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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92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0.07 14:07
조회
528
추천
9
글자
7쪽

미령(美靈)2-(20)

DUMMY

잠깐이었지만 자신의 콤플렉스를 친구들이 봤을 거란 생각에 도희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마정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자신과 다른 부류가 돼 있는 도희의 모습이 어색하기만 했다.

“그동안 많이 변했다.”

“당연하지. 너하고는 다른 사람이 됐는데.”

이들이 이런저런 얘기로 수다를 떠는 사이 큰방에 있던 무희는 옆방에서 들리는 두런거림을 듣고 있었다.

“저 방에 누구 왔어?”

“옛날 학교친구들이래요.”

“박양아. 저 년은 아직 이더냐?”

“아까 보니까. 좀 괜찮아진 것 같긴 해요.”

이러는 사이 옆방에선 도희의 모습에 적응이 된 마정의 수다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영선이라는 아이는 대학에 갔니?”

“응. 지난번 수시모집에 합격했어.”

“그렇구나.”

“그건 왜?”

도희는 마지막으로 세상을 보던 그 날을 떠올리고 무희한테서 들은 자신의 기억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듣던 마정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자 뜬금없는 질문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진짜 하나도 안 보이니?”

“당연하지. 눈이 없어졌는데. 나한텐 깜깜한 암흑뿐이야.”

“안됐다.”

그런데 같이 수다를 떨면서도 도희의 표정은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술가답게 마정이 단순히 자기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눈치 챈 것이다.

도희가 속내를 털어놓을 때까지 기다렸지만 마정은 좀처럼 딴청만 부리고 있었다.

“나한테 뭔가 부탁하려고 왔지?”

이 소리는 마정뿐만 아니라 옆에서 잠자코 있던 나미까지 철렁하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고 전전긍긍하던 마정은 온 몸에 싸하고 소름이 끼쳤다.

속내를 들킨 마정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속내를 털어놓았다.

강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지만 자신을 목격한 영선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런데 한참 이야기를 듣던 도희가 갑자기 깔깔대고 웃는 것이다.

영문을 몰라 놀란 마정과 나미는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이 바보야. 만약 그 애가 알았다면 지금까지 그냥 있었겠어? 나도 전에 학교 다닐 때 거기 가본 적이 있어. 그런데 그 거리에선 웬만큼 떠들지 않으면 안 들려. 이 바보들아. 나라면 모를까.”

“정말 그럴까?”

“그 앤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마. 그것 땜에 담탱이 머리 더 까졌겠다.”

도희의 익살스런 질문에 방안엔 모처럼 웃음소리가 진동했다.

어느 정도 도희와 마주하는 것이 익숙해진 마정은 슬슬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봐 줄 수 있니?”

도희는 빙그레 웃으며 마정의 사주를 물었다.

그런데 한참 이것저것 묻던 도희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다.

마정은 그것을 도희가 진지하게 봐주는 것으로 알고 내심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봤다.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도희는 갑자기 산통을 들어 마정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니?”

“아무거나 하나 뽑아서 나한테 줘.”

마정은 산통에서 산가지 하나를 꺼내 도희 손에 올려놓았다.

마정이 건넨 산가지를 손끝으로 더듬고 난 도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무탈하겠어.”

너무나 평범한 점괘를 듣고 난 마정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소한 고위층 마나님 정도는 되겠지 하고 기대했던 마정은 도희가 뭔가 숨기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 광경을 옆에서 보고 있다가 은근히 욕심이 생긴 나미는 이곳에 온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좀 봐 주면 안 될까?”

“그 소리 왜 안 나오나 했어. 좋아 오늘은 특별히 공짜로 봐 줄게.”

마정이 했던 것처럼 나미는 사주를 이야기하고 산통에서 산가지 하나를 꺼내 도희에게 건넸다.

한참 산가지를 더듬던 도희는 마정과는 다른 점괘를 내놨다.

“넌 유혹에 빠지지만 않으면 평범하게 살 팔자야.”

“유혹?”

“특히 돈의 유혹은 반드시 뿌리쳐야 해. 안 그러면 평생 고달픈 삶을 살아야 거야.”

옆에서 나미의 점괘를 듣고 있던 마정은 이번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만약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도희는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은 마정이 가까이 다가오게끔 손짓을 했다.

잔뜩 가대에 찬 마정은 주저하지 않고 도희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되려면 말이지.”

도희는 옆에 다가온 마정의 귀에 대고 뭔가 속삭였다.

잠시 후, 소르라 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앉은 마정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농담이야. 내가 말했잖아.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무탈 할 거라고.”

방안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마정의 한숨소리가 퍼졌다.

“욕심 부리면 어떻게 되는데?”

무슨 소릴 들었기에 저렇게 놀랐을까 하고 궁금해 하던 나미가 물었으나 도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애들아. 저기 있잖아?”

나미가 머쓱해하는 동안 무슨 말을 꺼내려던 도희는 입을 다물고 망설이고 있었다.

“뭔데? 말해봐.”

그래도 잠시 머뭇거리던 도희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무슨 부탁인데?”

“다름이 아니라 지금 내 모습이 어떤지 궁금해서.”

“어떻긴 그대로지.”

“아니 그게 아니라.”

잠시 머뭇거리던 도희는 선글라스를 벗어 보였다.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아서 내 얼굴이 어떻게 변했는지 몰라서.”

도희는 수줍은 표정으로 누군가 말해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마정과 나미는 서로에게 미루느라 눈짓으로 옥신각신했다.

결국 둘의 옥신각신은 주먹을 내밀며 인상을 쓰는 마정의 KO승으로 끝이 났다.

나미는 심호흡을 하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도 돼?”

나미가 묻는 의도를 짐작했지만 도희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저히 말하기가 곤란했는지 나미는 마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마정은 인상을 쓰면서 나미를 소리 없이 윽박질렀다.

둘이 이러는 것을 모르는 도희는 조급한 마음에 나미를 다그쳤다.

거의 울상이 된 나미는 눈을 힐끔거리며 떠듬떠듬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얼굴 여기저기 흉터가 있고 눈은 옆으로 찢어진 틈으로 빨간 속살이 보여서 조금 징그러워.”

말을 끝낸 나미는 도저히 볼 수가 없어 얼굴을 돌렸다.

자신의 얼굴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고 난 도희의 얼굴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금 전 솔직히 말해도 되냐고 하던 나미의 말에 대충 짐작은 했지만 자신의 얼굴이 그 정도로 끔찍할 거라곤 상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망감에 잠시 넋을 놓고 있던 도희는 벗었던 선글라스를 쓰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렇구나.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어. 그건 그렇고. 아무튼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 마침 시간도 됐고 하니까 저녁 먹고 가. 여기 밥이 아주 맛있거든.”

속은 통곡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자존심이 강한 도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것을 감췄다.

잠깐 만나보겠다고 한 것이 저녁까지 먹게 된 마정은 젓가락으로 반찬을 더듬어 찾는 도희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저녁을 먹고 역술원을 나온 마정은 나미와 집으로 향했다.

“우리 마정이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옆에서 나미가 아부를 떨었으나 마정은 말이 없었다.

평소 의심이 많은 성격 탓일까?

마정은 도희의 말이 미덥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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