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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500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0.01 16:57
조회
570
추천
10
글자
7쪽

미령(美靈)2-(14)

DUMMY

도희는 어떻게든 고양이들을 피해 폐가를 빠져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빈틈이 보인다싶어 나오려고 하면 뭔가 흐느적거리며 눈을 가리는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도희가 본 것은 몇 마리인지도 모르는 고양이들의 날카로운 발톱과 하얗고 흐느적거리던 형체뿐이었다.

그 사이 무희를 주무르던 손은 건성으로 조물거리고 있었다.

“이 년아. 제대로 안 주물러?”

“죄송합니다.”

“무슨 생각하고 있어.”

“그게 실은.”

도희는 방금 기억난 일들을 설명하고 무언지 알 수 없는 그 형체가 자기를 거기서 못 나오게 막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래? 보긴 봤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거지?”

“네.”

“요거 재미있네.”

조금 전까지 안마를 받느라 눈을 감고 있던 무희는 하얀 두 눈을 번뜩이며 몸을 일으켰다.

“잘 생각해봐. 그게 뭐였는지.”

도희는 그날의 기억을 천천히 되돌려 형체의 생김새를 떠올리려 했지만 하얀 것이 눈을 휘감던 기억뿐이었다.

“안 되겠다. 여기 좀 누워봐.”

무희는 앞에 누운 도희의 이마에 손을 얹고 뭔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을 듣고 있던 도희는 어느새 온 몸이 축 늘어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도희의 얼굴을 더듬던 무희는 가운데손가락으로 도희의 한쪽 눈꺼풀을 당겨 올리고 빨간 속살이 드러난 눈 속에 집게손가락을 깊게 찔러 넣었다.

잠시 후 무희는 뭐가 보이기하는 것처럼 하얀 눈을 좌우로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무희가 깨우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도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현기증을 느낀 도희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무희가 조금 전 도희에게 한 것은 일종의 독심술 같은 것이었다.

그동안 무희에게 정신을 빼앗긴 도희는 거의 뇌사상태에 빠져있어야 했다.

이처럼 무희는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남의 기억을 머릿속에 그려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무희는 기억 속에서 달려드는 고양들 틈에서 아주 짧은 순간 도희의 눈에 들어왔던 형체를 본 것이다.

“혼령(魂靈)이다.”

“혼령이요?”

“응. 네가 봤다는 그거 틀림없는 혼령이다. 놀랍다. 벌건 대낮에 돌아다닐 수 있다니. 보통이 아니야.”

“누군지 아세요?”

“나도 눈이 이 모양이라 확실히 보진 못했다. 하지만 널 이렇게 만든 그건 혼령이 틀림없어. 사람이었다면 그럴 수가 없지.”

“눈이 안보이시는데 혼령인지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요?”

“우리처럼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은 육감이라는 게 있어. 너도 머지않아 갖게 될 거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단 말야.”

“뭐가요?”

“왠지 모르게 느낌이 낯설지가 않아. 하찮은 길고양이들을 조정한 것도 그렇고.”

“저한테 왜 그랬을까요?”

“지랄 같은 네 년이 꼴 보기 싫었나보지. 어서 주무르기나 해.”

도희는 멈추었던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몸을 누운 무희는 무언가 깊은 생각을 하는 지 하얀 눈을 껌벅이며 어두운 허공을 응시했다.

한참 뒤, 도희를 잠자리에 들게 한 무희는 잠이 오지 않는지 연신 줄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무희의 기억은 오랜 과거의 시간 속으로 돌아가 있었다.

만일 그날 자신이 조금만 신중했어도 오늘날 이런 방구석에 갇혀 살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단순히 보통 잡귀로만 알았던 그 년이 쏟아냈던 요기는 실로 굉장한 것이었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그 년의 선제공격을 미리 알아채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그것을 피했더라면 최소한 불덩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요기가 어찌나 강했던지 그것을 못 견디고 뒤로 쓰러지는 순간 가슴위로 쓰러진 촛불에 온 몸이 불길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 년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무희 역시 퇴마술로 반격하려 했지만 몸에 붙은 불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했다.

결국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있는 기를 모아 공격했다.

다행히 공격이 적중하여 요기를 잃은 그 년은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제 됐다 싶은 순간에 그 년이 마지막 힘을 다해 날린 요기를 방심하고 있다가 얼굴에 맞고 말았다.

뜨거운 쇳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얼굴이 끓어올랐고 점점 하얗게 지워지는 시야에서 그 년의 모습은 사라져갔다.

그것이 무희가 눈이 멀기 전 보았던 마지막 영상이었다.

“그 년도 불빛에 노출된 데다 내 공격을 피하지 못했으니 많이 약해졌을 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린 무희는 하얀 눈으로 어슴푸레 새어든 달빛을 찾았다.

달빛은 무희가 유일하게 얼굴을 내밀 수 있는 빛이었다.

여기저기 어둠속을 두리번거리다 겨우 빛을 찾아낸 무희는 잔뜩 치켜뜬 하얀 눈으로 한참동안 그것을 바라보았다.

한편, 고삼에 진학한 영선은 새로운 학급환경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었다.

처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마정은 한 달이 지났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다른 반에 편성된 혜진이 자기보다 한 살 어린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반장까지 맡았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이 정리된 듯 했지만 영선은 요즘 들어 고삼이란 부담과 달라진 반 환경 때문인지 가끔 밤잠을 설칠 때가 있었다.

지난 제사 전날 꿈에서 보았던 여자가 자꾸만 꿈에 나타난 것이다.

‘누구지? 누군데 자꾸 꿈에 나타나는 거야?’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여자가 자신을 딸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물론 개꿈이라 생각하고 금방 잊어버리긴 했지만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꿈은 그렇지 않아도 진학문제로 스트레스를 겪는 영선의 심기를 은근히 자극했다.

그 사이 매섭던 꽃샘추위가 가고 4월에 접어들면서 처음 한 달은 눈에 불을 켜고 책과 씨름했던 아이들은 하나 둘 그 열정이 식어가기 시작했다.

원래 공부와 담을 쌓았던 마정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반장이라는 체면과 아버지의 협박 때문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대학에 못가면 원주로 보내겠다는 아버지의 최후통첩이 그만큼 무서웠던 것이다.

그러나 워낙 기초가 부실해 결과는 늘 밑바닥이었다.

마정이 잘하는 것은 아이들과 콜라텍에 가서 아이돌 흉내를 내거나 남자아이들하고 수다를 떠는 것이었다.

그런 반면 영선의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고 그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선 영선이 반장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나왔다.

“공부도 못하는 애가 반장한다는 것은 말도 안 돼. 아무리 이사장 딸이라고 해도 너무 한 것 아냐?”

이런 소리는 결국 마정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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