 뭔가 일이 나도 크게 났다는 것을 전하고 있었다.

“혜진이 점심시간 끝나고 병원에 갔어.”

조금 전 교아가 자신을 불러 세웠던 일을 떠올린 영선은 분명 나미가 교아한테 고자질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미가 가르쳐 준 병원으로 달려가니 응급실 침대에 누운 혜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혜진의 엄마가 있었다.

혜진의 엄마는 평소 영선이 상상했던 것과 달리 고상하고 지적인 용모의 여성이었다.

다가가보니 혜진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얼굴은 누군가에게 얻어맞아 퉁퉁 부어있었고 입고 있던 교복은 온통 신발자국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누가 이런 거야?”

하지만 영선을 본 혜진은 울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아무리 물어도 말을 안 해. 속상해서 정말.”

비록 혜진은 말이 없었지만 영선은 이 모든 것이 누구의 소행인지 짐작이 갔다.

혜진은 갈비뼈가 골절되어 당분간 입원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영선이 혜진을 돌보는 동안 혜진의 엄마는 입원수속을 하고 있었다.

입원수속이 끝나고 병실로 옮겨진 혜진은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다.

혜진의 엄마에게 이마하기가 다행이라고 위로의 말을 남긴 영선은 더 물어볼 것도 없이 교아와 그 패거리들의 소행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영선은 궁금한 것이 있었다.

교내에서 일어난 일이고 이정도 사건이면 분명 담임도 알고 있었을 텐데 어째서 반장인 자신에게 얘기하지 않았을까?

또 부반장 수미가 알고 있었다면 다른 아이들도 알았을 텐데 어째서 반장인 자신에게 아무도 말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같은 반 친구가 병원에 실려 가는 것을 못 봤다는 것이 더욱 이상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아 풀릴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화장실에 갔을 때 나미는 얼굴에 난 땀을 물로 씻어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점심시간에 이것들이 한바탕 일을 벌인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나머지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혜진은 병원에서 퇴원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수개월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혜진의 엄마는 법적조치를 취하려했지만 겁을 먹은 혜진이 하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혜진은 등교는 했지만 예전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영선 외엔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고 늘 불안해하는 바람에 정신과 치료하러 가는 날도 영선이 옆에 있어야 할 정도였다.

딸을 걱정하는 혜진의 엄마에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위로했지만 혜진의 상태는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없었다.

결국 혜진은 정신과 치료를 위해 휴학을 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것은 그동안 잠자고 있던 영선의 또 다른 면에 불을 댕기는 것이었다.

영선은 담임선생인 지강렬에게 달려가 혜진과 관련 된 일을 물었다.

“난 너도 아는 줄 알았는데? 몰랐었구나.”

영선은 강렬이 거짓말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렬은 겉으로는 교아를 싫어하는 척하면서 속으론 은근히 잘 보이고 싶어 안달하는 이중인격자로 집안 배경이 별 볼일 없는 아이들은 관심조차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영선을 대할 때는 달랐다.

편모슬하에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영선인데도 어찌된 일인지 영선 앞에선 늘 주눅이 들어 있었다.

“지금 조사 중인데 혜진이가 전혀 말을 하지 않으니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구나.”

‘이런 개만도 못한 인간.’

하마터면 입 밖으로 터져 나올 뻔했던 말을 억지로 삼킨 영선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교무실을 나왔다.

그런데 교실로 돌아온 영선을 더욱 화나게 만든 일이 있었다.

수미에게 왜 혜진이 병원에 갔을 때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학생주임이 학교에서 조사가 끝날 때까지 누구도 입 밖에 내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선 조사는 커녕 적당히 얼버무리는 쪽으로 사건을 종결지으려 했다.

더욱 화가 난 영선은 교아와 그 패거리들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것들 가만 안 두겠어.’

그러나 문제는 교아의 배경이었다.

섣불리 건드렸다간 권력의 힘을 등에 업은 교아의 아버지와 그에 고개 숙인 학교로부터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잠들기 전에 방법을 생각해봤으나 현실적인 벽에 한숨만 내쉬던 영선은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슬기야 너 뭐해?”

아까부터 슬기는 무엇을 하는지 뭔가 파내려는 듯 늘 깔고 자던 쿠션을 앞발로 박박 긁고 있었다.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이리와.”

그런데 슬기를 안아 올리는 순간 영선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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